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엄마가 아빠를 어떻게 만났냐면... 15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년들...>
W.Adela Jhanis
"오빠, 오빠들 일어나봐. 다왔어."
잘츠부르크에 무사히 도착해 우리가 머무를 집앞에 차를 주차했다.
차를 주차하고도 일어나지 않는 오빠들로 인해 결국 내가 차에서 내려 뒷문을 열고,
오빠들을 한 명씩 흔들어 깨웠다.
찬열오빠는 묵묵히 트렁크를 열어 짐들을 꺼내었고,
내 목소리를 들은 것인지 오빠들도 하나, 둘씩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빠들이 비몽사몽한 상태로 차에서 내려 기지개를 켜더니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와.. 여기가 우리가 오늘 밤 지낼 곳이야?"
"응. 오늘 여기서 하루 묵을거야."
종대오빠의 말에 답하다가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내가 오빠들한테 잘츠부르크에서 하룻밤 보내고 간다고 말했던가..?
그러다 곧 아까 오빠들한테 말했나보다, 하고 생각하며 캐리어를 끌고 현관문 앞에 섰다.
3주 전즈음에 미리 열쇠를 받았기에 어깨에 메고있던 작은 가방에서 열쇠를 꺼내어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갔고, 나를 시작으로 오빠들도 하나, 둘씩 집안으로 들어섰다.
집안에 들어온 오빠들은 고개를 돌려가며 집안을 살피더니 감탄사를 뱉어냈다.
"와.. 여기 대박이다..."
"아, 근데 여기도 2층 집이야?"
종대오빠가 감탄사를 뱉어내고 있는 도중에 경수오빠가 내게 말을 걸어왔고,
나는 고개를 살짝 저어보이고는 손가락 3개를 들어보였다.
"3층?"
내 말에 종대오빠가 깜짝 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 오빠... 이럴 때 쓰라고 있는 성량이 아니야...
"응, 아까 봐서 알겠지만 집이 직사각형태라서
3층까지 있는데, 가끔씩 관광객 숙소로 쓰셨다는데
이번에는 우리 쓴다고 손님들 안 받으셨나봐."
내 말에 오빠들은 감탄사를 자아내었고, 종대오빠는 나를 향해 엄지를 척, 세워보였다.
'우리 ㅇㅇ, 짱!'이라는 말과 함께. 아, 진짜 아기 같아....귀여워.
그렇게 오빠들과 캐리어를 들고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려는 찰나,
또다시 찬열오빠가 내 캐리어를 자신의 손에 옮겨 들더니 계단을 올라갔다.
아, 진짜 내꺼 많이 무겁다니까!!!!
그에 나는 또다시 쪼르르 찬열오빠를 뒤쫓아 재빨리 계단을 올라갔고,
오빠는 태연하게 캐리어를 2층에 있는 작은 거실에 내려놓고는
주변을 구경했다. 그리고 다른 오빠들도 뒤이어 계단을 올라와
2층에 있는 작은 거실에 캐리어를 내려놓았다.
"방 배정을 어떻게 하지?"
"2층에 4개, 3층에 4개있는데."
준면오빠의 말에 내가 방 개수를 말해주었고, 내 말을 들은 경수오빠가
'그럼, 한 방은 2사람이 같이 써야겠네.'하고 말했다.
"일단 ㅇㅇ 제외하고, 너네들 중 누가 같이 쓸래?"
민석오빠의 말에 오빠들이 서로를 빤히 쳐다보다
준면오빠가 먼저 '내가 세훈이랑 같은 방 쓸게.'라 말했다.
이야, 역시 리더!!!!! 괜히 리더가 아닌가요!!!
준면오빠의 말에 오기집애는 입술을 삐죽내밀고 투정을 부렸고,
결국 민석오빠에게 등짝을 맞았다. 쯧, 언젠간 맞을 줄 알았다..
"그럼 ㅇㅇ, 나, 찬열이, 경수가 2층을 쓰기로 하고
종대, 백현이, 준면이, 세훈이, 종인이가 3층 쓰는걸로 하자.
다들 불만없지??"
민석오빠의 말에 다른 오빠들이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전 불만 있어요!! 왜 또 찬열오빠랑 같은 층인데!!!
내가 민석오빠를 쳐다보자 민석오빠가 나를 향해 싱긋,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자, 그럼 일단 3층 멤버들은 3층으로 올라가서 각자 방 정하고,
가볍게 짐풀고 내려와! 늦었지만 점심 먹으러 나가야지.'하고 말했고,
오빠들은 민석오빠의 말이 끝나자 일사천리로 움직였다.
"자, 그럼 우리는 어떻게 방을 나눌까?"
민석오빠의 말에 경수오빠가 'ㅇㅇ 먼저 고르게 해.'하고 말했고,
세 남자의 시선이 내게로 쏟아졌다.
결국 내가 먼저 왼쪽 벽에 있는 방을 쓰겠다고 말하자 민석오빠는
내 맞은편을 자신의 방으로 정했고, 경수오빠가 오른쪽 벽에 있는 방을 쓰고
찬열오빠가 맞은편의 방을 쓰기로 정한 뒤,
모두들 각자의 캐리어를 끌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이전에도 와본 적이 있기 때문에 나는 가볍게 짐을 풀고 방을 나서는데,
위에서 쿵쾅거리며 '여기 대박!!'하고 소리치는 똥강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맞은편에서 방문을 열고 나오던 민석오빠가
'저거 변백현이지?'하고 내게 말을 걸어오기에 내가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응, 백현오빠 같네. 여기 방음 잘 안되는데.'하고 답하자
민석오빠가 계단을 향해 '야!! 뛰어다니지마!!! 밑에 울려!!'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위에서 쿵쿵거리는 발소리들이 들려오는데
결국 민석오빠가 '저것들이,'하고 짧게 말하고는 3층으로 올라가버렸다.
그리고 곧이어 3층에서 똥강아지와 오기집애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쯧, 두 사람 다 잘한다 잘해...
그렇게 다른 오빠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2층에서 먼저 경수오빠와 찬열오빠가 모습을 드러내었고,
곧이어 3층에서 민석오빠가 백현오빠와 세훈오빠를 끌고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마지막으로 종인오빠와 준면오빠, 종대오빠가 내려오는 것까지 확인하고는
1층으로 걸음을 옮겼고, 1층에서 오빠들이 밖으로 다 나가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나도 밖으로 나가 문을 잠그고, 오빠들과 함께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 오늘 어디가??"
종인오빠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꽂혔다.
"음, 일단 점심 먹을 곳을 찾으면서 거리 구경을 하다
점심을 먹고 미라벨 정원으로 갈거야.
그리고 게트라이데 거리를 걸으면서 구경 좀 더 하고,
야경을 보기 위해서 호엔잘츠부르크 성으로 갈거야."
"....내 귀에는 점심 밖에 안들리는 것 같다."
내 말에 백현오빠가 작게 중얼거렸고,
그 말을 들은 나와 다른 오빠들은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천천히 거리를 걸으며 주변을 둘러보다
그문덴에서처럼 앞서 걸어가던 오빠들이 한 가게 앞에 멈춰섰고,
그 안으로 들어가 가볍게 점심을 해결하고는 미라벨 정원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식당에서 내가 계산하려는 것을 알아챈 준면오빠가 먼저 선수를 쳐
계산을 했는데 어찌나 뿌듯해하던지.
진짜 이 오빠들은 보면 볼수록 하는 행동이 귀엽다. 나보다 오빠들이 맞긴한건가?
그렇게 재잘거리는 오빠들을 뒤에서 바라보며 느긋하게 걸음을 옮기는데
앞서 걸어가던 경수오빠와 민석오빠, 종대오빠가 갑자기
발걸음 속도를 늦추더니 뒤에서 걷고 있던 나와 발걸음을 맞춰 걷기 시작했다.
"다른 오빠들이랑 얘기나누지, 왜."
내 말에 경수오빠가 고개를 작게 저어보이며 '쟤네 너무 시끄러워.'하고 말했고,
종대오빠가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여보였지만 경수오빠의 '너도 시끄러워.'하는 한 마디에
풀이 죽어 어깨를 아래로 축 늘어뜨렸다. 입술도 작게 튀어나오고.
그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는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오빠들과 함께 걸음을 옮기는데
어느 순간부터 앞에서 들려와야 할 오빠들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기에
이상함을 감지하고 종대오빠를 쳐다보고 있던 시선을 앞으로 돌리니
오빠들이 내 또래로 보이는 한국인 여자들에게 붙잡혀있는 것이 보였다.
내 시선을 따라 앞을 쳐다보던 경수오빠와 민석오빠의 표정이 굳어지면서
종대오빠의 두 눈에는 걱정과 불안이 가득 들어찼다.
그에 내가 종대오빠의 등을 작게 토닥거리며 괜찮다는 한 마디를 건넨 뒤,
얼굴에 여유로운 미소를 띄우며 앞에 있는 오빠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종대오빠와 경수오빠, 민석오빠도 나를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무슨 일이야?
내가 오빠들에게 다가가 태연하게 독어로 말을 거니
오빠들의 얼굴에 일순간 당황함이 가득 들어찼지만,
준면오빠가 당황한 표정을 감추며 '나도 모르겠어.'하고 태연하게 독일어로 답했다.
역시, 독일어 가르친 보람이 있네 준면오빠. 눈치도 빠르고...
=저기 무슨 일로 제 친구들을 붙잡으셨나요?
"...어....아...그게...."
=혹시 제 친구들이 그쪽분들께 실례라도 저질렀나요?
"....아...아니...그게..."
갑작스러운 준면오빠의 독어와 내 독어에 당황한 것인지 여자들 중 한 명이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그에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쏘아 붙였다.
매우 기분 나쁘다는 표정으로, 왜그러는 것이냐는 표정으로.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된 상황인지 설명 좀 해주셨으면 하는데요.
지금 상황에서는 그쪽이 제 친구들에게 실례한 것 같다는 생각밖에 안들어서요.
=아, 제 친구가 사람을 잘못본 것 같아요. 정말 죄송합니다.
여자들 중 묵묵히 지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여자가 내게 말을 하고는
자신의 친구를 향해 '내가 엑소 아닌 것 같다고 했지.
왜 멋대로 행동해서 사람 곤란하게 해. 저분들 기분 나빠하시잖아.'하고 말했고,
오빠들을 붙잡았던 여자는 우리를 힐끔 쳐다보고는
고개를 꾸벅 숙여보이더니 다른 친구들의 손에 이끌려 멀어져갔다.
멀어져가면서도 여자가 '아닌데, 우리 오빠들 맞는 것 같은데.'하고 말했고,
결국 여자는 다른 친구들에게 등짝을 짝,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맞으며
'작작해, 그것도 병이야, 병.'하는 타박을 들었다.
그렇게 여자들이 멀어져가는 모습을 바라보다,
가장 먼저 종인오빠가 웃음을 터트렸고, 뒤이어 다른 오빠들도 하나, 둘씩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다시 미라벨 정원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데,
너무 웃어서 눈물까지 나는지 백현오빠가 자신의 눈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면서
'와, ㅇㅇㅇ. 진짜 대박이다. 어떻게 그럴 생각을 했어?'하고 말을 건네었다.
"내가 대박인게 아니라 준면오빠가 대박인거지.
눈치 못채고 내 말에 대답안해줬으면 상황 넘어가기 힘들었어."
내 말에 다른오빠들이 준면오빠에게 엄지를 세워보이며 칭찬을 했고,
우리는 그렇게 한 차례의 해프닝을 무사히 넘긴 뒤 미라벨 정원에 도착했다.
다행히 우리가 미라벨 정원에 입장했을 때, 짧게나마 미라벨 궁전 내부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정말 짧게 미라벨 궁전 안을 살펴보고는
다시 밖으로 나와 천천히 미라벨 정원을 거닐었다.
다른 오빠들과 장난을 치며 앞서 걸어가던 찬열오빠가 갑자기
고개를 뒤로 돌려 나를 바라보더니 손을 크게 흔들며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고,
나도 그런 오빠를 향해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백현오빠와 장난을 치는 찬열오빠의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고 있는데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고개를 돌렸다.
"우리 ㅇㅇ-, 재미없어?"
반대편에서 구경을 하고 있던 종대오빠였다.
종대오빠의 다정한 말에 환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보였다.
그러자 종대오빠가 입꼬리를 위로 당겨올리며 '그럼, 왜이렇게 축 처져있어어'하고 말하기에
'내가? 내가 축 처져있다고??'하고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응! 저어기서 보니까 우리 ㅇㅇ 축 처져있던데?"
종대오빠가 방금 전 자신이 있던 곳을 가리키며 말했고,
그 말에 당황한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입만 벙긋거렸다.
"무슨 일인데에- 응? 무슨 일있어?"
"아냐, 아무 일도 없어."
"그럼 혹시나 무슨 일 생기면 오빠한테 바로 말해야된다, 알겠지?
고민이 생겨도 혼자 끙끙거리지 말고 바로 말해야되!"
종대오빠의 말에 앞을 바라보던 시선을 옆으로 돌리니
종대오빠가 나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우린 가족이잖아. 친구이기도 하고.
친구랑 가족은 네 고민 들어주고 덜어줄 자격 있잖아. 그치?"
종대오빠의 다정한 말에 내가 작게 웃음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이자
종대오빠가 내 머리를 작게 쓰다듬더니 '착하네, 우리 ㅇㅇ.'하고 말하며
내 손을 이끌었다. 다른 오빠들 길 잃어버리겠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그렇게 미라벨 정원과 게트라이데 거리까지 구경한 뒤
호엔잘츠부르크 성으로 향했고,
편안하게 케이블카를 타고 성에 도착한 오빠들은 그 사이에 체력이 충전된 것인지
케이블카에서 내리자마자 감탄사를 내뱉으며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아, 제발 각자 따로따로 다니지마....
결국 내 바람과는 달리 여러갈래로 찢어진 오빠들의 뒷모습 멍하니 쳐다보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보이고는 근처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길 잃어버리면 알아서 연락하겠지,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멍하니 벤치에 앉아 해가 천천히 서쪽으로 넘어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데,
옆에 누가 앉는 것이 느껴져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민석오빠의 얼굴이 보였다.
"오빠는 더 안 둘러봐?"
"나이가 들었는지, 둘러보고 싶어도 더 못 둘러보겠다."
민석오빠의 말에 작게 웃음을 터트리자 민석오빠도 그런 나를 바라보며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한참동안 벤치에 앉아 성벽 너머로 보이는 잘츠부르크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다른 오빠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민석오빠가 옆에서 '용케 다 둘러보고 우리 찾아왔네.'하고 말했고
나는 다시 한번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그러게.'하고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우리 두 사람을 향해 다가오던 오빠들은 성벽 너머로 해가 지는 모습을 보더니
성벽을 향해 걸음을 옮겼고, 나와 민석오빠도 천천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오빠들이 서있는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성벽 가까이에 서서 잘츠부르크 시내의 전체적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어깨에 얇은 무엇인가가 올려지는 것이 느껴져 뒤를 돌아보았고,
찬열오빠가 내 뒤에 서서 자신의 가디건을 벗어 내 어깨에 걸쳐주는 것이 보였다.
"높은 곳이라 그런지 바람이 강하네."
찬열오빠가 나를 향해 다정스레 말을 건네었고, 나는 그런 오빠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오빠는 자신을 빤히 올려다보고있는 내게 활짝 웃어보이며 '왜?'하고 입을 벙긋거렸고,
나는 그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보이고는 고개를 돌려 잘츠부르크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한동안 멍하니 잘츠부르크의 풍경을 감상하고 있는데,
갑자기 성벽을 짚는 두 팔이 시야에 들어오면서 등 뒤에서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
그리고 내 머리 위에 자신의 머리를 얹은 찬열오빠가 '와, 진짜 예쁘다.'하고 말했고,
오빠의 목소리로 인한 진동이 머리 위에서 느껴지더니 곧 열꽃과 함께
찌릿하는 전류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갑작스러운 오빠의 행동에 안절부절거리며 어떻게 해야할 지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머리 위가 가벼워 지면서 오빠의 얼굴이 떨어지는 것 같아
안심하고 있는데 귀 바로 옆에서 오빠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
"우리 ㅇㅇ가 더 예쁘네."
너무 가까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금방이라도 입술이 닿을 것만 같은 거리에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찬열오빠의 얼굴이 보였다.
"어제처럼 훅, 치고 들어간 것 같은데."
찬열오빠의 말에 두 눈을 크게 뜨며 오빠의 두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이제,"
"...."
"어쩔거야???"
오빠의 말을 끝으로 잘츠부르크 시내에 반짝이는 불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프라하에서의 밤과 같이 무슨 정신으로 성을 내려와,
저녁을 먹고 집에 들어와 씻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결국 나는 씻고 나오자마자 머리도 말리지 않은 상태로 침대에 드러누웠다.
머릿속에서 요새에 올라가서 있었던 일들이 무한반복되는 바람에
떠올리기 싫어 두 눈을 질끈 감았지만, 눈을 감으니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 영상에
결국 두 눈을 번쩍뜨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앉아 멍하니 바닥을 바라보았다.
아, 진짜... 그때 오빠 자고 있었던거 아니었나?
도대체 언제부터 깨어있었던거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에 결국 소리없는 아우성을 지르며 머리를 붙잡았다.
그렇게 한참동안 머리를 싸매고 생각하다, 결국 천천히 걸음을 옮겨 맞은편에 있는
민석오빠의 방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안에서 '들어와-'하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천천히 문을 열어 얼굴을 방안으로 빼꼼히 내미니 노래를 듣고 있었던 것인지
침대 헤드에 기대어 이어폰을 정리하고 있는 민석오빠의 모습이 보였다.
"...오빠아-"
내 목소리에 민석오빠가 고개를 돌려 나를 보더니
'우리 ㅇㅇ였네??'하고 활짝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고
나는 방안으로 들어가 문을 꼭 닫고는 오빠에게 천천히 다가가 오빠의 품에 안겼다.
예상치 못한 내 행동에 당황한 것인지 민석오빠가 잠시 움찔했지만
곧 천천히 손을 들어올려 내 등을 조심스레 쓸어내렸다.
"왜, 우리 동생 왜."
민석오빠의 다정한 목소리에 순간 마음 저 깊은 곳에서부터
무엇인가 치고 올라오려하기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우리 동생 무슨 일 있어? 응?
백현이랑 세훈이가 괴롭혔어? 오빠가 혼내줄까?"
민석오빠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보이자
민석오빠가 '그럼 무슨 일일까-'하고 작게 물어왔다.
"오빠..."
"응."
"오빠.."
"응."
"민석오빠."
"왜에-"
"오빠는 계속 내 옆에 있어줄거지?"
내 불안함이 가득 담긴 한 마디에 민석오빠가 등을 쓸어내리던 손길을 거두더니
곧 내 양볼을 천천히 두 손으로 감싸 들어올렸고,
천천히 감았던 두 눈을 뜨니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있는 민석오빠의 얼굴이 보였다.
"오빠, 계속, 내 옆에... 있어줄거지?"
울컥울컥하는 마음때문에 말을 띄엄띄엄 끊어가며 오빠에게 재차 물었다.
그러자 오빠가 '왜 울어,'하고 작게 말하며 볼을 감싸고 있던 손으로
눈꼬리에 맺힌 눈물을 훔쳐내었다.
"그럼, 오빠는 언제나 우리 ㅇㅇ 곁에 있을거지."
"...내가...오빠들이랑 멀어져야만하는 상황이 생겨도?"
"응, 그런 상황이 생겨도. 무슨 일이 생겨도."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두 눈을 질끈 감고 마음속에서 터져나오는 눈물들을 밖으로 흘려보냈다.
그러자 민석오빠가 다시 나를 자신의 품안으로 끌어당기더니 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한참을 그렇게 오빠 품에서 어린아이처럼 눈물을 쏟아내고 있는데
갑자기 방문이 열리면서 찬열오빠를 제외한 오빠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 순간 깜짝 놀라 일순간 눈물을 멈추었다가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얼굴에 걱정이 가득 차 걸음을 재빨리 옮기는
오빠들의 모습에 눈물샘을 막아두었던 둑이 무너져내린 것처럼 눈물을 펑펑 쏟아내었다.
제일 먼저 다가와 침대 끝에 앉은 종인오빠가 내 등을 쓸어내렸고
종대오빠가 내 앞에 쭈그리고 앉아 내 두 손을 꼭, 잡았다.
경수오빠는 '우유 한 잔 데워올게.'하고 한 마디를 남긴 뒤
방에서 모습을 감추었고, 백현오빠와 준면오빠는 건너편 침대에 앉아 나를 걱정스레 바라보았다.
세훈오빠도 조용히 침대 옆에 놓여진 서랍장 위에 걸터 앉아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한참을 그렇게 눈물을 펑펑 쏟아내었다.
그리고 울다 지쳐 더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을 무렵,
경수오빠가 머그컵을 들고 나타나 내게 건네었고,
천천히 두 손을 뻗어 머그컵을 받아든 뒤 우유를 몇 모금 마시고는
따뜻하게 데워져있는 머그컵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다 울었어?"
민석오빠의 한 마디에 고개를 끄덕여보이자, 곳곳에서 짧은 한숨소리가 터져나왔다.
"나 진짜 얼마나 놀랬는줄 아냐? 자려고 누웠는데 밑에서 우는 소리 들려서
곧바로 여기로 뛰어내려왔잖아."
백현오빠의 말에 머그컵을 내려다보고 있던 시선을 천천히 들어올려
맞은 편에 앉아있는 백현오빠를 쳐다보았다.
"뭐가 그리도 서글펐어, 응??"
종대오빠가 여전히 내 손을 붙잡은 채 나를 올려다보며 물었고,
그 말에 또 마음이 울컥하자 종인오빠가 천천히 내 등을 쓸어내렸다.
"찬열이형때문에 그래?"
갑작스러운 종인오빠의 말에 깜짝 놀라며 오빠를 쳐다보니
오빠가 피식,하고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너는 네 나름 티 안낸다고 노력했겠지만, 우리들 눈에는 티 다 났거든."
"....어떻게..."
"찬열이형을 쳐다보는 눈에서 사랑이 아주 가득 차다 못해
흘러넘치려 하는데, 그걸 어떻게 못알아봐."
종인오빠의 말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니 세훈오빠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데 왜 고백을 안해? 찬열이형도 너 좋아하는데. 너도 눈치챘잖아."
세훈오빠의 말에 '...무서워서.'하고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경수오빠가 '뭐가 무서운데.'하고 말했고, 나는
천천히 숙였던 고개를 들어올려 오빠들 한 사람, 한 사람과 시선을 마주했다.
"오빠들 잃을까봐 무서워서.."
"...."
"찬열오빠랑 사귀었다가 헤어지게되면 오빠들까지 다 잃게 될까봐."
"...."
"나는 오빠들이랑 끝까지 보고싶은데,
친구로,가족으로 그렇게 끝까지 보고싶은데 그러지 못하게 될까봐."
"...."
"서로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될까봐, 그게 무서워서..."
내 말을 끝으로 한동안 방안에는 정적만이 감돌았고, 곧 앞에 앉아있던
백현오빠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에 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오빠를 쳐다보았다.
"무슨 그런 걱정을 하냐. 아직 사귀지도 않았는데 왜 벌써부터
헤어지고 난 뒤의 일을 생각해."
"....그렇지만...."
"우리가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찬열이 마음이 멀어질 것 같아서 그래?"
정곡을 찌르는 경수오빠의 한 마디에 몸을 움찔했다.
그러자 종대오빠가 나를 올려다보며 '뭐야,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처럼
우리 ㅇㅇ도 그런거야아??'하고 물어왔고, 나는 그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보였다.
그러자 민석오빠가 내 뒷머리를 천천히 쓸어내리며 '우리 ㅇㅇ만 그러지 않는다면
찬열이도 그러지 않을거야.'하고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고, 다른 오빠들도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바람피지 않을까,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리지 않을까,하는 그런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아도 되.
오빠가 아주 철저하게 감시할테니까."
준면오빠의 단호한 말에 작게 웃음을 터트리자, 진심이라면서 준면오빠가
목소리를 높였고, 곧 종인오빠도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백현이형 말처럼 지금부터 헤어지고 난 뒤의 일을 생각할 필요 없지만,
지금 그 생각때문에 불안해서 찬열이형이랑 사귀지 못하는거면
그런 걱정은 할 필요 없어. 우리는 계속해서 네 얼굴 볼거니까.
형이랑 네가 헤어지게 되는거지, 우리랑 네가 헤어지게 되는게 아니잖아?
우리도 너처럼 좋은 동생, 좋은 친구 잃기 싫어. 그러니까 그런건 걱정 하지마."
종인오빠의 말에 종인오빠를 뚫어져라 쳐다보니
짧게 웃음을 터트리며 내 뒷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어 내렸다.
"우리 동생, 그럼 그게 불안해서 그렇게 서글프게 울었던거야??
혹시나 우리들이 너한테서 멀어질까봐??"
다정한 민석오빠의 한 마디에 고개를 끄덕여보이니 다시 한 번 나를 오빠의 품에
끌어안고는 천천히 등을 토닥였다. 괜찮다고, 우리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그렇게 민석오빠의 품에 안겨있는데 세훈오빠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고백하는거야?"
세훈오빠의 한 마디에 깜짝 놀란 얼굴로 세훈오빠를 쳐다보았고,
세훈오빠는 곧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왜, 맞잖아.
무서운 것도 해결되었겠다, 찬열이형은 너 좋아하고 있겠다. 이제 행쇼해야지.'하고 말했고,
경수오빠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ㅇㅇ 네가 먼저 고백해.
그러면 찬열이 좋아 죽으려고 할걸?'하고 장난스레 말했다.
백현오빠까지 가세해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용기가 났을 때 고백해야한다며
내 손목을 잡고 방을 나섰다.
아니, 이 무슨?? 나 용기났다고 안그랬다고, 이 똥강아지야!!!!!
똥강아지에게 질질 끌려가며 뒤를 바라보니 오빠들이 문틈사이로
얼굴들을 빼꼼히 내밀고는 '화이팅!'하고 작게 소리쳤다.
....옘병, 화이팅은 무슨 화이팅이야!!!!!
순식간에 찬열오빠의 방앞으로 끌려온 나는 똥백현이 문위로 노크를 하며
'찬열아, 나 들어간다-'하고 말하며 문을 열고 나를 밀어넣는 바람에 찬열오빠의
방안으로 들어오게 되었고, 방문을 쳐다보며 작게 욕을 중얼거리다
고개를 돌렸을 때, 나인지 모르고 태연히 '똥백, 왜.'하고 말하며
상의를 갈아입는 찬열오빠의 모습을 보게되었다.
....ㅈ,저, 살색은, 찬열오빠의 것인가요....
순간 얼음이 되어 찬열오빠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데
얇은 맨투맨으로 갈아입은 뒤, '야, 왜 아무말도 없어.'하고 말하며
고개를 돌리던 찬열오빠와 정면으로 시선이 마주쳤다.
"ㄴ,너,너 왜 여기있어."
"...."
"백현이는? 뭐야, 또 변백현이 장난친거야?
내가 혼내줄까??"
"...."
"왜 그래, 어디 아파?"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 내가 이상했는지 찬열오빠가 젖은 머리를 손으로 털다
내게 다가와 내 이마와 자신의 이마에 손을 올렸고,
찬열오빠의 시원한 손이 화끈거리는 내 얼굴을 식혀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얼굴이 식으면서 마음도 함께 차분히 가라앉는 것 같았다.
"열은 없는데..."
"박찬열,"
"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나를 향해 찬열오빠가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더니 곧
장난스레 인상을 찌푸리며 '너, 이제 아주 오빠랑 맞먹는다?'하며 장난스레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까, 나한테."
"응??"
"훅치고 들어갔으니 이제 어쩔거냐고 물어봤지??"
내 말에 찬열오빠가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어보이다
그런 말해서 화났냐며, 아침에 들으려고 들었던게 아니라며 변명을 하기에
전처럼 한쪽 손을 들어올려 손을 까딱까딱해보이자
울상을 지으며 천천히 허리를 아래로 숙였다.
그리고 찬열오빠의 볼에 입술을 지그시 눌렀다 떼어내었다.
찬열오빠의 두 눈이 커다랗게 떠졌고, 나는 그런 오빠의 볼을 붙잡아
오빠의 입술에 다시 한 번 내 입술을 살짝 눌렀다 떼어냈다.
"이렇게 할거야."
내 말에 찬열오빠가 더 크게 눈을 뜨며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분명 한계라고 경고했지, 나 더 건들이지 말라고."
"...."
"그런데 내 경고 무시하고 훅,들어온건 오빠야."
"....."
"나, 이제 무서울게 없어서 한 번만 더 들어오면 절대 안 풀어줄거야.
그러니까 이제 정말 마지막으로 오빠한테 경고할게.
앞으로도 계속해서 내 경고 무시하고 나한테 훅 들어올거야?"
내 말에 나를 빤히 쳐다보던 찬열오빠가 옅게 미소를 지으며 '응.'하고 말했고,
나는 조금 전보다 더 오랫동안 찬열오빠의 입술에 내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가
천천히 떼어내었다. 그리고 오빠의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를 빤히 쳐다보다
살짝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제 오빠 영원히 내가 안 풀어줄거야."
"...응."
"오빠가 자진해서 들어온거니까 나중에 나보고 뭐라하면 안되."
"..응."
"Tell me you love me."
내 한 마디, 한 마디에 입꼬리가 올라가던 찬열오빠는
결굴 내 마지막 말에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좋아해."
찬열오빠의 한 마디에 나도 환하게 웃어보이며 오빠의 목을 끌어안았다.
"나도.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했어."
찬열오빠의 어깨너머로 반짝반짝 빛나는 잘츠부르크의 야경이 눈에 들어왔다.
**
세상에!! 드디어!!! 고백이 뙇!!!!!
우리 불안했던 ㅇㅇ의 감정이 뙇!!! ㅇㅇ가 먼저 고백을 뙇!!!!!!
우리 ㅇㅇ가 조금만 더 기다렸다면 과연 찬열이가 먼저 고백을 했을까요...?
그건 미지수네요....ㅎ
쿨하게 우리 털털하고 용기있는 ㅇㅇ가 먼저 사랑을 쟁취했어요!!
이미 오래전에 찬열이의 마음을 루팡했었지만....ㅎ
으아, 고백씬 적는데 왜이렇게 진이 빠지나요...
시간을 확인하니 7시간이나 지나있었네요...어허...진이 빠져요 진이...ㅎ
갑자기 저도 잘츠부르크로 가고 싶어지는 이유가 뭘까요...?
아, 그리고 한 독자분께서 제게 풍경 사진 같은 것을 첨부해주면
조금 더 몰입이 될 것 같다고 말해주셨어요.
이렇게 공식적인 자리를 빌어 다른 분들께도 말씀드리겠어요!!!
제 생각을 그대로 반영한 사진들이 보이지 않아서 첨부를 하지 못한거에요...ㅠㅠ
혹시나 그런 사진들을 찾게 된다면 바로바로 첨부를 할게요!!
그러니... 저 좀 예쁘게 봐주세요....ㅎㅎ
아, 뭐라 할 말이 많았는데 고백씬을 쓰고나니 진이빠져서 기억이 나지 않네요...
우리 ㅇㅇ, 고백했다고 바로 첫뽀뽀하는 패기좀 봐요!!
뭐, 사실.. 그동안 포옹도 하고, 무릎베개도 하고, 손도 잡고, 할거다했네요.
이제 앞으로 어떤 스킨십들이 남았을까요...?(음흉)
15편만에 고백을 하는 이런 못난 저때문에 독자님들이 수고가 많으세요...
제 처녀작...이러다 장편으로 가는거 아니겠죠....? 첫작부터..?ㅎ?
무튼 오늘도 부족한 제 글 재밌게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이제 사랑둥이들 암호닉 나갑니다!!
[옹꿀탱/혱구리/밍쏘기/토드/사과잼/웬디/알찬열매/밤이죠아/꺄링/댜니/AB판다/뚀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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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니랑/모히또/나니꺼/종이니/후니/오미자/뭉이/동동쓰/마지심슨/래백/꾸르렁/민트초코]님,
새로운 사랑둥이들 [박듀]/[문썬]/[루별]님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