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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대체 네가 나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애원하고 울부짖어도 이미 달라지는 건 없었다. 엎어진 물을 다시는 주워담을 수 없는 것처럼 우리 사이는 그렇게 돌이킬 수 없이 깊게, …더 깊은 심연의 끝자락까지 가라앉고 말았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 것도 없었다, 난 그저 지금 이 상황, 이 모든 것이 꿈 속인 것만 같은 착각을 느낄 뿐. 어떻게 하던지 이렇게 마주보고 서있는 우리 둘의 모습이 나는 제대로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고, 너 또한 그저 한 낮의 신기루 처럼 내 눈 앞에서 금방이라도 사라져 이 꿈에서 깨어나면 다시 언제나처럼 따듯한 눈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줄 것만 같았다. 나의 이 착각이, 널 붙잡고 있는 내 끈질김이 너에겐 그저 지겹게만 느껴지겠지만 난 어떻게든 널 붙잡아야만 했다. 난 이미 우지호가 없는 이태일의 생활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 만큼 너는 내 생활 속에 뿌리 깊게 들어와 있던 것이다. …우리가 함께 있던 시간이 고작 2년이다, 그 2년간 너는 당연한 듯 나의 생활 속에 들어왔고, 더 이상 우지호라는 존재는 나에게 단순한 연인만이 아니게 되었단 말이다. 하지만 그런 네가 이젠 나에게서 떠나가려 한다. …어떻게 잡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호야, 다시 한번만 생각해 주면 안될까…?” “선배, 이제 그만 좀 하세요.” 무엇을? 너는 대체 나에게 무엇을 그만두라고 하는 건가. 학교 선배나 되어서 나를 뻥, 하고 차버린 후배에게 끈질기게 달라붙는 내 이 모습이 너에게는 그렇게도 추하게 보였던가. 너에게 이태일이란 존재는 그저 한 두 학기 동안의 여흥거리에 불과했었던 건가. 난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져나와 길바닥에 주저앉을 것만 같은데 너는 어째서 나에게 이별을 통보하는 그 말이 그리도 쉽게 쉽게 나올 수 있는건지…난 도무지 너를 모르겠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2년전의 그 때, 나에게 먼저 다가온건 너 였고, 지금의 나보다도 더하다면 더했지. 끈질기게 달라붙었던 네가 아니었던가. 선배, 선배하며 나를 쫄래쫄래 쫓아다니던 그 어린 꼬마가 당당하다 못해 당돌하게 나에게 고백을 하고 그렇게 나와 연애를 하며 성장해가는 너의 모습을 바로 눈앞에서 지켜본 나인데, 난 도무지 너를 알 수 없다. 이런 내 행동이 너에 대한 징그러운 집착으로 보이는 건지, 더 이상 날 쳐다보지 조차 않는 너는……대체 누구인지. 잠결에 눈을 부비적거리는 나를 보고 그 누구보다 따듯한 음성으로 나를 안아주던 그 소년은 어디로 가버린 건가. 지난 2년동안 내가 사랑했던 그 어린 소년은 어디로 가버렸나. 난 아직 널 사랑하는 그대로인데, 그런 내 곁엔 네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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