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 ㅇㅇㅇ! 드디어 푸들 머리 벗어났네? 훨씬 낫다"
"그러게 역시 사람은 머리가 중요해 오늘 좀 달라보인다 너~?"
"...그래? 고마워."
저번에 세훈이가 머리가 지저분하다고 해서 큰 맘 먹고 미용실 가서 머리 폈더니 친구들이 훨씬 낫다고 칭찬해준다..ㅎㅎ 칭찬은 고래도 춤 추게 만든다고 하잖아. 괜히 기분이 좋아져서 입꼬리가 귀에 걸리려는 거 있지. 근데 오늘은 친구들이랑만 만난거라 세훈이는 아직 못 봤거든. 내가 머리 바꾼 모습. 그래서 세훈이가 보면 어떤 반응을 보여줄까 기대도 됐구, 그냥 막 설렜어. 머리 하나 바꾸는게 이렇게 설레고 기분 좋을 줄이야 ㅎㅎ.. 훈이가 말해주기 전에 진작에 좀 바꿀걸 그랬다.
어쨌든 주말이기도 하니까 오랜만에 친구들이랑 모여서 밥 다 먹고 수다 떨고 그랬거든. 진짜 너무 재밌는거야ㅎㅎ 평소에 훈이랑만 있어서 그런가 친구들이랑 이렇게 같이 놀 기회가 없었거든. 뭐 기회야 많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훈이랑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친구랑 별로 못 놀았다ㅎㅎ.. 나 좀 못 됐지?
암튼 음식점에서 그렇게 막 웃고 떠들다가 수정이가 갑자기 창가쪽을 쳐다보더니 내 팔 툭툭 치면서 쟤 너 남자친구 아니냐고 그러는거야. 설마 해서 밖에 쳐다보니까 진짜 세훈이더라. 누가봐도 좋은 기럭지에 익숙한 저 넓은 어깨.. 염색 물든 머리하며.. 딱 누가 봐도 세훈이었어. 그리고 그 옆엔 처음보는 여자가 있더라구.
"야 맞네, 대박. 뭐야? 옆에 언 년이야?"
"아니야 그런거... 세훈이 친구인가봐"
그래 친구... 세훈이 주위엔 여자가 많으니까, 그냥 세훈이도 나처럼 주말에 친구랑 노는가보다.. 그렇게 생각했어. 그러더니 친구들이, 무슨 아무리 친구사이라도 그렇지 왜 팔짱까지 끼냐고 막 열불을 내더라. 난 이제 익숙해져서 그런가 괜찮았는데 오히려 친구들이 더 화를 내주니까 괜히 웃음이 나는거 있지ㅋㅋ.. 솔직히 좀 고맙기도 했구. 친구들이 나를 이렇게 생각해 주는구나 하고.
"야야, 봐봐. 여기 들어올려나 본데?"
"헐 그러네. 어떡해? ㅇㅇ아 우리 나갈까?"
"야! 지금 나가면 마주치잖아! 그냥 모르는 척 해 일단."
"..."
세훈이랑 옆에 여자분도 여기서 밥 먹으려나 본지 같이 음식점에 들어오는데 갑자기 친구가 모르는 척 하자면서 너 얼굴 좀 가리라고, 그 왜 음식점에서 주문할때 보라고 놓여있는 책자 있잖아..그걸로 내 얼굴 가려주더라. 솔직히 난 주말에 그것도 아주 우연히 훈이 얼굴을 보게 돼서 너무 반가웠는데.. 이 상황에서 내가 왜 숨어야 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고. 이해가 안 갔지만 일단 친구들이 가리라고 하니까 얼굴 가리긴 했어. 잠깐 잠잠하더니 갑자기 훈이 목소리가 점점 가깝게 들려오길래 순간 나도 모르게 움찔한거 있지. 알고보니까 세훈이랑 여자분이 우리 바로 뒷 테이블에 앉았더라구.
"뭐 먹을래?"
"난 아무거나 다 좋아 오빠가 사주는 음식이니까"
세훈이가 후배한테 밥 사주는거 였나봐. 주위 사람한테 잘하는 모습 보니까 역시 내 남자친구 다정하네... 뭐 이런 생각도 들고, 한편으론 세훈이 아는 후배가 좀 부러웠어. 항상 세훈이랑 밥 먹을 때 거의 내가 사는 편 이거든. 같이 밥 먹는 것도 내가 먼저 먹자고 해서 먹는거라서 당연히 내가 사야하는게 맞는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덕분에 늘 용돈이 부족하긴 했지만 괜찮아. 난 세훈이랑 같이 밥 먹을 때가 제일 좋거든.
"와 진짜 맛있다... 오빠 우리 이거 먹고 후식으로 빙수 먹으러 가자! 그건 내가 살게"
"그러지 뭐"
"동대문 가서 옷도 골라주고~ 아 진짜 신난다 오랜만에 오빠 만나서 노니까 지인짜 좋아."
"나도."
바로 뒷자리에 남자친구가 있어서 그런지 말소리에 귀를 더 기울이게 되더라고ㅎ... 근데 내가 저번에 말했듯이 세훈이는 밥 먹을 때 얘기하는거 별로 안 좋아한다고 했잖아. 의외로 후배랑 밥 먹으면서 되게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는 것 같더라구. 나랑 밥 먹을 땐 정말 아무 말 없이 먹는데만 집중 하던 세훈이가. 그냥.. 서운하기 보다는... 그래 맞아 사실 좀 서운했어. 후배랑은 저렇게 다정히 얘기하면서, 여자친구인 나랑은 한 마디 얘기도 안 하더니. 혹시 나랑 말 하기 싫어서 그런건가.. 아님 내가 밥 먹을 때 유독 말이 없어진다는 걸 아니까 일부러 말을 안 거는 건지 헷갈리기도 하고. ...나도 세훈이가 말 걸어주면 되게 열심히 대답해줄 자신 있는데 말이야.
괜히 다 먹은 스파게티 그릇을 젓가락으로 톡톡 거리면서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내 앞에 앉아있던 수정이가 허, 하면서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저게 지금 뭔 짓거리냐고, 요즘 남녀 친구 사이엔 서로 먹여주고 그러냐면서 세훈이 쪽 테이블을 쏘아보는거야. 자연스럽게 나도 고개 돌려서 슬쩍 세훈이 쪽 쳐다 봤지.
"그렇게 맛있어?"
"어, 완전. 오빠가 먹여주니까 더 ㅎㅎ"
세훈이가 웃어주면서 후배한테 스파게티를 먹여주는데 그 손길이 되게 정성스러워 보였어. 그 모습 딱 보자마자 부럽다는 생각 밖에 안들었지. 저 후배는 지금 무슨 기분일까 하고. 내가 이상한 건가...? 어쨌든 그래서 그냥 아무 말 없이 다시 고개 돌렸어. 더이상 봤다간 정말 부러워서 미칠 것 같았거든...ㅎㅎ
그랬더니 수정이가 원래 평소에도 목소리가 당차고 좀 큰 편인데 더 커진 목소리로 넌 저런 모습 보고도 괜찮냐고, 왜 가만히 있기만 하냐고 바보 아니냐면서 독설과 함께 엄청 화를 내는거야... 나 진짜 그와중에도 세훈이가 들으면 어떡하나 하고 심장이 조마조마 해서 괜찮다고, 제발 진정하라고 말렸는데 오히려 그게 불난집에 부채질 하는 격이 됐나봐...
수정이가 안되겠다고 하면서 벌떡 일어서더니 내 손목을 확 낚아채고 엄청 당당하게 세훈이 테이블 쪽으로 향하는거야. ㅠㅠ 얘가 어떤 난리를 피울지 안 봐도 다 알거 같아서 속으로 망했다 만 몇 번이나 외쳤는지 몰라... 수정이 옆에 완전 숨듯이 서서 안절부절 못 했는데 수정이가 아, 좀! ㅇㅇㅇ! 하니까 그제서야 세훈이가 우릴 쳐다봤어.
"저기요, 지금 여자친구 두고 뭐 하시는 건데요?"
"수정아... 하지마 괜찮다고 했잖아.. 세훈아 미안해"
"야, 니가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니 남친도 한심하지만 진짜 너도 답답하다. 어? 저 여자 머릿채를 잡아도 시원찮을 판에 괜찮긴 뭐가 괜찮아!!!"
"정수정....!"
"아, 진짜 빡치네!"
수정이가 화가 진짜 많이 났나본지 그렇게 할 말만 딱 하고 바로 음식점 밖으로 나갔어. 우리 테이블에 앉아있던 친구 한 명도 눈치 보다가 수정이 뒤따라서 나가고... 난 음식점에 있던 사람들에게 소란피워서 죄송하다고 사과 드리면서 마지막으로 세훈이한테도 미안하다고, 후배랑 밥 맛있게 먹으라고 말한 담에 뒤따라 나가려고 했는데 하필 그와중에 귀는 또 쓸데없이 밝아선ㅠㅠ 둘이 얘기하는게 들려오더라.
"..난 오빠 여자친구가 여기서 밥 먹고 있을 줄은 전혀 몰랐지... 이제 어떡해?"
"신경 쓰지마"
거기까지만 듣고 바로 음식점에서 나왔어. 괜히 나 때문에 후배랑 불편해지고.. 소란스럽게 해서 세훈이가 화 난건 잘 알겠는데, 진짜 세훈이가 하는 말 듣고 눈물 터져 나올 뻔 한거 있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도 아니고 되게 냉정하게 딱 끊어서 신경쓰지 말라고 말 하는데, 그게 너무 속상했어. 마치 세훈이가 나한텐 전혀 관심 없다는 듯이 말하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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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훈이 정말 나쁘다...ㅠㅠ 작가가 쓰면서도 여주가 불쌍한 이유는 왜죠....ㅠㅠ
아참!! 1편에 정말정말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셨더라구요ㅠㅠ 거기다 과분한 암호닉 신청에... 신알신 까지...
한분한분의 댓글이 다 너무 소중한데ㅠㅠ 일일이 답글 못 달아드려서 죄송해요... 하지만 못난 작가는 우리 독자님들을 정말 사랑한다는거 알죠? (부끄)
♥부릉부릉 직모 기화 콘스프 지코밥 꽯뚧쐛뢟(고 난이도 암호닉..ㅎㅎ) 님 모두 감사드립니다!♥
암호닉 신청은 정말 환영이에요! 작가는 언제나 열려있으니 부담없이 신청해주세요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