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 징어 항상 짝사랑만 전문으로 하는 징어 맨날 하는건 짝사랑이니 어찌 사랑이 이루어질래야 이루어질 수가 없지
친구들이 항상 나를 보고 하는 말이 나의 단점은 남자들 앞에서 한없이 수줍어진단다
그래서 친구가 내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줄게! 라면서 소개시켜준 남자
키도 진짜 크고 184라고 그랬나? 목소리가 진짜 낮은데 생긴거랑은 달리 장난끼도 많고 웃음도 진짜 많다
"징어야 우리 아이스크림 먹으러 갈래?"
"아이스크림? 그래! 먹으러가자"
남자 앞에서는 한없이 수줍어지는 나인데 이상하게도 찬열이 앞에서는 수줍은 무슨 진짜 편해서 잘 웃게되는 것 같아
찬열이랑 들어간 아이스크림 집에서는 내가 자주 듣는 노래가 흘러나와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니 찬열이가 '혹시 이 노래 좋아해?' 라고 묻는데
당연히 나는 이 노래를 엄청 좋아하므로 '응! 나 이 노래 엄청 좋아해' 라고 말하니 찬열이의 표정이 환하게 바뀌면서 '흐응, 그래?' 이리 말하는데 표정이 저리 밝아지는 이유가 너무 궁금해 왜 저렇게 밝아지지?
찬열이를 소개받고 매 주말마다 만나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같이 스티커사진도 찍고 맛있는 것도 먹고 사귀지는 않지만 그래도 기분이라도 내보자 같이 핸드폰 케이스도 커플로 맞추고
하지만 이번 주말은 어제 비를 맞은게 화근이었나 감기몸살이 심하게 걸려 밖은 무슨 이불 밖을 못 나갈정도로 열도 많이 나고 그래서 오늘은 집에서 혼자 짜져 콜록 거리며 누워있어
엄마가 약을 놓고가 그걸 먹고서는 잠에 들려는 찰나에 초인종이 띵동 울려 나가니 찬열이가 커다란 비닐봉지를 들고 서 있는거야
"어, 어? 뭐야 얼굴 왜 이렇게 빨개? 안돼 안돼 얼른 들어가서 누워"
내 얼굴을 보더니 놀란 찬열이가 내 손목을 잡고서 방으로 들어가 날 조심스럽게 눕혀
내가 누워서 찬열이 손에 들려있는 봉투를 들고있길래 빤히 쳐다보니깐 '아 맞아 맞아' 라며 봉지에서 약과 죽을 꺼내 보여
"약은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몰라서 일단 약국가서 감기약 제일 잘 드는걸로 달라했고... 죽은 사실 내가 요리 엄청 못 해서 친구한테 도와달라했어 그 친구 요리 엄청 잘 하니깐 맛있을거야"
내가 몸을 일으켜 앉으니 찬열이가 식기 전에 얼른 먹으라고 죽을 꺼내주는데 너무 귀여워 입에다 쪽쪽하고 뽀뽀해주고 싶었어
진짜 하는 행동이 왜 이리 귀여운지 키도 크고 목소리도 낮은 그런 남자가 맞는지 너무 의심스러운거야
그렇게 길고 긴 썸을 탄 뒤 지금의 우리는 사귄지 5년이 된 커플이야
바로 오늘이 우리가 사귄지 5년이 되는 날이라 어떤 걸 좋아할까 생각하며 이것저것 준비하는데 옆에서 백현이랑 종대가 '과연 좋아할까~?' 이러면서 깐족거리는데 한 대 쥐어박고 싶은걸 선물 준비하는거 도와준다 그래서 꾹 참고있는데 그걸 또 놀리는 백현이랑 종대
백현이와 종대랑 같이 만든 케이크와 단 하나뿐인 인형, 그리고 서로의 이니셜을 세긴 반지를 준비해 찬열이가 있을 카페로 들어갔는데
들어가니 갑자기 어두웠던 무대에 조명이 환하게 켜지면서 무대 위에는 여러 악기들과 그리고 찬열이가 있었어
드럼을 치면서 힘들게 노래를 부르는 찬열이를 보며 멍때리며 감상을 하는데 갑자기 노래가 꺼지면서 일어서는 찬열이를 보는데 '이 노래 기억나? 아이스크림 집에서 이 노래 흥얼거리면서 엄청 좋다고 그랬는데 나도 이 노래 엄청 좋아하거든 그 뒤로도 서로가 음악취향이 비슷해서 노래 추천해주고 그러는데 내가 얼마나 좋았는데 네가 이 노래 좋아 이러면서 환하게 웃는데 엄청 귀여웠어 징어야 우리 평생 같이 살면서 우리가 좋아하는 노래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할래?' 라고 말하는데 나는 벙쪄가지고 진짜
그래도 나는 너무 좋아서 웃으니깐 찬열이가 내 쪽으로 다가와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을 주면서 '우리 결혼하자' 라고 말하는데 진짜 세상 누구보다 내가 제일 행복할 것 같은거야 웃으면서 찬열이 입술에 딱따구리처럼 쪽쪽이러면서 뽀뽀해주는데 찬열이도 환하게 웃고 지금 이 순간에는 나보다 행복한 사람이 있을까? 싶어
조용하게 다시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찬열이가 '혹시 이 노래 좋아해?' 라고 말하는데 나는 당연히 '응 나 이 노래 엄청 좋아해' 라고 말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