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민윤기와 점심을 먹고 전학생에게 말을 걸어봐야 겠다고 다짐을 하며 교실로 향했다.
으 역시... 얼굴이 반반한 전학생은 이미 많은 학생들에게 둘러쌓여 있었고 난 말 한마디 걸 생각도 못 한 채 민윤기에게로 다가갔다.
"윤기야아..."
"뭐야 왜이래"
"전학생 인기 많다 그치?"
"그런가보지"
"친해지고 싶었는데..."
워낙 사람을 좋아하고 사교성이 좋은 난 전학생의 이름도 알아내지 못하고 점심시간이 끝났다는 것에 좌절을 하고 있었다.
5교시는 물리, 아 왜 물리는 맨날 5교시야 가뜩이나 졸린 과목인데... 하며 고개를 숙이려는 순간 내 책상으로 뭔가가 들이밀어졌다.
'또 자게?'
전학생이 노트 한 구석에 쪽지를 적어 내게 내밀었다. '아... 나 하루종일 잤지... 나 학교 와서 잠만 자는 돼지로 보겠다...' 하며 한숨을 내쉬곤 펜을 잡아 전학생이 전해 준 노트 위로 물음에 답을 했다
'물리는 버티기 힘들어...'
'우와, 너 잠 되게 많은가봐'
'그것도 그렇긴 한데... 근데 너 인기 많더라ㅋㅋ'
'전학생은 원래 주목 받잖아ㅋㅋㅋㅋ'
'에이 전학생이라서가 아닌 거 같은데?'
'그럼 뭐, 잘생겨서ㅋㅋ?'
'너 왕자병 장난 아니다'
'병이 아니라 왕자지ㅋㅋㅋㅋㅋ'
'예예 왕자님, 그래서 왕자님의 성함은 어떻게 되시나요'
'이제야 물어 보는 거야? 전정국'
'전정국...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왜 이렇게 익숙하지?' 이름이 흔한 것도 아닌데 굉장히 익숙한 느낌이 들어 혼자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전학생이 내 책상을 툭툭 쳤다.
책상을 보니 전학생이 노트에 무언가를 적는다.
'넌 ㅇㅇㅇ 맞지?'
'헐 내 이름 어떻게 알아?'
'아까 조회 시간에 선생님이 ㅇㅇ이 옆자리에 앉으면 되겠다고 하셨거든ㅋㅋㅋㅋ'
'아... 뭐야, 난 또 나랑 너랑 아는사이였나 했잖아'
'였나가 아닐텐데ㅋㅋㅋㅋㅋ'
'응?'
그렇게 정국이와 노트에 끊임없이 낙서를 하던 중 담임이 내 이름을 불렀다.
"ㅇㅇㅇ! 넌 자거나 딴짓 하거나 둘 중 하나야? 정국이까지 끌어들여서 딴짓을 해야겠어? 복도로 나가있어"
"아 쌤~ 한 번만 봐주세요~"
"안 돼. 정국이랑 복도로 나가, 이 추운날 복도가 얼마나 괴로운지 알아야 앞으로 수업 열심히 듣지"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 정국이와 복도로 나가는 중 책에 낙서를 하다 날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민윤기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는 민윤기가 얄미워서 나가다 말고 손을 번쩍 들고 외쳤다.
"쌤! 민윤기 책에 낙서하고 있었대요!!!!"
"민윤기 너도 같이 나가!!"
괜히 나 때문에 나가게 되자 억울하다는 눈빛으로 쌤을 쳐다보곤 내게 눈을 돌려 날 째려보는 민윤기다.
뭐 어쩔 건데? 날 째려보는 민윤기에게 내 혀를 자랑하곤 얼른 복도로 나왔다. 정국이와 복도로 나와 서자 그 뒤를 뒤따라 민윤기가 나왔다.
"ㅇㅇㅇ, 뒤진다 니 진짜"
"내~가~뭐~얼~? 책에 낙서한 니 잘못이지"
"아가리 다물어라."
"시~룬~데~"
그렇게 민윤기와 투닥거리다 정국이가 생각나 민윤기에게 정국이를 소개시켜줬다.
"너 전학생이랑 인사도 안 했지? 얘 이름은 전정국이래"
"알거든"
"헐 어떻게 너가 설마 먼저 말을 걸었다 거나 말을 걸었다 거나 말을 걸었다 거나 한 건 아니지...?"
"문디야, 쟤 아침에 소개 다 했다."
"아...!"
그렇게 민윤기와 바보 같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정국이가 우리에게 말했다.
"너네는 전에 서로 죽고 못살더니 이젠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네"
"그러는 니는 여전히 얘가 예쁘냐?"
"...?"
"우리 ㅇㅇ이야 항상 예쁘지~"
"미친놈"
"뭐야 이 상황...?"
"너 얘 기억 안 나? 전정국, 우리 같은 초등학교 다녔잖아"
"같은 초등학교 다녔다고...?"
"어 너 예쁘다고 맨날 결혼해달라던 그 전정국"
"설마... 그 쬐끄매서 맨날 나한테 사탕이랑 초콜릿 주던 전정국...?"
"그래 가스나야"
"헐...?"
"이제 기억났나 보네"
민윤기의 말을 듣고서야 전정국이란 이름이 익숙했던 이유가 생각났다.
초등학교 다닐 때 정국이는 키가 엄청 작았고 그런 정국이를 놀리는 장난꾸러기가 하나 있었다. 정국이는 걔한테 놀림 받고도 아무 말도 못하길래 내가 화를 냈던 적이 있었다.
그 뒤로 정국이는 내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매일 사탕과 초콜릿을 주면서 내게 결혼하자고 했고 민윤기는 그런 전정국을 못마땅해했다.
어렸을 때 부모님끼리 친하면 다들 한번씩은 물어보듯이 윤기네 이모가 내게 'ㅇㅇ이는 나중에 우리 윤기랑 결혼 할 거지~?' 하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나는 그렇게 묻는 이모에게 민윤기를 한 번 쳐다보곤 말했다. '음... 술이나 담배 안 피면!' 이모는 아직도 그 대답 가지고 나를 놀린다.
전정국이 나를 쫓아다닌 후에 이모가 '우리 ㅇㅇ이 윤기가 담배 안 피면 정말 결혼 할 거야?' 라고 물었는데 내가 거기에다 '음... 나는 윤기랑 정국이랑 둘 다 결혼할래!' 라고 대답했었다. 민윤기는 그게 충격이였는지 전정국을 굉장히 싫어했고 정국이가 나한테 다가오면 항상 한마디씩 하곤 했었다.
근데 그렇게 작고 작고 작아서 키번호 1번이였던 정국이가 저렇게 커서 왔으니 못알아 볼만도 하지...
"와 너 키 진짜 많이 컸다...! 난 중학교 들어오고 키가 안 커..."
"중학교 입학하고 확 컸지 난 너가 나보다 작으니까 되게 이상하다"
그렇게 정국이와 떠들던 중 선생님이 나와 우리를 불렀다.
"ㅇㅇㅇ, 민윤기, 전정국 들어와."
교실에 들어오며 민윤기의 얼굴을 보니 여전히 전정국이 맘에 안드는 눈치다. 다 지난 예전 일이 뭐라고 아직도 저러는지...
내가 미안하다 윤기야... 너에게 더 많은 친구를 사귈 기회를 줬어야 했는데, 나랑만 붙어 다녔는데 그런 내가 전정국하고 결혼한다는 말을 했으니... 어린 맘엔 적잖이 충격이였겠지...
교실에 들어와 시계를 보니 수업 시간이 5분도 채 안 남았다. 선생님은 수업을 끝내시고 우릴 부른 건지 교실에 있는 애들은 모두 전멸했다.
아 물론 나랑 전정국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민윤기만 빼고.
그 날 민윤기는 학교가 끝날 때 까지 정국이에게 경계태세를 취했고 난 그런 민윤기에게 잔소리를 하느라 진을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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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카롱입니다! 글을 쓰다보니 괜히 시점을 주인공 시점으로 잡았나 싶네요...
제약이 너무 많은 거 같아요ㅠㅠㅠㅠ 어느편에서 갑자기 작가 시점으로 바뀌어도 놀라시면 안 됩니다...!
오늘도 읽어주신 분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암호닉♡
♥노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