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그대들! 조팝나무에요.
이번에는 비교적 빠른 속도로 찾아왔죠? 헝헝..
칭찬해주시떼 칭찬해주시떼
여리와 명수가 갈등 아닌 갈등을 겪게 될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 (좀 요상하지만)
생김은 코믹을 지향하는 학원물입니다! 그, 그런데 안웃기다는게 함정. 무, 무리수투성이인 개그가 들어갔다는게 함정.. ☆★
달달을 맡고 있던 수열이들의 역할이 확! 달라지겠군요. 이제 달달은 야동이들에게 바톤 터치 뙇! ㅋㅋㅋㅋㅋㅋㅋ은 무슨 갖다붙이깈ㅋㅋㅋㅋ
아직도 손이 풀리지 않은 것 같아요.. Hㅏ.. 어, 얼른 노력해서 더 나은 퀄리티로 찾아뵐게요!
아! 다음편은 현성이들과 야동이들이 등장할 것 같아요. 분량 조절에만 실패 안하면.. 넹...
언제나 말씀드리는거지만 제 소설을 읽어주시고 사랑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빠른 시일 내로 25편 리리플도 다 달러 갈게요! 그대들 모두 좋은 하루!
+bgm은 Wouter Hamel - Breezy 입니다.
+표지가 새로 추가 되었어요!
예쁜 표지 선물로 주신 남위엔 그대와 이말랑 그대 너무 고마워요! 잘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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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서클이 턱 밑까지 내려와 어제보다 오늘 더 처참해진 얼굴을 들고 칠판을 멍하니 바라보던 성열이 제 옆에 있는 호원에게 시선을 돌렸다. 칠판에 빼곡히 적혀있는 하얀 글씨가 아닌, 그 너머의 무언가를 보고 있는 것 처럼 허공을 응시하고 있던 눈이 갑자기 자신에게 꽂혀오자 알게 모르게 힐끔힐끔 성열의 상태를 살피던 호원이 흠칫 하며 몸을 떨었다. 아뿔사! 하마터면 어제 문구점에서 큰 맘 먹고 4000원 주고 산 샤프를 먼지가 굴러다니는 저 땅바닥과 조우 시켜줄 뻔 했다. 아찔했던 경험은 뒤로 한 채, 호원은 이 비운의 여장 변태의 맹하고 텅 빈 두 눈 속에서 자신이 심심풀이 땅콩으로 즐겨하는 숨은 그림 찾기 24탄 (무려 마지막 스테이지 바로 전 단계다. 참고로 플래쉬 게임 매니아 호원도 지금까지 클리어 하지 못한 극강의 난이도.) 과 맞먹는 난이도의 숨은 초점 찾기를 시작했다.
"이성열, 너 어제도 잠 못잤냐?"
끄덕끄덕-. 걱정이 묻어나오는 목소리에 성열이 작은 머리통을 힘없이 아래위로 주억거렸다. 이틀밤을 거의 쌩으로 날려버린 성열의 몸은 이미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니미럴, 이러다가 내일 쯤이면 고귀하신 염라대왕님의 실물을 목격하고 네이트판에 후기 사진 有재석 따위의 제목이나 달고 키보드를 뚜당길 것 같다. 그 정도로 몸 상태라 메롱이라는 뜻이다. 금방이라도 영안실에서 새 살림을 차려야할 것 같은 안색의 제 친구를 바라보는 호원의 얼굴이 제법 비장하다. 선생님, 성열이가 많이 아파서 그러는데 양호실에 데려다줘도 되요? '꾀병 탐지기' 라는 또 다른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깐깐한 탈레반 선생님이 보기에도 성열의 상태가 구렸는지 바로 허락이 떨어졌다. 수긍의 고갯짓을 보자마자 병든 닭처럼 골골 거리는 성열을 부축하고 나선 호원의 넓은 등판을 따라붙는 현성 커플의 눈초리가 걱정스러운 빛을 띄우고 있었다. 인터넷 기사에 방송 캡쳐가 떡 하니 박힌 채 이름이 수십, 수백번 오르내린 것 뿐만 아니라, 어제 점심시간에는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화성인 바이러스 제작진한테 연락까지 왔더랜다. "얼짱 삼십덕후" 라는 수식어를 달고 코스프레를 하고 나와서 명동 거리를 돌아다니는 장면까지 촬영하자는 제안을 받았더랜다. 언젠가 TV를 보며 뭐 저런 인간이 다 있냐고 궁시렁 댄 적이 있던 십덕후보다도 3배는 강화된 그 호칭에, 간질을 앓고 있지도 않은데 레알 거품 물고 졸도할 뻔한 요 비운의 사나이를 달랜 성규는 정확히 5교시 쉬는 시간에 교탁 앞에서 모두를 향해 선언했다. 온몸에 있는 관절 하나 하나마다 주먹으로 찜질 받고 싶지 않으면 이성열 앞에서 아닥하라고. 너무도 박력있는 그 모습에 우현과 호원이 반 아이들 앞에서 조촐하게 '반짝반짝 여리쨩노 훼이스' 콘서트나 열려고 했던 계획을 단숨에 접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는건 성규만 모르는 비밀. 고작 이틀 사이에 너무나도 많은 일을 겪어버렸구나. 불쌍한 놈 같으니라고. 성규가 혀를 끌끌 찼다.
"점심 시간에 깨우러 오겠음. 이번엔 빵빵한 생크림크림빵 사올게. 괜찮지?" "으응, 고마워." "고마우면 얼렁얼렁 숙면을 취하시죠, 이성열씨." "아잌, 개똥도 쓸 데가 있다더니 호원이 너도 마찬가지구나! 너무 고마워! 넌 정말 좋은 친구야!"
몸 상태가 맛이 갔다고 해도 성열은 2학년 4반 공식 해맑은 저격수로써의 말빨을 고이 간직하고 있었다. 이건 뭐 고맙다는건지 비꼬는건지 전혀 모를 화법에 고개를 갸우뚱한 호원이 각도 변화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하는 고지식한 제 입꼬리를 애써 끌어올리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쨌든, 내가 아는 이성열이 돌아온 것 같아 다행이다. 답답하다고 만류하는 손짓을 억지로 잠재운 채 굳이 이불을 성열의 턱 끝까지 끌어올려주며 불필요한 친절을 베푼 호원이 그제서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양호실을 나섰다. 아잌, 이호원 저 새끼는 병 주고 약 주는거야 뭐야. 방송에 나온걸 손수 캡쳐까지 떠서 하루동안 카톡 프로필 사진으로 해놨던 주제에. 김성규 때문에 지 정강이 보호 차원에서 얼른 바꾼거 누가 모를 줄 알아? 그리고 또 그 듣기만 해도 고막 세포 하나하나가 썩어들어가는 노래는 또 뭐고. 궁시렁 궁시렁. 사실, 성열이 이틀동안 총 5시간의 숙면도 취하지 못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무한남고 전교생이 알듯이, 악마의 편집의 희생양의 대표적인 예로 낙인이 찍혀 마음고생을 한게 그 중 하나라면, 하얗고 맨들맨들하기만 했던 성열의 얼굴에 거무죽죽한 음영이 자리잡게 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양호실 천장을 말똥말똥 응시하던 퀭한 두 눈이 점점 감겼고, 이불을 꼭 말아쥐고 있던 두 손에서 서서히 힘이 빠져나갔다. 총 37통의 부재중 전화와 100통을 훌쩍 넘긴 대답없는 카카오톡 메세지들의 대가로 일주일치 식사의 칼로리 대부분을 명수의 질문 플러스 잔소리 폭격에서 살아남는데 소비해야만 했던 성열의 눈꺼풀이 느릿느릿하게 감겼다 뜨여졌다. 전화는 왜 안받으며, 그 시간에 대체 무얼 했는지, 그리고 뉴스 인터뷰에 대한 진실을 A4 용지 네 장의 분량으로 서술할 뻔 했던 성열은 어제 진정한 지옥을 맛보았다. 아잌, 나는 형이 그렇게 말이 많은 줄 처음 알았어. 조곤조곤 오목조목, 무표정으로 요점만 딱 찝어 말하는데도 어쩜 그리 콤보로 쏘아대던지 이 명느님 빠돌이는 사실 약간 자신의 명느님이 무서워질 뻔 했다. 지극한 얼빠인지라, 조각 같은 얼굴을 마주한 후에 그 시덥잖은 두려움이 싸그리 몽땅 사라져버렸지만 말이다. 아, 오늘로써 매점느님으로 볼 수 있는 명수 형은 마지막이라 꼭 찾아가야 하는데... 음냐음냐. 아직도 귀에 웅웅 거리는 것 같은 명수의 목소리에 입을 벌리고 알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던 성열이 그대로 거역할 수 없는 잠의 세계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
"에이씨, 루피 수배지다. 아잌, 집에 4개나 더 있는데 우리 호원이 빵 골라오는 솜씨가 어쩜 이리 그지 같니!" "고마워하지는 못할 망정 어디서 불만질이야? 이 새끼를 때릴 수도 없고." "야, 성열이 얼굴에서 반짝반짝 빛이 날 때 까지만 봐줘. 가뜩이나 힘든 애를."
윽-. 아오, 존나 아파! 빡 소리와 함께 정강이 쪽에 몰려있는 통점을 제대로 자극당한 덕분에, 우현이 자신의 다리를 부여잡고 방방 뛰며 고통을 호소했다. 내가 그 얘기 꺼내지 말랬지. 어느정도 기운을 차린 성열을 은근슬쩍 놀려먹으려던 혐의가 의외로 자신의 울타리에 들어온 사람들에게는 강한 애착을 발휘하는 성규 덕에 미수로 끝나버렸다. 그래도 제 애인이라고 어느 정도 강도를 조절해서 찬건데 그것도 좀 과했나 싶었다. 순한 눈꼬리에 눈물 한 방울을 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죄책감이 밀려와 성규는 괜시리 큼큼 헛기침을 하며 옆에 앉아있는 우현의 정강이를 살살 문질러주었다. 거봐, 하지 말랬잖아. 방금 전보다는 확실히 날이 서있던 가시를 눕힌 것 같이 순한 말투였다. 그 때 어디선가 갑자기 들려오는 친숙한 벨소리. 숨겨도 트윙클 티가 나. 눈에 확 띄잖아. 언젠가 성열이 보여줬던 악몽 같은 춤사위가 머릿 속에서 자동으로 리플레이 될 것 같은 예감 아닌 예감에 동시에 거센 도리질을 친 아이들이 그 핸드폰의 주인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똑똑한 핸드폰의 화면에는 생소한 숫자 11자리가 둥둥 떠다녔다. 이성열, 빨리 받아, 얼른! 호원이 재촉했다. 아직 늦지 않았어! 아직까진 참을 수 있다고! 저 노래 꺼버려! 우현이 더욱 다급한 소리로 재촉에 재촉을 더했다. 아잌, 사실 좀 무서워. 또 화성인 바이러스 아니야? See bird, 나보고 무슨 페이트쨩이니 뭐니 옷 입고 이경규 아저씨랑 기념 사진 찍으라 하면 이번엔 쌍욕지거리를 해버릴꺼야! 곱디 고운 태티서 누님들의 목소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성열의 뻣뻣한 몸짓을 결국은 떠올려버린 성규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통화 버튼을 눌러버렸다. 쳐받아. 짧지만 효과 만땅인 한마디였다.
"여... 여보세요?" [아노, 성열쨩노 핸드폰 맞냐능?] "맞.. 는데 누구신지...?" [헤에-? 초초초초 카와이한 여르여르쨩노 말투가 아닌데? 와타시와 춋토 (조금) 실망했다능!] "헐, 대박. 초면에 이런 말씀 드리기는 뭐하지만, 그러는 그쪽 말투는 니미 조또 실망인데... 아잌! 누구신데 저한테 이러세요? 아, 혹시! 그렇게 안봤는데 완전 끈질기시네! 저기요. 저 화성인 바이러스 안나간다니까요? 그리고 나 그 메가트론인지 메타 폴리스인지 뭐시기 오타쿠 아니라니까! 그거 MBC 문화 방송 씹새끼들이 편집 잘못한거라고! 아이고, 증말 미치고 팔짝 뛰겠네!" [여르여르쨩, 토닥토닥. 데헷-. 진정하라능.]
헐, 미친. 아, 땀나. 데헷은 또 뭐야. 아니, 뼛속부터 오타쿠 냄새가 진동하는 이 새끼의 정체는 대체 뭐야! 그리고 주막에서 국밥이나 한 그릇 말아달라할 것 같은 반도 사극의 흔한 산적 1의 목소리로 그런 오두방정 귀척은 하지말라고! MBC 문화 방송에 얼굴이 전국적으로 팔려나간 이후의 48시간 동안 계속된 한 개인이 평생 겪어도 다 못겪을게 뻔한 기상천외하고 스펙타클한 경험들의 범람 속에서 신경이 있는대로 날카로워진 성열이 자신에게 따라붙는 친구들의 의아한 시선들을 과감히 무시한 채 닭살이 오소소 돋은 두 팔을 벅벅 긁었다.
"야 이 새꺄, 너 누구야! 내 번호는 또 어떻게 알았어!" [와타시와 디시 일본 애니 갤러리에서 갤통령을 맡고 있는 페이트하악하악이라능. 여르여르쨩을 9시 뉴스에서 본 순간 오, 미라클데스! 나는 느꼈다능! 기적은 바로 너란걸!] "아......."
아, 씨바, 할말을 잃었슴다. 진심으로 저 와타시 와타시 거리는 입을 꼬매주고 싶어져 버렸슴다. 내가 디시인들한테까지 신상을 탈탈 털리다니. 젠장 맞을! 3년동안 월급을 쏟아부은 적금 통장을 털린 것과 비슷한 정신적 데미지를 받았다. 성열은 대체 자신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런 일들을 겪어야만 하는지 궁금해졌다. 임금님 독살 시도에 대규모 반란까지 콤보로 일으켰어도 이보다 더 재수없는 형벌을 받지 않을 것 같았다. 빵빵한 생크림으로 가득 채워진 생크림크림빵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며 오랜만에 제정신으로 미각 탐험길에 오르나 했는데 내 뒷덜미를 턱 잡아버리는 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변태 냄새가 날 것 같은 놈팽이는 대체 어디서 뭐하는 미친 놈일까? See, see bird. 게다가 페이트하악하악이랜다. 존나 일본에서 직접 공수한 피규어들을 일렬로 모아놓고 딸딸이를 칠 것 같은 포스의 닉네임이다! 화성인 바이러스 출연 제의를 처음 받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어이와 할말이 동시에 증발되어버리는 생경한 기분을 느낀 성열은 숨소리를 내고 있을 뿐이었다.
[여르여르쨩에게서는 친숙한 오오라가 느껴진다능. 마치 나와 밤마다 은밀한 시간을 침대에서 보내는 페이트쨩 베개 같은 느낌이랄까나. 데헷-.] "에라이, 이런 미친 변태 새끼를 봤나! 데헷이고 자시고, 야, 끊어!" [아노, 신혼여행은 일본 온천 여행 어떠냐능? 온천욕도 하고, 후지산도 보고, 여르쨩 알몸도 보ㄱ..]
뚝-. 이런, 신발색깔! 스토커다. 이 새끼는 틀림없는 악질 스토커다. 금방이라도 영혼이 빠져나갈 것 처럼 안면근육이 무너져내린 성열이 신경질적으로 아직 할부 기간이 15개월이나 남은 자신의 핸드폰을 내팽겨쳤다. 비록 직접 설명을 듣지는 않았지만 대충 어떤 상황인지 알 것 같았던 호원이 벌떡 일어나 킹콩에 빙의한 채 슴가 내리치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성열의 등을 토닥이며 진정을 시도했다. 성규야, 이성열 왜 저래? 자세히 말 좀 해줘. 분명히 통화를 하면서 한 편의 인생극장을 찍은 제 친구의 다이나믹한 표정을 보았을게 분명한데 오늘도 어김없이 우현은 자신이 가진 눈치의 밑바닥까지 까발려 보여주었다. 야, 너는 이 상황에서.. 또 눈치없이 굴면 거시기 까버린다. 성규야, 그건 너한테도 손해... 악! 남우현 이 새끼가 교실에서 못하는 말이 없네! 그에 성규가 제 연인의 불치병이라 볼 수 있는 둔감증을 탓하며 우현의 허벅지를 꼬집은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렇게 무한남고의 이름난 또라이 4총사가 2학년 4반을 무대로 오늘도 다양한 행위 예술을 선보이고 있을 때, 갑자기 교실 앞문이 드르륵 열리며 비집고 들어온 낯선 목소리가 있었다. 여기, 이성열씨 계십니까? 저, 전데 누구세요? 이 말을 요즘 들어 몇 번이나 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을 하며 겨우 정신줄을 붙잡고 성열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터벅터벅 이 비운의 고딩 곁으로 걸어오는 남자의 손에 들려있던 남고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무언가에 순식간에 수십개의 시선이 꽂혔다. 웅성웅성. 뭐야, 저거? 왠 꽃바구니? 얼핏 봐도 100송이는 되보이는 것 같이 푸짐한 장미꽃이 흐드러지게 들어있는 바구니가 성열의 책상 위에 놓여졌다. 아직도 상황 파악이 되지 않는 표정으로 어색하게 서있는 성열을 뒤로 한 채 호원이 바구니 속에서 커다란 하트가 수줍게 그려져있는 카드를 집어들었다. 아, 너희 명느님의 서프라이즈 이벤트인가 보다! 친구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일부러 장난스럽게 꾸며냈던 목소리가 그 문제의 카드를 펼친 순간 쏙 들어갔다. 명느님의 서프라이즈 이벤트는 개뿔 죽었다 깨어나도 아닌 것 같은 글귀를 그대로 맞닥뜨린 호원의 눈은 한 곳에 고정된 채 떠날 줄을 몰랐다. 뭐, 뭐야. 진심으로 what is this?
[이성열, 내 마.누.라.해.라. 쿡, 우리 사이, 오.늘.부.터.1.일]
저 참을 수 없는 온점 남발은 어느 나라 어떤 언어 문법에서 나온거라니.. 호원이 갑작스럽게 당한 안구테러에 자신의 시력이 떨어질 것을 걱정하며 말했다. 마성종이랑은 다른 종류의 오글 화법이네. 비교적 냉소적인 말투로 중얼거리는 성규의 옆에서 우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쪽지를 확인한 사람들의 썩어들어가는 안색으로 인해 꽃바구니로부터 반경 10m까지의 분위기가 거짓말처럼 가라앉았다. 아잌, 시벌세벌네벌, 이건 또 어떤 그지발싸개야? 꽃바구니를 배달 받은 시커먼 남고생이라니. 또 오지게 소문 돌겠구만. 정적 속을 가르고 들린 메세지 도착 알림 소리에 이제는 구설수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성열이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똑똑이폰 화면을 확인했다. [남자다운 말투를 써봤더니 춋토 (조금) 쑥스럽다능 (*´·д·) -페이트하악하악] ... 춋토가 아니라 조또 때려주고 싶은 놈이 바로 니 놈이었구나. 잡았다, 요놈. 오타쿠어와 서열0위반휘혈어를 아무 어려움 없이 술술 구사할 줄 아는 능력자의 등장에 피가 머리 끝까지 몰릴 정도로 감격한 성열이 어질어질한 정신을 겨우 다잡았다. 헐, 이성열, 여장 변태로 몰린 것도 모자라 이제는 스토커까지 붙었...악! 남우현, 우리가 지금 그걸 몰라서 말안하고 있는 줄 알아? 내가 제발 싸물고 있으랬지! 친절하게도 총체적 난국인 현재 상황을 단 두 줄로 정리해준 국민 둔탱이 우현에 얼굴이 사색이 된 성규가 차마 저에게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제 3의 다리에는 손대지 못하고 등짝 스매쉬로 응징을 대신했다. 그 와중에도 동공이 파르르 떨리는 성열의 눈치를 살펴주는건 친구로써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호원아, 나 갑자기 궁금해졌어. 한강의 수질은 몇 급일까? 물귀신이 된다는건 어떤 기분일까?" "서, 성열아. 이성열! 정신 차려! 내가 지금이라도 담임한테 뛰어가서 너 간질병 있다고 말해주면 돼? 조퇴할래? 응? 아, 그래! 내가 더 실감나게 니 입에 비누 거품도 넣어줄게! 그러니까 나쁜 마음 먹지말자!" "....필요없어, 하.. 성규야, 네팔로 가는 편도 비행기 티켓은 얼마일까?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식량 없이 수영복으로 몇일동안 버틸 수 있을까? 얼어죽는다는건 어떤 기분일까? 응?" "야, 이성열! 그런 약한 소리 계속 할래? 너 자꾸 그러면 그런 말도 못할 때까지 고놈의 주둥아리를 때려버리는 수가 있다! 빨리 앉아서 먹던 빵이나 마저 쳐먹어!" "....성규, 미워! ...우현아, 너는 내 말에 대답해줄꺼지? 여기서 가장 가까운 활화산은 어디일ㄲ... 웁!"
야, 쟤 입 막아! 성규의 충실한 몸종, 우현이 텅 빈 눈으로 불길한 질문만 골라서 하는 성열의 입을 강제로 벌리고 호원의 책상에 얌전한 자태를 뽐내고 있던 이프X를 넣었다. 없던 정신이 더 희박해질 지경에 이른 성열은 현재 자신의 목구멍을 타고 내려오는 이 정체불명의 액체가 저가 평소에 가래침 같다며 디스질을 일삼아하던 문제의 음료수임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꿀렁꿀렁 혀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넘어가는 음료수에 성열이 눈을 뒤집고 저항을 시작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 때 마침, 이 장희빈이 사약을 마실 때와 흡사한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한 쌍의 눈동자가 있었다. 제 어린 연인의 책상 위에 놓여있는 성열의 것으로 추정되는 꽃 바구니. 그 주위에 몰려있는 친구들. 무엇보다도, 성열이 직접 들고있는 분홍색 하트가 크게 그려진 카드. 혹시 자신이 달달 볶은 것 때문에 불편해서 매점에 행차하지 않나 싶어, 오늘 잠깐 놀러왔던 대학 친구에게 가게를 맡기고 성열을 보러 온 터였다. 무표정으로 성열을 바라보던 명수의 안면근육이 딱딱하게 경직되었다. 산소의 유입이 곤란해져 시뻘개진 얼굴이 부끄러운 마음에 불그스름해진걸로 자동 필터링이 되어보였다. 내가 사귀자고 했을 때도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언짢은 기색을 애써 숨길 생각 조차 없어보이는 이 잘생긴 청년의 눈빛은 어느새 형형한 색을 띄우고 있었다. 심지어 강제로 이프X를 투입당하고 있는 고통으로 얼룩진 저 모습도 기쁨의 축배를 드는 것처럼 보였다. 딱, 견적이 나오네. 더 이상 여기에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숙면 부족으로 인해 핏발 선 성열의 눈동자와 마주하는 순간에도 명수는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아무 미련 없이 등을 돌렸다. 아오씨, 나 망했다! 검은 머리. 검은 티. 검은 바지. 누구의 것인지 말안해도 딱 알 수 있는 올블랙 패션을 발견한 성열이 젖먹던 힘까지 다해 바둥거렸지만 친구라는 탈을 쓴 악마 놈들은 전혀 비켜줄 생각이 없는지 성열의 사지를 잡은 손에 힘을 풀지 않았다. 이 새끼, 딴 맘 못 먹게 힘 꽉 줘! 알았어! 아핰핰핰! 애들아, 뭐해? 어? 장동우! 빨리 이성열 다리 붙잡아! 쟤 자살 시도 할라 그래! 이제는 엎친데 덮친 격으로 열 장정 부럽지 않은 힘을 가진 동우까지 투입이 되었다. 고놈의 이프X인지 침인지 모를 액체가 질질 성열의 턱을 타고 흘렀다.
"야, 이 시발놈들아! 비켜보라고! 나 지금 엄청 급하다고! 형한테 가야된다고!" "아이고, 성열아! 명수 형한테까지 가서 그런 추할 꼴을 보이면 안돼! 아무리 니가 지금 너갱이가 나갔다고 해도 안되는건 안되는거야!" "아오! 이호원! 그게 아니고, 시발, 지금 완전 급하다니까? 형이 방금 여기 왔었다니까! 이거부터 놓으라고, 이 벼락을 맞아도 시원찮은 놈들아!" "뭔 개소리야! 이제 헛것까지 보이나 보네. 누가 담임 선생님 좀 불러와봐!" "야! 남우현, 어디가! 교무실 가지말라고! 그딴거 필요 없다고! 그냥 이거만 놓으면 된다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명수 형 딱 봐도 엄청 화난 것 같던데! 빨리 가서 풀어줘야 하는데! 안그러면 또 어제 꼴 나는데! 도움이라고는 개미 눈꼽 만큼도 안되는 지긋지긋한 새끼들 같으니라고! 아씨! 장동우는 괜히 지역구 일진이 아닌가 보다. 얘가 담당하고 있는 다리 쪽은 아예 움직일 수도 없다. 다급한 마음과는 달리 행동 반경이 점점 줄고 있는 성열은 지금 당장 미치광이가 되어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심정이었다. 쫌! 놓으라고! 아잌, 나쁜 생각 안품는다고! 이 웬수들아! 죽을 때 까지 평생 안고가고 싶었던 친구들과 진심으로 연을 끊고 싶어지는 충동 속에서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던 성열의 이 입만 활발한 반항은 담임 선생님이 올 때 까지도 계속 되었다고 한다. 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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