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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체부아저씨란다. 우리 명수가 좋아하는 할머니 할아버지 편지도 다 저 아저씨가 배달 해 주시는거야. " " 우체부 아저씨? 편지를 배달 해 주는 사람? 멋있다! 나도 크면 우체부 아저씨가 될래 ! " * 나는 순수한 어릴 적 꿈을 그대로 간직한 채 우체부가 되었고, 이 일을 시작한지도 벌써 3년이 되어간다. 요즘은 전자메일이며 문자메시지 따위의 것들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편지를 이용하는 사람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 그래도 좋아하는 가수에게 팬레터를 보내는 귀여운 소녀들이라던가, 이사 간 친구에게 안부편지를 보내는 순수한 아이들 등이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먹고 살 만 했다. 편지를 배달하다보면 참 갖가지 편지를 다 볼 수 있다. 직접만든 각종 스티커들이 도배 된 수제봉투라던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봉투라던가. 하지만 여태껏 일하면서 제일 의아한 우편물은 받는이의 주소가 없는 우편물이다. 물론, 정신없이 덜렁대는 사람이 받는이의 주소를 깜박한 채 우편물을 우체통에 넣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벌써 같은사람으로 부터의 편지가 네 통 째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원래 받는이의 주소가 없는 우편물은 폐기하거나 반송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귀찮아서 가방에 따로 모아두다가 알게 된 사실이다. 문득 호기심이 생겼다. 이 편지를 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이 편지가 어디에 닿길 원하는 걸까? 이 편지에는 무슨 사연이 있는걸까? 퇴근길, 지하철에서 나는 가방 속에 고이 넣어두었던 편지들을 꺼냈다. 정확히 네 통.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하얀 편지 봉투도, 보낸이의 주소를 적은 둥글둥글한 필체도 모두 같다. 편지를 들고 한참을 망설였다. 아무리 주인이 없는 편지라지만 이것들을 내가 읽어도 되는 걸까? 하지만, 누가알겠어? 주변의 눈치를 살피고 조심조심 풀칠 해 놓은 부분을 뜯었다. 봉투만큼이나 평범한 하얀 편지지에는 깨알같은 귀여운 글씨들이 빼곡히 차 있었다. 우현이형, 안녕! 사실 펜을 들기까지 많이 망설였어. 이 편지가 형한테 정말로 닿을 지 알 수 없으니까. 하지만 닿지 않는다고 해도 좋아. 형은 분명 거기서도 날 지켜보고 있을테니까. 그래서 거긴 어때? 잘 지내고 있어? 잘 지내고 있겠지? 형은 여기 있을 때도 사교성 하나만큼은 정말 좋았으니까! 혹시나해서 묻는건데.. 벌써 애인이 생긴건 아니지? 에.. 그럼 안돼는데. 그럼 내가 얼른 가서 뺏어와야 하는데.. 형 있지, 여태껏 이 말하면 울어버릴 것 같아서 형 가고 난 이후로 한번도 못 한 말인데.. 딱 한 번만 말할게! 나 형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보고싶어. 형은 나보고 새로운 사랑 찾으라고 하고 떠났지만 나한텐 무리야. 절대 무리! 나 형말이라면 뭐든 다 잘 들었었는데 이 말은 못 들어 줄 것 같아. 미안해. 성종이가. 손이 떨렸다. 대체 어디로 편지를 보내려했던걸까? 머릿속엔 온갖 추측들이 난무했다. 보아하니 동선간의 사랑인 것 같은데, 상대방이 더 이상 이런건 무리니까 새로운 사랑을 찾으라고 하고 떠나버린 걸까? 호기심을 참을 수 없어 조심조심 다음 편지 봉투를 뜯었다. 우현이형! 저번에 보낸 편지는 잘 읽었어? 얼마 전에 성규형이 찾아 왔었어. 괜찮냐고 묻더라. 괜찮을 리가 없는데. 그 뒤로 학교는 쉬고있어. 이 상태로는 공부도 뭣도 못 할 것 같아. 밥도 겨우겨우 살아 갈 정도로만 챙겨먹고 있어. 난 이렇게 사는데 형은 어때? 내가 걱정 되진 않아? 매일 아침 형 목소리로 하루를 시작하고, 형이 불러주는 자장가를 듣고 하루를 끝냈는데.. 형이 없으니까 나 이제 아무것도 못하겠어. 자신이 없어. 나 너무 무서워. 내가 무섭다고 하면 형은 늘 달려와 줬었는데.. 지금은 왜 안와? 조금 늦는 것 뿐이지? 나 언제까지나 기다릴거야. 성종이가. 떨면서 쓴 듯한 필체, 번진 잉크자국. 그리고 편지내용으로 볼 때 그는 울면서 편지를 썼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마음이 아려왔다. 그의 연인은 어디로 가 버린걸까? 내가 그 연인을 대신 해 줄 순 없는 걸까? 라는 말도 안돼는 상상을 하며 연이어 다음 편지봉투를 뜯었다. 우현이형. 기다린다고 했는데 왜 안와! 하여간 남우현 거북이야 거북이. 주변 사람들이 자꾸 나보고 형을 잊으래. 부모님도 친구들도 자꾸만 이제 그만 형을 놓아주래. 내가 형을 잡고 있으면 형이 편하게 못 간대. 정말 그래? 난 모르겠어. 지금 당장이라도 웃으면서 내 이름을 불러 줄 것만 같은데. 내 앞으로 달려 와 줄 것만 같은데, 어떻게 형을 잊을 수 있겠어? 난 절대 못 해. 나 너무 힘들어. 형이 너무 보고싶어. 우리 처음 만났을 때 처럼 나에게 괜찮다고 한마디만 해 주면 좋을텐데. 성종이가. 눈물이 흘렀다. 감정이입을 너무 한 탓일까? 그의 마음이 절실하게 느껴져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의 연인은 저 위에 있는거구나. 괜찮아, 괜찮아. 네 편지가 네 연인에게 닿길 원하는 것 처럼 내 말도 너에게 닿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리고 마지막, 오늘 온 편지를 집어들었다. 우현이형, 나 결심했어. 이대로 더는 안 돼. 나 형의 뒤를 따라갈게. 세 줄이 끝이었다. 한참을 빤히 들여다보고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나는 지하철을 빠져나와 택시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기사 아저씨께, 편지 봉투에 쓰인 주소를 말했다. " 빨리 가주세요! 빨리요! " 제발 살아있어 줘.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택시아저씨께 만원을 건내고는, 드라마에나 나올 법 한 "잔돈은 됐어요!"라는 대사를 던지고 편지봉투에 적혀있는 주소를 찾았다. 100동 609호. 미친듯이 문을 두드렸지만 대답이 없었다. 설마 벌써 늦어버린걸까? 안돼, 안돼... " 저기, 누구세요? " 목소리는 뒤에서 들려왔다. 아직 소년 티를 벗지 못한, 미성의 예쁜 목소리였다. 본능적으로 이 소년이 편지를 보낸 그 라는 것을 느꼈다. " 이성종. 성종아, 다행이다. 살아있어서. " 그리고 안도감에 나도 모르게 처음 본 소년을 꽉 껴안았다. 생김새만큼이나 얇고 슬림한 여자같은 몸매. 이상하게도 소년은 전혀 저항하지 않았다. 잠깐 놀란 눈을 하더니 오히려 나를 토닥이며 "내가 죽을리가 없잖아요"하고 밝게 웃는다. * " 아저씨는 뭐 좋아해요? 커피? 코코아? " " 난 커피. " " 에이- 아저씨 그냥 코코아 드시죠? 저희집에 코코아 밖에 없거든요? " 그럴거면 왜 물어 보는데. " 그래. " " 됐다! 드세요! 끝내주게 맛있을걸? 내가 만든 코코아 한번 먹고나면 딴데선 못먹어요. " 정말 맛있었다. 녀석이 타준거라 그런지 더 달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 근데 너 나한테 뭐 물어볼 거 없어? " " 없긴요. 어어어어어어어엄청 많은데요? " " 근데 왜 안물어봐? " " 내맘인데? " " 어쭈 이게. 그럼 내가 뭐 좀 물어 봐도 되? " " 뭔데요? " " 너, 남우현이랑 어떤 사이야? " 순간 굳어지는 녀석의 표정. " 내 애인인데요? " 그리고 동시에 굳어진 내 표정을 살피더니, " 헐. 아저씨 설마 우현이형 새 애인? 형이 취향이 바꼈나? 그래서 나 찾아온거야? 진짜 그래요? " " 뭔소리야. 난 걔가 누군지도 모르거든? " " 뭐야. 근데 왜 정색하고 그래요. 무섭게. 난 또. " 그야 너한테 애인이 있다니까 그랬지. 이미 알고 있었던거지만. " 근데 죽은거 아냐? 그 남우현이란 애. " " 이 아저씨 웃기네? 왜 멀쩡한 우현이 형을 죽여요 죽이긴? 그러고보니 아저씨 아까도 나보고 살아있어서 다행이라 그러더니 대체 뭐예요 ! " 나는 편지를 읽게 된 것 부터 내가 멋대로 추리 한 것 까지 모든 얘기를 녀석에게 해줬다. 그랬더니 "아, 역시" 하면서 자신의 얘기도 들려줬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남우현이란 녀석은 죽은게 아니었다. 단지 국방의 의무를 지키기 위해 군대에 가 버린 것 뿐이다. 자기보고 기다리지 말고 다른 사람 만나라며, 어디로 가는지도 알려주지 않고 떠나버린 것. 뭐야 그럼. 나한테도 기회가 있는거야? " 성종아 " " 왜요? " " 난 어때? 군대도 갔다왔는데. " " 즐. " .................... 야. " 내가 얼마나 인기가 많은 줄 알아? 난 말야 니가 그렇게 막 차버려도 될 남자가 아니라고. 니가 뭘 모르나 본데 나는! " 계속 혼자 중얼중얼 거리자 녀석이 나한테 다가오더니, "아 거참 시끄럽네 아저씨" 하며 자기 입술을 내 입술에 갖다대고는 빨개진 얼굴로 도망간다. " 그럼 한번 사겨보든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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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목적은 달달물이었는데 써본적이 없어서 좀 내용이 그르네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