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약간 발목이 보이는 하얀 의복을 입고 있고, 짚신을 신고 나들이를 나올 때면 고양이나 병아리 같은 동물들과 조근조근 대화하곤 한다는 몸집 작은 평민 아이.
눈에 띌 때면 언제나 나비를 쫓아서 돌아다니다가 흙탕물에 발이 온통 진흙투성이가 돼 버려서 길을 망치고 있는 줄도 모르고 나비만 쫓고 있는 때가 허다하다.
마을 아주머니들께 밥을 얻어 먹고 지내며 말을 더듬고 지능이 어리다는 소문이 있다.
성균관의 주목받는 유생.
머리가 좋고 용모 또한 단정해 주변 사람으로부터 신망이 높으나 성균관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질 때면 꼭 다른 유생들을 뿌리쳐서라도 어딘가로 사라지기에 보니
그때마다 가는 곳이 기생 집이었다는 사실에 거리의 많은 여성들이 얼굴을 붉혔다고 한다. 평소에 하도 능글거리는 터라 역시나 하는 말이 나왔는데,
현재 거리의 소식통들 사이에서는 이 유생이 기생집에서 사내 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소문이 쉬쉬하며 휘돌고 있다고 한다.
평민 출신에 계집으로 태어나 마음껏 글 공부를 해 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아이.
글을 배우고 싶어서 도둑고양이처럼 몰래 성균관 앞을 기웃거리면서 담 너머로 글공부 하는 걸 듣다가 혼자서 글을 깨쳤다.
천성적으로 밝고 따뜻해 성균관 유생들과 그 스승들에게 걸리지 않기 위해 줄행랑을 치기도 하면서,
언젠가는 세상이 좋아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웃음을 잃지 않는다. 바닥에 판서를 하는 글자체가 매우 유려해 글방에서 필서를 맡고 있기도 하다.
왕족 출신이나 핏줄을 숨기고 서민 고을에 내려와서 사는 대군.
앞으로 형이 2명, 뒤로 동생이 셀 수 없이 많다. 폭군을 아바마마로 둔 서열 세 번째 황자. 괜한 미움을 받고 싶지 않아 공부도 그럭저럭, 성격도 그럭저럭.
평범한 것에 집착하여 왕위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해 외딴 서민 고을에 내려와 정착했다.
높은 지체의 양반가 자제. 위 아래로 남자형제들뿐이라 집에 하나뿐인 금지옥엽으로 예쁨과 사랑만 받으며 살아왔다.
누구에게나 제가 받은 사랑을 나눠주려 하고 조용하고 부끄러움이 많은 탓에 낯을 조금 가리지만 조용히 뒤에서 주위 사람들 하나하나 챙겨주는 것을 좋아하는 소녀.
마음이 여려 혹시나 제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타인이 상처받을까봐 티 내지 않고 혼자 속으로 끙끙 앓는 타입.
그러다 한번 아버지와 오라버니 몰래 남동생과 손을 잡고 나갔던 꽃놀이에서 누군가를 만나 그만 연모의 마음을 품어버리고,
아직까지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한 채 혼자 앓는 중이라고 한다.
원래 꿈은 조용하고 어진 현모양처였고, 성격도 그랬지만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된 이후로는 더 밝아지고 환해지려고 노력하는 아가씨.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났으나 반쪽은 불의의 사고로 잃고 홀로 태어났다.
어릴 적 죽을 듯이 병에 앓았는데 아무리 의원을 찾아가도 낫지를 않아 동네에서 용한 노파 무당을 찾아가 이유를 물어보니 음과 양이 따로따로 태어나야 했는데,
하나밖에 태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불안정하여 신을 모시지 아니하면 죽을 운명을 타고났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일 가까이 있는 애기동자 신을 받으라는 권유에 그대로 신내림을 받는다. 꽤 어린 나이부터 신을 모시기 시작했으니 신력은 10년을 훌쩍 넘는다.
도성 변방에서 무당집을 운영했으나 자리를 옮겨 도성 한복판에 새로이 무당집을 개장했는데, 그 무당집 이름은 <신박하게 잘 맞추는 애기동자 정국이네> 이다.
워낙 이곳저곳 참견하기 좋아하는 성격이라 맨날 저잣거리를 돌아다니며 참견 할 곳 어디 없나 살핀다.
태어났을 때부터 귀하디 귀하게 자란 양갓댁 규수. 고을에서는 유명한 1등 며느리감이라나 뭐라나.
걸음을 빨리하면 품위가 떨어지므로 항상 사뿐사뿐. 머리에 백자를 얹어 놓은 것처럼 걸어야 하며, 여성의 도리를 적어놓은 서책이란 서책은 모두 암기,
마실 또한 일주일에 한 번 나갈 수 있을까 말까 한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고 있지만 어른들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는 180도 다른 삶을 살고 있다. 한마디로 왈가닥이랄까.
운이 좋아 집안 어른들 몰래 담을 넘어 밖으로 나간 날이면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에게 웃음을 지으며 말을 걸어 동무가 되는 것을 취미로 여긴다.
최근 들어 담을 넘어 밖으로 나가는 날이 잦아졌다던데, 정인 혹은 연모하는 사람이 생긴 것 같으니 고을에서 우연히 마주친다면
그녀의 정인, 혹은 연모하는 사람이 누군지 밝혀 보는 것도 흥미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