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 수다를 떨고, 또 몇 명의 학생은 문제집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 반면,
사물함이 있는 뒤 쪽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비속어들.
일반 고등학교와 다름이 없는 쉬는 시간. 좀, 다른 것이 있다면... 내 옆, 앞, 뒤를 차지 하고 이 놈들이랄까.
" 아, 존나 닮지 않았냐 ? "
"아니 씨발, 닮은 수준이 아니라 그냥 같은 사람이잖아 병신아,"
" 야 솔직히 말 해. 니 우리 알지. "
아니 썅! 이 질문만 벌써 몇 번짼지 모르겠다.
하다못해 좀 가달라고 말이라도 하자는 심정으로 고개를 치켜들자 일제히 나를 보고 있는 시선에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하... 진짜 찌질하다 오징어하
지만 좋게 말하면 내성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찌질한 태생부터 내 성격을 어찌하리...
내 잘못을 논해보자면 아빠 회사가 옮겨지면서 자연스레 학교을 옮긴 것 뿐인데,
선생님이 나를 소개하자마자 손을 번쩍 들어 쌤! 저 짝 없으니까 전학생 제 옆에 앉혀요!
라고 말하는 변백현이란 아이부터 위 아래로 앉아 나에게 부담스러운 시선을 주고 있는 아이들까지 ...
쉬는 시간이 되어서도 나를 둘러싼 이 아이들 때문인지 다른 친구들은 나에게 말조차 걸지 않았다
아나 씨발... 오자마자 왕따야, 나?
그리고,
" 야, 너 오가징어가 아니라 김서영 아니냐고."
아까부터 계속 박찬열이라는 아이는 내 이름을 이렇게 멋대로 개명시키지 않나.
" 너 진짜 씨발! 모르는 척 하지말라고! "
아무말도 하지 않는 내가 답답했는지 비속어까지 섞어가며
소리친 오세훈이라는 아이때문에 가뜩이나 좁은 어깨를 들썩거리며 몸을 움추렸다.
썅 아, 깜짝아
" 씨발아, 서영이 놀라잖아. 미친새끼 "
" 아, 아 씨발 미안.. 많이 놀랐냐? "
...? 뭐야 이 이중성 돋는 발언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그대로 들어내자 아니, 아 이게 아닌데.. 하며 머리를 긁적이더니
다시 한 번 나에게 묻는다
" 너 정말 김서영 아니야? "
" ...후.. 아니야... "
아니야!!!!!!! 아니라코!!!!!!!! 씨발!!!!!!!!!!!!!!!!!!!!!!! 개썅 씹새끼들 마이웨이 쩐다!!!!!!!!!!!!!!!!!!!!!!!!!!!!!!!!!!!!!!
진짜 무진장 빡친다, 이 새끼들. 내가 마음 속으론 저렇게 백번도 넘게 소리칠텐데 내가 누구냐, 개찌질이 오.징어
아무리 아니라 해도 계속 반복되는 저 패턴에 나름대로 많이 빡친 내가 확실하게
다시 말해야겠다고 입을 떼려는 순간,
누군가의 낯설은 손바닥이 내 머리 위로 안착하는 느낌에 당황한 표정으로 옆을 돌아보자, 아...
역시나 모르는 얼굴이네...
" 아니라잖아, 얘가. 너네 그리고 눈 없냐? 얘 이름은 김서영이 아니라 오인징어가 거. "
눈이 마주치자 슬쩍 나에게 입꼬리를 말아올려 웃어주더니
다시 파워 정색을 장착하고 얼씨구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주르륵 내뱉는 아이를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보며 고개를 마구 끄덕이려고 하는데...
오마나, 씨발 얘네 표정 왜 이래. 아까 나에게 물어볼때도 그리 온화한 표정은 아니였지만
그렇다고 지금처럼 사나운 표정은 아니였는데,
씨발 저렇게 표정 지으니까 진짜 무서워서 지리겠다.. 얘네 왜 이래?
" 야, 도경수. 넌 양심이 있냐? 서영이가 그렇게 된 게 누구때문인데
서영이랑 쌩판 똑같이 생긴 애 보니까 또 그 짓거리 하고 싶어지나 봐,
진짜 여기서 패기전에 괜히 껴들지 말고 갈길 가라? "
" 지금 껴드는 건 너야, 변백현.
선생님이 얘 데리고 오라는데 니네가 방해하고 있잖냐.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존나 한심하다 너도. "
저 씨발,
저 말 끝으로 씩씩대며 일어선 오세훈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도경수가 내 손목을 잡고 일으켰다,
오메 씨발.. 힘이 별로 쎄보이지도 않는 인상과는 다르게 이 무거운 나를.. 한번에 일으키다니!
자리에서 일어서자 아까는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덤 반 아이들의 시선.
호기심과 두려움의 눈빛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느껴져 고개를 푹 숙이자
그런 나를 눈치챈건지 뭔지 고개를 숙이자마자 손목을 잡은 채로 뒷문으로 걸어나가는데
내 걸음을 따라서 붙어지는 것 같은 시선은 도경수가 복도로 나가 문을 닫은 후에야 끝낼 수 있었다.
" 징어야 당황스러웠지. 괜찮아? "
아까 그 애들을 바라볼 때와는 다른, 그 차가운 눈빛과는 다르게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도경수가
마치 개같았다. 아니.. 그 의미말고 강아지..
존나 좋은 의미라고 치자!
" 아니야, 괜찮아... 아맞다! 근데 혹시 서영이라는 애가 누군지 알아?? "
아까부터 거슬렸던 그 서영이라는 존재.
님, 누구시길래 그렇게 저를 피곤하게 하십니까. 예? 씨발! 얼마나 나랑 닮았길래
그 개같은 놈들이 오해를 하냐고!!!
아까 저들이 하던 얘기를 좀 엿들었을 때 뭐 굉장히 사연이 깊은 것 같던데..
씨발, 아까 존나 쫄아서 제대로 못들은 내 탓을 하자.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도경수는 걔들이랑 사이가 무진장 안 좋은 것 같았고.
내가 서영이라는 이름을 꺼내자마자 티나게 표정이 굳어졌다가 금새 다시 기분 좋아지게 하는 미소를 띄우는 도경수다.
" 우리 학교에 변백현, 오세훈, 박찬열 저렇게 셋이 좀 많이 말썽을 피웠는데
그거를 잡아줬던 어떤 여자애가 있었어,
그게 니가 들었던 김서영이라는 애고.
걔 덕분에 시끄러웠던 학교가 조금 잠잠해졌고, 그런데 어느 날 그 여자애가
소리소문없이 자퇴서만 달랑 내놓고 갑자기 사라져서 한창 난리가 났었지. 뭐, 대충 이랬어. "
" 아... 걔가 그렇게 나랑 닮았어? "
솔직히 그정도면 엄청 아끼던 여자애였을텐데 어떻게 얼굴을 나랑 헷갈리냔 말이야.
얼마나 닮았으면 그럴까 싶어서 물어보니까
잠깐 머뭇거리다 이내 약하게 고개를 끄덕거리는 도경수다.
" 솔직히 처음에 나도 보고, 좀 많이 놀랐는데 걔랑 너 얼굴 빼고 너랑 다 다르더라.
그 서영이라는 여자 애는 엄청 당찼거든. 활발하고, 시끄럽고.
근데 넌 그렇게 귀찮게 구는 애들한테 한 마디를 못하고 있고. "
저 말을 끝으로 큭큭거리며 웃는 도경수를 뾰루퉁하게 쳐다보니
장난이야, 하면서 아까 좀 날린 앞머리를 정리해주면서
그리고 내가 너네 반 반장이라 아침에 너 반 데려다준 것도 난데, 그것도 몰랐지?
라고 말하는 도경수다.
아.. 오늘 아침에 어떤 애가 데려다주긴 했는데 엄청난 어색함때문에
고개를 푹 숙이고 왔으니 당연히 얼굴을 못봤지, 씨발!
" 아.. 아무튼 쌤이 나를 왜 불러?.. 아까 얘기 다 끝난 걸로 아는데... "
무안해진 내가 얼른 선생님이나 보러 가야겠다는 마음으로 말하자, 아프지 않게 내 볼을 꼬집는데.
씨발, 자꾸 은근슬쩍 스킨십하는 거 보니까 이새끼 선수 아니야?!
라는 생각이 번뜩 들더랬다.
" 아까는 불쌍한 어린 양을 구원해주기 위한 속임수지, 멍청아. "
...^^ 아, 네. 존나 똑똑해서 좋겠네 10새끼.
도경수는 주머니에 있던 200원짜리 츄팝츄스사탕을 건내더니,
걔네가 말걸면 그냥 무시해. 쉬는시간 되면 그냥 나한테 오고.
라는 말과 함께 정말로 선생님의 부름때문에 가버렸다.
씨발.. 어떻게 들어가지?
분명 들어가면 반 전체가 나에게 시선이 집중될 것이고, 아까 그렇게 도경수랑 말씨름하던 그 세명의 빡침이
내가 타켓이 되어 공격될 거라는 두려움들 때문에 이렇게 망설이고 있는 중이다.
후, 열까? 아니야, 그냥 수업시작할 때 들어갈까?
아니면 그냥 일교시 빠질까?
아 씨발!!!!!!!!!!!!!!! 진짜 첫날부터 왜이리 꼬였냐 좆같이!!!!!!!!!!!!!!!
드르륵-
애꿎은 손톱만 물어뜯으며 뒷문을 해탈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뜬금없이 열리는 뒷문에 놀라 커다래진 동공이
지진을 크게 일으키게 된 이유는..
" 이야, 너 찾으러 딱 나오니까 만나네.
운명인가봐, 징어야. "
독자님들 중에 혹시 서영이라는 이름이 있으면 어쩌죠..? (동공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