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무지와 치즈볶이 00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백현은 답지않게 조심스레 뒷문을 열었다. 와오. 자기도 모르게 나온 감탄사에 되려 자신이 놀라 금세 입을 다물었지만 이미 꽤나 많은 눈들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 시선들은 백현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다시 돌려졌다. 이게…소문으로만 듣던 문과의 학구열? 백현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이런 분위기 존나 지리는데? 백현은 문득 (이럴 때만 생각나는) 찬열이 그리워졌다. 아, 내 씨팔 세 청춘이여, 어머니 잘못 둔 죄로 이렇게 가는구나.백현은 당장이라도 원래 자기 교실로 돌아가고 싶었다. 아, 차라리 전학 간다고 할 걸. 이미 반 아이들은 죄다 온 것 같았다. 왜 변백현은 이 학교를 1년이나 다녔으면서도 같은 학교에 이런 분위기의 학급이 있다는 것을 몰랐을까? 이유는 당연했다. 입학하자마자 놀기 좋아하는 본성을 주체하지 못하고 온 학교에 잘 노는 놈? 변백현. 변백현? 잘 노는 놈. 하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는데 그런 변백현한테 문과의 특별반에 있는 친구가 한 명이나마 있었겠냐고요. 차라리 종대 있는 일반반으로 갈 걸 그랬나, 싶었는데 엄마의 학구열이 보통이 아니어야지. 아들은 이 모양인데 말이예요. "비켜." 그렇게 멍하니 어딜 앉아야 할 지도 모른 채 아직도 뒷문에 버티고 서 있는 변백현의 몸이 옆으로 밀쳐졌다. 깜짝 놀란 백현이 뭐라고 쌍욕을 내뱉기도 전에 백현을 밀친 장본인은 터덜터덜 맨 뒷자리로 걸어가 책상 옆자리에 가방과 들고있던 검은 봉투를 던지듯 내려놓고는 엎드려서 정말 단 3초만에 쌔근쌔근 잠에 빠졌더랬다. 씨이발, 이게 뭔 봉변이야. 백현의 머릿속에 사마귀처럼 웃는 박찬열의 얼굴이 떠올랐다. '야, 문과 존나 골 때림. 걔네 남고라고 우리처럼 그럴 거 같지? 존나 아니야. 아 뭔 김종대야. 김종대 같은 그냥 문과는 우리나 마찬가지고. 그 특별반인가 뭐시긴가는 다르다던데? 너 그 성장드라마같은 분위기 아냐? 졸라 정 넘치고 어? 막 아오 그런 거. 성장 소설! 걔네 15세기 중세 국어로 대화하는 게 노는 거래. 또 뭐 있댔지? 시조 읊기? 우리 점심시간에 축구하는 거랑 비슷한 거지.' 존나…농담인 줄 알았는데. 그래도 그 뭐냐 중세 국언가 뭐시긴가 그건 농담이겠지. 하면서 정신 차린 백현이 방금 자기를 밀치고 지나가서 3초만에 자체 레드썬 당해버린 뭔가 특별반 같지 않은 자식 옆자리에 앉아 슬금슬금 가방과 비닐봉지를 옆으로 밀치는데…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문자와로 서르 사…사맛디…" 백현이 입을 쩍 벌렸다. 아, 박찬열이 존나 심심해서 놀리려고 야부리 터는 건 줄 알았는데 진짜였나보다. 잠꼬대로 저딴 못 알아들을 말을 하는 걸 보면…그것도 이 교실에서 혼자 자길래 그나마 정상이겠거니 했는데! 백현은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찌질하게 엎드려 잠을 청했더랬다. 엄마! 나 그냥 김종대네 반 갈래! - 길게 써서 1편으로 내려고 했는데 졸려요 저도 문과 졸업해서 압니다 문과 이렇지 않아요... 본격 문과남 도경수 이과남 변백현 배틀호모썰 ㅎ(이라고 쓰고 나니 뭔가 거창해 보임) 전 바쁜 징어니까 반응 보고 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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