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나 좀 봐요." 애절하게 외쳐봐도 나를 봐주지않는 나쁜 사람. "형, 저도 형 옆에 있잖아요." 옆에 있는 그 사람보다 더 사랑하는 나를 무시하는 무정한 사람. "형, 제가 싫어요?" "나에겐 택운이 뿐이야." 아, 나쁜 사람. 형 옆의 택운이형보다 내가 더 형을 사랑한단 말이예요. 왜 날 못봐요, 형은. . "재환아, 어떡해?나 어떡해?" 새벽에 갑자기 전화가 와선 내가 걱정될 말만 하는 형. "무슨 일이예요, 형?" "운이가...택운이가..." "...하." 형의 옆자리에 있는 그 사람의 이름을 듣자마자 내 입에는 쓴 웃음이 지어졌다. 왜 나에게 그 사람 얘기를 하는거예요, 형. "택운이형이 왜요?" "내가 잘못 본거겠지, 재환아?그런거겠지?" "무슨일인지 설명을 해줘요. 왜 그래요, 형?무슨 일인데요?" "운이가...택운이가 날 떠날 것 같아." "...네?" "아까 택운이한테 전화와서 받으니까 여자가 받는거야. 그래서 누구냐고 물으니까 자기가 택운이 애인이라고...택운이 애인은 난데..." "후, 그래서요?" "그래서 알려주는 장소로 갔더니 운이가 여자랑 키스를 하고있었어...내가 잘못본거지?그치?재환아, 그렇다고 해줘." "...그래서 지금 형 어딘데요." "여기...너희집 근처..." "거기서 움직이지말고 기다려요. 금방 나갈게요." "아니야, 나오지마. 혼자있고싶어." 형이 혼자있고 싶어도 난 형이 걱정되니까 형에게 가야겠어요. "형 지금 위험해요. 기다려요, 금방 가니까." 화를 내며 급히 통화 종료를 누른 후 겉옷을 입었다. 왜 화가 나지?학연이형을 두고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난 정택운 때문에?아니면 내 심장을 후벼파는 학연이형 때문에?다 틀렸다. 형을 지켜내지 못한 나 자신때문에. . "학연이형!" "...재환아." "형 울었어요?눈이 빨개요...게다가 많이 부었어." "안울었어." "거짓말 하지마요. 내가 형을 얼마나 봤는데. 얼마나 지켜봤는데." "안울었어...안울었다고..." 안울었다면서 목소리에는 물기가 묻어있다. 안울었다면서요. 왜 나한테도 거짓말을 하는거예요. "후...형, 일단 들어가요. 감기 걸려요." "싫어. 지금은 그냥 바람 좀 쐬고싶어." "그래도 감기 걸린다구요. 추워요. 어서 카페라도 들어가요." "싫다구...그냥 바람 맞고 있을거야." "형!" "차학연이 싫다잖아." 형이 감기에 걸릴세라 억지로라도 카페에 데리고 가려고 형의 손목을 잡으려던 순간, 형을 아프게 한 그 사람이 나타났다. 정택운... "운아..." "차학연 너는 왜 여기 있는거냐?이재환이랑 바람났어?" "무슨 소리야...나에겐 너밖에 없는거 알잖아." "그걸 내가 어떻게 믿냐?" 뻔뻔하게도 학연이형에게 화를 내는 택운이형 아니, 정택운. 나는 다칠까봐 함부로 건드리지도 못하는 사람인데. "택운아..." "솔직히 말해. 이재환이랑 바람난거 맞잖아." "바람난건 형 아닌가요?" "뭐?" "재환아!" 그 말에 나를 부르며 놀란 눈으로 내 팔을 붙잡는 학연이형. "재환아, 뭐하는거야. 하지마...응?" "놔봐요. 지금 형한테서 여자향수 냄새가 나는건 알아요?" "그게 무슨 소리야." "형한테 여자향수 냄새가 진하게 배여서 머리가 아플 정도인데 형은 그것도 몰라요?" "..." "재환아." "그리고 형, 그 여자랑 키스라도 했나봐요?" "이재환, 말 조심해." "형부터 조심하시죠?학연이형이 애인이 맞긴 한거예요?학연이형을 왜 그렇게 다루는데요. 형이 질려요?그럼 다른 사람에게 갈 수 있도록 놓아주시지 왜 상처만 주는건데요?학연이형을 꼭 잡아둬야해요?" "니가 지금 오해가 있나본데..." "오해요?뭐가 오해인데요?형 몸에서 나는 여자 향수냄새요?아님 형 입술에 묻은 립스틱이?" "재환아..." 정택운을 밀어붙이듯 말을 내뱉으니 조심스레 나를 불러보는 학연이형. 형이 상처받은 표정이면 어떡해요... "하아...형, 죄송해요." "아니야, 니가 미안할게 뭐가 있어. 정택운, 잠시 얘기 좀 하자." 답지않은 차가운 목소리로 정택운을 부르는 형. 이런 학연이형은 나도 처음봐서 적응이 되지 않는다. "그냥 여기서 해." "...너 솔직히 말해봐. 여자랑 키스한 것 맞지?" "그래, 했다. 왜?" "...우리 헤어지자." "...뭐?" "형!" "나도 재환이 말을 듣고 마음을 고치기로 했어. 너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내가 왜 너에게 잡혀있어야 하는거니?내가 너의 장난감이야?왜 날 가지고 노는건데?나도 사랑 받고싶은데 날 사랑하지 않는 너때문에 내 상처는 더욱 커졌어. 너에게 잡혀있는 그 시간동안 내 상처를 치료해 줄 사람을 만났다면 난 지금보다 더 행복했을텐데." 형, 진작 그랬으면 좋았잖아요. 그랬다면 형은 더 상처받는 일이 없었을거고, 더 많은 사랑을 받았을텐데... "차학연, 진심이야?" "그래." "다시 한 번 묻겠어. 진심이야?" "그래, 진심이야. 이젠 정말 날 사랑해줄 사람을 만날거야." "...네 진심이 그렇다면 난 사라져줄게. 어떤 사람을 만나든 이제 너랑 마주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제발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네." 저렇게 말하고 나중에는 혼자 아파하고 힘들어할 형이 눈에 선해서 너무 안타까워졌다. 형의 상처를 치료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다고 말하기엔 아직 너무 성급하게 느껴져 그냥 형을 지켜보는 수 밖에는 없었다. 그렇게 택운이형이 간 후, "형, 괜찮아요?" "뭐가..." "형...택운이형 되게 많이 사랑하잖아요."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는데 붙잡을 수는 없잖아." "그래도..." 담담하게 말하면서 눈물을 훔치는 학연이형. 형 우는거 되게 내 마음이 아픈거 알아요? "형...울고싶으면 울어요." "울긴 누가 운다고..." "지금 형 울고싶잖아요. 아니예요?" "아니야...아니...라고...흡..." 봐요, 결국 울거면서. 힘들면 나에게 기대요. 울고싶으면 나 붙잡고라도 울어요. "형은 그 사람에게 과분해요." "......" "나에게도 형은 과분한 사람이란걸 알고 있어요?" "무슨 말이야..." "내가 형 좋아하는것도 모르겠네요." "그게 무슨..." "학연이형, 난 형의 상처를 치료해주고 보듬어주는 사람이 되고싶어요." "......" "저 형 되게 좋아해요. 아니, 사랑해요." "재환아..." "형이 날 봐주지 않아도 좋고 사랑하지 않아도 좋아요. 그냥 형 옆에서 상처를 치료해주고 상처받지 않도록 보호 해주고 싶어요." "......" "그것만이라도 안될까요?그렇게라도 옆에 있으면 안될까요?" "나는 너를 좋은 동생으로 생각해." "...역시 안되는구나...알고 있었어요. 그냥 동생으로 봐줘..." "아니." "......" "나 너에게 기회를 주려고." "네?!" "난 사랑도 못받았고 기회도 없었으니까 너에게는 기회라도 주려고." "형..." "내 옆에서 너의 존재를 각인시켜줘. 지금 내 안엔 정택운이 가득해. 하지만 너를 받아들인다면 정택운은 지워지고 네가 각인될지도 몰라. 지금은 정택운을 사랑하기때문에 너를 못볼지도 몰라. 그래도 노력할게. 너를 사랑하도록 노력할게." "꼭 저로 가득 채울게요. 사랑해요, 형." 형을 위로하려다가 나도 모르게 나온 고백에 긍정적인 답을 해준 학연이형. 원래 알고 있었지만 형 너무 예뻐요. 내가 사랑할 수 밖에 없어. "사랑은 원래 사랑으로 지우는거랬어요. 두고봐요, 형. 지금까진 형때문에 내 애가 탔지만 이젠 반대로 만들거야." 형의 아픈 사랑을 지울 수 있게 내가 노력할게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