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꽃이 피는 가학심
어쩜 이리 하나같이 재미없고 심심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즐거운 일이 없었다.
괴롭히는 것도, 때리는 것도, 다 질렸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가학심은 생겨났다.
"이리와"
약간 부산스럽던 교실은 정막함이 흐른 채 일제히 고개를 돌려 한 곳을 바라봤다.
"백현아 어서"
모든 아이들이 변백현을 바라본 채 한숨을 내쉬었다.
지칭한게 자신이 아니어서 나온 자연스러운 안도감이었다.
요즘 우리 강아지를 안 예뻐해줬네.
백현이는 서서히 자리에 일어서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고개를 숙인 채 가까이 다가왔을 때 흘깃 보니 백현이의 표정은 두려움이었다.
뭐가 그리 무서울까?
"아가. 우리 애기가 왜그러지?"
우리 백현이가 왜 이럴까.
왜 처음부터 이렇게 내 심기를 거슬리게 할까.
분명 내 앞에선 그딴 표정 짓지 말라고 했던 것 같은데.
우리 애기가 아직 혼이 덜 났구나.
내 앞에서 손을 꼭 쥔 채 바들바들 떨리는 게, 곧 울 것 같이 눈이 일렁이는 게 보였다.
"아가, 대답해야지"
아랫입술을 물고 있던 백현이가 떨리는 입술로 겨우 대답한다.
"......응"
고작 한 글자 내뱉는 건데 입이 열리기까지 시간이 적지 않게 걸렸다.
"아직도 내가 무서워?"
내 말에 흠칫 몸을 떠는 백현이가 안쓰럽고 예뻤다.
울음소리가 새어나갈까 입술을 꾹 물고 있는 백현이는 그저 고개만 옆으로 저었다.
"그치? 안 무섭지?"
조금씩 올라오는 것 같은 열기에 숨을 참고 참으며 겨우 버티는 백현이는 어느순간 다리까지 떨려왔다.
"근데 우리 개새끼가 왜 이러지?"
내 말이 도화선이 되었는지 눈에 매달려있던 눈물이 볼을 지나 턱을 따라 떨어진다.
얼마나 참고 있었는지 쉴 새 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 눈에 이만큼 참고 있었구나.
눈끝이 붉어져 있는 백현이가 예쁘고 또 예뻤다.
왜 이리 예뻐서 날 미치게 하는 걸까.
계속 흘리는 눈물에 백현이의 눈가에 손을 대어 눈물을 닦아줬다.
하지만 닦아준 게 무색할 정도로 백현이는 계속 눈물을 쏟아냈다.
대체 이 눈물을 어디에 숨어있다가 이렇게나 나오는 건지.
"아가, 그만 울어"
울음 때문인지 두려움 때문인지 숨을 가쁘게 내쉬며 불규칙한 호흡을 내뱉었다.
"내가 진심으로 울리고 싶잖아"
이 말은 온통 진심이었다.
가만히 서있어도 이렇게나 예쁜데, 이렇게까지 흐느끼면 잠재워진 본능이 일어난다.
"우리 애기 못 버틸 텐데, 그만 우는 게 좋아."
보는 사람이 괴로울 만큼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백현이의 등을 토닥였다.
그렇게 몇 번을 토닥거렸을까 조금씩 흐느끼는 소리가 점차 줄어들었다.
눈끝도 코끝도 붉게 물들었다.
새하얀 피부에 꽃이 피듯 붉게 물든 모습이 또 미치도록 야했다.
대체 어딜 씹어먹어야 될까.
어디 하나 빼놓을 것 없이 달아 보이는 너의 몸을 탐하고 싶었다.
"백현아"
소유욕이 짙게 묻어나는 목소리에 이제서야 멎었던 눈물이 다시 쏟아내릴 듯 가득히 차올랐다.
"어디봐,응? 나 봐야지"
그제서야 숙이고 있던 고개를 찬찬히 들어올리며 시선을 마주하려 한다.
내게 시선이 닿는 순간 두려워하는 그 눈빛에 이 자리에서 너를 범하고 싶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못된 마음을 꾹꾹 눌러냈다.
우리 강아지는 예뻐해주고, 천천히 내 손에 길들여야지.
너만큼은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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