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방학이 끝나고 봄이 찾아왔다. 내 인생의 봄은 언제쯤 찾아올까 하는 생각 그리고 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생각에 쉽게 뻗어가던 발걸음이 우뚝 멈춰섰다. 꿈은 잊은지 오래였고 미래는 암담해져만 갔다. 내 인생의 봄이 찾아오기엔 아직 겨울이 많이 남아있었다. 아무생각없이 보냈던 지난 1년을 후회하며 난 새 삶을 살아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예전의 나를 버리기 위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사와 새로운 학교로 전학갔다. 이제 이 지긋지긋한 겨울을 보내고 내 꿈을 싹티울 봄을 맞이할 준비를 마무리 지어갔다. 낯선 교복 낯선 얼굴 낯선 학교 낯가림이 심한 나로서는 1초가 1시간 같이 길었다. 그리고 더욱 지옥같은 시간이 나에게로 성큼 다가섰다. "자 그럼 자기소개해볼까 OO아 ?" 순식간에 수많은 눈들이 나를 바라봤고 꽉 진 주먹에 땀이 차는 것이 느껴졌다. "OOO 동갑." 정적이 차갑게 흘러들어와 젖어가는 내 등을 식혔다. 문을 열고 나가버릴 수도 뭘 보냐고 시비를 걸 수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날 바라보는 눈동자들은 냉정하게 내게 박혀들어왔다. "쌤 저 전학생이랑 앉고 싶은데요" 정적 사이로 파고든 목소리에 다들 날 바라보던 눈동자를 돌려 소리의 근원지로 향했다. 그들을 따라 바라본 곳에는 목소리와 어울리게 장난끼 다분해 보이는 딱 고등학교 남학생 같은 아이가 손을 높이 치켜세우고 있었다. "어.. 그래 OO아 저기 손 든 애 옆자리에 가서 앉아라." 허락을 뜻하는 선생님의 말에 그 아이는 살포시 웃음을 머금고 나를 바라봤다. 잠시 마주친 그 아이의 얼굴에는 빨리 오라는 것인지 반갑다는 것인지 모를 표정이 그려져있었다. 더이상 주목받기가 싫어 발걸음을 내딛어 창가 맨 뒷자리 그 아이 옆자리로 향했다. 따스하게 그려진 햇살의 낙서에 그 아이의 머리카락은 차분히 빛났다. 쓰다듬고 싶은 충동을 가로막고 의자를 빼내어 앉았다. "안녕"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며 인사하는 모습이 강아지 같다. 꼭 오랜만에 찾아온 주인에게 먼저 다가와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 "응 안녕." "내 이름은 변백현이야 동갑이고." 굳이 다시 언급하는 동갑이라는 말에 귀끝이 붉게 물들었다. 이름만 말할 걸 그랬나보다. "OO아 " 오랜만에 낯선 이가 불러오는 내 이름에 알 수 없는 이질감이 들었다. 기분이 나쁘진 않는 이질감. "OO아?" "아 미안 왜불렀어?" "잘 지내보자 내가 내 친구들도 소개시켜줄게." 반달처럼 접힌 눈과 둥글게 말려올라가는 입이 예쁘다. 햇살을 등지고 나를 바라보는 그 모습이 예쁘다. "..OO아?" "아 미안.." 당황스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손을 뻗어 햇살 묻은 너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괜찮아." 살짝 올라가는 입꼬리는 포물선을 그렸다. "자 이러면 쌤쌤이지?" 웃으면서 내 머리를 헝크리는 모습에 내게 찾아오고 있는 또 다른 봄향기를 맡았다. 변백현이란 꽃잎이 손 끝에 닿여 벌써 끝을 적셔오고 있었다. Prolog 1. 이름 :변백현 나이 :동갑 특징:봄 애정도 : 0%
이런 글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