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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네임 JK
봄이 다가오고 있다. 아직 손님을 맞을 준비가 되지 않은 카페의 창문을 활짝 열며, 그렇게 생각했다.
겨울 내내 매말라있던 회색도시가 싱그러운 자연의 빛을 머금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분명 기분이 좋은 일이었다.
어제의 잔향이 남아있는 카페에서는 은은한 커피향기가 감돌았고, 창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희미한 꽃내음을 머금고 있었다. 이 두가지 향기가 한데 섞여, 묘한 향기를 만들어 냈다.
벚꽃나무의 봉우리가 소녀의 젖가슴 마냥 봉긋하게 솟아오른 것을 보며, 살짝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올해 봄에는 꼭, 오빠랑 같이 벚꽃을 보러가기로 했었는데..
"....워!"
"엄마야!!"
멍하니 창가에 걸터 앉아 밖을 바라보고 있으니,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고함소리에 놀라 기겁을 하며 돌아보았다.
"거기서 뭐해."
"..아씨 진짜 전정국, 아침부터.. 모닝인사가 서프라이즈하다?"
당연하지. 그곳에는 나를 보며 개구지게 웃어보이는, 전정국이 있었다. 너 이자식, 죽을래? 완전 간 떨어지는 줄 알았잖아!
"그러게 누가 그렇게 창가에서 청승 떨고 있으랬냐. 손님이라도 오시면 어쩌려고."
"아 예-. 어련하시겠어요."
저거 저거, 하여튼, 여자의 예민한 감수성이라는 걸 몰라요. 저러니까 여자친구는 커녕, 친구도 없지. 쯧쯧.
작게 혀를 차는 내 모습에 피식 웃던 정국이는 유니폼으로 갈아입으러 탈의실로 들어갔다.
사실, 나도 모르게 하고 있던 오빠의 생각을, 정국이가 벗어날 수 있게 해준 것 같아 고마웠다.
하여튼 타이밍 하난 쓸데없이 정말 잘 맞춘단 말야. 고맙게.
정국이가 들어간 탈의실 쪽만 한참을 바라보다 문득 시계를 보니, 정말 오픈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안되겠다. 나도 어서 준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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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정국이가 우리 카페에서 일하게 된 지도 3개월이 다 되간다. 알바생을 모집한다는 구인광고를 인터넷에 올린지 채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정국이는 일을 끝마치고 뒷정리를 하고 있던 나에게 다가와 대뜸 그랬었다. 나 내일부터, 여기서 일 할래요. 손에는 전혀, 그 흔한 서류 한장도 들려 있지 않은 모습으로.
솔직히 처음에는 무슨 미친놈인가 했다. 하지만 여기가 아니면 정말 안된다는 듯이 말하는 모습에 호기심이 생겨, 잠깐동안 일을 맡겨보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청소도 잘하고, 접시도 잘 닦고, 손님응대도 잘하고. 뭐, 그렇게 정국이는 우리 카페의 마지막 가족으로서 내 일상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가족들이 모두 먼 타지에서 살아 자주 볼 수 없다라는 점에서, 우리는 정말 잘 맞았다. 나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와 피를 나누고 있는 우리 오빠와의 사이가 애틋했다. 오빠의 일이 바빠, 자주 볼 수 없기에 더욱 그랬다.
정국이는 내게 자신도 그런 사람이 있다고 했었다. 친 형은 아닌데, 나한테는 친 형보다 더한 존재지. 소중한 사람이야. 정국이는 그 사람을 그렇게 소개 했었다.
날이 따듯하게 풀린 덕분인지, 카페는 오늘도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정신없이 밀려드는 주문에 흘러내리는 머리도 정리하지 못한 채 서빙을 하고 있었다. 서빙을 하는 도중에도 정국이와 나는 종종 눈을 마주쳤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정국이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눈이 마주칠 때 마다, 정국이는 가볍게 웃어주거나 힘내.라고 작게 속삭여주곤 했다. 누가 보면 사귀는 줄 알겠어 정국아. 차마 말 할 수 없는 내 생각이었다.
"여주야, 3번 테이블 아메리카노 한 잔하고 허니 브레드 하나."
"네."
알바 언니에게서 아메리카노와 허니 브레드를 전달 받고 테이블을 향해 가려는데, 뒤에서 익숙한 체온이 느껴졌다.
"머리가 이게 뭐야."
"아, 고마워."
"진짜 바쁘다. 그치?"
내 머리를 다시 꼼꼼하게 올려 묶어준 정국이가, 내 말에 작게 웃으며 머리를 묶던 손을 내려 나의 어깨를 가볍게 주물러 주었다. 거의 끝나가잖아. 조금만 더 힘내자. 그래, 너도! 씩씩하게 떨어진 내 대답에 정국이가 또 한번 웃음 지었다.
"그래."
"....."
"우리 둘다,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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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정신 없었던 하루가 지나고 나니, 벌써 시계 바늘은 저녁 8시를 향하고 있었다. 하루종일 입고 있었던 유니폼을 벗어 던지고 두꺼운 코트를 입었다. 목도리를 하려고 들어올렸다가, 문득 생각에 빠졌다. 안해도 될 것 같은데..
목도리를 하기엔 날이 많이 풀린 것 같아 결국 목도리는 곱게 접어 한쪽에 밀어 두었다. 한참 그렇게 집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준비를 마친 정국이가 다가왔다.
"준비 다 했어? 가자."
"응?"
"데려다 줄게."
"야, 너 나랑 집 완전 반대 방향이잖아. 괜찮아. 아직 8시밖에 안됐어."
"어허, 데려다 준다니까? 네 집 방향에서 쭉 걸어가면 우리 집 가는 버스 바로 와. 그거 타고 가면 돼."
휴, 위험했다. 얘 삐치면 기본이 일주일인데, 진짜 큰일 날 뻔 했어.
속으로 몰래 안도의 한숨을 쉬다가, 카페 열쇠를 손에 쥐고 문 쪽으로 걸어나가는 정국이의 뒤를 쫄래쫄래 뒤따라갔다. 같이 가-!
***
정국이와 함께 걸어가는 골목길은 생각보다 훨씬 쌀쌀했다.
으아- 춥다. 낮에는 따듯했는데.. 일교차가 큰 날씨라는 걸 망각한 것이 화근이었다. 제법 쌀쌀한 날씨에 목도리를 하고 나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입고있던 코트의 단추를 채웠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곤, 정국이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정국이는 못마땅한 얼굴을 하곤 자신의 목에 감겨 있던 붉은색 목도리를 풀어, 내 목에 감아주었다. ..야, 니가 더 추워보이거든? 그냥 니가 하고 있어. 나보다 얇게 입은 정국이가 걱정되어 한 소리에도 정국이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난 안 추워.
"..정국아?"
"응? 가만히 있어봐."
"..너 지금, 뭐하니?"
"...이게 왜 이러지.."
"아 전정국 하여튼, 해줄거면 좀 잘해주던가, ..완전 헤르미온느잖아. 이건!"
"...어.."
"....."
목도리를 매주는 것이 아니라 무슨 붕대를 감듯이 꽁꽁 묶어버린 정국이 때문에, 내 얼굴의 반은 목도리로 가려져 눈만 겨우 보이는 상태였고, 나의 긴 머리카락은 제 멋대로 붕붕 떠있는 상태였다. 안 봐도 뻔히 보이는 내 모습이 얼마나 웃길까 상상이 되서 괜히 정국이에게 툴툴거렸다가, 살짝 난감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정국이의 표정이 웃겨 웃어버리고 말았다. 내 웃는 얼굴에 곧 정국이도 따라 웃었다. 푸흐. 그렇게 나와 정국이는 서로 마주보며 한참을 웃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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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부터 점점 가까워지는 우리 집 마당이 보였다. 슬쩍 눈만 돌려 정국이를 바라보니,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한 표정이라서 그냥 고개를 돌려 버렸다. 음, 어떡하지? 여기까지 데려다 준 정국이한테 미안한 마음도 들고, 왠지 모를 아쉬운 마음이 들어, 들어가서 차나 한 잔 하고 갈래? 라는 말을 한번 해 볼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찰나였다. 무언가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창문이 환한 것으로 보아, 불이 켜져있는 것 같았다. 이상하다. 아침에 분명 끄고 나갔는데, 뭐지?
"..정국아"
"응?"
"..오빠가.. 오빠가 돌아 온 것..같아.'
"..뭐?"
"집에 불, 불이 켜져있어.."
"..그럼 빨리 들어가 봐. 기다리던 사람이잖아."
"그럼 나, 들어가 볼게. 오늘 고마웠어! 아 목도리는.."
황급히 목도리를 풀으려는 나의 손길을 정국이가 막아섰다.
"급할텐데 그냥 하고 들어가."
"....."
"오빠 잘 만나고."
"....."
"울지말고."
"...응."
"갈게-"
조, 조심히 들어가 정국아!
저벅저벅. 정국이가 뒤돌아 저 멀리 사라졌다. 평소 같았으면 정국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겠지만, 오늘은 그냥 뒤돌아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떨리는 마음이 도무지 진정이 되질 않았다. 내가 오빠를 몇 달만에 보는거지? ..거의 6개월만이야..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현관문 앞에 서서 비밀번호를 누르는데, 자꾸만 떨리는 손가락 때문에 비밀번호를 연달아 틀렸다. 아이씨, 어떡해.. 빨리 보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바보같이 자꾸 틀리는 손이 참 원망스러웠다. 신경질적으로 도어락을 내렸다 다시 비밀번호를 누르고 있었는데,
벌컥-
갑작스럽게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곳에는,
"...아.."
"..우리 여주, 못 본 사이에 더 예뻐졌구나."
"..흐으.."
"오빠 안 보고 싶었어?"
"....."
"오빠는 너무 보고 싶었는데."
"..오빠..."
"이리와-"
따듯하게 나를 안아주는 오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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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니노.. 제 손이 또 한번 저질렀네요. 한 번쯤은 써보고 싶었던 조직물인데, 내용은 싸움 그런 것 보단 사랑 이야기가 더 많이 들어 갈 것 같아요. 한 편의 아련아련한.. 그런ㅜㅜ 분량은 5편 내외?
저도 막 피 튀기고 욕이 난무하는, 그런 섹시한 조직물도 쓰고 싶지만, 그건 나중에 글솜씨가 늘면 그때 다시 쓰는 걸로! 그렇다고 싸움씬이 아에 없진 않아요! 아직 무슨 내용이신지 하나도 모르겠죠? 이제 점점 알게 되실 거에요.^^ 아셔야 될텐데...(불안) 음 그리고 사실 전 학생이라서, 이제 곧 개학이라.. 이 글이 언제 또 돌아올 수 잇을지..ㅜㅜ 그래도 최대한 노력해 볼게요ㅜㅜㅜ 으쌰으쌰! 저는 댓글을 먹고 사는 사람입니다.ㅎㅎ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항상 감사해요♥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