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시우민] 김민석 수학쌤 : 02
선생님이 이미 없어진 자리를 뚫어져라 바라보다 창문에 상체를 빼고 선생님의 차 뒷꽁무늬가 보이지는 않을까하며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역시나 선생님은 없었다.
나도 내가 왜 선생님을 찾고 있는 지 모르겠다.
"김여주 미쳤냐?"
나는 내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침대에 몸을 던졌다.
침대에 부딪히자 덜컹하는 느낌이 오늘 따라 낯설었다.
침대의 느낌이 낯선건지, 아니면 내가 낯설게 느껴지는 지 모르겠다.
누가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이런 기분은 뭔지.
누구 때문에 자꾸 이러는,
갑자기 내 머리에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었다.
"...김민석쌤."
미쳤나보다.
드디어 내가 미쳤다보다.
교복을 벗지도 않고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잠에 들었다.
잠 들지 않으면 이런 혼란스러운 마음이 정리가 되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
아무래도 내가 오늘 어딘가 좀 아픈가 보다.
-
비몽사몽 학교에 도착했다.
이미 친구들은 선생님의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있었다.
"질리지도 않냐? 고3 맞아?"
"그게 문제가 아니야. 선생님 여자친구 생긴 거 같음. 아 미친. 내가 서울대가면 보쌈해가려고 했는데. 이제 공부안 해야지. 원래도 안했지만."
"뭐? 뭐라고? 누가 여자친구가 생겨? 누구?"
"나의 민석쌤."
나는 내가 잘못들은 줄 만 알았다.
잘못들은 게 아니었다보다.
친구는 벌게진 얼굴로 '민석쌤 여친은 전생에 우주를 구했나봐. 존나 부럽다.' 하며 선생님의 바뀐 상태메세지를 보여주었다.
나는 친구의 휴대폰을 뺏어들고 내가 잘못봤나 싶어 눈을 비비며 민석쌤의 상태메세지를 다시 확인했다.
♡민석쌤♡
[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 ]
010-1990-0326
"어?"
"왜? 쌤 프사 너무 잘생겨서 당황함?"
"아니야. 닥쳐봐. 꺼져."
친구에게 휴대폰을 던지듯 쥐어주고는 머리를 감싸고 책상에 엎드렸다.
미친.
이 상황은 도대체 무슨 상황인건 지 모르겠다.
나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 거렸다.
"...우리반 여자애들 중에서 네가 제일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나에게 보낸 문자의 내용이었다.
민석쌤의 상태메세지와 너무나도 비슷했다.
설마 나에게 하는 말인가?
아니야.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우연히 맞아 떨어진 걸거야.
나는 혼자 자기합리화를 하며 책상에 머리를 쿵쿵 박았다.
누군가 나의 뒤에서 내 머리를 손으로 잡았다.
"예쁜 얼굴에 흉나겠다."
그제야 풀린 손에 뒤를 돌아보니 민석쌤이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당황한 나는 누군가 보지는 않았나하는 생각에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눈치를 봤고 나의 행동을 의아하게 보던 선생님은 그제야 눈치채고는 못말리겠다는 듯이 고개를 두어번 젓더니 바람 빠지듯 웃었다.
고개를 숙인 내 얼굴을 잡아 올리더니 내 이마를 손가락으로 간지럽히듯 살살 문질렀다.
그리고는 선생님은 나만 들리게끔 작게 무언가를 속삭이고는 교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 출석부른다."
선생님의 말소리는 하나도 들려오지 않았다.
모든게 멈춘 듯했다.
나와 선생님 빼고는 전부 흑백같아 보였다.
나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미 내 볼이 빨개질대로 빨갛게 물들었다고.
"나래야."
"네~"
"다빈아."
"넹!"
내 이름이 불릴 차례였다.
나는 빨개진 얼굴을 들고 선생님을 바라봤다.
"여주야."
선생님은 나와 눈을 마주치며 처음으로 출석체크할 때 내 이름만을 불러주었다.
딱딱한 '김여주.' 이게 아니었다.
나만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선생님은 다른 애들의 이름을 부를 때 보다 내 이름을 부를 때 나를 좀 더 오래 쳐다봤다.
그리고 내 이름을 부를 때 다른 아이들과는 다른 다정함이 묻어있는 것 같았다.
"응."
"응?"
입가에 호선을 그리고 있는 선생님과 눈이 마주쳤다.
"아뇨. 네. 네."
선생님은 피식웃더니 '현호야.' 하며 다시 출석을 부르기 시작했고 나는 두 손으로 빨개진 내 두 볼을 감쌌다.
출석을 다 부른듯한 민석쌤은 30cm자로 교탁을 몇 번 두드렸다.
"오늘 따라 분위기가 왜이렇게 어수선해?"
선생님의 말에 두 눈가가 붉어진 여자아이가 말했다.
"선생님. 여자친구 생겼어요?"
선생님은 안그래도 큰 눈을 더욱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응? 무슨소리야?"
"선생님 상메요.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이 여자친구 아니예요?"
선생님은 무슨소리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듯 했다가 그제야 알아채고 아빠미소를 지으며 두 눈이 빨개진 여자아이에게 다다갔다.
그리고는 여자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선생님이 여자친구 만들면 안돼?"
"안돼요. 저 20살 될 때 까지 기다려요 쌤."
"알았어. 알았어."
"진짜 여자친구 있어요?"
그 여자아이의 말에 선생님은 살짝 웃으며 주변을 둘러보다 내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
"아니 없지."
"그럼 상메 주인공은 누구예요?"
"말그대로.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왜이렇게 대답이 애매해요? 저 진지해요."
선생님은 '쪼끄만게. 선생님 연애사에 신경쓰지마.' 하며 교탁으로 돌아갔고 '오늘 아침조회는 여기까지. 반장 인사.' 하며 아이들을 둘러봤다.
반장의 우렁찬 인사를 끝으로 선생님은 아무 미련없이 교실을 나갔고 나는 패닉상태였다.
"내 눈은 왜 보는데?"
"연애사라니."
"완전 나한테 한 말이랑 비슷하잖아."
"설마 나인가."
"미친. 설마. 이 세상 김민석 주위 여자들 다 얼어 뒤졌나."
혼자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내가 오늘따라 몸이 정말 안좋은가보다.
-
내가 가장 싫어하는 체육시간이 다가왔다.
체육 선생님도 민석쌤 못지 않게 잘생겼지만 성격이 싸가지라 다들 기피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체육 선생님은 나에게만은 다정하게 대해줬다.
내가 예뻤으면 말을 안했겠지만 나는 평범 그 자체다.
오늘도 역시 체육쌤은 긴 팔로 나에게 어깨동무를 했고 나는 키가 큰 선생님을 올려다 보다가 나를 보며 싱긋 웃는 것을 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선생님! 저희 오늘 피구해요?"
체육부장의 물음에 선생님은 나의 눈을 마주치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응. 여주랑 선생님은 데이트 하다 올게. 애들한테 소문 많이 내주고. 우리 둘이 데이트하는 사이라고."
"찬열쌤 장난치지마요. 진짜 오해한다니까요?"
"그래서 싫어?"
"네. 완전 싫은데요."
'완전 귀여워.' 하며 찬열쌤은 내 볼을 만지작거렸고 나는 그저 허탈하게 선생님을 따라갔다.
3층 교무실에 도착했고 박찬열쌤은 내 어깨에 손을 올린 채 교무실에 들어섰다.
들어서자 마자 김민석쌤과 눈이 마주쳤다.
"민석ㅆ..."
나름 반가운 마음에 손을 들어 인사를 건내려 했지만 눈이 마주치자 마자 민석쌤은 못본 체 하며 고개를 돌렸다.
순간 기분이 나빠진 나는 속으로 '개버릇 남 못준다더니. 저 싸가지.' 하며 김민석을 씹어댔다.
우연찮게도 김민석쌤의 옆자리가 찬열쌤의 자리었고 찬열쌤은 자신이 앉는 푹신한 의자를 나에게 내어주고 자신은 나무의자에 앉았다.
"수업시간에 이렇게 땡땡이 쳐도 돼요?"
"땡땡이라니. 엄연한 데이트인데."
"아. 장난치지 말라니까요?"
"하여튼 귀여워."
찬열쌤은 진심으로 짜증내는 날 바라보더니 잇몸이 다보이게 웃다 눈물을 닦으며 김민석쌤에게 말을 걸었다.
"김쌤. 김여주 너무 귀여워요."
"그런데 여주가 김쌤반 아니예요?"
"왜 서로 못본 척해. 싸운 연인처럼."
'물론 연인은 나지만.' 하며 찬열쌤은 뿌듯하게 웃어보였고 그제야 고개를 든 민석쌤은 박찬열쌤을 보며 말했다.
"질투나서요."
김민석쌤은 깜짝 놀란 나의 손목을 잡더니 박찬열쌤에게 말했다.
"담임으로써 심부름 좀 시킬게요."
그대로 선생님은 나의 손목을 잡고 교무실 밖으로 나왔다.
나는 아무말없이 선생님을 따라갔고 도착한 곳은 우리반이었다.
체육시간인 탓에 반에는 아직도 내 손목을 잡고 있는 선생님과 나 밖에 없었다.
선생님은 내 손목을 놓았다.
잡고있던 선생님 손의 공백이 크게 느껴졌다.
"선생님."
"응."
"저 왜 데리고 오셨어요?"
선생님은 알수없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햇빛에 선생님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비쳤다.
"그냥."
나는 선생님의 이상한 대답에 선생님의 얼굴을 계속 쳐다봤고 선생님은 아무말없이 내 얼굴을 계속 쳐다봤다.
오늘따라 햇빛이 눈부셨다.
-
*민석쌤이 조용하게 한 말은 무엇이었을까여? 맞춘 분 암호닉에 원하시는 색 달아드립니다 (헤헤)
와!! 저 어제 완전 깜짝 놀랐어여...
댓글이 갑자기 폭풍으로 오더라고여...(오열)
알고보니 독방에서 제 글을 추천해주셨다고 하던데...★
1화 밖에 나오지 않았는데도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기분이 좋아요
음 그런데 한가지 말씀드리자면 독방에서 제 글을 언급해주시는 건 너무 감사하지만 부담이되요ㅠㅠㅠ
언급을 타고 보러오셨던 분들이 실망하실까봐 좀 걱정도 되고 그래여 하하
그래도 우리 계속 달려가여 완결까지!
암호닉은 3화까지 받고 연재하다 암호닉 정리하고 몇 번더 받고 그럴 예정입니당ㅎㅎㅎ
♡아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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