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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 나한테 왜…. 내가 너한테 잘못 한 거 있어? 응? 내가 너 기분 상하게 했어? ' 

' 아니. 없는데. ' 

' 그럼 나한테 왜 그러는거야. 도대체 왜!! ' 

' 그냥. ' 

' … 그냥? ' 

' 니가 싫어. ' 

' …. ' 

' 꺼졌으면 좋겠어. 죽어주면 더 좋고. ' 


 


 


 


 


 


 


 


 


 


 

 

[방탄소년단/김태형] 둘 중 하나 | 인스티즈 


 


 


 

둘 중 하나 

탄소발자국 


 


 


 


 


 


 


 


 


 


 

" 엄마가 그걸 어떻게 알아? " 

" 돈이 왜 돈이겠어, 쓰라고 돈이지. " 

" 사치야, 그거. " 

" 이런 덴 사치 안 부려도 돼. " 


 


 


 


 


 


 


 

밥맛이 뚝 떨어졌다. 젓가락을 쥔 채로 식탁 위에 손을 올려놨다. 눈을 들어 본 식탁의 풍경은 다를 바 없었다. 아주머니가 차려주신 밥상. 엄마는 해봤자 재료 써는 거나 간 보는 거, 그런 것만 했겠지. "밥 더 안 먹고 뭐하니?" 엄마의 말에 콩나물 볶음으로 젓가락을 옮겼다. 콩나물이 성가시게 엉켜 잘 풀리지 않았다. 괜히 짜증이 나 뭉텅이로 집은 콩나물을 입에 쑤셔넣었다. 밥 먹기 싫다. 엄마의 입에선 쉴 새 없이 우리 학교로 곧 전학올 '명일그룹 외동아들인' 전학생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고, 아빠는 그런 말들을 귀에 담으며 묵묵히 수저를 들었다. 내 옆에 앉은 언니는, 뭐. 듣는 둥 마는 둥 밥만 부지런히 먹고 있을게 뻔했고. 


 


 


 


 


 


 


 

" 그런 건 언니를 시키면 되잖아, 말도 잘하고. 아니면 그 집에 과외로 붙이던가. 서울대 딸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써먹어? " 

" 응, 공부 잘한대. " 

" 걔 되게 재수없다. " 

" 외국에서 살다가 오는거라 한국말이 좀 서툴다고 하더라. 네가 가르쳐주면 좀 좋니? 같은 반 친구잖아. 명분도 좋지. " 

" 싫은데…. " 


 


 


 


 


 


 


 

그릇에 반 쯤 남은 밥을 젓가락으로 콕콕 쑤셨다. 눈꼬리를 축 내리고 입술을 깨무니 엄마의 입에선 한층 다정해진 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미야." 고개는 그대로 둔 채 눈만 올려 엄마를 봤다. 잠시 머뭇거리는 듯 했다. 엄마는 혀로 입술을 한 번 축이고 다시 입을 열었다. 


 


 


 


 


 


 


 

" 잘 생겼대. 아니, 잘 생기고 매너도 좋대. 엄마도 아직 만나본 적은 없는데 그렇대. " 

" 그래서? " 

" 엄만 네가 힘든 일은 바라지 않아. 다른 집 부모들이 딸래미한테 말하는 것 처럼 사귀라는 게 아냐. 그냥 친구 하라구. " 

" 그거나 그거나. " 

" 너한테 해될 건 없어. 늬 엄마 말대로 잘 생각해 봐. " 

" 밥 더 안 먹구? " 

" 배불러요. 잘먹었습니다. " 


 


 


 


 


 


 


 

엄마가 불편해하는 모습에 되려 내가 체할 것 같아 수저를 놓고 일어났다. 냉장고에서 보리차를 꺼내 마셨다. 갑자기 찬 물을 들이킨 탓에 머리가 띵해졌다. 어렸을 때 부터 남자엔 딱히 관심이 없었다. 따지자면 나 잘난 맛에 사는 쪽이 나에겐 더 가까웠다. 중학생 때 친구들이 며칠에 한 번씩 남자친구를 돌려 사귀는 걸 보고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남자친구를 사귄 건 고등학교 2학년이 끝나가는 지금까지 세 번 정도. 아예 안 사귄 건 아니지만 많이 사귀지도 않았다. 잘 생겼대. 엄마의 말을 곱씹었다. 생겨봤자지. 얼마나 잘 생겼다고. 컵을 올려놓고 식당을 빠져나오는데 작게 소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 때 그 새끼만 생각하면 숨을 쉴 수가 없어." 아빠 목소리였다. 식탁 위에 걸려있는 불빛이 번지지 못한 어둠 속에 멈춰 가만히 다음 말을 기다렸다. 아빠는 내가 방으로 올라가는 시간을 가늠하는 것 같았다. 


 


 


 


 


 


 


 

" 다 내 잘못이야. 아미가 저렇게 된 건. " 

" 그래도 쟨 양호한 편이에요. 강간 당… 그런 일 당할 뻔 하고 회복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전례에선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던데요. " 

" 말 하는 꼴 하곤. 니 동생이야. 아무리 다 나았다고 해도… 난 그 때 일만 생각하면. " 

" 글쎄요. 일년 만에 완치, 후유증도 없고. " 

" 넌 너무 정이 없어. " 

" 그냥 그렇다구요. " 


 


 


 


 


 


 


 

언니는 가끔가다 저렇게 기계처럼 말을 뱉곤 했다. 언니를 나무라는 듯한 엄마의 말투는 가벼웠다. 누가 누굴 나무라는 건지 모르겠다. 둘 다 똑같은데. 하나 다른 게 있다면, 언니는 알고 있다는 것이다. 


 


 


 


 


 


 


 

" 윗대가리에 돈 몇푼 쥐어준 거 아니었으면 그 쳐죽일 개새끼, 바깥에 돌아다니고 있겠지. " 

"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지 말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닌가봐요. 내가 아들 욕심만 부리지 않았어도 이렇게 되진 않았을거에요. " 

" 당신 잘못 없어. 하자 있는 거 제대로 골라내지 못한 쪽 잘못이지. " 

" 그 애 출소하기까지는 얼마나 남았대요? 난 아직도 꿈을 꿔요. 혹시나 그 애가 찾아와서 우리 아미한테…. " 

" 죽었잖아요. " 


 


 


 


 


 


 


 

언니의 목소리가 엄마의 부산스런 떨림을 깼다. 두 사람의 정적을 젓가락질 소리가 메웠다. 국을 떠먹는 것 같은 소리를 들으며 숨을 죽였다. 언니는 알고 있었다. 언니만 알고 있었다. 


 


 


 


 


 


 


 

" 모르셨어요? 커튼 찢어서. 그 애 쌍둥이 반쪽 면회오고 그 날 밤에 목 매달았다던데. " 

" …. " 

" 왜 나만 알고 있지. " 

" …. " 

" 하긴. 바깥으로 나온 말 하나 없긴 하더라. " 


 


 


 


 


 


 


 

내가 이 집구석을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 언니만 알고 있다는 것. 조용히 방으로 향했다.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애한테 죄책감 같은 건 없었다. 


 


 


 


 


 


 


 

그 '전학생'이 우리반으로 전학오게 된 데는 엄마의 뒷돈이 작용했을 것이다. 반 애들은 유학갔다 온 남자 전학생에 대해 쉼 없이 떠들었고, 딱하게도 나는 그 애들의 입놀림엔 관심이 없었다. 반 문이 열리고 선생님을 뒤따라오는 이방인에 대한 웅성거림은 출석부로 교탁을 내리치는 소리에 의해 정리되었다. 선생님의 입이 열릴 때 즈음 그제서야 전학생이 내 관심 범위에 들어섰다. 남자애는 의외였다. 이런 걸 기대 이상이라고 하던가. 처음부터 기대는 하지도 않았으니 기대라는 말은 적합하지 않은 듯 싶었다. 눈썹 위를 단정히 덮은 흑갈색 머리칼과 어색하지 않게 핏되어 떨어지는 교복으로 눈이 굴렀다. 천천히 반을 훑던 눈동자가 내게 와 닿는 순간 그 애는 입꼬리를 올려 살짝 웃었다.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더니 부리나케 제 자리로 돌아와 가슴을 두드렸다. 귀 뒤가 쿵쿵 울렸다. 급히 문제집으로 눈을 돌렸다. 뭐야, 이거. 적잖이 당황스러워 손에 들린 샤프만 꼭 쥐었다. 


 


 


 


 


 


 


 

" 김아미. 옆 책상 비워. " 

" … 네? " 

" 한국말이 서투니까, 아미가 태형이 잘 데리고 다니면서 많이 가르쳐주도록 해. " 


 


 


 


 


 


 


 

다시 눈이 마주쳤다. 남자애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태형이라고 했다. 종이 치고, 문제집 위로 샤프심이 똑 끊어졌다. "안녕, 김태형이야. 잘 지내보자." 대꾸할 말도 잊은 채 그의 까만 눈을 멍하니 들여다봤다. 눈썹을 들며 눈을 동그랗게 뜨던 그 애는 이를 귀엽게 드러내며 웃었다. 목 뒤로 열이 올랐다. 


 


 


 


 


 


 


 

" 어디서 본 것 같아, 너. " 

" 나도. " 

" …. " 

" 너 볼 빨개졌다. " 


 


 


 


 


 


 


 

나는 그 애가 마음에 들었다. 그 애와 붙어다니며 친해지는 데에만 신경을 썼다. 한국말에 서툰 건 거짓이 아니었다. 그는 수업을 들으며 모르는 것을 한켠에 적어 놓았다가 쉬는 시간이 되면 내게 질문하며 10분을 보냈다. 학교에서 함께하는 시간과 메신저를 통해 오가는 말풍선이 늘어가며 웃음은 늘어갔다. 낯선 그와 친해지려 다가오던 애들은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랬으니까. 쟤네는 처음부터 친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고개를 돌렸다. 


 

태형이 팔뚝을 툭 쳤다. 컴퓨터 모니터에서 눈을 떼 그를 쳐다봤다. 금요일이라는 핑계로 그의 집에 와 수행과제를 하던 중이었다. 심각한 얼굴로 과제 프린트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한자로 된 말이라 그가 모를 법 했다. 뜻을 알려주고 다시 고개를 돌리는데 별안간 눈 앞이 깜깜해지며 눈과 이마에 찬 게 닿았다. 손이었다. 괜히 얼굴이 화끈해지는 것 같아 고개를 뒤로 빼며 그의 손을 떼어냈다. 


 


 


 


 


 


 


 

" 김태형. " 

" 뜨거워, 너. overload. 뭐야? " 

" 과부하. " 

" 과부하. 과부하야. 쉬었다 하자. " 

" 좋아. 나 마실 것 좀 갖다줘. " 

" 물? 보드카? " 

" 장난치지 말고. " 


 


 


 


 


 


 


 

그는 하얀 이를 드러내 웃으며 오케이를 연발하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팔을 위로 쭉 뻗고 기지개를 폈다. 바깥엔 벌써 어스름한 어둠이 깔렸다. 일어나 아까는 제대로 구경하지 못했던 태형의 방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책장 한 칸엔 아버지와 찍은 사진이 있었다. 어머니는 미국에서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고, 그곳에서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바다 근처에 모셨다고 했다. 액자를 들어 그의 아버지와 그를 번갈아 봤다. 아버지와 닮은 구석이 없었다. 어머니를 닮았구나. 액자를 내려놓는데 그 옆에 뒤집어진 다른 액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Hey." 별안간 오른쪽 귀로 흘러드는 낮은 목소리에 몸을 떨며 돌았다. 조금만 움직이면 코가 닿을 듯한 거리에 그가 컵을 들고 서 있었다. 거리가 너무 가깝다. 자, 물. 하며 건넨 컵을 받아들어 벌컥 들이켰다. 입에 물을 물고 다시 컵을 건넸다. 태형이 한 발자국 다가오며 컵을 받아 책장 위에 올려놓았다. 야, 하고 비밀이라도 되는 듯 조용하게 말한다. 


 


 


 


 


 


 


 

" 너 나 좋아하지. " 


 


 


 


 


 


 


 

미처 삼키지 못한 약간의 물이 입꼬리 끝으로 흘러나왔다. 목을 감싸쥐고 기침을 했다. "볼 빨개졌어." 태형이 낮게 웃었다. 찬 손가락이 턱을 훑으며 물기를 걷었다. 그가 웃을 때 마다 새어나온 더운 숨이 얼굴로 훅 끼쳤다. 혀로 입술을 축였다. "하지마." 그가 제지했다. 


 


 


 


 


 


 


 

" 키스하고 싶잖아. " 


 


 


 


 


 


 


 

놀랠 틈도 없이 부딪혀오는 입술에 숨이 막혔다. 입가에 고여있던 미지근한 공기가 떨어지고 나서야 숨을 쉴 수 있었다. 위에서 나를 누르는 은근한 눈빛은 견디기 힘들었다. 


 


 


 


 


 


 


 

" 아버지, 아버지 오시면…. " 

" 엄마 보러 갔어, 아버지. " 


 


 


 


 


 


 


 

볼을 감싼 손이 목덜미를 타고 내려와 교복 타이 끝에 닿았다. 그는 장난치듯 타이를 손 안에서 굴렸다. 긴 속눈썹에 반쯤 가려진 눈동자는 나를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 그 눈을 받아낼 수가 없다. 견딜 수 없다. 처음인데. 이런 느낌은. 


 


 


 


 


 


 


 

" 아주머니는 퇴근하셨을 시간이고. " 


 


 


 


 


 


 


 

정말이지…. 


 


 


 


 


 


 


 

" 자고 가. " 


 


 


 


 


 


 


 

큰 손은 타이를 쉽게 잡아당겨 끌렀다. 


 


 


 


 


 


 


 

태형은 토요일 아침에 나를 집에 바래다주고 난 뒤로 주말 내내 연락이 없었다. 메시지를 보내도 감감무소식이었다. 섭섭했다. 섭섭한 정도가 아니라 밉기까지 했다. 만나면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아주리라 생각했다. 교실 뒷문을 열었다. 반 애들의 시선이 모두 이쪽을 향했다가, 다시 제각기 흩어졌다. 텁텁한 공기가 발목을 적셨다. 


 


 


 


 


 


 


 

" …. "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발이 바닥에 붙은 듯 떨어지지 않았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김태형의 번호를 눌렀다. 다섯 번의 통화음 후 소리샘으로 연결한다는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내리 일곱 번의 전화를 걸었다. 모두 받지 않았다. 나를 지나치는 애들의 시선이 지난 밤 그의 시선보다 못 견디게 괴로웠다. 무거운 발을 억지로 옮기려는데 액정에 메시지 창이 떴다. 김태형이었다. 


 


 


 


 


 


 


 

/ 옥상으로. 


 


 


 


 


 


 


 

녹슨 문은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열렸다. 문턱 밑부분에는 하얗게 먼지가 앉아 있었다. 천천히 옥상 밖으로 걸었다. 그 때, 바람이 불며 담배냄새가 실려왔다. 냄새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위태로운 모양으로 난간에 기대어 담배를 태우는 김태형이 있었다. 눈은 나를 향한 채였다. 처음이었다. 김태형이 담배를 문 모습을 본 것, 그렇게 서늘한 눈을 한 것. 마치 내가 모르는 사람처럼. 한 걸음씩 그를 향해 나아갔다. 담배를 머금은 입에서 뿌옇게 연기가 퍼지는 순간 그 자리에 멈춰섰다. 더 이상 다가갈 수 없었다. 등줄기를 따라 서늘한 기운이 퍼지며 온 몸이 떨렸다. 


 


 


 


 


 


 


 

" 나한테 왜 이래. " 


 


 


 


 


 


 


 

어이없게도 나오는 말은 이것 뿐이었다. 그는 대답 대신 하얗게 연기를 뿜었다. 


 


 


 


 


 


 


 

" 왜, 왜 그랬어…? " 

" 그냥. " 

" …. " 

" 니가 싫거든. " 

" … 내가 싫다고. " 

" 아, 그냥이 아니네. 싫어한다는 이유가 있으니까. " 


 


 


 


 


 


 


 

그렇게 말하곤 담배를 깊게 한 모금 빨았다. 그 모습이 내가 알던 김태형과는 달리 너무나도 퇴폐스러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가만히 입술을 물었다. 


 


 


 


 


 


 


 

" 널 좋아하는게 아니었냐고 묻고 싶지. " 

" …. " 

" 똑똑한 머리 잘 굴려봐. 난 너한테 좋아한다고 말한 적 없거든. " 

" …. " 

" 물론 싫어한다고 한 적도 없지만. " 


 


 


 


 


 


 


 

그는 피우던 담배를 비벼 끄고 내게 걸어왔다. 입가엔 매캐한 향을 풍기는 연기가 옅게 남아있었다. 싸하게 내려보는 눈이 목을 조르는 듯한 느낌이 들어 마른 침도 제대로 삼킬 수 없었다. 


 


 


 


 


 


 


 

" revenge. 뭐야? " 

" …. " 

" 복수. " 


 


 


 


 


 


 


 

불현듯 앳된 얼굴 하나가 스쳐지나갔다. 그의 얼굴 위로 겹쳐진 또 하나의 얼굴이 낙인처럼 남았다. 머리가 웅웅 울렸다. 무언가에 홀린 듯 입을 열었다. 


 


 


 


 


 


 


 

" 김주형. 죽었잖아. " 

" …. " 

" 죽었잖아. " 

" …. " 

" 맞다. 쌍둥이…. " 

" 이제 넌 무수히 많은 무릎을 지날 일 밖에 남지 않았네. " 

" …. " 

" 축하. 아, 이건 선물. " 


 


 


 


 


 


 


 

그는 축 늘어진 왼쪽 손을 잡아 제 손에 들린 걸 억지로 쥐어주곤 어깨를 두 번 두드렸다. 옥상 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제서야 쥐어진 손을 펼 수 있었다. 관절이 뻑뻑하게 움직이며 손바닥을 보였다. 손에 담긴 건 한 마디 정도 길이의 담배꽁초였다. 헛웃음이 나왔다. 나는 그런게 아니었는데. 난 그냥 내 자리를 뺏은 그 애가 너무 미워서, 그래서 그 애가 없어졌으면, 죽었으면 하고 바란거야. 내 자리 지키겠다는게 죄야? 우리 엄마 아빠 사랑을 생판 남인 애가 가져가는게 미웠어. 그런 애가 받는 사랑도 나는 못 받았어. 사랑 한 번 받아보고 싶었던 게 죄야? 그런게 다 죄인거야? 아, 아아. 


 


 


 


 


 


 


 

" 아… 나는…. " 


 


 


 


 


 


 


 

헛웃음만 나왔다. 


 


 


 


 


 


 


 


 


 


 


 


 


 


 

" 야야. 시험 마지막 날에 죽은 애 있잖아. " 

" 누구? " 

" 그, 소문 이상하게 난 애. 문과반에 공부 잘 하던. " 

" 아. 맞다. 자살했다고 했나? 으, 소름돋아. 자살할 생각을 하냐. " 

" 솔직히 소문이 심하긴 했어. 그럴 애 아닌 것 같았는데. " 

" 니가 제일 많이 떠들었거든. " 

" 시끄러워. " 

" 여튼, 그 소문 낸 애가 누군지 아냐. 완전 대기업 아들. 돈으로 학교 매수해서 이런 얘기 밖으로 안 나가게 한 거. 대박. " 

" 그런 애가 여기 다닌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 " 

" 어, 나도 들었어. 일부러 신분 숨기고 다닌다던데. 교무실에서 그런 얘기 들은 애도 있고. " 

" 헐. 개오바야. " 

" 더 충격적인게 뭔지 알아? " 

" 뭔데? " 

" 죽은 애 부모가 그 그룹 계열사 하나 넘겨받는 조건으로 함구하기로 했대. " 


 


 


 


 


 


 


 

복도 끝에서 새어나오는 밀담은 계단을 타고 내려오는 태형의 귀에도 실려왔다. 그는 양 손을 교복 주머니에 꽂은 채 터벅터벅 계단을 걸었다. 걸음을 내딛을 때 마다 머리칼에서 담배냄새가 배어 나왔다. 


 


 


 


 


 


 


 

' 나 아냐. 나 안 그랬어. ' 

' 널 믿어. 나는 믿어, 주형아. 니가 그런 짓 했을 리가 없지. 그치. ' 

' 형 너 보고 싶어도 착하게 말 잘 듣고 자라서 어른 되면 만날 수 있다고 그랬는데. 그래서 보고 싶은 거 참고 착하게 지내려고… 그랬는데. ' 

' 나는 다 알아. 너 억울한 것도 다 알아. 거기서 꼭 너 꺼내줄게. 아닌거 다 밝혀서 내가 꺼내줄게. ' 

' 태형아. 나 강간 안 했어. 하려고 한 적도 없어. 김아미, 걔가 다 거짓말 친거야. ' 

' 알아. 니가 아니라 걔가 거짓말 친 거, 알고 있어. ' 

' 나 꺼내줘야 돼. 태형아, 나 꼭 여기서 나가게 해줘야 돼. 여기서 살기 싫어. 다시 수녀님한테 가도 좋으니까 너랑 살고 싶어. 너랑…. ' 


 


 


 


 


 


 


 

빈 교실에는 싸늘한 공기만 내려앉아 있었다. 태형은 책상 사이를 느리게 걸었다. 미끈한 책상을 따라가던 발은 유난히 깨끗한 책상 앞에서 멈췄다. 국화꽃이 한 송이 놓여 있었다. 여기서 가장 더러운 자리. 태형은 여전히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다리를 고쳐 섰다. 


 


 


 


 


 


 


 

" 왜 죽었어? 짜증나게. " 


 


 


 


 


 


 


 

돌아오는 답이 없는 물음이었다. 


 


 


 


 


 


 


 

" 나는 사 년을 기다렸어. 주형이 죽은 뒤로. " 

… 

" 근데 넌 생각보다 약하구나. 찝찝하고 허무하다. 너 때문에. " 


 


 


 


 


 


 


 

태형은 두 주먹을 책상 위로 들었다. 허공에 펴진 손에서 국화꽃잎이 흩날렸다. 눈이 오는 것 같았다. 꽃잎은 책상 위를 소복히 덮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해서는 안 된다. " 

… 

" 이딴 말은 누가 만든거야. " 

… 

" 좆같게. " 


 


 


 


 


 


 


 

다 좆같다. 진짜. 태형은 곱씹었다. 


 


 


 


 


 


 


 

Fin.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리네요. 

처음으로 쓴 back back back 은 단편글이었는데, 몇 분께서 다음편을 기대한다고 해 주셔서... (당황) 

번외를 따로 써볼까 생각도 했지만 처음부터 저 부분만 생각하고 쓴 글이라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ㅜㅜ 앞으로 단편 글에는 마침표시를 남길게요. 

아, back back back BGM은 Stacie Orrico - Stuck 이에요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 


 

+) 

치환기능적용 01/30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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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금손금손 ㅠㅠㅠ 진짜 완전 집중해서 읽었어요
저번에 올리신 글 읽고 신알 신청했는데 .. 정말 취향저격이에용 !!!!!!!!!!

9년 전
독자2
오......잘읽었습니다......저번글도 잘읽었는데 이번글도 정말재미있어요!!!
9년 전
비회원81.73
세상에..... 작가님 글은 저번것도 그렇고 분위기가 대박인거 같아요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3
세상에... 글 분위기 장난아닙니다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랑해요 작가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4
우와 진짜 대박이에요
9년 전
비회원116.146
와....분위기봐...진짜너무좋아요 소름....ㅠㅠㅠ글써주셔서감사합니다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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