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과음을 하신 정수정은 시험을 보러 겨우 학교에 갔고, 나는 쇼파에 앉아 TV를 틀었다.
채널을 돌리던 중에 음악방송에 나오는 엑소의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이렇게 남성미가 흐르던 그룹이었나, 어제 한강에서 봤던 모습들하고 너무 달라서 오히려 더 자세히 본 것 같았다.
특히 디쩜오쩜. 땀을 흘리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어제의 수줍어하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헐, 역시 가수 아무나 하는게 아니네."
브라운관으로 비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젯밤에 받은 문자가 생각났다.
'여주씨, 잘 들어갔어요? 이거 사진 보내요! 좋은 밤 되시구요~ 제 꿈 꾸세요!!!'
자기 꿈을 꾸라니,....... 내가 아무리 엑소를 좋아한 지 얼마 안되었다고 하더라도 이건 그 사람의 성격이 아닌 것 같은데.
비글 중에 한명이 장난으로 보낸 건 아닐까.
아니 혹시 몰라. 원래 이런 사람일수도 있는거고.
"에이씨............. 머리 아파. 내가 왜 이런걸로 고민하는거지? 어? "
그러고보니 답장도 안보냈는데, 솔직히 아직 번호 저장도 안했다.
뭐라고 답장을 보내야하는지도 몰라서 일단 계속 썼다 지웠다만 반복하고 있다.
"음.... 고맙습니다. 이건 너무 딱딱한가? 아이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좀 더 고민을 하고 보내야 될 것 같아서 한쪽에 놓아둔다는게 완전히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 날 오후에 시험을 마친 수정이가 해장을 해야한다며 나를 밖으로 불러냈다.
"이씨, 김종인 연락도 없어"
"헤어지기로 했다며"
"그건 그렇지만!!!!!!! 아이 속쓰려, 아 맞다. 어제 내가 술김에 본게 아니라면 내가 분명 어제 한강에서 엑소를 본 것 같거든?"
"...........................안타깝구나"
"뭐야..뭐야...!!!!!!!!!!!!!!!!!!?? 진...진짜야? 내 머릿속에 스쳐가는 그 순간들이 내 꿈이 아니고 내 눈앞에 있었던 일이라고????????"
흥분하는 수정이에게 어제 있었던 얘기를 해주었다.
"허........헐.!!!!!!!!!!!!!!!!!!!!!!!!!!!!!!!!!!!!!!! 대박이다 진짜. 이 복받은년!!!! 번호를 따이다니!!!!!!"
"아니 사진을 .."
"야, 딱봐도 핑계지. 무슨 사진이야. 그리고 가수가 팬하고 사진찍어준다 그러고 번호달라그러냐? 보통 거꾸로 아냐?"
"아 몰라 나도."
"그래서? 연락왔었어?"
"연락? 아 여...헐!!!! 나 답장안해줬어, 아직도. 잊고있었다...ㅠㅠㅠ"
"이런 미친년!!!!!! 네가 복에 겨워서 미친거아냐? 문자왔었어? 밤에? 아진짜!!!! 대박이다 빨리 보내"
"뭐라고 해..."
"야!!! 뭐라도 그냥 마구 써서 보내야지, 줘봐 내가 보낼게!"
"사양한다"
"줘보라니까? 연애경험이라고는 쥐뿔도 없는게 이 언니만 믿어봐"
"야! 내가 왜 겨,경험이 없어!!!"
"됐어, 항상 혼자 썸타다 끝나잖아 넌, 빨리 줘보라니까?"
엄청난 힘으로 내 팔을 잡아끄는 수정이와 그에 맞서는 나였다.
"야야야 이것 좀 놔!!!"
"주면되잖아!!!"
"이게 네꺼냐! 내꺼지!!"
결국 내 폰을 뺏어간 수정이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문자 쓸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표정이 똥이 된다.
"뭐야, 왜 그래?"
"헐, 야.......................... 우리 몸싸움하다가 통화버튼이 눌렸나봐............"
오 아부지
"빨리 꺼 빨리!!!!!!!!!!!!!!!!!!!!"
순발력이 항상 1초씩 느린 수정이 덕에 발신중에서 00:00으로 바뀐 순간 종료 버튼을 눌렀다.
"헉..........................여주야.............................. 받았었는데, ..."
"나도,.. 봤다..........."
"여주야, 내가 선약이 있었던걸 잊고 있었던 것 같아.."
"동작그만 정수정. 오늘 너 죽고 나도 한번 죽어보자"
"헐, 여주야.. 긍정적으로 생각..해봐, 봐봐, 지금 스케줄 중이어서 뭐, 매니저나 코디가 대신 받았을 수도 있고 너~무 잠깐이어서 우리 목소리도 안들렸을거야"
"하................ 목소리는 안들렸어도 누가 걸었는지는 확인이 가능할 거 아냐................... 아 진짜!!!! 술먹고! 뻗고! 어? 해장도 같이 해주러 오고!!!!!
나한테 이럴 수 있어?"
"하하하....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어."
"나도 네가 어쩔 수 없다"
"꼬셔, 꼬심에 넘어가든지"
"미친거 아냐?"
"진짜 솔직히 인간적으로 생각을 해보자. 우리. 왜 네 번호를 그렇게 가져가? 사진도 네가 찍어달라고 했어? 아니잖아? 네가 한 게 뭐가 있어? 다 그쪽에서 먼저 했지.
너가 연예인이라고 생각하니까 어렵게 느껴지는거야. 그냥 디ㅇ.아니다 도경수가 일반인이었어봐, 이거 완전 작업이지. 안그래? "
수정이의 말을 듣고보니, 연예인 도경수로만 생각했던건가 싶기도 하고. 그렇지만 그냥 도경수라고 하기에는 너무 잘나서....
"근데 현실은 연예인이잖아. 결국엔. 솔직히 잘 모르겠어. 내가 여자아이돌처럼 예쁘기를 하니 몸매가 죽여주기를 하니. 난 완전 흔녀잖아, 훈녀도 아니라고"
"음, 그건 내가 인정할..아냐 여주야, 너 예뻐"
"입에 침바르고 거짓말해"
내 말이 떨어지자마자 입술에 침을 바르더니 "정여주 완전 예쁨" 이라고 말하는 수정이었다.
아무래도 정수정부터 처리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경수시점 (잠시)
어젯밤에 보낸 문자를 봤을까?
지금 이 시간까지 연락이 없는걸 보니, 아무래도 본 것 같다.
변백현, 얘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지?
"경수야! 왜 그러구 있어?
연습실에 있는 의자에 앉아 나에게 물어오는 종대였다.
"어? 아니, 아냐. 아무것도."
"왜에~ 무슨일인데~ 섭하게 이러기냐? 너 하루종일 핸드폰만 잡고 있는거 다 알고있거든?"
내가, 하루종인 핸드폰만 잡고있었구나.
"ㅋㅋㅋㅋㅋ너 설마......"
아후 저 변백현
"어? 백현아, 너는 경수 왜 저러는지 알고있는거야?"
"풉....그러니까 그게 말이지........ 지금 그, 세훈이 팬이라는 분. 연락 기다리는 거야"
저게 지금 비웃나? 이게 누구때문인데
"아~ 정말? 하하하하핳하하 도경수, 너 진짜 대박이다아, 왤케 귀엽냐?"
어쭈.
"시끄럽다 그리고 변백현 넌 제발 닥치고 있어라"
"호올, 우리 경수 많이 화났나봐, 왜? 아직도 연락이 없는거야? 진짜? 완전 철벽녀인가? 아님 관심없나?"
"어후 제발 조용히 좀 해"
"아니 엑소의 도경수가!! 우리 됴배우가 연락처를 따갔는데 반응이 없단말이야?"
하,또 저렇게 능글맞게 반응하면 어이가 없어서 화가 풀린다.
"네가 어제 이상하게 써서 보내서 그래."
"어? 뭐야, 어제 네가 보낸게 아니고 또 백현이가 장난친거야? 야아 변백현, 그만 괴롭혀"
"내가 뭘? 종대야, 근데 쟤 진짜 답답하다니까? 뭐 이거 완전 뭐 아주 거~~~~~~~~~~~~의 모쏠급이야"
"어? 경수 모쏠은 아니라고 하지않았나?"
"댓츠노노, 무튼 그게 중요한게 아니야. 이 형님이 좀 가르쳐주지"
백현이의 허세가득한 말이 끝나자 마자 순간적으로 진동이 느껴졌다.
뭐라고 저장해야 할 지 몰라서 저장은 안했지만, 분명 그 사람의 전화임이 틀림없었다.
"헙"
온 몸의 신경이 통화버튼을 누르려는 나의 검지손가락 끝으로 모아졌다.
버튼을 누르는 순간,
꺼졌다.
"방금 뭐임? 끊은거임? 안되겠어. 이렇게 경수의 사랑을 끝낼 수는 없어"
지 사랑이나 신경쓸 것이지, 아주 변지랖이네
"경수야, 힘내라. 백현이가 도와준다니까 잘 될거야. 아, 대신 수호형이 알면 가족회의 할지도 모르겠다.ㅠㅠ"
"아 됐고! 딱 기다려. 나 지금 생각 중이니까"
네 생각 따위 중요하지 않다.
무엇보다 전화가 왔다는 사실에 설레는 내 상황이 더 중요해.
**여주시점
침대에 누워 아무리 굴러봐도
눈을 감고 자려고 노력해봐도
정수정 냔의 손가락으로 걸린 통화 화면과
발신중에서 00:00으로 변한 순간만이 자꾸 눈앞에 아른거려 미치겠다.
"후........ 됐어.잊어버리자. 오바하지말자"
잊기 위해서 노트북을 하는데 이 무슨 운명의 장난
돌아버려 내가.
어떻게 잊어.
음란마귀가 가득한 눈으로 저 장면만 계속 리플레이 하는 내 손가락을 어떻게 하지?
잘라낼까
내 사랑 세훈이로 잊어볼까
라는 생각도 잠시,
계속 도경수만 생각나잖아!!!!!!!!!!!!!!!!!!!!!!!!!!!!!!!!!!!
세 명만 있는데도
왼쪽의 도경수만 보이고
단체컷에서도
심지어 내 사랑이라 여겼던 세훈이랑 같이 있는데도
가운데에 쏙 들어간
도경수만 보이잖아!!!!!!!!!!!!!!!!!!!!!!!!!!!!!!!!!!!!!!!!!!!!!!!!
미쳤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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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짤 처럼 미칠 것 같아요 ㅠㅜㅠㅜㅠㅜㅠㅜ
우옆엑 어쩜 좋죠. 너무 설레서 ㅠㅜㅠㅜㅠ
암호닉 #루아#엘리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