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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타엑스 강동원 김남길 이준혁 성찬 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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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야."

"…."

"야."

"…."

"아주, 그래. 이제 씨발. 개무시한다가 컨셉이냐? 썅년아?"

"아, 좆까. 진짜. 알면 좀 닥쳐."

"와, 존나 죽고싶어 환장했지?"

"너야말로 죽고싶냐? 한강물 온도 확인하고 싶어 죽겠지?"





카페에서 마주앉아 있으면서도 서로 각자 폰에 집중해있고, 모처럼 먼저 말을 걸어도 쌩무시를 한다던가, 서로 욕을 주고 받으며 으르렁거리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본다면 다들 분명 그렇게 생각할거다. 아, 쟤네들은 철천지원수구나.  하늘에 사무치도록 한(恨)이 맺히게 한 원수(怨讐). 뭐 그것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절대 이러면 안되는 사이임을 알린다.



왜? 우리는 지금 6년 째 사귀고 있는 연인(戀人)사이니까.





연인. 그 얼마나 달콤한 단어던가. 서로 연애하는 관계에 있는 두 사람. 또는 몹시 그리며 사랑하는 사람. 몹시 그리며 사랑하는 사람.

몹.시.그.리.며 사랑.하는, 매일 '나는 너를 사랑해' 속삭여도 모자랄 지경인 그런 애틋한 사이.

영어로 말하면 I love You- 일어로 하면 아이시떼루- 중국어는 워아이니- 프랑스어로는 쥬뗌므. 우리 사이에 나누어야 할 말은 이런 로멘티스트적인 대사임에도 불구하고





우린 만나기만 하면





"씨발, 이럴꺼면 쳐 부르질 말든가."

"이게 사귀는 거냐고 먼저 찡찡댄게 누군데."

"닥쳐. 그래서 나오라고 했으면 마땅히 할 걸 준비해 놔야지. 존나 생각없이 나오냐?"

"그건 너도 마찬지거든? 어디서 훈계질이야."

"됐다. 내가 너한테 뭘 바래요."

"허이고. 누가 할 소리. 양심없는 년."





이렇게 싸우기만 하는 우리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연인이다. 그것도 무려 6년이나 된.






『 그들이 권태기를 극복하는 방법』







[EXO/박찬열] 그들이 권태기를 극복하는 방법 01 | 인스티즈






박찬열과 난 꽤 알아주는 닭살커플이었다. 우리는 대학생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씩 꼭 꿈꿔보는 자랑스러운 CC였고, 서로 누가 아까운 것 없이 정말 잘 어울리는 한쌍이라는게 주위에서 늘 듣던 소리였다. 우리 역시 서로에게 푹 빠져 교정을 거닐면서 '우리 커플이에요' 대놓고 광고하듯 커플티, 커플운동화, 커플팔찌, 커플링까지 풀샷으로 장착하고 다녔다지. 지금 생각하면 혐오스럽다. 진심. 물론 그때도 그것이 너무 지나치다는 소리도 들어봤지만… 이 청춘, 이때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감정에 충실하며 하루하루 존나 깨볶으면서, 우리는 그렇게 지냈다.




"쟈기야~ 나 이고 먹구시포욤~~~"

"우리 애기, 이게 먹고 싶었어~? 그럼 먹어야지! 우리 애기 많이 못먹으니까 오빠랑 나눠먹을까?"

"웅! 군데~ 여주는 이것도 먹고싶어졌눈데…."

"그럼 이것 하나랑 저거 하나랑 시키면 되지~ 우리 애기때문에 두가지 음식이나 먹을 수 있게 됐네~?"

"히히, 우리 오빠 짱짱!"




저 때만해도 이런 혀 짧은 소리를 내며 주위에 있던 사람들에게 헛구역질을 유도하는 우리가 바로 엑소대 오유커플이었다 이거야. 오바이트 유발 커플.





그 녀석과의 첫만남은 내가 1학년 입학하고 처음 동기들과 가지는 술자리에서였다.



모두가 처음이라 모두가 한마음으로 모인 자리. 물론 과생활에 충실하겠단 각오를 가진 애들만 오긴했지만 그건 그거 나름대로 괜찮았다. 어차피 얘네들이 4년동안 싫어도 부비고 함께 다녀야할 동기 녀석들이었으니까. 사실 대학교에서 남녀비율이 거의 동등한 과는 별로 없지만 내가 입학하던 해 우리 과는 정말 누가 일부러 그렇게 만들어놓은 듯 30:30 으로 딱 맞아 떨어졌다. 뭐, 수업을 듣다 자퇴나 전과해버리는 녀석들이 생겨 그 비율은 세달도 못 가서 깨지고 말았지만 어쨌든 워낙 비율이 좋다보니 모두 하나같이 30커플 지지를 선언하며 동기들의 분위기는 훈훈했다.




그리고 얼굴도 훈훈했다. 오, 짜식들. 물 쫌 괜촤는데~? 간간히 보이는 훈훈한 얼굴들과 아주 드물게 보이는 잘난 녀석들이 여학우들의 시선을 빼앗아간다. 남자들은 꼭 잘생긴 애들이 먼저 주도권을 잡는단 말이야. 자신이 있어서 그런가? 동기들 중 가장 인물 좋았던 오세훈이라는 애가 먼저 나서서 인사를 하더니 오세훈을 시작으로 너도나도 인사를 시작하며 각자 자신들의 무리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모임에 나온 인원은 남자 8명, 여자 12명 총 20명이었다. 이 정도도 꽤 대인원이라서 술집 자리 구하기에 완전 애먹었다고 하소연하던 리더격의 목소리에 다들 웃고 떠들다보니 얼추 무리들이 형성되버린 것 같다.

근데 난 왜 아직 혼자? 이건 말도 안 돼. 나를 빼고는 이미 모두 끼리끼리 짝을 지어 학식을 같이 먹어줄 친구들을 구한 것 같았다. 이제와서 껴달라고 하면 쟨 뭐야? 하고 쳐다볼 정도로 아이들은 벌써 하하호호 웃고 떠들고 있는데… 헐, 이러다가 나 존나 아싸되는 거 아니야?




여기엔 분명 이 자리 탓도 있을 것이다. 여자들이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남자들 사이에 끼어있어야만 하는지…. 술집에 들어온 순서대로 앉다보니까 얼떨결에 따라 앉기는 했는데 왜 내 뒤로 계속 남자들이 들어오는건지 나는 밀리고 밀려



여자-여자-남자-남자-남자-나-남자-남자-여자-여자-여자… 



이런 자리가 형성되었다. 나중에 화장실을 핑계삼아 여자들 쪽으로 진출해보려고 해도 이 사내새끼들이 나를 가두고 비켜주지 않는 바람에 실패에 그쳤다. 좀 일어나려고만 하면, 어디가~ 받아받아~ 하고 소주를 들이미는데 아주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 때 나도 참 미련했지. 주는 술을 넙죽넙죽 받아마시다가 주량을 들켜서 더욱 옴짝달싹 못하게 됐었으니까.

근데 1병쯤 넘어가니까 나도 힘들긴 힘들더라. 아니, 남자들의 속도에 맞춰 계속 스트레이트로 쭉쭉 넘겼으니 멀쩡한 게 더 이상한거다. 조금 어질해지는 것 같아서 이마를 좀 만졌더니 옆에서 드디어 나를 말려주는 구원의 손길이 뻗어왔다.





"야, 뭐하냐. 이제 너희끼리 마셔. 김여주 이리와."

"오. 근데 나 못감. 이새끼들이 안비켜줌."

"이새끼?!"

"ㅋㅋㅋ 야, 그만하고 비켜줘라. 꽐라되면 너희들이 책임질 거도 아니잖아."

"아… 꽐라 직전? 그럼 사요나라, 짜이찌엔…"




와, 이새끼들 보소. 너희들은 욕 먹어도 싸네. 히끅. 술김에 튀어나온 욕에 놀래고 미안해서 딸꾹질까지 하게 됐구만. 이것들이 취할 것 같으니까 당장 버리겠다는 거야?! 이 개쉑끼들. 내가 다시 너희들이랑 술 마시나 봐라!!! 양 옆의 아이들에게 덴티큐, 씹팔촌 빠큐나 먹어라!!! 하고 검지손가락을 척하고 들어준 후 꼬물거리며 오세훈의 옆자리로 옮겼다. 히끅. 아씨, 한번 시작한 딸꾹질은 영원히 멈추지 않을 듯이 나를 괴롭힌다. 히끅. 술김에 딸꾹질을 멈출 생각도 하지않고 몸이 움직이는대로 어깨를 들썩들썩거리고 있으니 옆에서 킥킥,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이, 어떤 바밤바야.




"괜찮아?"

"응? 오~ 오세훈이~~ 어랑? 오~~~~ 오세훈이~~~~~~ 꺄하하하 오~~~세훈이~~~~"

"많이 취했네. 저 녀석들 도대체 얼마나 맥인거야?"

"꺄하하 ~~~ 오~~~ 세후니~~~~ 너 임마, 디게 잘생겼다~~~ 니가 우리 과탑!!!"

"ㅋㅋㅋㅋㅋ."




솔직히 내가 뭐라고 했는지 정확히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근데 후기를 들어보면 저런 것 같다. 아오, 김여주. 술 취했으면 집에나 들어가지 저러고 있었으니 얼마나 웃겼을거야. 다행히 거의 모든 애들이 취해있었고, 주량이 꽤 되던 오세훈과 재수생 오빠. 그렇게 두사람만이 살아 남아있었던 듯 하다. 오세훈은 내 꼬장에 실실 쪼개면서 날 구경했고 나는 애교와 정색을 번갈아 보여주며 지킬앤하이드 뮤지컬 못지않게 원맨쇼를 했던 것 같다.




"뭘 웃어. 야 웃지마."

"왜?"

"존나 설레니까... 근데 너 웃는건 좀 빙구같다. 빙구. 오빙구야!"

"미치겠네."




역시나 빵빵 터지던 오세훈은 재수생 오빠를 향해 내가 존나 매력있지 않냐고 칭찬을 했다는데 별 그지같은게 다 매력이다. 너 이상형, 최소 주사있는 여자? 아무튼 이것도 뭐 나쁘진 않네. 어쨌든 남에게 내가 잘 보이고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오세훈은 더이상 술은 마시지 않고 나와 계속 얘기를 나누어 주었다. 덕분에 다른 애들보다 술에 좀 일찍 깰 수 있었다. 동기들과의 첫 술자리는 그렇게 끝이 나는가 싶었다. 각자 나름대로 서로 챙겨주며 빠이빠이하고 있었는데 내 옆에 끝까지 남아준건 역시 오세훈이었다. 그 날따라 이래저래 도움 많이 받았네. 




3월 초, 술집에서 나오니까 아직은 옷을 파고드는 한기에 부르르 떨고 팔짱을 끼면 오세훈은 옆에 있다가 나랑 똑같은 포즈를 취했다.






[EXO/박찬열] 그들이 권태기를 극복하는 방법 01 | 인스티즈





이 센스없는 새끼 봐라. 눈을 흘기며 오세훈에게 투정을 부렸다.




"야, 춥냐?"

"어. 춥네."




헐, 눈치도 없어. 어디서 냄새나지 않아? 연애고자 냄새…. 물론 나랑 연애 시작하기 전, 썸타는 사이는 아니지만 이건 매너 아닌가.




"하. 남자도 아니네."

"남자는 뭐 추위 안타냐?"

"그래도 말이야. 어? 여자가 옆에서 이렇게 추워하고 이쓰며는…"




일부러 말꼬리를 흐리니까 오세훈은 





"벗어줘?"

"됐어. 임마. 엎드려 절받기냐?"

"ㅋㅋㅋ. 벗어달라고 했으면 벗어줄려고 했지, 난."

"… 벗어줘."




존나 밀고당기는데 소질있네. 오세훈의 말에 바로 숙이고 들어가자 또다시 빙구같은 웃음을 보여주며 옷을 벗어 내 어께에 걸쳐주었다. 근데 진짜 신기하네. 저 잘생긴 얼굴이 웃을 때는 진짜 빙구같아. 저 얼굴 왜 저렇게 쓰냐? 얼굴이 아깝다, 아까워.

내게 옷을 벗어준 오세훈은 존나게 바들바들 떨면서 폰 키보드를 타다닥 두드리고 있었다. 손가락이 보이지도 않는다. 아니 뭐가 저리 빨라? 남자들은 보통 ㅇㅇ, ㄴㄴ, ㅇㅋ, ㄱㄱ 아님? 근데 쟤는 무슨 편지를 쓰는 것 같네. 

한창 폰을 두드리던 오세훈에게 그만 가자고 말하려고 할 때였다. 오세훈이 먼저 고개를 들고 내 눈치를 보더니 양해를 구해왔다.




"너 지금 집 가?"

"그럼 어디 가?"

"나랑 친구 만나러 갈래?"

"친구?"

"어. 다른 과친구들인데 다들 모여있다길래. 과동기랑 같이 있다니까 같이 오라네."




오세훈 친구들이면 그 친구들도 빙구들인가...ㅋㅋㅋ 갑자기 웃음이 터지는 바람에 피실피실, 웃고 있으면 오세훈이 다시 한 번 물었다. 어떡할래, 갈래? 안 갈거면 택시 태워줄게. 택시 타고 가. 오세훈의 말에 잠시 고민했다. 나 지금 겨우 술 깼는데….




"… 나 또 술 마셔?"

"넌 콜라 마셔."

"… 무슨 재미로."

"재미는 보장해줄게. 재미없다고 후회는 안 할 걸."




그래? 그렇다면야 거부할 거 없지. 콜! 외치자마자 오세훈은 바로 친구들에게 연락하는가 싶더나 주머니에 폰을 넣으려다가 외투가 내게 있는 것을 깨닫고 바지 뒷주머니에 꽂아 넣었다. 근데 얇은 티 한조각만 걸쳐서 많이 추울 것 같은데… 괜히 미안해져 옷 다시 줄까? 하고 물었더니 오세훈은 큰 손을 내 머리에 덥썩 올리더니 마구 헝클였다. 아, 진짜. 이거 만지는데 몇십분이 걸렸는데. 그래도 남자답게 괜찮다고 하는 모습이 꽤 멋지다. 히히




"근데 친구들이면 몇 명?"

"3명."

"그렇구나… 근데 벌써 다른 과 친구들을 사겼어?"

"아,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야. 다 다른 과."

"우와, 좋겠다. 난 혼자 떨어져 왔는데…."




친구들 생각에 급우울해진 내가 작게 한숨을 내쉬자 오세훈은 뭘 걱정하냐면서 너무나 별 거 아니라는 듯이 얘기했다. 그럼 우리랑 같이 다니면 되겠네. …. 참 간단한 말지만 선뜻 얘기해주니 감동이다. 허허. 사실 아까 친구 많이 못 사귄 것 같아서 걱정 많았는데 이런 진국이 계속 옆에 있었네.

지금 만나러가는 친구들이 모두 남자라는 사실에 묘하게 긴장이 됐다. 그런 나를 눈치채고 오세훈이 지금 긴장하는 거야?, 하고 놀려댔지만 오세훈의 팔뚝을 퍽퍽 때리며 긴장을 풀려고 애썼다. 오세훈은 아프다고 난리였지만 오히려 그런 오세훈을 보고 있으면 긴장이 풀려서 말이지.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않은 술집. 하긴 학교 후문에 깔린 술집인데 거기서 거기지. 오세훈 뒤에 찰싹 붙어서 들어가니 말랐지만 내가 그 뒤로 가려지긴 한 모양이다. 오세훈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라? 왜 혼자 왔음?"

"친구랑 같이 온다며?"

"뭐야, 친해지려고 좆빠지게 기다렸구만."

"ㅋㅋㅋㅋㅋ. 같이 왔는데?"




다들 잔뜩 아쉬워하는 목소리였다. 푸흐흐, 작게 뒤에서 웃고 있으니 이번에는 오세훈의 말에 어? 어디어디? 하고 놀란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그제야 오세훈 뒤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었고, 그 중 가장 가까이 앉아있었던 강아지같은 남자애가 엄마야?! 하고 놀랬다. 이녀썩, 마마보이? 자신도 엄마야,가 튀어나올지는 몰랐는지 재빨리 헛기침을 하고는 무게를 잡아보지만 이미 그 아이의 이미지는….




"뭐야? 여자였어?"

"와, 오세훈 새끼. 벌써부터 여자 달고 다니고... 존부럽..."

"야야, 세워두고 뭐하냐. 안녕? 얼른 여기 앉어."

"…."

"김여주. 앉자."




으응…. 소심하게 대답하고는 오세훈 옆에 조용히 앉았다. 그런데 3명이라고 하지 않았나? 테이블에는 오세훈의 말과는 다르게 4명의 남자가 앉아있었다. 딱히 남자들과 거리를 두고 산 건 아니지만… 그래도 모르는 남자들 사이에 끼어있으려니까 조금 위축되긴 했다. 오세훈도 친구들을 만나서 그런지 아까와는 달리 재잘재잘 떠드는 모습이 새롭다. 저게 진짜 오세훈이었군.

그리고 또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이유. 와… 씨발. 끼리끼리 논다더니 얘네들이 도대체 어떻게 한 학교에 다닐 수 있었는지. 인소에서만 보던 4대천왕, 아니 얘넨 5대 천왕인가. 아무튼 존나 인소를 보며 상상하던 얼굴들이 여기 다 모여있네. 솔까 그 이상이다. 아까부터 앉아있으면서 느낀건데 다른 테이블의 여자들이 자꾸 이쪽 테이블을 힐끔거린다는 거다. 그럴만도 하지. 조만간 번호 따러 온다에 소주 한 잔을 건다.

근데 오세훈. 콜라 마시라면서 왜 안시켜주는데. 계속 입을 다물고 있으려니까 계속 침이 고이는 것 같아서 물잔을 집어들어 마시려는데 순간 앞에 앉아있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윽, 켁켁…. 갑작스러운 아이컨택에 당황하여 사레에 들렸고, 기침을 크게 하니 남자들의 시선이 모두 내게 쏠려버렸다. 오세훈이 옆에서 괜찮냐며 등을 두드려 주는데 그것 또한 부담스럽기 그지 없다. 아… 괜히 왔나?




"야, 우리 존나 매너 없었네. 신상까야지, 서로."

"아. 미안. 저새끼들이 하도 말이 많아서 까먹었다."

"와, 개씨발. 지도 개떠들어놓고 우리만 엿먹이는 것 봐라."

"어. 이제 좀 닥쳐 봐. 김여주. 여기 내 옆부터 차례대로 변백현, 도경수, 김준면, 박찬열"

"안녕~~~"




오세훈이 차례대로 이름을 불러주었고 그 때마다 각각 인사를 나누는데, 아… 아까 눈 마주친 사람 이름이 박찬열이구나. 개존잘이네. 다시 한 번 둘러봤을 때는 또 다시 나를 향해 안녕,하고 손을 흔드는 강아지 닮은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변백현…? 내가 이름 진짜 못 외우는데 얘네들 이름은 귀에 쏙쏙 박힌다. 얘네가 잘생겨서 그런가 싶다가도 생각해보면 다들 그닥 흔한 이름은 아니라는 거다. 나에겐 다행인건가?

과는 알아서 소개하라는 말에 모두 나를 향해 자신의 과를 밝히며 한마디씩 건넸다. 간단히 정리해보자면… 

강아지 닮은 애가 변백현이고, 건축학과. 생글생글 웃으면서 말을 걸어오는게 친해지면 굉장히 재밌어보이는 타입이었다.

처음부터 욕을 존나 찰지게 하던 애는 김준면, 경영학과란다. 과는 오질나게 잘 어울리는데 얼굴에 붙어있는 존나 안 어울린다. 모범생 얼굴에서 저런 찰진 욕이 터져나오다니. 내가 한 수 배워야겠는걸? ㅎㅎ

그리고 꽤 묵묵하게 술을 마시는 애의 이름은 도경수고, 식품영양학과라는데 과 듣고서 정말 진심, 존나 놀랬다. 씨발. 식품영양학과에 뭐 시비거는 건 아닌데… 올해 여자가 가장 많이 입학한 과라고 소문이 자자했는데, 그 속에 파묻힌 도경수가 상상이 되질 않아서…. 오세훈 말로는 요리를 존나 잘한다는데…. 그런 조리학과를 가야지 왜… 하긴, 아무렴 어때. 나도 성적 맞춰서 들어왔는데….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온 뒤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아까 나와 눈이 마주쳤던 박찬열은 영어영문학과였다. 올~ 영어 좀 잘하겠는데~ 했다가 편견이야. 라고 던진 한마디에 입을 꾹 다물었다. 아무래도 저 박찬열이라는 애는 내가 여기에 온게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 내가 온 뒤로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을 뿐더러 아까부터 계속 나를 노려보고 있었으니까. 와씨, ㄷㄷ하네. 존나 야리고 난리. 눈치보다가 슬쩍 빠져야하나? 하는 고민을 살짜쿵 해본다.




이렇게 오세훈 친구들의 긴 소개…라고 하지만 저 자리에서는 2분도 안 걸렸다…ㅋㅋㅋ 아무튼 이제 내 소개를 해주려는지 오세훈이 나를 빤히 바라본다. 근데 그 입에 걸린 미소는 무엇이죠? 오세훈의 장난기를 눈치채고 제지하기도 전에 그 입이 서슴없이 열렸고, 나는 긴장한 탓에 물 좀 마시려다가 2차로 뿜었다.




"자, 여긴 김여주. 우리 과 퀸카."

"푸흡…. 야! 지금 무슨 소릴"

"오~ 퀸카? 근데 과말고 우리 대학 전체에서도 손 꼽힐 것 같은데? 안그러냐, 박찬열?"

"…."

"야, 그럼 오세훈 너 이제 과퀸카랑 썸타는거냐? 와, 개부럽다. 새끼야."




나니? 씨발? 뭐라구요, 김준면씨? 아무리 입이 찰지다고 해도 말이죠? 나한테 찰지게 얻어터지고 싶으신가봐요. 황당함에 끝을 달린 채 오세훈과 김준면을 벙쪄서 바라보고 있으니 오세훈이 존나 맞받아치며 내 어깨에 팔을 둘러왔다.




"그래. 좀 잘 어울리냐?"

"뭐래, 이 병ㅅ… 아."

"오. 얘 지금 욕하려고 한 거 맞지, 맞지."

"올~ 너 쫌 한다? 한번 뜰까?"




뭘 떠, 새꺄. 존나 갑자기 욕배틀을 자처하며 들이미는 김준면에게서 시선을 돌리자 헙, 박찬열이 나를 죽어라 노려보고 있었다. 쟤 무섭게 왜 저래…. 아, 혹시 오세훈 장난 때문에… 헐 설마, 쟤… 오세훈 좋아하나? 그,그럼 게이?! 호모나 세상에. 게이뭐야. 이게 바로 게이득? 존나 얼굴을 붉히며 요사스런 상상을 하던 중 오세훈이 그런 나를 걱정하며 볼에 지 손등을 대오자 나는 놀라 까무러쳤다.




"으악! 이러면 안돼!!!"




찬열이가 보구 있다고, 세훈아!!!




….




"아…."

"…."

"…."

"…"

"…."

"…."




너무 놀란 나머지 볼에 닿은 오세훈의 손을 존나 세게 쳐내며 벌떡 일어난 나는 작게 탄식을 내뱉었다. 이 미친… 내가 지금 무슨 김여주. 존나 미친년…. 모두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고 나는 더욱 붉어진 얼굴로 재빨리 화장실을 핑계 삼아 자리를 떴고, 화장실에 들어가기 직전 거하게 들려오는 폭풍 웃음소리에 장렬히 전사했다. 씨발. 좆망했어.





***





"푸하하핳ㅎㅎㅎㅎㅎㅎ"

"...ㅋㅋㅋ."

"야, 쟤 뭐냐? 존나 귀엽네."

"그치, 매력있지."

"…."




김여주가 자리를 뜨고 난 뒤 친구들이 모두 자지러졌다. 아, 한 놈만 빼고. 존나 매력있는 김여주를 바로 앞에 두고 인상을 구긴 채 앉아있던 박찬열이 신경쓰였던건 김여주 뿐만이 아니었다. 그래도 내 친구라고 데려온 거였는데 애 앞에서 저렇게 인상만 써대고 있으니 데려온 나도 마음이 편치않았다. 저새끼는 오늘따라 왜 무게잡고 난리야.

변백현과 김준면은 이미 김여주의 매력에 퐁당 빠져 찬양을 시작하는데, 도경수도 간간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데, 유독 잔뜩 굳어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박찬열의 모습이 오늘따라 좀 이상해보인다. 김여주도 눈치채고 존나 눈치보던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맥주잔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박찬열을 힐끔 쳐다보다가 하는 수 없이 먼저 물었다. 김여주가 화장실에서 돌아오기 전에 박찬열의 마음을 좀 알아두는게 나을 것 같아서.




"야, 박찬열."

"…."

"박찬열."

"…."

"야! 박찬열!"

"… 아, 어, 왜. …?"




내가 볼 때 김여주가 문제가 아니라 그냥 이새끼가 미친 것 같다. 어쨌든 나는 박찬열에게 잠깐 밖에서 얘기 좀 하자며 끌고 나왔고 술집 입구 앞에서 담배 한개비씩 꼬나물고 잠시 정적을 가졌다. 후- 고3 때 피던거랑 또 다르네. 반 쯤 태웠을까. 박찬열은 어느새 또 지 세계로 빠진 것 같았다. 오늘 꼭 나사 하나 풀린 것 같은 행동에 인상을 구기며 다시 박찬열을 불렀다.




"찬열아."

"…."

"이 씨발. 정신 안차리냐?!"




결국 박찬열의 뒷통수를 한 대 갈겨버렸다. 존나 자꾸 부르게 만들고 지랄이야. 뒷통수를 부여잡고 아, 왜 때리고 지랄인데?! 하고 덤벼들어야 할 녀석이… 왠지 조용하다. 박찬열은 그저 맞은 곳을 몇번 긁적이더니 다시 담배를 깊게 빨아들이고는 툭 던져 불을 비벼껐다. 그리고 나를 빤히 바라보는데 눈이 조금 풀린게 솔직히 무서웠다. 이새끼가 갑자기 김여주한테 까댈까봐. 뭐, 그럼 내가 가만히 있지는 않겠지만…. 존나 불안하게 왜 이래. 나도 곧 담배를 꺼뜨리자 박찬열은 갑자기 내 손을 꼭 잡아왔다. …?




"뭐, 뭐야. 징그럽게 왜 이래?"

"세훈아."

"이 씨발. 소름 돋으니까 그렇게 쳐다보지마."




뭔가 뒤가 구린데…. 찜찜함을 안고서 박찬열을 존나 아니꼽게 바라보았지만 박찬열은 그런 내 시선은 상관없다는 듯이 내 손만 더 꽉 쥐었다. 그리고 끝내 입을 연 박찬열은 존나 실성한 놈 같았다.






[EXO/박찬열] 그들이 권태기를 극복하는 방법 01 | 인스티즈





"세훈아, 나 사랑에 빠진 것 같아."

"…?"

"고맙다. 너 덕분에 난 오늘 인연을 만났어."

"뭐라는거야, 이 새끼가."

"나… 여주한테 반한 거 같아. 첫눈에."




어. 아무래도 박찬열은 진짜 실성했나 보다.










+) 와!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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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ㅠㅠㅠㅠㅠㅠ완전 재밌어요ㅠㅠㅠ신알신청하고갑니다ㅠㅠ얼른2편보고싶어요ㅠㅠ꿀잼 ㅠㅠㅠㅠ하 심장폭행 ㅠㅠㅠ
9년 전
글로리스
헐. 댓글 고마워요ㅠ 댓글 달렸으니까 얼른 2편 쓰러갈게요...흐하하핳
9년 전
독자2
헐ㅜㅜㅜ 완전 꾸르잼임다ㅜㅜㅜㅜ 신알신할께요!!
9년 전
글로리스
헐헐 감사합니다ㅠㅠ 댓글... 정말 기쁘네요...
9년 전
독자3
다음편 기다고있을께욯ㅎㅎㅎㅎ
9년 전
독자4
재밌어요!!!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9년 전
독자5
이거짐짜재밌어요ㅜㅜㅜㅜㅜㅜ 어떻게이런 대작이나올수가있지?사랑합니다 작가님ㅠㅠㅠㅠ
9년 전
독자6
아ㅠㅠㅠㅠ대박 ㅠㅠㅠㅠ개꿀이다ㅠㅠㅠㅠㅠㅠㅠㅠ빨리담편도봐야겠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여주 겁나귀여웤ㅋㅌㅋㅋㅋㅋㅋㅋㅋㅋ
9년 전
독자7
와우 처음에 만난건 세훈이지만 잘된건 찬열이구나! 권태기라고 해서 잘 됐다고는 볼 수 없지만... 잘 극복하면 진~짜 잘 됐다고 볼 수 있겠네요 제발 극복 잘하길...!
9년 전
독자8
작가님읜 제 좌심실에 신고...후...정주행왔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9
헐 ㅠㅠㅠㅠ신알신할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10
작가님 정주행 하도록 하겠습니닿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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