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백]다비도프클래식
01.
"백현씨,
사장님께서 부르시네?가봐."
예.
짧게 대답한 백현이 엉덩이를 툭툭 무심하게 털고는 사장실로 올라갔다.이 짠순이 회장 엘리베이터를 타는순간 전기세 나간다며 꿍시렁 꿍시렁 거릴것이 눈에 훤하다.이 회사의 이름은『다비도프』. 네 글자였다.향수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그런 비스무리한 회사.매출도 엄청나기로 자자해서 신문 1면을 독차지한게 한두번이 아니었다.하지만 백현이 다니는 회사는 『다비도프클래식』.다비도프가 아닌 다비도프클래식 이었다.다비도프클래식은 다비도프와는 360도 다른 회사였다.다비도프가 향수를 만드는 은은한 느낌의 회사라면 백현이 다니는 다비도프 클래식은 해킹을 직업으로 하는 그런 회사였다.
다비도프클래식은 다비도프 회사의 파생-그런류였다.아닌가 둘이 손을 잡았다고 하는게 맞을까.다비도프와 클래식엔 두명의 회장이 있었다.한명은 향수를 만드는 다비도프를 관리하고 또 한명은 해킹집단을 형성하는 그런 사람.사실 이렇게 백현처럼 다비도프와 다비도프클래식을 잘 아는 사람들은 드물었다.다비도프 직원들은 절대 꿈에도 몰랐고,다비도프 클래식 회사 직원들만 알고 있는 사실 이었다.두 회장을 포함해서.다비도프 클래식은 본 다비도프 건물에 비해 초라했다.그렇다고 쓰러질 정도는 아니었지만,차타고 지나가다 돌아볼 정도는 아닌.그냥 너무 평범한 그런 건물 외관.그래서인지 우리쪽-다비도프클래식-의 회장은 항상 쪼잔하게 행동 하였다.절약!절약!또 절약!
숨이 찰 정도가 되자,회장실 문구가 정갈하게 박혀있는 문이 나타났다.오늘은 또 무슨일로 회장이 나를 부를까.똑똑 하고 들어가 보니 회장이 만화에서만 보는것같던 것 처럼 바퀴 의자를 빙그르르 돌며 나를 쳐다 보았다.손깍지 까지 끼고 비장한 얼굴로.이젠 익숙한 일이라 딱히 신경 쓰이진 않는다.흠.백현씨 거기 앉아봐.곧이어 비서가 회장의 것과 똑 같은 바퀴 의자를 갖다 주었다.앉으십시오.사무실 내 의자는 딱딱한 나무,대학교 강의실 의자인데 회장실 의자는 쿠션이었다.뻐끈하던 허리통증이 가시는 느낌이었다.
"내가 백현씨를 부른 이유는 새로운 미션이야.
백현씨 지금 월급이 어느정도지?"
"적을땐 300,많을땐 500가량이죠…?"
"이 일 하는 동안은 600은 물론이고 700,아니800도 가능해.
물론 완수까지 제대로 해준다면 캬.강남에 빌딩 10채?장난해?"
귀가 솔깃해진다.솔직히 300도 적은건 아니라지만-800은 와.입이 떡벌어질 숫자이다.12곱하기8은96에 공두개면 9600만원.연봉이?이거 거의 1억 아니야.이거 완전…대박인데?일단 너무 헬렐레 하고 넘어가면 안된다.진정한 밀당은 이럴 때 쓰라는거지.그래서 무슨일이고 왜 저가 꼭 해야되는…아니 무슨일입니까.사장은 골똘히 고민에 빠진'척'을 하였다.사람은 절때 고민할때 볼에 검지를 피며 푹 쑤셔넣지는 않으니까.우움?이란 소리도 내지 않고.백현군이 해 줄 일은 해킹이지 뭐.물론 컴퓨터로 하는게 아니라 잠복 해킹?이랄까?
"컴퓨터도 아니고,잠복 해킹이라뇨.그냥 잠복근무 아니에요?"
"음 맞아.근데 백현씨는 경찰이 아니고 해커니까 잠복해킹…?어때 좋잖아.입에 달라붙네.잠복해킹!잠복해킹-"
"그런데 왜 경찰 안시키고 우리한테 이런일을 시켜요.잠복근무인데?그건 경찰할일 아닌가."
회
회장의 말은 이러했다.
이번 사건은 소소하게 누군가를 해킹해서-정보를 얻고 그걸 통해 순이익을 얻는 그런 평범한 다비도프클래식의 일이 아닌,누군가를 집중적으로 해킹해야되고,하지만 이미 유명하다는 해커부터 화이트해커까지 '이남자'를 해킹시도 하였지만 사는곳,이름 이 두가지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사실 이 사건은 2년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온것이지만 달라진 결과는 한개도 없을 뿐 더러,인력낭비만 너무 심하다고.하지만 이걸 경찰쪽에 넘기기에는 의리! 가 있었고 이익이 엄청나다고 하였다.이 보스를 잘 구슬려 내기만 하면 엄청난 돈을 만지게 된다고 하였다.그리고 나를 쓰는 이유 가장 큰 한가지는'백현씨는 유능한 해커이고,사실…,사실….'뜸들이는 회장을 재촉해 묻자 회장이 엄지끼리 마주대 비비며 말했다.'사실 그쪽 보스란 인간이…게이야.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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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제로된 문이 내 앞을 가로막고 있다.화려한 무늬로 장식된 대문은 틈틈히 구멍이 크게 나있어,안쪽을 훤히 볼수 있었다.한쪽눈을 감고 남은 한쪽을 통해 들여다 보니 세상에 꿈도 못꿀 정원부터-조그맣게 파인 샘 까지.빨간 물체들이 간간히 보이는것이 잉어종류를 키우는 것 같다.그리고 가장 메인인 저택.엄청나다.어떻게 표현할 수 가 없는데 그냥 굉장하다.꿀꺽 침 한번 넘기고,아아.목소리도 한번 내보고.가슴 깊이 숨 한번 크게 쉬고 대문 옆의 초인종을 띵동,하고 눌렀다.초인종에서 지지직,잡음소리가 났다.형님 누구 온거같습니다!응?여기에 누가와.올사람이 어딨다고.나가서 신변 확인하고 잡아와.
잡아와.잡아와.잡아와?
곧이어 사람 하나가 나온다.머리를 짧게 민.다부진 체격이라 얼굴에 '나 힘좀 써요.'라고 써놓은듯 하였다.얼굴에 걸 맞는 걸걸한 목소리가 나에게 물어왔다.'크흠흨,거 누구십니까?'이 기사움에서 지면 모든게 끝나는것이다.'큼큼.변 백현이라 하는데!문좀 열어줘야 겠습니다?들어가봐야 되서.'그러자 상대편 남자는 코웃음을 쳤다.'허,여기가 어디라고!당신 누구야!'이제 김치싸다구만 때려주면 완벽할거같은 시추에이션이다.'야 너나 몰라?크흑,그게 언제라고 잊어버리냐,나 박찬열 친구잖아!'깍두기가 조금 생각을 하는듯 하더니 아라는 소리를 내며 나를 안으로 데리고 간다.생각해보니 몇일전에 보스의 친구-박찬열의친구이다-가 이곳에 놀러온적 있었는데 키도작고 보스의 친구답지않아 기억이 난다.어이쿠,여차하면 무례를 범할뻔 했다.백현은 어찌된 영문인진 모르겠지만 일단 이 저택에 입성했다는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기뻐했다.하하.역시 변백현.
그친구란 작자는 도경수였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