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윤기 19 김여주 19 - 윤기와 함께 본 영화는 최고이자 최악이었다. 왜냐면 우리가 본 게 공포영화였는데 사실 내가 공포영화를 잘 못 본다. 그런 거 있잖아 막 못 보는데 보고 싶어하는 거 그래서 영화 보는 내내 혼자 끙끙 거리고 소리도 지르고 난리도 아니였다. 영화관을 나오고 나서 내 모습을 되돌아보니 온통 부끄러울만한 행동 뿐이라 얼굴이 다 빨개졌었다. " 그렇게 보고 싶다고 난리 치더니 " " ........ " " 내가 같이 안 봐줬으면 보다가 울었겠네 " 조용히 해라 하고 싶었지만 맞는 말이라 도저히 뭐라 대답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같이 공포 영화를 본 거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는다. 영화 보는 도중 내가 무서워서 눈을 감았을 때 내 눈에 슬며시 손을 올려주는 윤기가 있었고, 내가 무서워서 벌벌 떨 때 아무 말 없이 손을 잡아주는 윤기와 소리지르는 부분이 나왔을 땐 대신 귀를 막아주는 윤기도 있었기 때문이다. " 김여주, 나 배고픈데 " " 뭐 먹고 싶은데? " " 돈까스 " " 웃기지마 너 돈까스 못 먹잖아 " 윤기는 이상하게 어릴 때부터 돈까스를 잘 못 먹었다. 그와 반대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돈까스였다. 영화에 팝콘까지 다 자기가 사놓고 메뉴마저 양보 해주는 윤기에 또 한 번 설레고 난 뒤 윤기의 팔을 잡고 옛날에 자주 갔던 음식점에 갔다. " 여기 되게 오랜만이다 " 예전과 별로 달라진 게 없는 음식점은 예전의 모습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우리는 주문을 시작으로 옛 추억을 떠올렸고, 그 떠올린 것에 대해 얘기 하느라 밥도 제대로 먹지 못 했다. " 기억나? 너 여기서 처음 빨간 김치 먹었던 거 " " 당연히 기억하지. 그 때 니가 김치 못 먹는다고 얼마나 놀려 댔는지 어후 " " 어후? 야, 초등학생인데 김치를 못 먹는 게 말이 되냐? " " 여주야, 이 오빠가 그 때 김치 먹을 줄 알았는데 못 먹는 척 한 거야 " " 내가 그 말에 속을 줄 아냐? " " 나 너가 물에 씻어 주는 김치 먹고 싶어서 못 먹는 척 한 건데? " 역시 민윤기 말 하나는 기가막히게 잘 한다. 그리고 나는 그 말에 홀려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윤기는 그런 나를 보고 식- 웃으며 장난이니까 멍 좀 그만 때리고 아 해봐 하면서 내 입에 고기 하나를 집어 넣어 줬다. " 오구, 잘 먹는다 " " 애기 취급 하지마 " 애기 취급하는 윤기에 그런 취급 하지 말라 말 했지만, 내 말이 들리지 않는지 윤기는 밥을 다 먹을 때까지 나를 애기 챙기 듯 챙겼다. 허기짐에 다 먹을 수 있을다며 자신있게 얘기 했지만 음식이 들어감과 동시에 배가 불러오기 시작 했고 결국 음식이 남았다. 남겨진 음식들이 아깝긴 했지만 집에 가야 할 시간이기에 아쉽게 음식들을 남겨두고 집을 향했다. " 김여주 여기 가로등 원래 안 켜지냐? " " 응? 아, 고장 나서 들어올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어 " " 그럼 이 길 말고 다른 밝은 길은 없고? " " 있는데 더 오래 걸려 " " 앞으로 거기로 다녀 " 집으로 가는 건 난데 왜 자기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지 솔직히 이해가 안 갔다. 왜 거기로 다녀야 하냐며 따지듯이 묻자 나에게 한 마디를 내 뱉는데 " 위험하잖아 " 그 한 마디에 이해가 안 됐던 마음이 풀리려던 찰나 뒤에 들려오는 말은 날 약올리기에 충분했다. " 너 납치하려던 사람이 니 얼굴 보면 눈 다치잖아 못생겨서 " 민윤기는 정말 답이 없는 놈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윤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윤기는 그런 나를 오래된 친구라 생각 한다. " 나 갈 게 데려다줘서 고마워 " " 들어가서 씻고 빨리 자 " " 응 너도 빨리 가 도착하면 연락 하고! " 잘 자라 하며 습관인 듯 내 머리를 두세번 헝클이고 뒤돌아 가는 윤기는 뒷모습마저 멋졌다. 나는 윤기가 점이 되어 사라질 때까지 아니 사라진 후에도 그 곳을 한참동안 바라보다 집으로 들어 갔다. #공포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는게 #제 맛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