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열이는 학교에 온 지 얼마 안 된 양호선생님이고 백현이는 몇 년 된 체육선생님이야. 원래 교사 대부분은 베타. 아니면 가끔 알파. 찬열이처럼 오메가거나 백현이처럼 우성알파인 교사는 드물어. 오메가는 사창가로 팔려가 씨받이나 되고 우성알파는 나라에서 학교에 썩히지 않거든. 그런데 알파 집안에 입양된 찬열이는 어찌어찌 학교도 다니고 거기서 또 이악물고 공부해서 선생님이 돼. 백현이는 우성알파긴 한데 어째 머리쓰는일보다는 몸쓰는 일이 더 몸에 맞아서 체육교사를 하게 됐어. 백현이는 오메가를 싫어해. 거의 대부분의 우성알파들이 그렇듯. 알파들은 어릴때부터 오메가들은 그냥 알파의 씨받이일 뿐이다. 하고 교육을 받아왔거든. 그래서 백현은 찬열이가 마음에 들지 않아. 첫날부터 둘의 사이는 매끄럽지 못했어.
"오메가네요?"
찬열이 학교에 온 첫날 선생님들과 웃으며 인사를 하는데 저기 구석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와. 네? 자신의 치부를 들킨것만 같아 찬열이는 귀끝까지 빨개지며 되물어.
"오메가네요?"
백현이는 친절하게 한글자 한글자 또박또박 다시 물어.
"아, 네.. 맞아요."
찬열은 애써 웃어보이지만 고개가 숙여져. 분명 아까 오메가라고 교장선생님이 알려주셨는데 왜 물어보는거지. 눈앞이 빙빙돌고 얼굴이 화끈거려. 다행스럽게도 베타인 다른 선생님들은 찬열이 오메가든 오메기떡이든 별 신경쓰지 않는듯해. 여선생님들은 친절하게 웃으며 보건실에 자주가야겠다며 농담을 던졌고 남자선생님들도 드디어 남자선생님이 들어왔다고, 점심시간에 담배나 같이 피자며 호탕하게 웃어. 그 웃음들에 찬열이도 마주웃어주지만 어째 마음이 불편해서 올라간 입꼬리가 어색하게 씰룩거려. 백현은 그런 찬열이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 자기보다 키가 큰 오메가는 처음본 백현은 그런 찬열이 조금 징그럽다고 생각해. 저 기다랗고 얄팍한 다리를 뚝뚝 부러트려 학교에서 쫓아내고 싶다는 생각을하며 백현은 성큼성큼 찬열에게 다가가.
"앞으로 잘 지내봐요. 제가 체육선생님이라 보건실에 갈 일이 많은데 자주 뵙겠네요."
웃는낯이지만 찬열이는 목 뒤에 소름이 끼쳐. 그리고 본능적으로 알아채지. 이 사람은 알파구나, 그리고 나를 싫어하는구나. 찬열이는 속으로 기가차. 나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단지 오메가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이렇게 무시당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 속이로 이를 바득바득 갈았어. 사실 백현이같은 사람을, 찬열이는 살아오면서 정말 많이 봤고 또 당하기도 많이 당해서 아주 진절머리가 나던 참이었거든. 이제야 베타 투성이인 학교에서 잘 살아보겠거니 했는데 웬 우성알파가 나타나서는 오메가라며 깔보는 꼴이라니. 찬열이는 입꼬리를 잔뜩 끌어올려서 사람좋은 미소를 지어.
"그렇겠네요. 잘부탁드려요."
그리고는 속으로 다짐을 하지. 절대로 원하는 반응을 보여주진 않을꺼라고. 앞으로 저를보고 비웃는일은 절대 없을꺼라고.
그렇게 피곤한 첫날이 지나고 일주일정도 지나자 찬열은 자신의 일이 아주 마음에 들었어. 쉬는시간마다 찾아오는 아이들은 그마저도 많지 않았고 잘생겼다며 붉은 볼로 초콜릿을 건네는 여학생들도 나쁘지 않았거든. 찬열은 내 천직을 찾았다며 속으로 휘파람을 불어. 자주 보겠다던 그 체육교사도 안보이고 말이야. 그래, 행복이 멀리있나 이게바로 행복이지. 찬열은 혼자뿐인 보건실에서 킬킬거리며 눈을감아. 앞으로도 쭉 이렇게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싶다, 생각하면서.
하지만 찬열의 기대는 깨져버리고 말아, 언제나 그렇듯 말이야.
"보건실에서 보는건 처음이네요."
눈을감고 선잠을 자던 찬열을 듣기좋은 목소리가 꺠워. 찬열이는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으응, 누구니? 하지만 앞에 서있는 사람은 학생이 아니었어. 찬열이는 비웃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백현이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아, 선생님이셨네요. 죄송합니다.
"농구를 가르쳐주다가 발목이 좀 삐어서요."
"아, 그러세요? 그럼 파스라도 뿌려드릴까요?"
"네, 그래주세요."
찬열이는 잔뜩 긴장해서 허둥거리며 파스를 찾아. 내가 여기에 뒀는데 어디에 있지, 아무리 약통을 뒤적거려봐도 손에 채이는건 붕대나 후시딘따위의 연고들 뿐이야. 찬열은 거의 울상이 돼서는 파스를 찾아.
"아, 죄송해요. 빨리 찾아드릴게요."
"천천히 하셔도 돼요."
그 말에 찬열은 조금 긴장이 풀려.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었구나.
그리고 순간적으로 머리채가 잡히고 목이 뒤쪽으로 휙 꺾여.
"일단 한번 박히고 찾는 게 낫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