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인 너징을 보는 김민석 04
w. my soul
오늘은 보충이 없는 날!!!
오랜만에 수정이랑 단 둘이서 놀러가기로 했어.
우리끼리 계획을 짜고 있을 때 옆에서 오세훈이 자기도 같이 놀자며 찡찡댔지만 수정이가 여자들끼리 노는 데에 끼는 거 아니라고 쫓아냈엌ㅋㅋ
그리고 오세훈은 시무룩해져서 자기자리로 돌아가고ㅋㅋㅋㅋ 아유 귀여운 것 다음에 한 번 놀아주던가 해야겠어ㅋㅋㅋ
그렇게 나는 간만에 꾸미고 약속장소로 나갔어.
날씨도 우리 편인지 나름 화창하고 좋았어!
정수정 이년이 조금 늦기는 했지만 그래도 뭐,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까!
"우리 어디로 갈래?"
"너 밥 먹었어?"
"놉."
"그럽 밥부터 먹자."
어디로 갈지 정하다가 수정이한테 밥 먹었냐고 물어봤더니 마침 안 먹었다고 해서 우린 밥부터 먹으러 ㄱㄱ했지.
항상 놀러 나오면 가는 식당에서 배터지게 밥을 먹고 나니까 후식이 땡기는 거야!
왜, 여자들은 밥 배랑 후식 배가 따로 있다고 하잖아?ㅋㅋㅋ
그래서 우리는 또 근처에 있는 카페로 갔지.
우리는 기분 좋게 카페에 가던 중이었어.
그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는.
손 시린 것도 잊은 채 손짓을 막 섞어가면서 이야기하던 우리 둘이었어.
솔직히 학교에 있을 땐 오세훈이 있다 보니까 여자끼리 통하는 이야기를 잘 못했었거든?
근데 우리 둘이 있으니까 무슨 방언 터지듯이 할 얘기가 넘치다 못해 흐르더라구.
그렇게 카페를 향해서 가다가 문득 정면을 봤다?
나는 순간 내가 헛것을 본 줄 알았어.
"......"
"......"
옆에서 이야기하는 수정이도 잊은 채, 나는 그 자리에 서서 그 사람을 봤지.
그리고 그 사람도 나와 비슷한 타이밍에 나를 발견하고선 나를 바라봤어.
그리곤 미묘한 표정을 짓는 거야.
그렇게 한 10초? 정도를 시선을 마주하고 서있었던 것 같아.
나는 갑자기 멈춰선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수정이의 팔목을 잡고 뒤를 돌았지.
그리고 다시 걸어갔어. 그 남자의 반대쪽으로.
"야, 야! 어디가!"
"......"
카페 그 쪽 아니야 이 바보야! 하고 외치는 수정이의 말을 씹고는 계속 걸었어.
한참을 걷다가 이제 좀 멀어졌겠지 싶어서 멈춰 섰어.
불과 몇 분 사이에 이뤄진 내 행동의 이유를 모르는 수정이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지.
숨을 고르고 수정이에게 상황설명을 하려던 찰나에,
"너, 나 알지."
"......"
"너 누구야."
"......"
"누구냐고!"
갑자기 잡힌 손목에 놀랄 새도 없이 내 몸이 돌려세워졌어.
그 주인공은, 눈치 챘겠지만 그 남자였고.
남자의 표정은 말로 설명할 수 없었어.
어딘가 힘겨워 보이고, 고통스러워 보이고, 화나 보이기까지 했어.
나는 차마 그 사람을 안다고 대답할 수가 없었어.
이 남자는 여태껏 나를 자신이 만들어 낸 환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텐데 그 환영과 똑같이 생긴 여자가 자신의 앞에 서 있는데 얼마나 혼란스럽겠어.
그리고 내가 그 사람을 안다고 대답을 해 버리면 이 사람이 술김에 했던 그 말들을... 내가 알고 있다고 인정해버리는 꼴이 되는 거니까...
대답을 할 수가 없어서 그저 입을 다물고 있는 것 밖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어.
"대답 좀 해봐. 나 알지."
"......"
"나 알잖아!"
결국 무너져버린 그 남자의 모습에 나도 놀라고 수정이도 놀랐어.
수정이에겐 미안하지만 우선 이 남자와의 일을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수정이한테 입모양으로 다음에 놀자고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했어.
내 입모양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 수정이는 손으로 전화표시를 만들어 보이며 전화하라는 말을 입모양으로 보여주곤 자리를 떴어.
수정이가 가는 모습을 보고서 다시 남자를 향해 몸을 돌렸어.
남자는 참담한 표정을 하고 초점 잃은 눈으로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지.
남자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까 내 팔목에 자리 잡은 작은 팔찌가 보였어.
그 팔찌는 내가 영혼 상태일 때나, 현실에서나 하고 있는 팔찌였지.
황급히 손목을 가려 봤지만 이 팔지를 남자가 알아본 이상 게임은 끝난 거였어.
손목을 가리자 고개를 들어 내 얼굴을 보는 남자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고 남자의 손목을 잡아 끌었어.
어쩌면 조금은 긴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자리를 옮겨야했지.
근처 작은 공원에 들어서서 남자의 손목을 놨어.
인적도 드물어서 한산한 공원에는 적막감만 맴돌았지.
그 누구도 먼저 이야기를 꺼내기가 힘든 상황임에 틀림없었어.
이 남자는, 나를 뭐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하얀 원피스를 즐겨 입는 스토커? 혹은 저승사자?
그게 무엇이 되든지 전혀 이상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었어, 난.
오히려 두려웠지. 이 남자의 입에서 나올 말들이.
그래서 내가 먼저 말하기로 했어.
설령 나를 미친년으로 취급한다고 할지라도.
"...이런 말하면 저를 어떻게 보실지 예상은 가는데요."
"......"
"전, 그냥 잠에 들었을 뿐이에요."
"......"
"언제부터였는지 저는 잠에 들면 그쪽이 보셨던 차림 그대로 다른 곳에서 깨어나요.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절 보지 못하죠. 소위 말하는 영혼상태와 같으니까요."
"...근데, 난."
"가끔 술에 취하신 분들이 절 보시더라구요. 아마 그쪽도 술에 취하셨기 때문에 제가 보였을 거예,"
"잠시만. 술에 취해...? 그럼 술에 취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야?"
난 열심히 내 상태를 설명하고 있었어.
다행이도 날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 같지는 않아서 안심했지.
그렇게 설명을 하고 있는데 내 말을 끊고서 의아하다는 말투로 질문을 하는 남자였어.
"네. 술 취한 경우 말고는 저를 보는 사람을 본 적이 없는데..."
"...있어, 여기."
"네, 네? 잠시만요. 뭐라고 하셨어요?"
"내가 널 봤다고. 술에 취하지 않았을 때. 그 흰 원피스 차림 맞지?"
"어, 네..."
아마 그때의 내 표정은 정말 멍청해보였을 거야.
남자가 하는 말을 믿을 수가 없었거든.
멀쩡했을 때 나를 봤다니. 그런 경우는 정말 한 번도 없었거든. 정말 단 한번도.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까 내가 영혼 상태에서 남자를 만난 건 세 번 뿐이야.
그 중에서도 두 번이 남자가 술에 취해 있을 때 만났고, 그럼 남은 건...
"카페에 있을 때..."
"맞아. 바다에서 내가 한 얘기를 기억하면 아마 대충 내 상황을 짐작했을 거라고 생각해. 사실 난 네가 나를 벌주려고 그 아이가 모습을 바꿔서 내 앞에 나타나는 거라고 생각했어."
"......"
"그 때 네 뒤에 있던 여자, 그 아이의 동생이야."
"......!"
"그래서 더더욱 네가 그 아이라고 생각했지. 하필이면 네 뒤에 바로 그 아이의 동생이 있었으니까."
"그럼 그 때 제 행동 보셨겠네요...?"
"아, 머리 쥐어뜯던 거?"
심각하던 분위기가 순간적으로 나온 내 질문 하나에 바뀌어 버렸어.
너무도 당연하게 아, 머리 쥐어뜯던 거? 하며 작게 큭큭 거리는 남자와 민망해하며 몸 둘 바를 모르는 나만이 남아있었지.
"소개가 늦었네. 난 김민석이야. 26살이고."
"전 000이요. 열아홉이에요."
정말 뜬금없고 늦은 자기소개를 주고받으며 대화는 거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어.
사실 묻고 싶은 말은 좀 남아 있었지만 하지는 않았어.
왠지는 모르겠지만 무작정 드는 생각이 다음에 또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거였거든.
이분도 아직 얼굴에는 궁금하다는 게 많다는 눈치였지만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어.
그렇게 우리는 암묵적으로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지.
그 다음이 언제가 될지도 모른 채 말이야.
...
집에 돌아오니까 벌써 10시가 넘었더라구.
그렇게 대화를 오래 나눈 건가 싶었어.
생각해보니 사실 대화를 나눈 비율보다는 정적이 차지한 비율이 월등했지.
씻고 자려는데 갑자기 수정이가 생각났어.
늦은 시간이라 전화를 받을 수 있을지 몰라서 문자를 먼저 했지.
[수정아 자?]
Rrrr-
아니 얘는 하루 종일 핸드폰만 붙들고 있었던 건가...
문자를 보내자마자 울리는 전화를 보고 기겁했어.
큼큼- 살짝 잠긴 목소리를 풀고는 전화를 받았지.
"여보세요?"
'야 이년아!!!'
"전화 받자마자 욕하기냐?"
'아까 그 남자 누구야!!!'
엄청 흥분된 목소리로 그 사람에 대해서 묻는 수정이가 조금 귀여워서 웃었더니 야, 너 웃어? 웃어어어? 하고는 다시 추궁하는 수정이였어.
그런 수정이가 너무 귀여워서 더 터지려는 웃음을 억지로 집어넣고 하나하나 설명했지.
도로에서 처음 만났고, 얼마 전에 시내에서 깨어났을 때가 두 번째 만남이었고, 또 바닷가에서 마지막으로 만난 후에 오늘 만났다고.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어. 난 그럴 입장이 못 되니까.
어쨌든 돌려서 대충 간략하게 이야기를 하고 나니까 수정이는 호들갑을 떨었어.
'야, 미친. 운명인가 봐. 헐.'
"운명은 무슨..."
'야 이 정도면 운명이라고 하고도 남을 정도로 충분하거든? 잘해봐.'
"됐어, 야 7살 차이야."
'7살이 대수야? 요즘은 띠동갑도 결혼하거든?'
"야 됐어. 나 잘래. 너도 망상 그만 하고 자."
'망상은 무슨. 너 잘되면 한 턱 쏴라?'
정말 터무니없는 정수정의 말에 닥쳐, 하고 대꾸하고는 전화를 끊었어.
운명, 이란 게 있는 걸까?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람?
"잘되기는 무슨..."
수정이의 말에 기분만 이상해진 것 같아.
얼른 자는 게 답인 것 같아서 불을 끄고 똑바로 누웠지.
자려고 눈을 감으면 자꾸만 생각나는 얼굴에 이불을 걷어차고 다시 앉았어.
아무래도 내가 미친 것 같아.
왜 자꾸 그 사람 생각이 나는 건지.
"내가 미친 걸까."
다시 누워서 잠을 청해보려 해도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니는 그 사람의 모습이 나를 괴롭혔어.
묻고 싶은 것도 많은데...
왜 카페에 있는 나와 그분의 동생을 보고는 사라진 건지, 또 나를 그분으로 알았다면서 왜 본인의 이야기를 한 건지 등등...
결국 그 날 밤은 그의 생각으로 물들여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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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my soul입니당!
분량을 늘여서 온다고 했는데 왜 더 줄어든 것 같죠?(ㅠㅠ)
심지어 재미도 없어...
분량이 적어도 읽어주시고 댓글달아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한 가지 안좋은 소식이 있다면 제가 내일을 비롯해서 매주 토요일은 연재가 불가능한 점을 알려드리려고 하는데요ㅠㅠ
토요일마다 제가 스케줄이 풀로 차버리는 바람에...흑흑
또 제가 한 편 한 편을 업데이트 할 때마다 1~2편의 여분을 남겨놓는 편인데 오늘 업데이트가 여분이었어요...
그래서 다음 편은 연재가 조금 늦어질 수도 있습니ㄷ..ㅏ...(머리를 조아린다)
대신 최대한 빨리 글 써서 올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세용♡.♡
(+장담은 못하지만 다음 편은 나름 밝은 분위기가 될 것 같아요. 나름...나..름..ㅎ)
[암호닉] 아퀼라님, 면봉님! 감사합니다♥
암호닉 신청은 항상 열려있으니 신청해주실 분들은 []안에 적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