"그보다는 여기서 일하고 있는 지호씨가 더 더럽지 않을까."
written by F.L.
치부를 들킨 것만 같은 느낌에 지호가 눈을 꼭 감았다. 어쩐지 오늘은 손님이 없더니, 씨발 대어를 낚았구나.
눈은 떠야지, 지훈은 낮은 목소리로 읊조리는 중에도 마침내 셔츠를 풀어놓고 지호의 한쪽 어깨를 내어놓았다. 하얀 피부를 드러내놓곤 눈을 꼭 감고 있는 게 꼭 토끼같아서, 지훈이 입꼬리를 올렸다. 가만히 팔을 붙잡고 있자니 떠는 것도 같은데..
"무서워요?"
"네? 아니.... 아뇨."
그럼 왜 떨고 있어요? 물으니 아니라는 걸 증명하려는 듯 눈을 반짝 떠온다. 그 모습이 의외로 귀여게 느껴져 지훈이 낮게 웃었다. 술집에서 일하는 애 치곤 아직 순수한가 보네.
지훈이 느릿하게 고개를 숙여 지호의 어깨에 키스하곤 이내 흘러내린 지호의 셔츠를 다시 올려줬다. 지훈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는 우지호가 귀엽다,고 생각했다. 지호가 아직도 저를 경계하는 듯한 느낌에, 지훈은 지호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어주곤 지호를 끌어당겨 함께 침대로 쓰러졌다.
"잘 자."
드러난 지호의 새하얀 목덜미에 한 번 키스한 지훈이 힘을 줘 지호를 세게 끌어안았다. 지호의 뒷통수에 코를 박고 있자니 웬만큼 좋은 향기도 나는 데다, 따뜻하니 부드러운 피부가 느껴져서 금세 잠들 것만 같았다.
"아저씨."
"표지훈."
"표지훈 아저씨."
"왜?"
"아저씨 고자예요?"
지훈이 돌연 웃음을 터뜨렸다. 아, 이거 골때리는 새끼네. 지호를 돌려 얼굴을 마주본 지훈이 새파랗게 어린 지호의 천진난만한 얼굴에 난색을 표했다. 아무래도 진심으로 물어본 것 같은데.. 하지만 뭐 아무래도 문제는 없었다. 지호의 그 얼굴에는, 사회생활에 물들어 어느새 잊어버린 순수함이 깃들어 있었다. 남창이라고 좀 무시할랬더니, 그럴 수도 없게 만드네. 지훈이 장난스럽게 지호의 앞머리를 흐트러트렸다.
"난 같이 잘 사람이 필요할 뿐이야. 너 같이 새파랗게 어린 애나 노려보려는 더러운 새끼가 아니라."
"그럼 아저씨, 부자예요?"
"...글쎄."
이제 진짜 잠 좀 자자. 손바닥으로 지호의 눈을 감긴 지훈이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아저,씨? 눈을 다시 뜬 지호가 새로운 물음을 던지려다 자는 지훈의 모습에 입을 닫았다. 색색 숨소리가 느껴졌다. 서른 셋 치고는 아이같은 모습이라 웃음이 났다. 저를 건드리지도 않는 모습에서 신뢰가 간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쨋든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지호가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아마도 내일은 오랜만에 상쾌한 아침을 맞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