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오세훈] 한 살 어린 연하남친과 교내연애하는 썰 1
안녕, 안녕.
어느덧 봄이 다가오고 있다. 그치?
어, 일단 내 소개를 하자면 평범한 스무 살 대학생이야.
이 두서없는 이야기를 펼치는 이유는
정말! 정말 기특한 내 남자친구 자랑이라고 해야 할까 ㅎㅎ
우여곡절이 많았던 인생인데
그 안에서 자잘한 상처들로 힘들어할 때. 항상 내 곁에서 따뜻한 한마디, 한마디로 날 위로했던.
비록 한 살 연하긴 하지만 의젓한 내 남자친구와의 교내연애 썰을 풀어 보려고 해.
벌써 작년 일이다. 시간 참 빠르네.
여운도 그렇다고 딱히 교훈을 선사하지도 않는 일상 에피소드지만
내 남자친구 예쁘게 봐줘 ㅎㅎ
시작하기 전에 간단히 내 남자친구 소개를 하자면
이름은 세훈이. 오세훈! 앞서 언급했다시피 나보다 한 살 어리니까 세훈이는 열여덟 살 때지. 지금은 열아홉 살이고!
내 동생 종인이랑 죽마고우 사이라서 내가 다섯 살? 그때부터 알고 지낸 것 같아.
거의 친동생이나 다름없어 ㅋㅋㅋ 무럭무럭 자라더라고.
내가 중학교 갓 입학했을 때만 해도 체격이 얼추 비슷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ㅠㅠㅠ
어느 순간 조목조목 따지고 보니
키는 백팔십이 넘어 있지, 체구는 여리여리한데 뼈대가 굵어서 제법 남자티를 내고 있지. 어깨는 태평양처럼 딱 벌어져서 말이야.
건장한 사내가 다 돼 버린 거야.
물론 하는 짓 보면 애는 맞아.
장난기 다분하고, 애교도 많고, 말 잘 듣고, 예의 바르고.
다만 막 칭얼거리는 수준이 아니라 딱 사랑받을 줄 아는 선 내로 ㅎㅎ
내가 장녀다 보니까 오구오구하는 습관이 있어서 마냥 귀여운 맘에 세훈이를 막 부둥켜안거나 머리카락 헝클어뜨리는 행동을 자주 하는데
세훈이는 그걸 또 안 좋아하더라고.
애 취급 싫대. 특히 내가 하는 건 더더욱 싫대. 모르겠어, 상남자를 추구하는 건지 ㅎㅎ
실은 세훈이가 날 단순히 친한 누나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
잘 알고 있었어.
초반에는 나도 참 헷갈렸는데 ㅎㅎ
갈수록 의문과 확신을 심어주는 모습들.
몇 개를 꼽아 보자면
난 예능 프로 때문에 배가 찢어져라 웃고 있는데
얘는 그런 날 보고 실실 아빠 미소를 짓는다거나
축구 경기를 마치고 나서 친구들과 어울려 밥을 먹다가도
날 발견하면 곧장 달려온다거나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리면
저만치서 날 보며 지그시 웃고 있다거나
백현(외 종대, 경수)이랑 장난치는 날 뚫어져라 염탐하고 있었으면서
눈이 마주치면 아무렇지 않은 척 자연스레 피하는데 표정은 몹시 안 좋다거나.
이런 일들이 하루에도 몇 번이고 일어나는데
모를 수가 있나.
전부 눈치를 채지 ㅎㅎ
물론 설레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야.
나 또한 날 친한 누나 그 이상으로 대하는 세훈이의 감정을 알고 나서부터 세훈이의 행동 하나하나를 막 의식하게 됐으니까.
무엇보다 떨렸고.
미미한 두근거림이 참 좋았어.
그런데도, 더 이상 친한 누나와 동생 사이가 아니라 연인으로서의 출발을 끊을 수 없었던 까닭은
재작년에 사고로 목숨을 잃은 내 전 남자친구 때문에.
찬열이. 그래, 찬열이.
어김없이 날 만나러 오던 길이었는데. 영영 떠나 버렸어.
알콩달콩했던, 일 년 반이라는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인사도 없이.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한동안 시름시름 앓고, 밥도 잘 안 먹고, 죄책감에 시달리고.
요즘도 밤마다 꿈속에 나오거든, 찬열이가.
그냥 뭐랄까. 찬열이한테 예의가 아닌 것 같았어. 새 남자친구라는 단어 자체가.
그래서 그 세훈이의 순수한 애정. 그냥 귀엽다, 귀엽다. 하면서 전형적인 누나 노릇으로 매번 무마했는데.
어떻게 세훈이를 받아들였냐면 말이야.
그날이 몇 년 동안 떨어져 살고 있는 엄마한테 연락이 온 날이었거든.
외국으로 나갈 예정인데 얼굴 한 번만 보자면서. 마지막이라고.
고민할 것도 없었어. 학교 마치자마자 종인이랑 손 잡고 엄마 계시는 주택으로 갔지, 뭐.
막상 발을 들이긴 했는데 ㅠㅠㅠ 정말 할 말이 없는 거야. 종인이도 마찬가지 ㅠㅠㅠㅠㅠ 휴…….
그, 내가 초등학교 졸업할 무렵 아빠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셨어. 술과 담배가 전부였던 그 안쓰러운 생을.
엄마가 참 많이 우셨는데 그걸로 끝이더라. 아빠 돌아가신 지 일 년도 채 안 돼서 재혼을 하신 거야.
아, 너무 복잡했어. 진짜. 엄마는 과연 아빠를 진심으로 사랑하신 건지.
몸도 맘도 한없이 나약했던 당시의 내가 헤아린 것은, 엄마도 결국 여자라는 거. 또 불편한 새아빠도 엄마가 다시 그리는 단란한 가정의 풍경도, 그 어느 하나 아빠의 빈자리를 채울 수 없다는 거. 이 두 가지.
그렇게 이십 분 긴 주구장창 침묵하다가
앉아 있던 몸을 일으켜 나갈 채비를 하는데
그제야 엄마가 한마디 던지시더라.
“내 사람들.”
“…….”
“참 많이 컸네.”
모성으로 똘똘 뭉쳐 있던 그 문장. 어찌나 울컥하던지.
“건강하세요.”
무뚝뚝한 종인이가, 한철 봄같이 다정한 안부 인사를 건넴으로써 엄마와의 만남이 마무리가 됐어.
엄마의 향기가 어슴푸레 남아 있는 현관을 벗어나는데
무뎌진 내가 싫고, 당장 비가 내렸으면 좋겠고, 방구석에 틀어박혀 눈을 감고 싶고. 심리 상태가 우울의 극치를 달리는 거야.
맞아, 엄마. 종인이가 많이 컸어. 모두 엄마의 부재 속에서 이루어진 변화야. 그러니까 엄마는 어렵게 형성한 새 가정, 놓치지 말고 평생 다복했으면 좋겠어.
말해주고 싶었는데.
금세라도 땅에 눌어붙을 것처럼 무거운 발로 여차저차 우리 아파트 입구에 도착했더니
세훈이가 기다리고 있더라고.
“나 먼저 들어간다.”
종인이는 말없이 자리를 비켜주고
난 멀거니 세훈이를 따라서 근처 산책로로 장소를 옮겼어.
나란히 벤치에 앉아 있던 중
누나, 위태롭다.
중얼거리듯 내뱉은 세훈이가 날 꼭 안아주는데 ㅠㅠㅠㅠㅠㅠ
그냥 엉엉 울었어.
앙금처럼 가라앉아 있던 맘속 응어리를 죄다 쏟아냈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엄마. 외국 가서도 잘 살아야 돼. 알겠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한참 그러고 있다가
맘이 좀 가라앉길래
훌쩍훌쩍 눈물을 훔치던 찰나였어.
느닷없이 벤치에서 몸을 일으킨 세훈이가 내 앞에 서는 거야.
멀뚱히 쳐다보면
세훈이는 제 허리를 숙여 나와 눈높이를 맞추고 말이야.
내 볼을 어루만지는데.
“누나.”
“…….”
“같이 아프자.”
배경도 최고였어.
저녁 어스름이 내려앉는 시간이던가. 저무는 햇기운이 넘실넘실.
세훈이는, 커다란 손으로 내 볼을 보석 다루듯 감싸고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가더라고.
“누나 몫까지 다 아파주겠다는 책임감 없는 말은 못해.”
“…….”
“대신 누나보다 내가 조금 더 아플게.”
나긋나긋 진심을 털어놓는 세훈이가 어찌나 고맙던지. 또 어찌나 미안하던지.
생각해 보니까 내 삶의 굴곡이란 굴곡은 세훈이도 같이 겪었는데.
항상 보이는 곳에서 날 독려했고, 제 일처럼 진심으로 아파했고.
“이제 나한테 좀 기대.”
말을 딱 끝낸 세훈이가 내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는데
심장이 막 두근거리는 거야.
잔물결처럼 선선했던 세훈이의 고백은
이게 맞는 걸까. 조금은 웃어도 괜찮은 걸까. 고민하고 있던 내 맘을 열기에 충분했어.
아직도 생생하다 ㅎㅎ
세훈이의 카디건에서 났던 섬유 유연제 향기며
지그시 고개를 끄덕이는 날 다시 안아주던 따뜻한 품이며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던 그 해맑은 웃음이며. 전부, 다.
오늘은 이 정도로 할게!
재밌었나 모르겠네 ㅎㅎ
안녕,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