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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CE A WEEK

-그들의 시작-

 

 

 

"형 나 정민이인데."

"내가 알바할때 전화 하지 말랬지."

"미안 그런데 나, 다리 다쳤어."

 

 태민은 눈앞이 하얘지는 것을 느꼈다. 잠시 짬을 내 가게 뒤편에서 쭈그려 앉아있던 태민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했다.

 

"지금 어디야?"

"병원인데 수술해야 된대."

 

 머리를 세게 맞은 듯 한 두통이 밀려왔다. 다리를 다친 정민도 걱정이었지만 무엇보다 수술비와 입원비의 걱정이 앞섰다. 일단 저번 주에 알바 비를 받긴 했지만 만약 병원비를 낸다면 앞으로의 살림엔 택도 없었다. 당장 월세도 근근이 냈는데 병원비는 또 어디서 마련하라는 건지 태민은 머리를 붙잡고 다시 벽에 기대어 앉았다.

 

"어디병원이야."

"나 'ㄱ'병원인데 형 굳이 올 필요 없어. 여기 친구들 되게 많아."

"됐고, 너 때문에 진짜 미치겠다. 이따가 일 끝나고 갈 거니까 의사가 하라는 대로 하고 있어."

"아니, 형 안와도 된다니까?"

 

 태민은 한심스러운 동생의 말에 대답도 해주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이제 더는 손 벌릴 곳도 없었다. 부모님은 돌아가신지 오래고 친척들은 전화를 받아주지도 않는다. 더군다나 친구들에게 빌리기도 이젠 쪽팔려서 말도 못하겠고.

 

"아, 돈을 어디서 빌 리냐."

 

 중얼거리던 태민은 자신이 지금 알바 중이었다는 것을 급하게 상기시켰다. 아, 이러다 사장하게 죽겠다 고 생각한 후 급하게 뛰어 들어가는 것이다. 태민이 가게 안으로 들어간 후 얼마 있지 않아 태민이 앉아있던 자리 위로 시뻘건 담뱃불이 우수수 떨어졌다.

 


*

 


 알바가 끝나고 택시를 탈까, 걸어갈까, 뛰어갈까를 고민하던 태민은 핸드폰으로 체크카드의 잔고를 확인했다. 약 100만원이 있었지만 병원비가 얼마 나올지 몰라 택시는 조금 불안했다. 그래, 뛰어가자 라고 결심을 한 태민은 신발 끈을 꽉 조였다. 그러나 바로 머리위에서 들리는 듯 한 클락션에 태민은 신발끈을 묶다 말고 앞을 봐야만 했다.

 

"태워줄까요?"

 

 검은 마세라티한대가 태민의 앞에서 헤드라이트를 켜고 마주 하고 있었다. 그와 함께 열린 창문으로 시원한 미소를 보이는 남자도 보였다. 태민은 얼떨떨해져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저요? 라고 되물었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담배를 입으로 가져갔다.

 

"걱정 마세요. 저 그쪽 장기 안 팔아도 될 정도로 돈은 많아요."

 

 그의 얼굴엔 정말 '악'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있어 보이지 않았다. 태민은 고개를 갸우뚱 하다 다시 핸드폰을 확인하였다. 시간은 늦었고, 새벽 알바도 얼마 남지 않았다. 태민은 마세라티에 편하게 기대어 앉아있는 남자와 핸드폰을 번갈아 보았다. 평소 같았으면 대꾸도 안하고 지나쳤겠지만 지금은 망설여졌다. 태민이 계속해서 주저하자 남자는 클락션을 한 번 더 울렸다.

 

"안 탈거에요?"

"아, 타, 탈게요!"

 

 태민은 막 지나가는 막차를 붙잡는 심정으로 금방이라도 출발할 것 같은 차에 황급히 올라탔다. 뒷자리에 올라앉으니 룸미러를 통해 남자의 눈이 태민을 보는 게 보였다. 태민은 괜히 위축되어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창밖만 바라봤다. 그러나 차는 움직이지 않았다. 뭔가 이상해진 태민이 다시 룸미러를 바라보자 남자는 여전히 태민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출발 안하세요?"

"그쪽이 도착지를 말씀 안 해주셔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남자가 낮은 웃음과 함께 대답했다. 태민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닫고 귀를 붉혔다. 어느새 전신이 화끈거려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것도 같았다. 태민은 급하게 정민이 있는 병원의 이름을 댔고 남자는 알겠다는 대답과 함께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았다.
 마세라티는 슈퍼카답게 도심을 미끄러지듯 달렸다. 태민은 따라갈 수 없이 빠른 불빛들을 멍하게 쳐다보고만 있었다. 간간이 남자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았지만 태민은 일부러 모른 척 했다. 그러나 남자가 말을 걸어올때는 어쩔 수 없이 대답해야만 했다.

 

"아까 제가 갑자기 태워드린다고 해서 놀라셨죠?"

"예, 조금."

"죄송해요. 너무 오해는 마시고, 그냥 말씀드리는 건데요."

 

 시종 여유로운 말투였던 그가 갑자기 주저하는 투로 태민에게 말했다. 태민은 내심 불안해 침을 꿀꺽 삼켰다.

 

"아까 통화하는 거 들었어요. 몰래 엿들으려던 건 아니고 우연히 담배 피러 나갔다가 들은 건데, 돈... 필요하시다고요?"

 

 태민은 치부를 들킨 것 마냥 다시 얼굴이 타올랐다. 가까이서 본 남자는 아무리 봐도 태민의 또래였다. 안 그래도 택시 탈 돈도 없어 빌빌거리는 자신과 슈퍼카를 끌고 다니는 남자를 자기도 모르게 비교하던 태민은 남자가 돈 얘기를 꺼내자 열등감에 부끄러웠던 것이다. 태민은 핸드폰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남자는 계속해서 룸미러를 통해 태민을 힐끔 쳐다보았다. 아마 태민이 창피해한다는 것을 아는 모양이었다. 태민이 대답이 없자 남자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음... 갑자기 이런 얘기해서 죄송하긴 한데, 저는 돈이 별로 아쉬울 거 없는 놈이고 또 평소에도 필요하다는 사람 있으면 곧잘 주고 그랬거든요. 그래서,"

"……."

"저랑 계약 같은 거 어떻신가 해서 말씀드립니다."

"... 무슨 계약이요?"

"어떻게 보면 몸을 파는 거... 정말 어떻게 보면 그렇다고 말씀 드리는 것 입니다. 그냥 일주일에 한 번씩 저랑 놀아주세요."

"네?"

"그냥 저랑 놀아주시면 됩니다. 그냥 같이 밥 먹고, 영화보고, 차 마시고... 가끔 섹스도 하고요."

 

 태민은 순간적으로 눈앞의 남자가 제정신이 아닌 남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분명 차를 탔을 때부터 잘못된 것이다. 솔직히 차를 마신다는 것까지는 괜찮은 조건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바로 그 다음 나온 말 때문에 태민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오기까지 했다. 섹 뭐? 요즘 아무리 성 개방형 시대라고는 해도 섹스를 아무 나랑 같이해?

 

"해주신다면 일주일에 천만 원 드리겠습니다."

 

 마세라티가 부드럽게 멈춰 섰다. 창밖을 보니 벌써 병원 앞이었다. 어느새 남자는 상체를 휘어 태민을 바라보고 있었다. 할 거냐 말거냐는 눈이었다. 태민은 대답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며 문고리를 당겼다. 문이 잠길 거라고 생각하며 빠르게 열었지만 남자는 미동도 없이 태민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감사했……."

"갑작스러워서 놀라셨겠죠, 그러나 하루만 더 생각해보시면 다르실 겁니다. 거기 제 명함이 있습니다. 가져가세요."

 

 남자의 말대로 팔걸이 안에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명함 집이 들어있었다. 태민은 거기에서 명함 한장을 꺼내어 눈앞으로 가져갔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자, 남자는 차내등을 켜주었다. 태민은 밝아 잘 보임에도 불구하고 눈살을 찌푸리며 명함을 들여다보았다.
 'TS전자 실장 김종인'

 가끔 정치면이나 IT면에서 읽어봤던 이름이었다. 실질적으로 TS그룹 막내아들인데, 왜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건지 태민은 알 길이 없었다. 명함을 쥐고 표정 없이 내리던 태민은 문을 닫고 종인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종인은 처음과 똑같은 시원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태민은 손에 들고 있던 명함을 종인이 보이도록 든 다음, 쫙쫙 찍었다. 종인의 표정은 처음과 같았다. 그리고 여전히 웃는 낯으로 콘솔박스 안의 명함을 뭉텅이로 잡고 창밖으로 뿌리기 시작했다. 태민의 표정만 점점 어두워져 갔다.

 

"너무 성급한 결정을 하시는 것 같아서요."

"……."

"필요하신 날이 있을거에요."

 

 종인은 그 말만 남기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그사이 태민은 자신이 먼저 그 자리를 떴었어야 했다고 후회하며 병원으로 발을 옮겼다. 그의 발아래에는 방금 종인이 뿌렸던 명함들이 우수수 떨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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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80.207
아ㅠㅠㅜㅜㅜㅠㅠ너무좋아요 카탬이라니ㅠㅠㅠㅜㅜ카탬러는웁니다ㅠㅠㅠㅠㅠㅠ다음편 기대할게요 작가님!!!
8년 전
독자1
우와ㅠㅠㅠㅠㅠㅠㅠ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ㅠ 내용 완전 제 취향이에요bb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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