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살 것 같다."
소파 위로 벌렁 넘어지는 종인을 향해 세훈이 맥주캔을 던졌다.
"니 집도 아닌데 왜 그렇게 편하게 있냐."
"니집이 내집이고 내집이 내집이지."
종인은 클클거리며 맥주캔을 시원하게 땄다. 울렁, 한 모금이 넘어갔다.
"니새끼가 집에 안가서 오늘 밤에 나 심심할 예정임. 알고 쉬어라."
"하루정도는 좀 쉬어라. 형 안 죽냐?"
"그래뵈도 팔팔하거든."
세훈은 툴툴거리며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지금 이곳은 세훈의 아파트. 지상 20층이던 종인의 집은 급히 4층의 방으로 이사를 하는 중이었다. 건장한 센티넬들이 이삿짐을 옮기는데야 하룻밤이면 충분하다는 말에 종인은 오랜만에 세훈과 준면의 집에서 쉬기로 했다.
"..경수형은?"
"아, 뭐 그냥 잠깐 볼일있다고 해서."
"안 따라나가도 되냐. 벌써 애정이 식었나?"
"안그래도 따라가려고 했다, 새끼야. 근데 나 쉬고 치료받아야 된다고 바득바득 우겨대서..첫날부터 싸울 순 없잖아. 내가 져 줬다."
"어른스러운 척은."
"형은 그리고, 그래뵈도 강한 사람이니까."
짐짓 무거운 말투로 대화를 맺었다. 그의 말 속에서, 지난 며칠간의 경수의 모습이 한아름 담겨 있었다. 종인은 눈을 꾹 감았다가 다시 떴다.
세훈은 벌써 한 캔을 다 비우고 냉장고로 향하고 있었다. 종인은 세훈이 다 마신 빈 캔을 주물럭대며 물었다.
"술이 늘었다?"
"연상이랑 살아봐라. 안 늘어나나..."
"여얼. 준면이형 그렇게 안봤는데~?"
"그냥 내가 속이 타서 마시는거지. 형은..."
세훈은 암담하다는 듯 말끝을 얼버무렸다. 종인 또한 큭큭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는 너도. 경수형도 연상이잖아?"
"형은 연상같지 않은 연상이지."
종인은 말을 함과 동시에 경수의 얼굴을 떠올렸다. 둥근 눈동자, 통통한 입술, 보드라운 피부에 말랑한 볼살까지. 그게 어딜봐서 나보다 형이냔 말이지.
"...아!!!!!!!!!"
부엌 쪽에서 세훈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종인 또한 깜짝 놀라 고함으로 응수했다.
"아!!!왜 성질이야 갑자기!!!!"
"암만 생각해봐도 짜증나!!!!나도 형이랑 오랜만에 같이 보내는 밤인데!!!너넨 왜 재결합 첫날을 남의 집에서 보내는건데????"
"억울하면 하던가!!왜 남탓이냐?"
"시발, 못할줄 알고?"
"너 하면 나도 한다, 시발.."
나름 살벌한 현장을 명료하게 해결한 것은 준면의 등장이었다. 준면은 신발 개수를 헤아리더니 어, 벌써 왔네? 하며 멀찍이서 인사를 건냈다. 종인은 일어나서 허리를 꾸벅 숙였다. 신세 좀 질게요. 죄송합니다 형. 준면은 비닐봉투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사람 좋게 웃었다. 에이, 뭘 우리 사이에.
"형!!"
세훈이 달려나왔다.
"왔어? 다친덴 없고?"
"얜 무슨..요 앞 마트 다녀오는데.."
준면은 부끄러운 듯 손을 휘휘 저어가며 세훈을 밀쳐냈다.
"그래도.."
"괜찮아. 별 일 없었어."
준면은 하얀 손가락으로 세훈의 볼을 톡톡 두드리며 빙긋 미소지었다. 세훈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준면의 손을 우악스럽게 붙잡아 그대로 입술로 돌진했다.
"읍...!"
적나라한 소리가 거실까지 울렸다. 종인은 반쯤 보이는 둘의 모습에 적잖이 당황하며 시선을 반대쪽 벽으로 고정했다.
"으..야..손님 있,는데...으.."
준면의 말이 씹혀들어갔다. 종인은 언제쯤 끝날까 하는 눈치를 보기 위해 흘깃 눈길을 주었다.
오세훈과, 눈이 마주친 것 같기도 하고.
종인은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냥 숙박비라고 생각하자.
세훈은 곧 준면의 아랫입술을 진득하게 빨아들이는 것을 마지막으로 키스를 마무리했다. 그리고선 태연하게 준면이 장 봐온 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오세훈, 또 술 먹었어!!"
"김종인 무사귀한 축하주야. 좀 봐 주라, 형."
"내가 정말 너 때문에..."
준면은 귀엽게 툴툴거렸다. 그런 준면의 모습이 귀여운지 세훈은 준면의 볼을 가볍게 꼬집었다. 준면은 세훈을 향해 눈을 흘겼다. 잔소리를 쏟아내려던 준면의 선홍빛 입술이 다시 한 번 세훈의 입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준면은 세훈의 등짝을 팡팡 내리치며 행동을 저지하려 했지만 세훈은 준면을 냉장고로 밀어붙였다.
그들을 바라보던 종인은, 결국 헛기침을 내뱉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제가 있어봤자 그 둘에게 도리어 눈치를 받는 묘한 기분이었다. 화장실에 가서 경수형한테 전화나 해야지. 씨, 진짜 짜증난다고. 둘이서 붙어먹는다고....
아니, 사실은,
보고싶다고.
화장실로 걸어들어가는 종인의 발걸음이 가뿐했다.
종인이 화장실로 들어서자마자, 준면은 세훈의 어깨를 붙잡고 밀어냈다. 세훈은 순순히 입술을 떼어냈다. 투명한 타액이 여운처럼 둘을 이었다. 준면은 입가를 슥 닦아냈다.
"무사귀한 축하주?"
"....."
"웃기지도 않아, 오세훈."
"....."
"저새끼 때문에 그동안 들인 시간이랑 노력이 얼만데."
"....."
"니가 다 망쳐놓고, 술이 넘어가나봐?"
"....."
세훈은 항변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러나 준면이 더 빨랐다.
"그래, 니탓이라고 할 순 없지. 박찬열 그새끼가 뒤통수를 칠 줄이야."
"....."
"그래도 니가 전화만 계속 잘 막았어도..."
"...."
"우린 그 새끼들, 적어도 둘 중 하나 머리통에 총알이 박힌 후에 도착했을거야."
".....변백현은."
세훈은 부러 말꼬리를 돌렸다. 준면은 비식 웃으며 대답했다.
"서울 외곽 병원에 입원시키던데. 처음부터 얼굴 못 보게 하려고 안간힘 쓰는거 너도 봤지?"
"...."
"똑똑하긴 해, 우리 경수가."
"...."
"김종인도, 마찬가지지. 어쩌면 너무 얕봤을 수도 있어."
"....."
"알겠어,오세훈? 니가 왜 늘 2등인지."
"...."
"그러니까 난, 니가 아니라, 김종인이었던 거고."
"...그 말, 하지 말랬지."
"왜? 오늘 좀 귀엽게 굴더라, 세훈아."
"....씨발.."
"김종인 앞에서 그렇게 티내고 싶었어?"
"닥쳐.."
"괜찮아, 세훈아. 난 네 가디언일거야, 영원히..."
준면은 하얀 손등으로 세훈으 볼을 쓸었다. 나른하게 접힌 눈매는 유혹적이었다.
"..네가 내 말을 잘 듣는 한에서."
"....."
"그래. 아마...오늘의 실패는 내 탓일지도 몰라."
"...."
"그 때, 너와 김종인을 헷갈리지만 않았어도."
따듯하게 덥힌 우유향이 나는, 회빛의 과거가 펼쳐진다. 도서관에서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놓여있던 우유 한 병. 옆자리 친구에게 물었었다.
'...이거, 누가 갖다놨는지 봤어?'
'글쎄. 아까 김종인이랑 오세훈이 얼쩡거리는 건 봤어.'
이렇게 쉽게 인연이 닿을 줄은 예상하지 못해서, 들뜬 마음에 선물을 받았다. 그후로도 몇번, 선물을 받은 후 고맙다는 쪽지를 책상에 남겼다. 그 다음에 바로, 처음과 똑같은 우유 한병과 쪽지가 도착했다. 만나고 싶다고.
한달음에 달려나간 그곳에는,
'......아..'
알파 센티넬 김종인이 아닌,
'아, 안녕하세요..'
창백한 피부, 늘씬한 키에, 소년같은 표정의,
오세훈이 있었다.
준면은 애써 빙긋 웃었다.
속으로는 욕을 읊었다.
세훈은 준면의 미소를 멍하게 담았다.
속으로 생각했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사람이다, 라고.
"...세훈아."
"...."
"나도 너 버리기 싫어."
"....."
"...열심히 해야지."
"....."
"우리, 속궁합은 최고잖아?"
준면은 야살스러운 웃음을 남기고선 세훈의 곁을 떠나갔다.
김준면.
울컥 차오르는 이름을 삼켜냈다.
화끈거리는 목구성 뒤로 넘쳐흐를것만 같은 씁쓸함 또한 사랑이라는 것을 세훈은 잘 알고 있었다.
종인아,
난 형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한번도, 그러지 않았던 적이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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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엉;ㅇ어ㅏㅣㅇㄴㅇ너ㅓㅇ눈어ㅏㅜ ㅏㅣㅜㅏ저번에도 후기를 못남겨서 급하기 지게 ㅣㅏ니ㅏㅏㅜㅠㅠㅠㅠㅠㅠㅠㅠ
아ㅠ 시간일분남ㅇㅆ어유ㅠㅠㅠㅠㅠ
아무튼 여러분 ㅂ믿기진 않겠지만 이게 완결이에용
카디번외 찬백번외 각각 하나씩 남아있습니다
저번에 처음으로 세준커플 좋다는 분이 계섰는데...결말 ㅅ죄송해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통수때린 기분이네요......
내허허허허허허 한...한두달정돈가요 그 기간동안 처음 연재를 해봤는데요
음..제 능력보다, 제 글보다 과분한 사랑을 받은 것 같아 참 감사드립니다.
한번이라도 제 글을 읽으셨던 모든 독자분들, 감사하고 사랑해요!!!!!!!진짜로!!!!!!!!
다음번엔 뭘쓸까요..고민이 많네요ㅠㅠㅠㅠ
학원물 아니면 리맨물...
현실사람인 카디를 쓰고 싶어요 센티넬버스는 세계관이 다른 판타지물이다보니 제가 스스로 생각해내고, 그 월등한 능력들ㅇ르 표현하는데 아직 많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
사람카디를 보고싶어요..예....
좋은 이야기나 소재, 원하시는 커플링등 마구 적어주시면 참고하고 생각해볼게요!!!!!!!! 하지만 카디는 계속되어야해요, 카디는 제 정체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