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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EXO/박찬열] 그들이 권태기를 극복하는 방법 04 | 인스티즈




"너 미쳤냐?"

"전혀."

"근데 여길 왜 와."

"병신이냐? 음식점에 왜 오겠어. 밥 먹으러 왔지."

"아니, 내말은."

"안녕하세요~ 이모~!"




먼저 자리를 잡고 앉은 나를 보고 기가 막히다는 듯이 서있는 박찬열. 안 앉아? 하고 예의상 물어보니까 잔뜩 구겨진 얼굴로 다가와 마주 앉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되는지 혼자서 궁시렁궁시렁. 야, 이모님 듣는데 다물어 좀. 결국엔 나도 인상을 팍 쓰고 박찬열에게 한마디 던졌는데 그게 그 놈 입의 물꼬를 튼 모양이다.




"너 존나, 나한테 엿 맥이고 싶어서 이래?"

"아니."

"그럼 딴 거 다 놔두고 왜 하필 이건데?"

"가끔씩 먹어주면 좋댔어."

"그것도 어느 정도지. 씨발."




하지만 박찬열의 말을 싹 무시하고 나는 이모가 건네주는 물병과 컵을 받으며 주문을 했다. 불닭갈비 2인분이요. 그렇다. 여긴 학교 앞 아이들과 함께 왔었던 붉닭갈비 집이다. 박찬열을 보니 이게 진짜 정신이 나갔나? 하고 당장에라도 멱살잡이 할 표정이다. 사실 나도 매운 걸 잘 먹지 못하고, 박찬열도 나 못지 않게 매운 맛에는 취약하다. 아니, 어쩌면 박찬열이 나보다 더 매운 걸 못먹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저녀석의 저런 반응도 이해는 간다. 굳이 먹지도 못하는 걸 왜 먹으러 왔냔 말이지. 그건 나도 모르겠다. 내가 여기서 뭐 좋은 꼴을 보자고 기대하고 있는건지…. 다시 시선을 거두고 물 한잔을 따라 벌컥벌컥 마신 뒤 무표정으로 녀석에게 말했다. 먹기싫음 안먹으면 되잖아. 그러자 박찬열은 대뜸 버럭 소리를 지른다.




"배고파서 짜증나는데 왜 너까지 보태고 지랄이냐고!"

"아, 진짜. 그럼 나가서 다른거 쳐먹던가!!!"




나도 결국 참지 못하고 꽥 하고 소리를 질러버렸다. 졸지에 우리들에게 몰린 시선. 맛집이라서 그런지 이모님들의 시선 뿐 아니라 가게 안에 꽉 차있던 다른 손님들의 시선들까지 한몸에 받게 되었지만 나는 씩씩거리며 박찬열을 노려볼 뿐이었다. 눈가는 왜 또 이렇게 시큰거리는데. 씨, 하도 눈을 부릅 떠서 그런지, 꽤 오래 끼고 있던 렌즈가 뻑뻑해진건지 눈은 존나게 시리고 아픈데 지고싶지 않다는 생각에 꾹 참고 박찬열을 노려보고 있으면 지가 먼저 소리를 질러놓고선 내 외침에 깜짝 놀라기라도 했는지 큰 눈을 부담스럽게 껌뻑거리던 박찬열은 황당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너 왜 우는데."




아, 미친? 나 울어? 눈이 시리다고 했더니 그게 눈물이 나오려고 그랬던 모양이다. 그것도 찔끔 고인게 아니라 손등에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는 커다란 눈물방울에 박찬열보다 내가 더 당황하고 말았다. 어째서 내 몸인데 말은 지지리도 안듣는다. 쉽게 그쳐지지 않는 눈물에 고개를 푹 숙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아까 진즉에 눈 감고 비벼댈껄. 쓸데없이 존심부리다가 저 개새끼한테 눈물이나 보이고… 꼴사나워.

씨발. 내가 왜 여길 왔는데….

좀처럼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짜증이 난다.




"…."




진짜 속상해 죽겠다.






『 그들이 권태기를 극복하는 방법』






[EXO/박찬열] 그들이 권태기를 극복하는 방법 04 | 인스티즈




"지인짜 나쁜놈이야, 걔느은…."

"…."

"너도 그렇게 생각해, 경수야?"

"어, 천하의 죽일 놈이지."

"푸흐-"




앞에 도경수를 앉혀두고 늘어지게 턱을 괸 채 물으면 묵묵히 술을 마시고 있다가 마음에 쏙 드는 대답을 해주는 도경수다. 만족하며 웃음을 터뜨리자 도경수는 나를 빤히 바라보고 물었다.




"오늘 박찬열 만났어?"




나는 내 앞에 놓인 소주잔을 만지작거리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에잇. 담겨있던 술을 한번에 입에 털어놓고 목에서 느껴지는 알코올의 쓰림에 크, 성대를 긁었다. 달다, 달어. 술이 달면 빨리 취한다는데 오늘만큼 술이 달게 느껴지는 때가 없다. 하긴 인생이 거지같이 쓴데 고작 이따위 술이 뭐가 쓰겠냐. 평소에는 쓰다고 입에도 대지 않던 술이 달게 느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르겠다.




오늘 박찬열을 만난 것은 굳이 따지자면 2주하고도 정확히 이틀째였다. 26살. 나는 벌써 오래전에 졸업을 하고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고군분투하는 중이었지만, 박찬열은 아직도 4학년에 재학 중인 어린 학생나부랭이였다. 근데 이새끼는 나보다 더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데이트는 커녕 만나는 것조차 허용해주지 않았다. 씨발, 누구는 대학교 4학년 안해봤나…. 취업준비를 한다면서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니 4학년 때 놀거 다 논 나로써는 어이가 없다는거다. 아주. 많이.

아, 그렇다고 내가 열심히 취업을 준비하는 다른 학생들을 얕보는 것이 절대 아니다. 단지, 박찬열이란 인간은 그런 학생이 아니란거다. 내가 아는 박찬열이라면 나보다 더 심하게 놀면 놀았지 절대 그런걸 할 위인이 아니었으니까. 나와 같은 그런 부류. 걔는 그랬다.




거기다 올해 들어서는 만났다 하면 꼭 끝에는 핑크핑크빛 로맨스는 커녕 피가 끓어오를 때까지 싸우는 엔딩을 맞이해버리고 마는데 속은 시커멓게 타올라 집에서도 울분을 가라앉히지 못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그러니까 이제는 만나는 것도 두려울 정도다. 차라리 얼굴을 보지 않고 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할 때도 종종 있다. 하지만 그래서는 정말 모르겠다는 거다. 지금의 내가 박찬열과 도대체 어떤 사이인건지. 굳이 감정과 시간을 이렇게 아무 의미없이 소비해가며 이 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건가? 하고 말이다.

그래서 박찬열의 말처럼 내가 먼저 좀 찡찡거려봤다. 우리 지금 이게 사귀는 게 맞나고, 나는 도무지 모르겠다고. 그랬더니 대뜸 약속을 잡아온건 박찬열이었고…. 나는 괜한 기대를 했었다. 예전에 설렜던 추억이 가득한 장소에 데려가보면 박찬열이 뭔가를 깨닫고 예전처럼 서로 좋아 죽는 그런 사이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결과는 보다시피 뭐… 이렇네.




아까 닭갈비 가게에서 언성 높여 싸우다가 나는 먼저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주문했던 불닭갈비가 나오기도 전에 말이다. 계산도 안했다. 덩그러니 남겨져있던 박찬열이 어떻게 처신했는지 모르겠지만 내 알빠? 혼자 남겨두고 먼저 일어난 것이 분에 차기라도 했는지 박찬열은 5분도 안되서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나는 당연히 무시했지. 지금 화나죽겠는데 그 전화를 받고 싶겠냐고. 그랬더니 존나 끈질기게 전화를 해대는데 차단해버릴까도 생각했다.

갈 곳 잃은 몸뚱아리로 멍하니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들어선 곳은 작은 포장마차였다. 이모에게 인사하고 닭똥집 하나와 소주를 시켜놓고서는 소주만 연달이 들이부었다. 카페에서 마셨던 카페모카 한 잔을 제외하고는 하루종일 먹은게 전부였던지라 위벽을 바로 쓸어내리는 알코올에 절로 몸이 베베 꼬였다. 테이블 위에 올려둔 폰은 여전히 징징- 울려대는데 저장명 옆에 뜨는 (7)이라는 숫자가 굉장히 우습다. 평소에는 먼저 연락 한 번 없더니 오늘 일이 꽤 열이 받았나보네. 꼴 좋다, 새끼야. 내가 네 전화 받나봐라.




그런데 8번째로 울리는 전화 벨소리의 주인은 다른 사람이었다. 연애 초기에 박찬열의 번호만 다른 벨소리로 설정해놓았고, 그것은 여전했기 때문에 벨소리를 듣자마자 박찬열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술을 마시다 말고 벌써 풀려버린 눈을 부릅 뜬 채 폰을 내려다보니 화면에는 [도경수]라는 반듯한 이름이 떠올라 있었다. 아…. 경수. 경수 전화는 받아야지. 하지만 느려진 행동에 전화가 먼저 끊겨버렸고 당황하며 도경수에게 다시 전화를 걸려고 했을 때 다시 울리는 전화. 무심코 받아버린 탓에 얼른 다시 통화종료를 눌러버렸다. 화면에는 [개새끼]라고 저장된 이름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아, 망했어.




/여보세요?/




이미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고, 다시 버튼을 눌러대며 경수에게 전화를 걸자 금세 들려오는 목소리에 옅게 미소를 띠며 어눌해진 혀를 놀렸다.




"우리 경수… 누나테 전화해써…?"

/…./

"히히. 왜 전화해써? 누나 보고시퍼성~?"

/여주야, 너 어디야./

"으잉… 여기 어디야…."

/술 마셨어?/

"웅! 쪼끔 마셨는데 여기 초록색이 하나… 두울…"

/정신 차려 봐, 여주야. 거기 어디야?/

"… 오게?"

/어디냐고 두 번 물었어. 세번째로 물을게. 어디야./




왜 자꾸 어디녜…. 짐짓 화난 것 같은 목소리에 머뭇거리다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정말로 나도 한참 떠돌다가 도착한 곳이라 여기가 도대체 어딘지 모르겠다. 수화음으로 들려오는 한숨에 민망해서 볼을 긁적이고 있었더니 경수는 사장님이나 직원을 찾았고 나는 열심히 우동면을 말고 계시는 이모님을 불러 폰을 건네드렸다. 큼지막한 목소리로 포장마차의 위치를 설명하시던 이모님은 폰을 돌려주시곤 웃으면서 남자친구냐고 물으셨다. 아닌데…. 내 남자친구는 좀 더 쓰레기같은 새끼에요. 이런 멋진 놈이 아니란 말이야…. 하지만 변명같을 것 같아 어색하게 웃으며 자리에 돌아와 다시 술잔을 들면 이모님께서 다시 한 번 "아가씨~! 남자친구가 그만 마시고 얌전히 기다리라고 전해달라던데?" 하고 나를 당황케 하셨다. 아니에요. 내 남자친구는… 아주 짧지만 순간 박찬열이 내 남자친구라고 말하기 싫었다.




도경수는 통화가 끊기고 30분 쯤 지났을 때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섰고 아무 말 없이 나를 내려다보다가 짧게 한숨을 쉰 뒤 맞은 편에 앉아 이모님께 소주잔을 부탁했다. 그리곤 말없이 소주를 들이킬 뿐 나에게 이렇다 하는 말을 걸지도 어떻게 된거냐고 묻지도 않았다. 나 역시 입을 열지 않아 그렇게 서로 말없이 술만 마시다가 완전히 취해버린 나는 털푸덕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간신히 버티면서 박찬열의 욕을 늘어놓자 도착해 처음으로 입을 연 도경수였고 그 대답에 만족한 나는 그대로 테이블 위에 쓰러져 잠에 들고 말았다. 그리고 그 잠결에 마지막으로 들린 목소리는 뭔가 슬픔에 빠져 꽤 축축히 젖어버린… 그런 감성의 목소리였다.




"진짜, 나쁜 새끼네. 박찬열."





***






[EXO/박찬열] 그들이 권태기를 극복하는 방법 04 | 인스티즈




"아오!!! 이게 진짜!!!"




받았으면 받은거지 받자마자 전화가 뚝 끊기자 화가 나서 폰을 냅다 집어던지려다가 머리만 신경질적으로 벅벅 긁었다. 씨발, 아직 할부가… 나란 놈은 고작 할부의 노예일 뿐이다. 썅.

아까부터 줄기차게 연락을 취해보지만 빡치게 김여주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심지어 이번에는 받는가 싶더니 바로 뚝 끊어버리며 나를 농락하기에 이르렀다. 내가 연락 씹는거 존나 싫어하는 거 뻔히 알면서 이렇게 잠수를 타?! 김여주, 도대체 뭐하자는 건데. 씨발!




김여주가 그렇게 나가고나서 음식이 바로 나와 취소하지도 못하고 포장해서 나왔다. 지가 먼저 데려와놓고선 그렇게 소리를 지르더니 혼자 잽싸게 튀어나가? 김여주가 가게를 나가고 내게 꽂히던 수없이 많은 시선들. 김여주의 눈물때문에 다들 나를 죽일놈 보듯 바라보고 있었다.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난 지금 이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가 왜 그런 시선을 받아야 하는건데.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마음을 겨우 다스린 채 김여주에게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역시나 전화를 받지 않았고 마지막 전화에서는 농락까지 당하고 말았다. 한손에 들려 덜렁거리는 불닭갈비가 포장된 봉투를 보니 더욱 짜증이 일었지만 어깨처럼 마음까지 태평양 같은 나, 박찬열은 이를 갈며 다시 한 번 김여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객이 통화중이어서 음성사서함으로…/

"씨발!!!"




이게 지금 내 전화는 받지도 않는 주제에 누구랑 통화하고 자빠졌냐?! 김여주, 너 진짜 찾으면 뒤졌어.




"어라? 왠 닭갈비예요?"

"그런게 있어. 묻지마. 존나 화나니까."

"아니, 매운 거 못먹는 사람이 이런거 들고 오니까 그렇죠~ 혹시 저 주려고 사온 거예요?"

"씨발, 아니야."




결국 끝까지 전화를 받지 않는 김여주때문에 독기만 잔뜩 오른 채로 동아리방에 왔다. 쾅소리를 내며 등장하니 안에 있던 손나은이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뭘 봐. 안그래도 좆같은 기분에 손나은에게 화풀이를 해버렸다. 근데도 이 기집애는 뭐가 좋다고 실실거리며 다가와 내 손에 들린 봉투에 관심을 보인다. 저리 가라. 머리를 툭 밀어내며 테이블 위에 봉투를 거칠게 내려놓고 소파에 앉자 손나은이 따라 옆에 앉으며 봉투에 코를 쳐박고 킁킁거리며 망상을 펼친다. 당연히 아니라고 부정했더니 내 옆구리를 콕 찌르면서 부끄러워하냐고 묻는 말에 어이가 없어 허, 콧방귀가 절로 나온다. 너까지 내 앞에서 삽질할래?




"이거 먹어도 돼요?"

"쳐먹든가 말든가."




어차피 내가 먹을 일은 없기에 계속 닭갈비에 눈독을 들이는 손나은에게 넘겼더니 곧장 꺼내드는 모습까지 보고 다리를 툭툭 까며 말했다. 나가서 먹어라. 냄새 배겨. 사실 냄새만으로도 매워서 짜증이 났다. 그래서 좀 나가서 먹으라니까 이정도로 안 밴다면서 고집을 부리며 끝내 나무젓가락을 뜯어 닭갈비를 입에 넣는 손나은. 이 씨발, 이젠 선배 말이 개같지, 아주? 이젠 모든게 다 짜증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씨, 진짜 김여주. 감히 네가 내 전화를 씹어? 거기다 받아놓고 뚝 끊어? 나랑 장난하고 싶은 것치고 너무 정도가 지나친데? 나는 세상에서 잠수를 가장 싫어한다. 아니, 혐오한다. 그럴거면 폰을 아예 없애던가 멀쩡히 들고있으면서 왜 연락을 씹는데. 존나 이해가 안되는 것이다. 근데 지금 김여주가, 그걸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있는 김여주가 그러고 있다. 존나 열받게. 거기다가 그렇게 울면서 사라져놓고, 걱정할 상대방 생각은 조금도 안하는거냐고. 씨발… 고개를 뒤로 젖히며 욕을 내뱉으면 닭갈비를 쳐먹고있어야 할 손나은이 갑자기 와… 하는 소리를 내더니 갑자기 손가락 끝으로 내 목선을 훑는다.




"씨발, 뭐하는…!"

"섹시해요, 선배."

"… 하. 그건 나도 잘 아는데, 저리 안꺼져?"

"에이, 우리 선배님. 오늘따라 더 예민하시네~"




얘도 존나 미친년이다. 여자친구 버젓이 있는 내게 이따위로 들이대니까 말이다. 손나은. 손나… 이름 값 하네. 소름돋게 웃으며 나를 쳐다보고 있는 저 손나은은 이번에 입학한 신입생. 그러니까 애기였다, 애기. 이제 겨우 미성년자 딱지 뗀 갓난애기. 한참 어리고 얼굴도 반반해서 요새 좀 놀아주고 오냐오냐 해줬더니 이렇게 기어오른다.

처음에는 남자들이 우글거리는 밴드동아리에 거침없이 문을 두드리고 패기롭게 가입을 외쳐대던 이 여자애가 신기하기도 했다. 어떻게든 여기 가입해서 남자 한 번 꼬셔보려고 들이대던 다른 여자애들과는 달라보였고, 악기를 다루는 실력도 꽤 출중해서 모두의 동의를 얻어 가입한 손나은은 우리의 기대에 부응하듯 열심히 활동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며칠 전 동아리 회식이 있었고, 어쩌다보니 옆에 앉게 된 녀석을 조금 챙겨주었는데 그 때부터 나한테 들이대기 시작했다. 그것도 전혀 20살 같지 않은 저런 방법으로.

처음에는 귀엽게 봐주면서 그러지 말라고 주의만 줬는데 점점 심해지니 이제 나도 욕을 서슴없이 해대며 까대고 있지만 손나은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달라붙었다. 오히려 이런 모습이 더 매력있다면서 끈질기게 들러붙어 먹으니 김여주랑도 자꾸 어긋나는 마당에 머릿속이 어지럽다.




내 목을 훑던 손나은의 손목을 꽉 쥔 채로 한번만 더 이따위 짓 하면 가만 안두겠다고 경고를 하려던 그 때,  동아리방 문이 내 등장 때 못지 않게 쾅 열리더니 "아오! 또 까였어!!!" 라고 소리치며 들어오던 변백현이 우리를 발견하고는 멈칫했다. 기괴한 인상으로 우리를 바라보던 변백현은 우리를 향해 뭐하냐고 물었고, 뭐하긴 경고하지, 라고 대답하려던 나는 그제야 우리의 꼴을 떠올리고 아차 싶었다.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

"야, 박찬열."

"… 야 잠깐…"

"너, 김여주 만나러 간 거 아니였어?"

"…."




내가 동방에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지 변백현은 나를 보고 두번 놀랐다. 우리 자세에 한 번, 내 존재에 두 번. 그리고 변백현의 말에 나는 또 열이 뻗쳤다. 아, 김여주…. 손나은 때문에 잠시 잊고 있었던 김여주가 다시 뇌리에 스쳐 인상을 와락 구겼다. 그리고 손나은이 뭐라고 변백현에게 얘랑 난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변명하려던 내가 웃겼다. 얘가 뭐라고…? 변명할 가치도 느끼지 못하고 뒷통수를 벅벅 긁으며 소파에서 일어난 난 그대로 동방을 빠져나왔다.





[EXO/박찬열] 그들이 권태기를 극복하는 방법 04 | 인스티즈




밖에 나와 담배를 꼬나물자마자 나를 따라나온 변백현은 어떻게 된거냐며 바람피다 걸린 남편 닦달하는 마누라라도 되는 냥 꼬치꼬치 캐물어댔다. 아씨, 라이터는 왜 또 안켜지는데…. 신경질적으로 라이터를 켜서 담배에 불을 붙이는 모습을 본 변백현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또 뭐가 잘 안됐어?"

"…."




발가벗겨 치부를 훤히 들여다보는 변백현의 백안에 나는 깊게 빨아들인 연기를 길게 뿜어냈다. 그렇지 뭐….




"너도 참 병신이다."

"꺼져."

"근데 더 이해가 안가는게 뭔지 알아?"

"…?"

"손나은이랑은 왜 그렇게 붙어있어, 병신아."

"걔가 붙어오는 걸 어쩌라고."

"존나 재수없네. 네가 김여주 생각한다면 쟤 확실하게 밀어내야 맞는거다."

"그런 거 아닌데 왜. 난 찔리는 거 하나도 없다."

"너는 이래서 안 돼. 만약에 김여주가 그 꼴을 봤어 봐. 넌 the end 라고."

"…."




나도 알고있다. 변백현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그런데 손나은과는 정말 한점 부끄럼 없이 맹세할 수 있다. 나에게 여자는 김여주 밖에 없으니까. 사실 김여주가 학교에 없다는 것이 나를 무르게 만든 것도 있다. 굳이 옆에 있지도 않은 여자친구 때문에 후배에게 정을 떼야 한다고? 스스로도 그렇게 해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그 애 앞에선 오히려 미안해지더라. 그래서 여자 후배임에도 불구하고 면상에 대놓고 욕을 하며 떨어뜨리는 것, 그게 내 딴에는 최선으로 선을 긋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변백현에게 항상 너 그러면 안 돼. 라는 소리를 쳐듣고 있으니까 이제는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라는 반감이 들 때도 있다. 막말로 내가 진짜 걔한테 눈을 돌리기를 했어, 마음 흔들리길 했어. 난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다고. 억울한 마음을 털어놓으면 변백현은 더욱 기가 차다는 듯이 나를 보며 혀를 찼다.




"야, 너 지금 딴에는 충분히 밀어내고 있다고 생각하나본데."

"…."

"진짜 그러면 너 경기도 오산이야. 요새 김여주한테도 손나은 비슷하게 굴고 있는 주제에. 그럼 너 지금 김여주 밀어내는 중이냐?"

"…."




뭐? 야, 내가 언제! 말도 안되는 소리. 어딜 김여주랑 손나은을 갖다 붙여

하지만 문득문득 떠올린 기억 속에서 나는… 아니, 불과 2시간 전만 해도 김여주와 붙어있으면서 나는



'닥쳐라. 썅년아.'

'씨발. 죽고싶어 환장했냐?'

'가지가지 한다, 병신아.'



아. 이건… 그러니까 이건 그냥


그러고보니 내가 언제부터 김여주한테 욕하기 시작했더라.




"…."

"떠오르는게 있는 모양인데, 할 말 없지?"

"… 그건 김여주도…"

"그럼 듣고만 있냐? 내가 여주였으면 귀싸대기부터 날아갔어. 개새끼야."

"…."




씨발.










+) 사담

   저는 에핑 여덕입니다.

   나은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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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45.31
찬열이 행동만보면 ㅂㄷㅂㄷ이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다음편얼른보고싶어요ㅜㅜ
9년 전
글로리스
저런 태도 진짜 싫죠ㅠ
9년 전
비회원4.21
헐유ㅠㅠㅠㅠ재밌어여ㅠㅠㅠ맴찢ㅠㅠㅠ다음편빨리보고싷어여얼릉오세여!❤
9년 전
글로리스
감사합니다! 얼른 써서 올게요!
9년 전
독자1
아니진짜박찬열핵쓰ㄹ.....진짜그럴일도없겠지망만약제남자친구였으면진짜딥빡...경수야잡아채버려...진심..후...나은이너무좋지만진짜너무좋지만..여기선..좀.진심
........ㅎㅎㅎ

9년 전
글로리스
핳...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나은이를 사랑합니다♥
9년 전
독자3
ㅋㅋㅋㅋㅋ저도요♥그런의미로다음편빨리와줘용 보고싶어현기즐날것같으니까!!
9년 전
독자2
재밌다!!!!! 다음편!!
9년 전
독자4
아눈물나ㅠㅜㅜㅜ어어어우어우엉 ㅇ 재밌어요ㅠㅠㅠ진짜ㅠㅠㄱ권태기소재로한글 진짜좋아하는데ㅠㅠ찬열이가드디어 깨닫는건가요ㅠㅠ엉엉 너무재밌어요ㅜㅜ빨리다음편이시급합니다!!
9년 전
독자5
헗ㄹㄹㄹㄹ 찬열이.... 빨리 권태기가 끝나야될듯하네여ㅠㅠㅠ
9년 전
독자6
찬열이ㅜㅜㅜㅜㅜ권태기때문에 그러는거겠죠ㅜㅜㅜ? 진짜너무막대하네ㅜㅜㅜㅜ
9년 전
독자7
아....ㅠㅠㅠㅠㅠㅠ찬열아 ㅠㅠㅠㅠㅠㅠㅠ찬열이행동 ㅂㄷㅂㄷ.... ㅠㅠㅠㅠㅠㅠㅠ 권태기빨리끝나면좋겠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막대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8
이놈시키 박찬열 아오.......................... 화가 나지만
빨리 권태기를 이겨내기를 바라면서!
다음편 기다려요♡

9년 전
독자9
ㅠㅠㅠㅠㅠㅠ그냥 헤어져라 이 나쁜놈 ㅠㅠㅠㅠㅠ 떨어져봐야 정신을 차리지ㅜㅠㅠ
9년 전
독자10
헤어져봐야 정신차리지ㅜㅜㅜ 여주 부쨩해요ㅜㅜㅜㅜㅜ
9년 전
독자11
ㅠㅠ 자녀리...ㅠㅠ....이제 뭔가 깨우친건가ㅠㅠㅠㅠㅠㅠㅠ경듀는 짝사랑중인가보네요...아이구 ㅠㅠ
9년 전
독자12
아 변백현 옆애서 찬열이보고뭐라하는거 너무 멋있어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ㅜㅜㅠㅠ저런거 너무 종아ㅕ유유유ㅠㅠㅜ
9년 전
독자13
경수 짝사랑인가요ㅠㅠㅠㅠ마음아프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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