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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이 돌아가고난 뒤, 한참을 생각했다. 인이어에서는 더이상 아무런 지시도 내리지않았다. 그렇게 침묵만이 방을 맴돌았다. 테이블 위에 올려진 소총을 만지작거렸다. 앉아있던 몸을 일으켜 인터폰을 바라봤다. 그렇게 몇분을 인터폰만 보고있었던 것 같다. "워," 저벅저벅 걸어오던 태형이 도어락키를 열었다. 인터폰만 바라보던 내가 급하게 문을 열어 총구를 태형의 머리에 겨눴다. 충동적인 생각이 였다. 감정을 절제하는 법은 처음부터 배우지도 않았다. 총이 본인 머리를 향하고 있는 순간에도 태형은 여유로웠다. 도어락을 열던 태형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보기보다 급하네." 띠리릭-, 문이 열리는 순간 태형이 내 손목을 낚아챘다. 엉겁결에 태형의 집 안으로 들어서게됬다. 닫힌 현관문으로 등을 붙였다. 총을 잡은 손은 내리지않았다. 긴장할 여유따위는 없었다. "나랑 친해져야 된다며," "...뭐?" "이거 뭐 내노라하는 조직이 이렇게 허술해서야." 태형이 총을 탁 소리나게 치웠다. 힘이 빠진 손은 그대로 따라 내려왔다. "차차 알게될텐데, 뭘 그렇게 급하게 행동해" "..." "재미없게." 태형이 문쪽으로 붙어있던 나를 향해 다가왔다. 내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이 실렸다. 그러다가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 다시 나를 쳐다봤다. "너 사람 죽이지," "..." "나도 사람 죽여." 청부살인을 맡던 나를 알고 있었다. 조직원을 제외하고서 그 누구도 내가 살인을 저지른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김태형은 알고있었다.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는 태형을 바라봤다. 태형이 얼굴을 들이미는 탓에 시선을 내리깔았다. 니가 졌어. 말하는 눈빛을 굳이 직접적으로 확인하고싶지않았다. "나 스파이아니야." 태형이 몸을 숙였다. 눈 앞에 총이 있는데도 당황하는 기색은 없었다. 가까워진 얼굴탓에 태형의 숨소리마저도 크게 들릴지경이였다. "킬러야." "..." "너를 죽이러 왔어." 잡고있던 총을 당기려는 순간 손에서 총이 사라졌다. 태형이 총을 흔들어보이며 '이거?' 작게 웃었다. 그러다가 또 크게 웃었다. 여간 미친놈이 아니였다. "좀 봐줄게," "좆까" "예쁘니까." 하이브리드 피플 (Hybrid people) : 숨겨진 본연의 모습 몇년전 마카오에서 마약에 빠진 아이를 죽이라는 지시를 받았었다. 지시를 받은과 동시에 아이를 죽였다. 손을 덜덜 떨면서 목표물 하나 제대로 맞추지 못한 시절은 옛 일이였다. 나는 더이상 두려울 것이 없었다. '그 아이 아버지가 사실을 알았어. 상대편 쪽에 의뢰한거야, 그리고 그 목표가 너고' "그럼 씨발 미리 말을 해줘야 될.." '말을 했으면, 니가 그대로 따라줘?' "적이랑 친구하라는 개짓거리는 왜 시킨거야, 적과의 동침이냐 개새끼야?" '어쩔수없었어, 그래야 김태형 파악하기가 쉬우니까' 빈 교실에서 남준과 인이어를 통해 대화를 나눴다. 어제 그 일이 있고난 후로 밤새 잠이 들지 못했다. 편하게 잠을 자고 있는 것도 웃긴 장면이였겠지만. '그리고 옷은 화장실에서 갈아입어' '뭐?' '좋은 구경시켜줘서 고맙긴한데, 몰래 보는 입장이라 양심에 찔려서' 어제 집을 나오기전 나에게 말을 하던 태형을 떠올렸다. 좆같은 새끼, 능글맞은 미소가 퍽 재수없었다. 지시가 내리지 않는 이상, 살인은 꿈에도 꾸지않았다. 그 날 처음으로 사람이 죽이고 싶었다. "싸이코같은 새끼야 진짜." 상대에 정체를 알고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나와야했었다. 그냥 적과 적. 그이상도 그이하도 아니였다. 태형의 행동을 지켜볼수있는 유일한 장소이기도 했다. '그리고 김태형 홍콩에 있었어, 너 예전에 만난 적도 있었는데. 기억 못하는 것 같길래' 마카오에 살던 시절은 아빠와 파트너였던 남준이외의 대화를 나눌 사람은 없었다. 언어의 장벽이 있기도 했었고, 낯을 많이 가리던 탓도 있었다. 기억에 전혀 남는 인물도 아니였고 그저 같은 지역에 머물렀 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안녕." 태형이였다. 책상에 축늘어져있던 몸을 일으켰다. 어제 이후로 더욱더 반감이 드는 얼굴이 였다. "혼자있길래 와봤어." 여간 미친놈이 아니였다. 내가 첫 날 태형에게 건넨 말이였다. 이게 대체 무슨 컨셉일까 생각했다. 토씨하나 틀리지 않은 대사였다. 바뀐게 있다면 내가 앉은 자리에는 태형이, 태형이 서있던 자리에는 내가 서있었다. --- 안녕하세요 별땅입니다 1일 2연재 언제까지 갈까요.. 저도 놀라운데요 허허 여러분이 생각하셨던 내용과는 좀 다르게 가고있죠? 반성하겠습니다. 글을 너무 막싸지르지않는 진중한 사람이 될게요 .. ㅠㅠ 암호닉은 어찌할까하다가 신청해주신 모든 분들을 적어봅니다 ! 우유님과 됴종이님, 김치찌개님 봄님! 빠지신분 없지요? 감사드려요 정말^^* 항상 마음이 쓰이네요 오늘은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 혹여나 글이 마음에 안드시는것은 아닌지! 댓글달아주시는 분들을 비롯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