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학과 다니는 남자랑 사구리는 썰 6
안에 김종인이 있다고 보장된거도 아니고, 그렇다고 날 카바쳐줄 오세훈이 있는것도 아니고.
체육관이 작은 크기는 아닌데 그렇게 큰 크기도 아니라서 딱히 뒷문이 있는 게 아니니까 하나뿐인 입구 앞에 서서 누군가가 들어갈 것 같다, 싶으면 슥 옆으로 빠지고 누군가가 없으면 계속 그 앞에서 발이나 동동 구르면서 안절부절하고 있었어.
휴대폰이나 만지작 거리면서 말이야.
그때가 음, 중2때니까 스마트폰도 아니었거든.
그러니까 평소에 굉장히 좁은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던 나는 전화나 문자가 가능한 몇명의 친구에게 이미 연락을 다 씹힌 후였으니까.
진짜 뭐 묻은 멍멍이처럼 왔다갔다 정신사납게 입구 앞을 배회했어.
"안들어옵니까."
"악!!"
"괜찮습니까?!"
김종인이었어. 그 뒤의 악질은 나였고. 입구를 배회하던 중에 열린 문에 이마를 쾅 박고는 뒤로 넘어지고 말았거든.
여닫이 문이라 내가 문 뒤에서 걸어오는게 안보였나봐. 부딪히자 마자 평소엔 그렇게도 표정없던 얼굴이 새하얘져서는 넘어진 내 앞으로 와서 내 이마를 살펴보더라.
입으로 내쉬는 바람이 피부에 닿을 정도로 가까이.
종인이는 걱정스러운 맘에 본건데 걔랑 나는 감정이 다르잖아 ㅋㅋㅋ 진짜 너무 설레서 얼굴이 달아오르는게 느껴지는거야. 그래서 고개를 휙 돌려버렸어.
김종인은 어찌나 내 맘을 몰라줬던지. 계속 걱정스러운 건지 종인이가 이마를 보자면서 내가 고개를 돌리는 방향으로 자기 얼굴을 들이미는 거야.
이 상태로 고개가 돌아가면 내 감정을 들키기는 시간 문제다 싶잖아.
그래서 괜찮다며 손사래를 쳤어. 생각보다 세게 박은 건지 꽤 아려오는 이마에 눈물이 핑 돌았는데 그래도 눈물 꾹 참고 헤헤 웃으면서.
눈을 빨개졌겠다, 엎어져가지고 포즈도 이상할테다가 바보같이 웃기까지 했으니, 얼마나 못나보였을까. 하면서 자책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종인이의 포커페이스가 한껏 구겨져있는거야.
그래서 생각했지.
아, 빨리 포커스를 딴 데로 돌려야겠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 근데 저 오는 줄 알고 계셨어요..?"
"아닙니다."
"아, 아까 안들어오냐고 물어보시길래."
"문 밖. 다 보입니다."
종인이가 처음 문열면서 한 말이, 안들어오냐는 거였잖아. 그걸로 화제나 좀 돌려보려고 했더니 여전히 인상 쓴 채로 말하더라. 거기에 난 또 쫄고..
그래 알고보니까 문이 통유리로 된 문이었어. 안에는 안보이게 썬팅 해놓은 거고. 그때부터 아, 망했구나 ㅅㅂ 하는 생각이 들었어.
혼자 기다리기 심심하잖아. 나 진짜 별짓 다했거든ㅋㅋㅋㅋㅋㅋㅋㅋ위아래 춤추고 모델워킹도 걸어보곸ㅋㅋㅋ
반사된 내 전신샷도 좀 보고....하..ㅎ..
아,...하는 존나게 멍청한 추임새를 끝으로 한동안 정적만 흘렀어. 여전히 김종인은 얼굴에 인상만 가득했고.
"이마, 멍 들었습니다."
정적 끝에 찾아온 건 종인이의 낮은 목소리였어. 꽤 아리다 했더니 멍이 들었던 건가봐.
엎어진 내 눈높이에 맞춰서 무릎을 접은 종인이가 바지를 탁탁 털면서 일어나더니 나에게 손을 내밀었어. 일어나라는 조금 무뚝뚝한 말과 함께.
조금 망설이다가 잡은 종인이 손을 잡고 일어섰어.
내 손을 꽉 붙잡은 종인이가 망설임없이 체육관 안의 의무실로 데려가더라.
그..근데 오빠, 여기 여자출입금지인데여..(의심미)
"다른 곳은 괜찮습니까."
"아..ㅇ...네.."
"이마."
익숙하게 구급상자 꺼내서 대강 약바르고 밴드붙여주더라. 그와중에 심장아, 작작 나대줘..
그러더니 빤히 날 쳐다봐.
다정+걱정+미안함 등등이 섞인 듯한 김종인의 눈빛의 의미를 정확하게 정의내릴 수가 없어서 몇 분간 고민하다가 생각했어.
아, 치료가 끝난건가.
사실 김종인이랑 이렇게 둘이 더 있고 싶었는데 그냥 고맙다고 고개만 꾸벅이고 일어서려는데 김종인이 내 팔목을 잡고 힘을 줘서 앉혔어.
"끝까지."
"...에?.."
"말 안합니까."
그러더니 미간을 팍 찌푸리더니 구급상자에서 파란색 약통에 담긴 스프레이형 파스를 가지고 왔어.
"발목."
"...아..."
"접질렀지 않습니까."
사실 아까 넘어지면서 왼쪽 발목도 같이 접질렀거든. 근데 그다지 많이 아픈거도 아니고 딱히 뭐라할 말도 없고해서 아무말도 안했던 상태였어.
운동하는 사람이다보니까 내 걸음걸이가 조금 이상한걸 눈치챈거겠지.
억지로 의무실 의자에 다시 앉히더니 내 발목을 잡고 파스를 뿌리더니 옆에 있던 새 붕대를 가지고 오더라.
저녁을 먹으러 단체로 모여서 움직인건지, 어느새 바깥은 조용해져있었고.
또, 문이 굳게 닫힌 좁은 의무실 안에는 나랑 종인이 뿐이었고.
옆에 작게 나있는 창문 사이로 발갛게 물든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어.
종인이가 더러운 내 발을 잡고 예쁘게 붕대를 묶어주고 있을때 분위기에 취한건지, 입을 뗐어.
"오빠,좋아해요."
자존심같은 건 김종인 좋아한다고 깨달았을 때부터 내버린지 오래였어.
바보처럼 자존심싸움하다가 김종인을 놓치기 싫었으니까.
"언제부터였는지도 모르겠어요. 오빠를 좋아한게."
들은건지 못들은건지 김종인은 여전히 묵묵히 붕대만 묶고있더라.
"우스울거 알아요, 고작 중학생이 뭘 알까 싶기도 할거구요."
나를 밀어낼 게 뻔할 오빠의 대답이 무서웠던 건지 왈칵 눈물이 났어.
"그래서, 여자로 안보일거도 아는데..안받아줄거도 아는데..그냥, 그냥, 말하고 싶었어요.."
"....."
"내가, 오빠를 많이 좋아한다는 걸."
어느새 붕대를 다 묶은 종인이가 내 신발을 다시 발에 신겨주더라.
"나, 오빠 좋아해도 돼요?"
"....김여주"
"아니요, 대답하지마요. 그냥 나중에."
무서웠어. 거절당한다는게.
그래서 그냥 또 헤헤 웃으면서 종인이가 하려던 말을 막아버렸지.
애써 웃음짓는 내가 안쓰러웠던건지 내 머리를 헤집듯이 쓰다듬은 종인이가 후, 하고 한숨을 내쉬더니 아예 의무실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어.
의무실 안에는 잔뜩 울어버린 덕에 코를 훌쩍이는 내 못난 소리밖에 들리지않았지..ㅋ
"오세훈오면 데려다 달라고 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아, 네."
"잠시만요."
잠시만 기다리는 말과 함께 종인이가 의무실 밖으로 나선 종인이가 금세 돌아왔어.
약간의 곤란한 표정과 함께 말이야.
"오세훈, 먼저 갔습니다."
오세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친너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앵간하면 걸어가려했는데, 진짜 발목이 너무 따갑고 아픈거야.
그래서 오세훈한테 기대서 가는게 낫겠다 싶었거든.
시발. 내가 니 놈을 믿는게 아니었는데.
"기다리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에...?"
"제가,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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