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소년들
(Garçons dangereuses)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트라팔라 광장(Trafalgar Square)
분수대에서 뿜어지는 물줄기가 힘없이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던 종인은 어두운 밤을 일순간 밝히는 형형색색의 불꽃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펑- . 광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한 곳으로 집중되었다. 사람들의 감탄사.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입을 벌리고 불꽃을 바라보는 사람들 속에서 종인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바지를 털고 일어난다. 들킨건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깊은 한숨을 내쉬자 차가운 밤공기에 종인의 입에서 하얀 입김이 퍼지다 사그라든다. 구두 앞코를 땅에 몇 번 털던 종인이 자리를 뜨려는 순간 누군가 빠르게 저를 치고 지나갔다. 예상치 못한 충격에 중심을 잃어 휘청이던 종인이 자세를 잡고 검은 후드를 뒤집어쓴 사내의 등을 바라보며 제 재킷을 툭툭 털어낸다. 저를 일부러 치고 간 사내는 바람처럼 사람들 사이로 사라진다. 한방 먹었네. 입술을 비죽이던 종인이 제 발밑에 떨어진 검은 종이를 집어 들어 안에 적힌 내용을 확인한 후 분수대에 종이를 던진다. 살랑거리는 물살에 종이가 닿자마자 잉크가 번지며 '루브르의 별' 이라는 글자가 사라지고바닥에 가라앉는다.
“드농(Denon)”
느긋하게 광장의 입구로 걸음을 옮기는 종인의 머리위로 불꽃놀이의 하이라이트인지
아까전보다 좀 더 큰 소리가 나며 화산이 폭발하듯 붉은 섬광이 밤하늘을 뒤덮는다.
그리고
붉은 섬광이 사라짐과 동시에 종인의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독일 베를린
살롱 주어 빌덴 레나테(Salon Zur Wilden Renate)
과거 오래된 공장을 개조해 만든 2층 건물의 클럽으로 일레트로닉 뮤직과 레트로팝을 다양하게 플레이하며 퇴폐적인 파티장으로 유명한 살롱 주어 빌덴 레나테. 음악이 터지도록 울리는 1층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니 낡은 소파와 서랍, 텔레비전과 비디오 게임, 소형 그랜드 피아노가 갖추어져 쉴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좀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술에 취해 반쯤 기절해 있는 민석이 보인다. Let it go, let it go. 탁자 위에 올려둔 폰이 정신없이 울리며 조용한 공간을 깨우자 잠자던 민석의 미간이 좁힌다. 팔을 뻗어 더듬어보지만 잡히지 않자 떠지지 않는 눈을 떠 주변을 살핀다. 아으, 머리야. 핑핑 도는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나는 민석이 순간 소파에서 구른다. 내 꼬리뼈! 새초롬한 눈꼬리가 잔뜩 올라간다. 얼얼한 엉덩이를 부여잡고 정신없이 울리는 폰을 신경지나게 받던 민석은 잠시 후 기분 좋은 웃음과 함께 구석에 던져놓았던 가방에서 작은 병을 꺼내 하얀 알약을 물 없이 삼킨다. 콧노래를 부르며 창가에 올려둔 모자를 쓰고 쿵쾅거리며 계단을 내려온다. 추운 날씨를 가늠시켜주듯 풍성한 털 모자를 쓴 민석이 나온다. 헤드폰 볼륨을 최대치로 올려 머리가 터지도록 울리는 비트에 몸을 맡기며 주머니에서 꺼낸 열쇠고리를 손가락에 돌리며 흥에 겨운듯 들썩인다.
“Can't hold it back anymore (더는 숨길수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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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S NEXT?
* '루브르의 별'은 런던 루브르 박물관 중 '드농관' 을 칭한다.
이 글은 초능력을 가진 엑소의 이야기랄까?
일단 저질르고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