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저 사람 누구예요?"
우현이 무심하게 호원에게 물어왔다.
"아, 쟤가 내가 예전에 말했던 애야. 데뷔 바로 2주 전에 사장이 돈 들고 튀었다고 했던 애."
"........."
낮에는 단순한 카페이지만 오후 6시가 지나면 바(Bar)로 변하는 호원의 가게에 항시 단골로 놀러 오던 우현이
오랜만에 찾아온 탓인지 낯선 얼굴에 호기심을 가졌다.
호원이 한 달 전에 전화로 노래 정말 잘하는 애를 찾았는데 손님이
요 며칠새 몰려들고 있다고 호들갑을 떨었던 참이라우현은 내심 궁금하였다.
그런데도 우현은 바쁜 업무로 일을 끝마치느라 근 한 달하고 이 주간을 이 카페에 발을 들여놓지 못했더라.
오늘은 왠일로 부장 그 놈이 칼퇴근을 해서 다행인게 그리웠던 냄새를 맡으며 들어오던 우현의 눈에는
다른 여자들과는 같으면서도 유난히 새하얗고 입술이 빨개 매혹적인 남자가 들어왔다.
"이름은 김성규고, 나이는 나보다 한 살 어려."
아... 그렇ㄱ...
"뭐?!"
호원의 나이 발언을 듣고 놀랐다.
그..그러니까 호원이 형은 나보다 세살 많고 김성규가
호원이 형보다 한살 어리다고 했으니까...
뭐야, 나보다 두살이나 많은거야...? 어려보이는데...
"왜, 관심있냐?"
"뭐래..."
"우리가 구하고 있던 분위기랑 딱 맞아, 좋아하는 노래 장르가 록이라해서 바로 고용했지"
"록? 요즘도 록 좋아하는 사람이 있구나.."
"요즘 손님이 몰리고 있어, 쟤 보러 오는 손님 반 이상이 남자야. 보기보다 애가 하얗고 목소리도 좋고 또 색기도 충마..."
"아씨..."
"야, 어디가!!!"
뭔가 기분이 안좋았다.
뭐, 남자가 반 이상이야?
아오씨... 괜히 이런데를 와서... 기분만 버렸다.
"저기요...?"
".......ㅇ...."
"저기요, 정신 좀 차려봐요."
".....ㅇ.....우ㅇ...."
"말을 하려면 제대로 좀...."
"우유....."
이 남자, 아까 그 카페에서 노래 부르던 사람이랑 닮았다...
아니, 그 사람임이 틀림없다.
"이봐요, 성규씨..? 술을 얼마나 많이 마신거예요?"
오랜만에 축구경기를 보면서 밤을 지새울 생각에 우현은 집에 들러 편안한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편의점에 맥주를 사러 가는 도중 왠 다 큰 남자 한명이 술에 떡이 되어 가로등 밑에 잠들어 있는게 아닌가.
난 자랑스런 동방예의지국의 후손이니까 라고 짓껄이며 그 남자의 곁에 다가갔더니 성규가 보였다.
"아씨..."
축구 보기는 글렀다며 눈물을 꾹 삼킨 우현은 힘이 축- 처져 무거워진 성규를 간신히 업고 집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가끔 우유가 냉장고에 있는지 생각도 하면서 말이다.
다행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유는 냉장고에 있었고 성규는 술로 인해 가출했던 정신을 되찾아오기 시작했다.
우현이 우유를 따듯하게 데워서 성규에게 전해줬다. 술이라도 깨서 잠 푹 자라고 말들 덧붙였다.
감사합니다.
짧게 말을 남긴 성규는 머그잔을 조심스럽게 잡고는 우유를 한모금 마셨다.
입가에 미소가 지는건 성규뿐만이 아니라 우현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우현의 눈에 성규는 그저 사탕을 먹는 어린 아이처럼 귀여워보였다.
"아.. 저기 감사합니다.. 신세지고 가네요.."
"아니요, 길에 쓰러진 사람이 보이면 데려오는게 당연한걸요."
"아까... 카페에서 봤어요, 제 노래 들으시는거.."
"아.... 저 보셨구나.."
"네.. 사장님이랑 친하신것 같은데..."
"성규씨."
"네...?"
"저보다 두살 많으니까 말 놓아요."
"네...아니,응"
"이름은 우현, 남우현이예요."
"응..우현아.."
"시간이 늦은것 같은데 여기서 자고 가도 돼요."
"...응."
"내일 배고프니까 아침은 제가 해드릴테니까 먹고 가요."
"응."
"옷은 제꺼로 갈아입고 자요."
"응"
"'응'밖에 못해요?"
"응"
"그럼 나랑 사귀어요."
"응.......?!"
"방금 허락 한거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성규의 입술에 우현의 입술이 맞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