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와 함께 여행을' 이벤트에 당첨되셨습니다. 두번째사연]
역시 이름이 나오지 않아요.
"아빠, 빨리. 빨리!!!!!!"
샤워는 무슨. 고양이 세수만 하고 모자를 꾹 눌러 쓴 채 가방을 둘러멘 너는 차에 오르기가 무섭게 아빠를 재촉해.
그에 비해 여유롭기 짝이 없는 아버지는 너의 절규에도 허허, 웃으시며 차에 올라타셔.
벌써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지금 전력질주를 해도 비행기를 탈까 말까. 너는 지금 아주 속이 타들어가는 것 같아.
안 돼, 나 도경수 봐야한다고!!!!!
다행히 너의 아빠는 차의 올라타자마자 스피드레이서로 변신하셔. 항상 느긋하시던 아빠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나 놀랄 정도야.
몸이 이리저리 기우뚱거릴 만큼 획획 차 사이를 왔다갔다 하시며 달려주시는 덕분에 너는 다행히 비행기가 뜨기 전에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지만 내리자마자 몸이 휘청거리고 속을 게워내야 했을만큼 후유증은 컸지만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비행기에만 탈 수 있다면야 ㅠㅠ
바로 출국장으로 달려간 너는 무사히 게이트를 통과하려는데 그제야 열심히 엑셀을 밟아주신? 아빠가 떠오르는거야.
뒤돌아보니까 멀리서 헉헉거리며 달려오시는 아빠가 보였고 너는 손을 번쩍 들고 크게 저으면서 큰 소리로 아빠를 불렀어.
"아빠!!! 다녀오겠습니다!!!!!! 사랑해요!!!!"
무려 하트까지 만들어 아빠에게 날려주자 활짝 웃으시는 모습까지 본 너는 기분 좋게 웃으며 게이트 안으로 들어섰고, 간단한 절차를 거치고 드디어 비행기에 올랐어.
어디보자.. 내 자리가...
와우, 아까는 정신이 없어서 확인하지 못했었는데 자리를 찾다보니까 너의 입이 떡 벌어질 수 밖에 없어. 무려 일등석이었거든.
신님, 이거 너무 파격적인거 아니에요...?
그런데 너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핸드폰이 울리는거야. 카톡.
신의선물
쩔지? 그치?
나도 알아. 10:15
카톡을 확인하자마자 너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고 자리를 알려준 승무원이 돌아가면서 휴대폰은 끄거나 비행모드로 해달라길래 고개를 끄덕이면서 꺼버렸어. 물론 그 전에 신에게 고맙다는 인사는 까먹지 않고 보내놨지. 넓디 넓은 자리에 앉은 너는 주위를 둘러봐. 8자리에 6자리나 앉아있더라. 세상에는 돈 많은 사람들이 참 많다고 생각해. 아, 아니면 마일리지? ㅋㅋ
아무튼 너는 공항까지 아주 정신없이 온 상태라 잠시 상황을 정리해보기로 했어.
그러니까 나는 며칠 전에 신청한 이벤트에 당첨이 되었고, 그래서 그 이벤트를 열었던 '신'이 고3인 나를 여행보내주기 위해 2016년으로 보내준건가? 그럼 나는 지금 20살인거고 우리 경수는... 맙소사 반오십? 아니야, 빠른이니까 아직 24살로 해주자. 아무튼 지금 이 비행기는 뉴욕행 비행기... 경수가 그토록 원하던 뉴욕 배낭여행을 떠나는 중... (키득) 그리고... 어... 아는 것이 없다...... 심지어 내가 가방에 뭘 쌌는지도 몰라... 모른다고...ㅠ
너는 식은땀을 흘리며 고민해야 했어. 비행기에서 내리면 어떻게 해야하지? 경수는 어떻게 만나게 되는거지? 여행은 언제 끝나는거야? 등 고민할 게 너무도 많아.
고민하던 사이 30분이 됐는지 어느새 기내에 이륙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너는 고민을 끝내기로 해. 사실 여기서 실컷 고민해봤자 알게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무작정 부딪혀보기로 해. 약간의 두려움이 있긴 했지만 신을 믿어보기로 한거야. 어떻게든 되겠지.
일단 누릴 수 있는 것을 누리자고 생각한 너는 비행기가 구름 위로 뜨기가 무섭게 스튜어디스를 불러 이것저것 가져다달라고 부탁하지. 간단한 물부터 시작해서 말이야. 딱히 갑질을 하려던건 아니였는데 막상 10번 이상 얼굴을 보게 되자 미안한거야. 그래서 너는 이제 잠을 자려고 해.
(소근) 사실 기내식을 먹고 배가 불러서 잠이 온 것 뿐이야.
"음냐~"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편하게 잤던 것 같아. 꿈에서 먼저 도경수를 만났을 정도로 아주 달콤한 잠을 잔 너는 눈을 비비고 일어나보니 아직도 하늘 위야.
뉴욕이 멀긴 멀구나.
쩝, 입맛을 다신 넌 이제 뭘 할까 생각하다가 너의 앉은 자리를 살펴. 이것저것 열 수 있는건 다 열어보고 꺼내볼 수 있는건 다 꺼내보고. 그래도 착륙은 아직 멀었는지 꺼진 불은 켜질 생각도 안해. 발을 동동 굴리며 창문을 열어 구름 위를 구경하던 너는 와우, 아래로 펼쳐진 구름을 보고 감탄을 터뜨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깐이었지, 시간이 지나자 승무원이 다시 한 번 기내식을 가져다 주기에 아주 맛있게 먹고서는 너는 다시 잠들었어.
"... 공항에 도착하겠습니다. 뉴욕은 현재 10시 50분입니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뉴욕은 맑고, 지상 온도는 화씨 77도, 섭씨 24도입니다. 승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즐겁고 유쾌한 여행이 되셨기를 바라며, 오늘도 한국 항공을 이용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비행기가 게이트에 완전히 멈출 때까지 자리에 앉아 계십시오. 감사합니다."
오! 잠결에 들려오는 기내방송에 너는 눈을 떠. 처음 부분은 놓쳤지만 거의 다 들은 것 같아. 이어서 영어까지 흘러나오는데 그게 너의 귀에 들릴 리가 있나.
너는 상체를 일으켜 세우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착륙을 기다려.
마침내 비행기가 멈추고 낑낑거리며 가방을 멘 뒤 비행기에서 내리는데 방송에서 들었던 것처럼 날씨가 아주 좋아. 여행하기에 딱인 날씨야.
일단 입국절차는 밟아야하는데 그게 은근히 긴장이 돼. 혹시라도 대답 잘못해서 끌려갈까봐. 12년동안 배운 영어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그래도 눈치가 완전히 없지 않은 너는 앞에서의 예를 본보기로 삼아 무사히 입국에 성공할 수 있었어. 너는 오직 Yes라고 대답한 것 밖에 없지.
"와.. 뉴욕....."
게이트를 빠져나오자마자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콧대 높은 사람들. 괜히 기죽는 것 같아 넌 일부러 더 당당히 어깨를 펴보지만 키까지 큰 서양인들이 주는 압박감은 결코 쉽게 사라지는게 아니야. 갓 입학한 초등학생처럼 가방끈을 당겨 바짝 메고서는 열심히 두리번거리며 너는 공항을 나서려다가 결국 다시 돌아와 의자에 자리를 깔고 앉아.
... 나 이제 어떻게 해야해...?
앞으로의 여정에 막막함을 느낀 너는 길 잃은 미아 마냥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것 같은데 꾹 참고서 핸드폰을 켜. 다행히 폰을 켜자마자 너의 구세주인 '신'에게서 카톡이 와.
신의선물
잘 도착했네~ 11:45
폰도 안켜고 공항에서 나가면 어쩌나 걱정했어.
아무것도 모른 채
다른 나라에서 큰일이라도 당하면
그거야말로 정말 큰일이잖아? 11:46
정말 막막했어요..
11:46 얼른 설명해주세요 ㅠㅠㅠㅠ
자, 너의 가방 앞에 작은 노트 하나가 들어있을거야.
실제로 1년 후의 너가 하나하나 찾아보면서 적어둔 노트이니까
자세한건 그걸 보고 참고하도록 하고~
가장 중요한건 도경수와의 만남 아니겠어? 11:48
좋아, 이번엔 엑소의 도경수로 결정! 11:49
11:49 ...?
어차피 도경수 역시 배낭여행 입에 달고 살았는데
이번기회에 제대로 보내주자고.
휴가를 얻어서 혼자 배낭여행을 온 도경수와 곧 마주치게 될텐데
어때? 잘 할 수 있겠어?
그럼 행운을 빌어줄게~ Good Luck! 11:50
어.. 그러니까 끝?
완전 장황하게 설명해 줄 것 같더니 뚝 끝나버린 신의 말에 너는 당황한 채 가방을 뒤적거려 앞쪽에 넣어져있던 신이 말한 작은 노트를 꺼내.
그리고 다시 한 번 울리는 카톡음.
아, 참고로 너의 여행은
뉴욕공항에 도착한 11시 30분부터
무려 36시간!
넌 반드시 내일 밤 11시 30분까지 공항으로 다시 돌아와야 해.
원래 24시간인데
해외여행이라 보너스 준거야~ 11:52
아니 내가 무슨 신데렐라도 아니고...
그렇지만 보너스를 거들먹거리는 신의 카톡에 너는 보이지도 않는 신을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어. 감사합니다.
그리고 크게 한숨을 내쉰 너는 경건한 마음으로 노트의 표지를 넘겼지. 노트에는 여행을 준비하면서 적어놓은 듯한 계획들이 꽤 자세하게 적혀있었어. 아마도 1년 후에 너는 이 여행을 오랫동안 준비하고 있었던 모양이야.
어디를 가야하고, 잠은 어디서 자야하고, 끼니는 어디서 해결해야하며 간단한 회화법과 팁까지 적혀있는 노트를 보고 안심을 한 너는 한번 정독 후 다시 공항을 나서보려 해.
일단 여길 벗어나야 어디선가 도경수를 만날 수 있을테니까.
"좋았어, 기다려라 경수야!!!"
주먹을 불끈 쥐고 외치는 너를 지나가던 사람들은 마냥 귀엽게 쳐다봐. 누가봐도 갓 성인이 된 아이가 혼자 여행을 떠나려고 심기일전하는 모습이었거든.
"도대체..."
여긴 어디고, 도경수는 언제 나오는거야......
이게 게임이라면 너는 당장이라도 모든 것을 리셋하고 상황을 다시 설정하고 싶을거야.
배낭여행이 결코 쉬운게 아니더라. 말이라도 통하면 좋으련만 외국인만 보면 자동으로 울렁거려서 말도 함부로 못 걸겠고 지도 한 장만 믿고 걷고 있는 너는 아주 죽을 맛이야.
지금 몇시간 째 걷고 있는건지 다리가 너무 아파!! 생각해 보니까 지금 같은 곳만 빙빙 돌고 있는 것 같은데...
첫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여행이 끝날 것 같아 너는 일단 호텔로 목적지를 변경해. 그런데 호텔 찾기도 힘들어서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거든.
미국에 한국인들 많다며... 왜 한명도 안보여 ㅠ 뉴욕이라서 그래???
금방이라도 주저앉고 싶어서 길 한복판에 우뚝 멈춰섰지만, 한숨을 크게 내쉬고 다시 눈을 부릅 뜨고 지도를 열심히 읽고있는데 너의 귀에 단비같은 한국어가 들려와.
".. 혹시 한국인?"
어?!
너는 화들짝 놀라며 지도에서 눈을 떼고 은혜롭게 나타나주신 동포를 바라봤는데.. 헙.
"... 도, 도경수..."
거짓말처럼 나타난 도경수의 얼굴을 보자마자 너는 다리에 힘이 풀려 풀썩 주저앉고 말았어. 심장도 함께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아.
썬글라스는 쓰지 않고 모자만 꾹 눌러쓰고있던 그였기에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얼굴이 훤히 다 보였거든. 아니, 썬글라스를 꼈다 한들 자칭 됴부인인 너가 못 알아볼 리 없지.
깜짝 놀란 도경수가 함께 주저앉으며 괜찮냐고 물어봤지만 너는 얼떨떨해서 대답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눈만 꿈뻑거리는게 다였어. 도경수의 얼굴에는 난감함이 떠올랐고 볼을 긁적이다가 너에게 손을 내밀어.
"이런, 미안해요. 같은 한국인인 것 같아서 반가운 마음에."
".. 세상에..."
도경수의 손을 잡고 겨우 다시 일어난 너는 멍하니 그의 얼굴만 뚫어지게 쳐다봐.
꿈일까 너는 손을 들어 자신의 볼을 꽉 잡아 늘렸고 입에서는 신음이 터져나왔어. 굉장히 아파. 오히려 도경수가 눈을 크게 뜨고 너를 바라봤고 너는 헤헤, 웃음을 터뜨려.
"경수오빠.."
"아."
너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튀어나오자 도경수는 움찔하며 고개를 푹 숙이며 모자를 더 꾹 눌러 써.
그래서 표정은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혹시라도 자신을 휴가여행까지 쫓아온 사생이라고 생각할 것 같았던 너는 사색이 된 채 도경수의 손을 덥썩 잡고 변명을 늘어놔.
"경수 오빠, 저 오빠 팬이에요."
"..."
"근데 저 오빠 따라서 온 거 아니에요. 저도 배낭여행 왔는데.."
꼭 믿어달라고 반짝거리는 눈으로 올려다보는 너.
그런 너에 도경수는 당황한 것 같았지만 금세 표정을 풀고 아주 미미하게 웃으면서 너에게 말을 걸어.
"혼자 왔어요? 여자 혼자서 대담하네."
"아.. 꼭 한번 해보고 싶었거든요.. ㅎㅎ"
"아까 보니까 헤매는 것 같은데. 어디 찾는 중이에요?"
"... 여기요.."
민망함에 너는 지도를 펼쳐서 호텔을 표시해 둔 동그라미를 가리켜. 사실 너의 구린 영어발음을 들키기 싫은 이유도 있어.
지도를 확인한 도경수는 살짝 놀라는가 싶더니 피식 웃음을 터뜨려. 그 웃음에 너는 다시 한 번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아.
와.. 불과 30센치 사이에 도경수의 얼굴이라니.
"여기서 자요?"
"네..."
"나도 여기서 자는데."
"아.. 네... 네? 지금 뭐라고..."
"우연이네. 힘들면 데려다줄게요. 가까우니까"
"... 가,감사합니다.."
호텔까지 완벽하게 잡아주신 신님, 나이스. 사랑해요.
도경수가 먼저 호텔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고, 너는 조용히 그의 옆에 서서 쿵쾅거리는 심장을 애써 다독이며 걸었어.
역시나 말수가 적은 도경수는 호텔까지 가는 내내 말 한번 붙이지 않더라. 너가 설마 내 존재를 까먹었나, 하고 생각할 정도로 말이야.
그러다가 너의 손에 지도와 함께 들린 노트를 발견하고는 먼저 그게 뭐냐고 물어오는데 마음의 준비도 안 돼있던 너가 엄마야?! 하고 까무러치는 바람에 크게 당황한 도경수와 너의 사이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어.
"..."
'"아,아.. 죄송해요 ㅠ"
"... 아니에요. 많이 놀란 것 같은데, 괜찮아요?"
오히려 너를 걱정하는 저 이쁜 마음씨. 너는 잔뜩 감동을 받고 얼른 도경수의 질문에 대답해주기 위해 노트를 펴서 그에게 보여줘.
"이거 제가 여행에 대해서 계획한 거 적어놓은 거예요!"
물론 1년 전의 나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ㅎ
도경수는 그 노트에 아주 관심이 많았나봐. 좀 더 자세히 봐도 되냐며 묻길래 고개를 끄덕였더니 노트를 직접 들고 꼼꼼히 읽기 시작하는데 괜히 숙제 검사받는 아이처럼 심장이 뛰어. 너는 너의 노트를 그가 봐준다는 것 만으로도 벅찬 감동이 밀려와서 속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는데 다 읽었는지 도경수가 노트에서 시선을 떼고 너를 보며 감탄을 터뜨려.
"준비 많이 한 것 같네요. 이 여행 재밌겠어요, 정말."
"진짜요?"
"네, 진짜. 가능하다면 함께 하고 싶을 정도로."
그 말에 깜짝 놀란 너는 마침 호텔 앞에 도착해 인사를 하고 돌아서려는 도경수를 붙잡아.
"저기, 그럼! 같이... 다니실래요...?"
"..."
"... 역시 불편하시겠죠..?"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자신감이 급하락한 너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면서 도경수를 이렇게 떠나 보내야 하나, 하고 고개를 숙인 채 속으로 울었어.
그런데 곧 앞에서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고개를 들어올리자 도경수가 입을 가리고 웃는 모습이 눈에 들어와.
"불편하지 않겠어요? 저말고 그 쪽이."
"아니요! 전혀!!"
"그럼 실례지만, 잠시 동행할게요. 그 여행길에."
...!
"네!"
장하다, 1년 후의 나!
고개를 죽어라 끄덕이는 모습에 웃던 도경수는 짐을 풀고 나오기를 기다리겠다며 직접 너의 방 열쇠까지 받아줬어. 너는 얼른 방에 들어가 가방을 대충 풀고는 가방 안에 들어있던 또 다른 조그마한 크로스백을 꺼내 간단한 것들을 집어넣고 둘렀어.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방에서 나온 너는 로비에서 기다리며 잡지를 읽고있던 도경수에게 달려갔어.
"가요!"
"밥은 먹었어요?"
"아, 아니요. 저 공항에서 바로 왔는데.."
"그럼 밥부터 먹을까요, 우리."
우리... 도경수가 저랑 나를 두고 우리래... 크흡... ㅠ
감격에 겨워 손으로 입을 가린 채 흐느끼던 너를 의아하게 바라보며 괜찮냐고 물어보는 도경수에게 겨우 그러자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해줘.
호텔식이 먹을만 하다면서 여기서 먹는게 어떠냐는 말에 너는 고개를 연신 끄덕였지. 너에게는 도경수의 말이 곧 법이잖아.
도경수를 따라 호텔 식당으로 간 너는 휘황찬란한 인테리어에 놀라고 넘치는 음식 종류에 다시 한 번 놀랐어.
어쩐지 호텔 들어설 때부터 외관이 남다르더만 이정도면 여기 5성급 호텔 아니야?
겨우 배낭여행일 뿐인데 너무 화려한 것 같으면서도 엑소의 도경수에게 이까짓거 뭐 대수겠냐 생각하며 너는 입에서 흐르는 침을 제어하지 못 해.
"하루종일 돌아다니려면 많이 먹어둬요."
"아, 네!"
그런데 정작 도경수가 더 적게 먹는건 왜죠?
열심히 먹는 너를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고작 한접시 비우고는 수저를 내려놓는 도경수때문에 잠시 위축됐지만 너는 꿋꿋하게 세접시를 거뜬히 비워내.
밥을 먹으면서 도경수와는 많은 대화를 나누었어. 통성명을 하고 간단한 소개를 주거니 받거니 한 뒤에 너는 묻고 싶은게 많았지만 도경수가 눈에 보이게 엑소에 대한 이야기를 피해서 대부분 너의 얘기로 대화를 이어나갔지. 도경수가 먼저 너를 알고 싶어 질문해 올 때마다 너는 열성적으로 대답해주었어. 그 결과 도경수는 무려 너에게 말까지 놓으며 아주 사랑스럽게 쳐다봐주고 있어.
부모님이 보내주셨냐고 묻기에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더니 도경수는 너가 직접 돈을 모아 여행을 왔다고 생각하나봐.
"어린데도 혼자 힘으로 여기까지 오고, 기특하네."
다소 찔리는 게 없지 않아 있지만... 너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운이 좋았죠, 하고 얼버무렸지.
그리고 역시나 찾아온 단골질문. 도경수도 팬이라던 너의 말이 신경쓰이긴 했나본데?
"엑소 좋아한다고 했지?"
"네!"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야?"
"..."
괜시리 웃음이 터져버린 너는 도경수를 빤히 쳐다봤고 질문을 해놓고서 조금 민망했는지 눈동자를 또르르 굴리는 그의 모습에 생글생글 웃으면서 대답했어.
"당연히!"
"..."
"경수오빠죠!!!"
너는 보았어. 대답에 만족한 듯 아주 희미하게 올라간 그의 입꼬리를.
마음 놓고 하트입술 보여주며 웃어도 되는데, 쩝.
호텔에서 나오자마자 너는 자신있게 노트를 활짝 폈어. 도경수와 함께 여행할 수 있도록 연결시켜준 그 노트를 말이야.
근데 말했잖아. 지금의 너는 아는게 하나도 없다고. 그래도 너는 들키지 않기 위해 아주 태연한 척 노트를 소리내서 읽었어.
우선 아까 찾아해매다 포기한 첫 목적지, 센트럴파크에 가보기로 했어. 거의 도경수가 먼저 길을 찾아 나섰고 너는 도경수를 졸졸 따라다니기만 했지.
그런데 도착하고 보니까 엄청 허무하더라. 아까까지 너가 헤맨 곳이 바로 그것이었다는 거야.
아까 도경수가 물었을 때 센트럴파크를 찾는다고 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하마터면 호구 인증 할 뻔 했어.
"미술에 관심 있어?"
"아, 조금..이요?"
갑자기 미술에 관심있냐고 물어오는 도경수. 너는 아주 잠깐 멈칫했지만 어색하게 웃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어.
알고보니까 그 센트럴파크 안에 유명한 미술관이 있는 모양이야. 노트에도 세계 4대 박물관이라면서 꼭 가야한다고 별표까지 그려넣어놨더라.
메크로폴리탄 미술관. 우선 센트럴파크에서의 최종 목적지는 그 미술관인 것 같아.
와아~ 별로 다를 건 없네.
센트럴파크는 한국 공원과 별반 다를 것은 없어보여. 그저 서양 사람들이 걸어다닌다는 정도?
물론 크기는 어마어마했지만 역시 공원이 거기서 거기지.
공원 중간에 있던 미술관 앞에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해. 유명한 미술관이라서 그런지 관광객이 모두 여기에 모여있나 봐.
도경수가 직접 입장권을 사와서 소매 쪽에 붙여주는데 가슴이 콩닥콩닥. 안에 들어서자마자 미술품들의 압박이 장난 아니야.
너는 사실 미술에 취미가 없었기에 대충 훑어봐. 더군다나 영어로 되어있는 설명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아.
그러다가 걸음이 느려진 곳은 악기관.
도경수도 마찬가지였어. 아무래도 직업이 가수다보니까 자연스레 그 곳으로 눈길이 가는 모양이야.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악기들과 웅장한 파이프오르간까지! 정말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멋있어서 넋놓고 바라보는 너를 도경수가 힐끔 보더니 피식 웃어.
미술관에서 나온 너와 도경수는 공원을 좀 더 걷다가 얼른 자리를 옮겼어. 공원이 워낙 크다보니까 공원에서만 벌써 몇시간이 흘러버렸거든.
다행히 도경수와 너는 악기관에서 공통점을 찾아서 여행의 방향을 약간 수정하기로 했어. 둘 다 음악을 좋아하니까 뉴욕에서 유명한 공연을 보기로 결정한거야.
브로드웨이에서의 뮤지컬. 링컨센터에서의 뉴욕필하모니의 공연. 다행히 모두 너의 노트에 적혀있어서 그 사이의 여정들을 뺀 후 무난하게 이동할 수 있었어.
아마 이 노트, 돌아가자마자 너의 보물 1호이자 가보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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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까 뉴욕이 가고싶다능...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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