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김종해 / 그대 앞에 봄이 있다
미묘한 시간대를 살고 있다.
알 수 없는 기름을 흘리고 있다.
당신의 흥미는 왜 동어반복인가.
악수를 청한다. 악수!
엽서 한 장도 안 되는 몸무게가
굳어지기 전에 찍어달라고
말없이 백기를 흔든다.
외계의 손을 흔든다.
아무도 외롭지 않은 풍선을
들고 뛰어간다
시간이
무한정 들어간다.
도착하고 싶은 곳이 없다.
당신의 눈은 크고 넓고
함정이 많은 동네.
태어나기 위해 창문을 닫았다.
아무도 외롭지 않은
당신의 각오는 왜 혼자 있는가.
적과 흑이 나란히 걷고 있다.
가끔 죽은 사람이 되살아났고
당신은 눈을 깜박인다.
여기가 어디냐고.
김언 / 외로운 공동체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해도 서로의 고독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다. 모두 다 그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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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재미 없는데도 꾹 참으면서 남들한테 맞춰 살지는 말자.
혼자면 재미없다는 것, 그것은 다 사람을 몇 무더기로 묶은 다음
이름표를 붙이고 마음대로 끌고 다니려는 잘못된 세상이 만들어 낸
헛소문 같은거야. 혼자라는게 싫으면 그 때부터는 문제가 되지만
혼자라는 자체가 문제는 아니거든.
/
고독은 학교 숙제처럼 혼자 해결해야 하는 것이지만
슬픔은 함께 견디는거야. 그러니까 네가 슬플 때에는 반드시 네 곁에 있을게.
은희경 / 소년을 위로해줘
아무 부족함이 없다는 것은, 그 자체가 무언가가 결여돼 있다는 것이다
에쿠니 가오리 / 웨하스 의자
그대여, 이제 그만 마음 아파해라
안도현 / 별빛
모두 다 떠돌이 세상살이
살면서 살면서
가장 외로운 날엔 누구를 만나야 할까
살아갈수록 서툴기만한 세상살이
맨몸, 맨손, 맨발로 버틴 삶이 서러워
괜스레 눈물이 나고 고달파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만 싶었다
모두 다 제멋에 취해
우정이니 사랑이니 멋진 포장을 해도
때로는 서로의 포장 때문에
만나고 헤어지는 우리들
텅빈 가슴에 생채기가 찢어지도록 아프다
만나면 하고픈 이야기가 많은데
생각하면 더 눈물만 나는 세상
가슴을 열고 욕심없이 사심없이
같이 웃고 같이 울어 줄 누가 있을가
인파 속을 헤치며 슬픔에 젖은 몸으로
홀로 껄껄대며 웃어도 보고
꺽꺽 울며 홀로 생각도 해 보았지만,
살면서 살면서 가장 외로운 날엔
아무도 만날 사람이 없다.
용혜원 / 살면서 가장 외로운 날
깊게 찔러본 신발 속 어제의 울음소리 잘게 썰리고
눈물냄새 날아 갔다, 싶었지만 슬프게 구부러진 당신은 쉽게 떠날 수 없었지
잃어버린 행간에서 서성였지
시계는 아픈 신음소리 내며
시간을 철거하고 있었네
벽과 벽 사이 그늘이 숨자, 불쑥 돋아난 민들레 하나
당신의 행성으로 떠날 준비하는데
우린 안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몰랐고
이미 밖으로 나가는 길도 잃어버렸지
마른 허공을 찢고 흰나비가 나온다
성은주 / 괄호와 괄호 사이
삐뚤삐뚤
날면서도
꽃송이 찾아 앉는
나비를 보아라
마음아
함민복 / 나를 위로하며
몇 가지 안 되는 글 쪼가리라도 읽다 보면 많이 위로가 되더라. 누나만의 방법이면, 뭐. 할 말은 없다만.
난 너희가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다.
너희가 좋은 것만 생각하고, 좋은 것만 보고, 듣고 느꼈으면 좋겠다.
누나는 너희가 있어 늘 행복하기 때문에, 너희도 너희가 있음으로써 행복하길.
오늘도 고맙다, 좋은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