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사운드 - 여래아(黎崍阿))
“안녕, 내 이름은 이동해야. 넌 언제 이곳에 왔어?”
“……나, 나는…. 어, 그러니까. 이혁재. 열 일곱살에 죽었어.”
“아, 그래? 난 스무살때 교통사고로 죽었어. 보아하니, 숫기도 없어보이는데, 너한테 말 걸어준건 내가 처음이지?”
“으, 응.”
나는 숫기도 없고 활달하지도 못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죽어서 이곳에 온지 몇 십년은 됬는데도 친한 친구하나 없었다. 물론, 그 성격은 죽기전 현세에 살아있을때도 마찬가지여서 언제나 따돌림 당하곤 했다. 그때에도 동해처럼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친구는 단 한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 나는 없는 사람 취급당했었다.
“나는, 살해당했어. 나를 싫어하던 애가 계단에서 밀어서.”
“정말? 많이 아팠겠다.”
진심으로 걱정하는 동해에, 나는 웃어보였다.
“지금은 괜찮아. 열 일곱살때 죽은건 억울하지만, 그래도, 너를 만났잖아.”
“그래도, 살해당한거잖아…. 나 같으면 그런애들 절대 용서못해.”
“………물론, 나도 용서할수 없어. 그래도, 이젠 너무나도 오래전 일이고. 그 아이들도 날 죽인걸 후회하고 있다면…. 괜찮아.”
“정말?”
“응.”
내가 죽게 되고나서 나는 매일밤을 울었다. 어린 나이에 죽은것도 너무 억울했고, 나를 계단에서 밀었던 녀석도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시간이 조금씩 흘러가면서 내 감정도 무뎌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용서할수 없을것 같았던 녀석들도 후회하고 지낸다면 용서할수 있을것 같은 기분이 든다. 결과야 어찌되었든, 그들 덕분에 나와 동해가 만났으니까…. 난 지금 무지 행복하다.
그때부터 나는 동해와 모든것을 함께했다.
매일마다 놀러 다녔고, 다른 친구들도 많이 사귀게 되었다.
숫기가 없었던 나로썬 엄청난 발전이었다.
하지만,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미안, 나 환생해야한대.”
“화…환생?!”
“응, 이곳에 와서 이백년이 지나면, 예외없이 모두 환생해야해. 환생하지 않는건 저승사자가 된 혼백들뿐이야. 나는 저승사자가 아니고, 이제 이백년 째가 되었으니. 환생해야돼. 왜, 현세에서 인간이 태어나면 죽음이 기다리고 있잖아? 그리고, 그 죽은 인간은 이곳에 오게 되는데. 인간이 태어나고 죽는것처럼, 여기에 처음와서, 일정기간이 지나면 환생하게 되어 있어. 그것이 순리야. 거스를수 없어.”
“그럼, 나 또 혼자가 되는거네?”
다시 혼자가 될거 같은 두려움에 눈물이 앞을 가렸다.
“아냐.”
동해의 상냥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넌 혼자가 아냐, 조금만 마음을 열면. 너를 인정해주는 친구들이 분명히 있을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몇 년 후면, 너도 환생하개 되잖아. 안 그래?”
“……응.”
쏟아질거 같은 눈물을 꾹 참고, 나도 동해에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럼, 이제 난 갈게.”
그것이 동해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30년 후.
“준비 됬어?”
“네.”
나는 심호흡을 하고 상냥해 보이는 저승사자를 따라 걸었다.
“한가지 물어볼게 있는데요.”
“뭔데?”
“현세와 여긴 시간 개념이 약간 다르니까, 여기서의 30년은 현세에선 어느정도 인가요?”
“잘은 모르지만, 아마…, 반년 정도 일꺼라고 생각해.…솔직히 말해봐, 너 동해 때문이지?”
“………………”
저승사자의 짓궂은 물음에 나는 얼굴이 화끈거려서 대답하지 못했다.
“그럴줄 알았어. 괜찮아, 지금 네가 환생해도, 동해와는 그닥 차이 안날꺼야. 아, 그리고 말야. 이거 재밌는 사실인데, 말해줄까?”
“뭔데요?”
환생하면 잊어버리겠지만, 왠지 듣고 싶었다.
“동해말야, 환생하면서 주어진 이름, 네 이름이야.”
“에?”
“어쩌면, 네가 환생하면 이동해라는 이름을 가질지도 모르지.”
“………………”
‘이동해’ 라는 이름이 내 이름이 될지도 모른다는 말에, 가슴이 두근 거렸다.
“그게 정말이에요?”
“글쎄, 뭐 모르지. 이름을 정하는건, 부모 마음이니까. 하지만, 내 생각에도 네 이름이 이동해가 되었으면 좋겠어.”
“……그럼 한가지만 더 물어볼게요, 저승사자님 당신의 이름은 뭔가요?”
“나? 내 이름이 궁금해?”
“네.”
예전부터 봐왔지만 굉장히 특이한 분위기의 저승사자라고 생각했다. 다들 저승사자라면 검은 옷에 차가운 분위기라고 생각하겠지만, 전혀 다르다. 적어도 내 앞에 있는 이 저승사자는 상상속에 존재하는 저승사자들의 이미지와는 딴판이랄까.
“잊어버릴텐데?”
“그래도, 상관없어요. 솔직히, 동해말고 저에게 잘해준 분은 당신밖에 없었으니까.”
“크하하하! 말은 잘하네. 그래, 기분이다 알려주마. 김희철. 어때? 나 다운 이름이지? 환생해서도 절대 잊지 말아라. 잊으면 잡으러 갈테니 각오해. 그럼, 이제 환생할 시간이야. 내가 하나 둘 셋 하면, 저기로 뛰어들어.”
“네.”
나는 눈을 감았고, 환생하기 위해 문으로 뛰어들었다.
1986년 4월 4일, 이동해, 이혁재로 환생.
1986년 10월 15일, 이혁재, 이동해로 환생.
시드사운드의 여래아를 듣고 써본거에요
원곡은 죽은연인을 따라 죽는다는 내용이지만, 저는 뒤따라 환생한다는 내용으로 해봤어요 ㅎㅎ
아 그리고 이 설정은 전생에는 해은이었지만 현생은 은해라는 설정입니다
근데 영혼이 뒤바껴서 환생한거니까 영혼자체도 해은일지도 모른다는 설정이지만
외형은 전생의 동해는 은혁, 은혁이는 동해라서 전생이나 현생이나 똑같이 은해라는 설정이에요
...................제가 써놓고도 헷갈리네요
,....그냥 은해좋아하시는 분들은 은해로받아들이시고
해은좋아하시는 분들은 해은으로 받아들이세요 ㅎㅎ;;
참고로 텍파가 있는데, 그건 그냥 네이버에서 검색해서 받으시면 되요
작가닉이 카메아이로 다른닉이지만 저 맞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