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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민윤기] 아저씨 | 인스티즈  

   

   

   

   

아저씨   

탄소발자국   

   

   

   

   

   

   

   

   

   

   

윤기는 매정했다. 몸을 탐할 때는 사랑을 말하는 입과 쓰담는 손길, 쳐다보는 눈길마저 애정이 뚝뚝 흐르다가도 침대 밖으로 발을 뻗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차가운 얼굴로 돌아왔다. 그럴 때 마다 소녀는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단순한 비참함을 넘어, 아무도 쓰지 않아 구석에 버려진 철 지난 장난감이 된 기분이었다. 나만 좋아하는 것 같아. 나만 사랑하고, 나만 안달하는 것 같아. 홀로 남은 방 안에서 이불을 덮어쓰고 누워 윤기가 곱게 개어 둔 제 교복을 보며 훌쩍거렸다. 남보다도 못한 사이라고, 소녀는 생각했다.   

   

   

   

소녀는 만개하기 직전의 꽃이었고 윤기는 알맞게 농익은 열매였다. 계산하기 좋아하는 인간들의 '수'로 따져보면, 소녀는 열아홉이었고 윤기는 서른하나가 되는 것이었다. 열두 살. 딱 한 바퀴 차이가 났다. 윤기와 소녀의 밀애가 다른 사람들에게 들킨다면 온갖 험담과 손가락질이 그들을 향해 난무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들이 만나 처음으로 서로의 등을 안은 것이 2년 전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험담과 손가락질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고.   

   

   

   

가만히 이불을 덮고 누워있던 소녀는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야말로 앞길이 창창한 고등학생을 꾀어낸 것은 윤기였다. 처음 만났을 때 부터 그는 소녀에게 진득한 관심을 내비쳤다. 온갖 달콤한 말로 정신을 쏙 빼놓고는 어느 순간부터 이렇게 돌아서버렸다. 그 생각을 하니 다시 왈칵 눈물이 치밀었다. 이를 물고 꾹꾹 누르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대충 속옷 위에 교복을 걸치고 거실로 나갔다. 윤기의 취향대로 바닥에 뽀얀 대리석이 깔린 넓은 거실이 썰렁했다. 소녀는 발을 돌려 2층 서재로 향했다. 높지 않은 계단을 올라 문을 여니, 일 할 때만 쓰는 얇은 테 안경을 쓰고 서류를 훑고 있는 윤기가 보였다. 책상에는 조그마한 스탠드만 켜져 있고, 윤기가 앉은 의자 뒤의 커다란 창에는 두꺼운 커튼을 쳐 놓아 바깥의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그늘져 얼굴의 굴곡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내려깐 눈을 따라 촘촘히 박힌 속눈썹이 묘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소녀는 짜증이 치밀었다.   

   

   

   

   

   

" 짜증나. "   

   

   

   

   

   

조그맣게 뱉은 목소리였음에도 서재가 워낙 조용했기에, 소녀의 목소리는 동그란 울림을 만들어냈다. 윤기는 서류를 보던 모습 그대로 눈만 올려 소녀를 보았다. 짧은 교복 치마는 윤기가 늘 마음에 들어하지 않던 길이 그대로였고, 제 품에 적당하게 맞는 블라우스는 단추를 잠그지 않아 그 안에 입은 검정색 속옷과 소녀의 하얀 살을 그대로 내보이고 있었다. 윤기의 표정이 급속도로 굳어졌다. 밖에 강 비서 없어? 소녀에게 묻는 말이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이 없다. 전보다 한 층 격양된 목소리로 다시 묻자, 이번엔 서재 문이 벌컥 열렸다.   

   

   

   

   

   

" 부르셨습… "   

" 나가! "   

   

   

   

   

   

윤기의 고함에 어벙하게 시선을 돌리던 강 비서는 문 쪽을 등지고 선 소녀의 모습을 보자마자 황급히 문을 닫고 나갔다. 윤기는 서류를 내려놓고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었다. 찡그려진 인상은 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얼굴을 구기고 있는 소녀를 잠시 노려보다 입을 열었다. 답답함이 섞인 꾸지람이었다.   

   

   

   

   

   

" 밖에 남자새끼도 있는데 너 차림이 그게 뭐야. "   

" …. "   

" 옷 제대로 여미고 방으로 돌아가. "   

" 나만 사랑하는 것 같아. "   

" 뭐? "   

" 얼굴 떠올리고, 어떻게든 닿고 싶어서 안달하는 건 다 나만 하는 것 같아. 아저씨, 날 사랑한다고 했잖아요. "   

" …. "   

" 근데 이젠, 날 사랑하지 않아요? "   

   

   

   

   

   

소녀는 진심이었고, 윤기에게는 투정에 불과했다. 새끼 강아지가 왕왕대며 치대는 모양에 가까웠다. 윤기는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를 내며 안경을 벗어 한 쪽 옆으로 내려놓았다. 손가락으로 눈두덩이를 꾹꾹 누르며 입을 열었다.   

   

   

   

   

   

" 너 뭘 잊었나본데, "   

" …. "   

" 이건 스폰이야. 농밀한 사랑이 아니고. "   

" …. "   

" 너 이전에도 내 손을 거쳐간 애들은 많았고, 난 항상 이래왔어. 사랑이고 나발이고 내가 내키는대로 맺고 끊는 거야. "   

" …. "   

" 우리 관계는 거기까지야. 넌 날 위해 땀을 흘리고, 난 네 미래에 돈을 투자하고. "   

   

   

   

   

   

사랑이라는 아이러니한 감정에 홀려 애써 외면하던 것이었다. 소녀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치계와 법조계의 높은 곳에 닿아있는 인맥과 끊기지 않는 돈줄이 필요했고, 윤기는 그 조건을 갖춘 사람이었다. 묻어두었던 기억이 비죽비죽 기어올라왔다. 소녀는 이질적인 상실감을 억누르기 위해 입술을 세게 물었다. 이와 맞닿은 부분에 무거운 통증이 느껴졌다. 다행히도 이 허탈한 감정은 눈물을 동반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어깨를 강하게 짓누르는 무거운 공기와 윤기의 눈을 견딜 수 없어 소녀는 등을 돌렸다. 그 모습을 보다 윤기가 나른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 근데 웃긴 거, 비밀 하나 알려줄까. "   

   

   

   

   

   

두 발자국 앞으로 나간 소녀의 발이 자리에 멈췄다. 윤기의 목소리는 얇고 기다란 뱀처럼 다리를 감고 올라와 뒷목을 부드럽게 옥죄는 듯 했다. 소녀가 고개부터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목소리만큼이나 가라앉은 표정의 윤기가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 6개월도 안 돼서 다 끝냈어. "   

" …. "   

" 근데 넌 뭐야? "   

" …. "   

" 뭔데 2년 가까이 되는 시간동안 날 묶어놔. "   

" …. "   

" 얼굴 반반하고 몸매 좋은 애들을 만나도 감흥이 없어. 살을 맞대도 자꾸 어벙한 네 얼굴만 떠올라. "   

   

   

   

   

   

시선은 허공을 향한 채 윤기가 책상 주변을 둥그렇게 돌아 소녀의 앞으로 걸어왔다. 그동안의 기억들을 곱씹는 듯 미간이 구겨져 있었다. 소녀의 앞에 멈춰 선 윤기는 책상에 반쯤 걸터앉았다. 어둠 속에 얼굴 윤곽만 흐릿하게 드러났다.   

   

   

   

   

   

" 짜증나게. "   

   

   

   

   

   

눈을 감고 중얼거린다. 눈썹을 늘어뜨려 찡그린 윤기는 눈두덩이를 다시 한 번 꾹 눌렀다. 소녀는 조용히 그를 응시했다. 어딘가 불편한 얼굴로 눈을 뜬 그가 소녀와 눈을 맞추었다. 선명한 눈동자가 무거운 색을 띠고 있었다.   

   

   

   

   

   

" 하나 더. "   

   

   

   

   

   

골반 양 옆으로 축 늘어진 소녀의 한 쪽 팔을 잡아 당겼다. 당겨진 팔과 얼떨결에 움직인 다리 때문에 소녀의 상체는 윤기의 쪽으로 살짝 굽혀졌다. 윤기는 소녀의 턱에 코 끝을 가져갔다.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며 턱선을 따라 고개를 들어올렸다. 귓가에 앉는 나긋한 목소리에 따뜻한 숨이 섞여 있었다. 입김이 귀 언저리를 간질였다.   

   

   

   

   

   

" 침대 밖에서 섹시한 건 반칙. "   

   

   

   

   

   

얄쌍하게 찢어진 눈이 옆얼굴을 훑었다. 윤기의 오른손이 가느다란 팔뚝을 타고 내려가 소녀의 손가락 사이로 파고들어 깍지를 꼈다. 길쭉한 손가락이 소녀를 결박하듯 끌어당겼다. 동그란 이마 라인을 따라 얼굴선을 쓸어내리던 손은 목덜미에서 가볍게 춤을 췄다. 약간 벌어진 입술 사이로 번진 숨결이 소녀의 볼에 닿았다. 진득한 시선이 허공에서 섞였다. 소녀는 온 몸에 전율이 이는 것 같았다. 윤기는 입꼬리를 당겼다. 시선이 소녀의 아랫입술에 머물렀다.   

   

   

   

   

   

" 반칙했으니 벌 받아야지. "   

   

   

   

   

   

   

   

   

   

   

   

   

Fin.   

   

   

   

   

   

   

   

   

   

   

   

   

   

   

지림 님, 다이 님, 버들 님, 슙루룩 님 감사합니다 :)   


사담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어요   

일주일만에 돌아왔습니다   

사실은 제가   

[방탄소년단/민윤기] 아저씨 | 인스티즈  

   

이렇게 되어버려서.. 8ㅅ8   

   

잘 지내셨나요?   

저는 설을 맞아 (갑작스럽게) 시골로 내려왔어요.   

만월은 집 컴퓨터에(...) 잘 있습니다   

이 오밤중에 뭐라도 올리고 싶은데 뭘 써야하나 고민하다가   

모든 글들은 컴퓨터에 있다는 걸 깨닫고   

휴대폰 메모장에 박혀있던 거 하나 찾아서 왔어요   

만월 기다려주시던 분들께 죄송할 따름입니다ㅜㅜ   

만월은 설 연휴가 끝나고 토요일에 올게요!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즐거운 연휴 되세요 :)   

모두모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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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허류ㅠㅠㅠ 대박 분위기가 장난 아니네요ㅠㅠㅠ
9년 전
탄소발자국
와 분위기 칭찬 8ㅅ8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2
헐...작가님 이런 분위기 ㅈ..좋아요..
9년 전
탄소발자국
저도 ㅈ..좋아요...! 감사합니다 :)
9년 전
비회원202.156
헐 민윤기
9년 전
탄소발자국
헐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3
윤....윤기 섹시하다!!!워후!!!!다음편은 있나요??ㅠㅠㅠ
9년 전
탄소발자국
섹시한 윤기 (울음) 아쉽지만 단편이라서 다음편은 없습니다 :)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4
자까님 안녕하세여!! 암호닉은 없지만 항상 잘보고있슴다ㅋㅋㅋ 글이 후끈후끈한게 딱 저의취향을 저격하였네요...호호 새해복많이받으세여!!
9년 전
탄소발자국
와 항상 잘보고있으시다니 (두근) 독자님도 새해 복 많이받으세요! 감사합니다 ;)
9년 전
독자5
와ㅠㅠㅠㅠ분위기 진짜 대박이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잘 보고 갑니다!
9년 전
탄소발자국
잘 보셨다니 저도 기분이 좋아요 :)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6
[지림]이에요! 헐 민윤기 완전 반칙이에요!! 진짜 작가님이 브금선정을 너무 잘하셔서 민윤기가 더 유혹적으로 느껴지는건 저만이 아니겠죠ㅠㅠ 진짜 민윤기는 왜 글에서 까지 섹시할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만큼 작가님도 글을 잘쓰시고ㅠㅠㅠㅠㅠㅠㅠㅠ 끊김없이 '헐' 이러면서 봤어요ㅠㅠㅠ 작가님 이렇게 섹시하게 글쓰기 있기?없기?!! ㅠㅠㅠㅠㅠㅠㅠ 만원도 기대하고 다른 단편도 기대할게요ㅠㅠ
9년 전
탄소발자국
지림님! 오늘도 감사합니다ㅜㅜ 브금선정 잘한다는 칭찬도 괜히 기분이 좋네요 ㅎㅅㅎ 만월도 기대해주시고 단편도 기대해주세요~
9년 전
독자7
헐... 분위기봐.... 대박ㅠㅠ취저 탕탕이예요ㅠㅠ
9년 전
탄소발자국
대박! 취저 탕탕 했나요? :) 감사합니다!
9년 전
비회원119.142
방금 만월에 댓 쓰고 온 독자입니다..... 정말 골백번도 더 말씀드리고 싶은건데 작가님은 왜이렇게 BGM 선정을 잘하시는지 보는 글 마다 대박이에요 정말.......
윗댓 독자님 말마따나 브금덕에 안그래도 퇴폐적이고 유혹적인데 그게 몇배는 더 와닿게 느껴지는 듯한...ㅠㅠㅠ 작가님 단편들은 back back back이나 둘 중 하나나 독이나 아저씨나 죄다 남주들이 이렇게 섹시하고 매력적이고 퇴폐적이고 막.... 글자체도 글 분위기도 문체까지도 다.... 진짜 좋으면서 대단한 것 같아요 만월이랑 분위기가 백팔십도 다르고 문체까지도 다르게 느껴지니 작가님 필력이 이렇게나 좋으시다는 말밖에는ㅠㅠ
처음에 달달한 글인가 하고 들어왔는데 뭔가 예상을 깨는 글이었습니다 게다가 스폰이라니...! 뭔가 신선하고 그렇네요 다음 단편들도 이런 느낌이려나요 취향저격이에요... 뭐 작가님글이야 늘 제 취저지만 아무튼 잘 읽었습니다! 다음글도 기대할게요

9년 전
탄소발자국
와 정말 긴 덧글..! 만월에 다신 덧글은 아직 운영자 확인이 되지 않았나봐요 안 보이네요 8ㅅ8 칭찬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ㅜㅜ 단편이 어둑어둑한 분위기인 이유는 원래 제 취향이 그렇기 때문인 것 같아여. 비교적 밝은 분위기를 목적으로 한 만월은 사실 도박이었다고 합니다..(울음) 만월도 단편도 모두 열심히 쓸게요 감사해요 :)
9년 전
비회원34.224
헐감탐하구가영
9년 전
탄소발자국
헐 감사합니다 :)
9년 전
독자8
아ㅡ.....
9년 전
탄소발자국
아....?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9
와...와....윤기야ㅠㅠㅠ내가 그 뭐더라?애정?그거 좀 많이 하는거 같은데..ㅠㅠㅠㅠ진짜 이런구 취향저격이에여ㅠㅠ작가님 새해복 많이 받으시구 앞으로도 좋은글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10
훠우...민윤기 이섹시한남자 이러니까 고소당할위기지...겁나마성이야ㅠㅠㅠ
9년 전
독자11
어윽... 분위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브금도 좋아요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12
우왕...분위기ㅠㅠㅠㅠㅠ하ㅠㅠㅠㅠ좋댜ㅠㅠㅠ
8년 전
독자13
와.......대박금손이시다.....(말잇못)
8년 전
독자15
세상에 세상에 세상에..... 보다가 심장 정지돼서 엠뷸런스 타고 병원 가는 줄 알았습니다..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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