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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오세훈/박서준/정해인] 내가 사랑했던 호그와트 남자들에게 - 그리핀도르 / 전정국 03 | 인스티즈


내가 사랑했던 호그와트 남자들에게

그리핀도르 / 전정국 03


[전정국/오세훈/박서준/정해인] 내가 사랑했던 호그와트 남자들에게 - 그리핀도르 / 전정국 03 | 인스티즈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도 모르게, 벌써 마지막 수업 시간이 되었다. 교실 안은 강의를 진행하는 스네이프 교수의 목소리와 그것을 받아적는 학생들의 분주한 깃펜이 내는 소리로 가득했다.


"이런 지루한 수업 그만하고, 얼른 방으로 돌아가고 싶다."

"*아모텐시아(Amortentia, 사랑의 묘약) 만드는 법이라면 집중해서 들을 텐데."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자 정국을 중심으로 모인 남자애들 무리가 보였다. 그들은 키득키득 웃으면서 자기들끼리 하트를 그려댔다. 남자애들은 정국에게 동의를 구하듯 팔꿈치로 정국의 팔뚝을 쿡쿡 찔렀다. 정국은 그들의 말에 어떠한 동의도, 부인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말없이 웃을 뿐이었다.


"유치해."

"신경 쓰지 마, 조엘."


내 눈빛을 따라 그들 무리를 발견한 조엘이 질린다는 듯 읊조렸다. 나는 동감의 표현으로 손사래치며 다시 강의 내용을 받아 적는 데에 집중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어제 일 이후로 오늘 하루 정국을 피해다니느라 진이 다 빠질 지경이었다. 손으로는 필기를 하고 있으면서도, 아까 쳐다봤던 남자애들 무리가 나도 모르게 신경 쓰였다.


"저기, 쟤가 자꾸 너 쳐다본다."


[전정국/오세훈/박서준/정해인] 내가 사랑했던 호그와트 남자들에게 - 그리핀도르 / 전정국 03 | 인스티즈


소심하게 고개를 들어 조엘이 눈짓한 곳을 쫓아 시선을 옮기니, 그 끝에 전정국이 있었다. 상냥한 척하는 무서운 눈. 내가 불의를 저지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집요한 시선이었다. 하긴, 오늘 하루 일부러 정국을 피해다닌 건 의롭지 않은 행동이 분명하다.


"너희, 정말 뭐 없어?"

"무슨 소리야?"

"전정국이랑 너, 정말 아무것도 없냐구."

"조엘!"


조용! 웅성거리던 강의실이 스네이프 교수의 외침으로 금세 조용해졌다. 떠들던 남자애들도 장난을 그만두고 머쓱하게 머리를 쓸었다. 전정국은…… 여전히 내게 시선을 떼지 않은 채였다.


"여기 아주 위험한 학생들이 많군. 너희 같은 놈들 때문에라도 아모텐시아 판매를 불법으로 돌려야 되는데 말이야. 그리핀도르에 5점 감점."


학생들의 탄식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하지만 전정국과 함께 있는 무리들로부터 나온 감점이기에 대놓고 그들을 째려보거나 투덜대는 애들은 아무도 없었다. 수업은 이어졌고 전정국은 수업 시간 내내, 나를 그런 눈으로 보았다.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정국의 팬클럽 무리는 그의 동선 파악에 들어갔다. 정국의 시간표는 주로 같은 기숙사를 쓰고 있는 그리핀도르 소속의 여자애들이 공유해주지만, 그 외의 일정들은 정국에게 직접 물어보거나 그 주변인을 통해 알아낼 수밖에 없다. 조엘의 말로는, 초창기엔 정국의 주변인을 통해 알아보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잦은 동선 변동으로 인한 헛걸음이 계속되자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바뀌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정국이 '그리핀도르 왕자님'이라고 불리면서도, 모두에게 친절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국아! 오늘 퀴디치 연습 있다면서, 정말이야?"

"아, 어. 맞아."

"연습하는 거 구경 갈게. 오늘 퀸도 온대."


퀸, 슬리데린. 그 애의 본명은 따로 있지만 모두 그녀를 '퀸'이라고 부른다. '퀸'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미모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문도 순수 귀족 출신에다가 재력도 어마어마해 호그와트 재단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단 한 가지 흠이 있다면, 그녀가 학문에는 큰 재능이 없다는 것이다. 몇몇은 그걸 '백치미'라고도 하던데, 언제부터 지혜롭지 않은 모습을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퀸의 무지를 가릴만큼, 그 애가 예쁘기 때문일까.

아무튼 퀸은 전정국 팬클럽의 중심에 서있다. 대외적으로 잘 나타나진 않지만, 전정국 팬클럽 무리는 모두 다 퀸의 들러리들이다. 팬클럽은 정국의 모든 것을 퀸에게 보고한다. 그리고 퀸은, 그 정보를 가지고 정국을 공략한다. 호그와트 학생이라면 모두가 아는 일이었다. 그 전에도 정국에게 관심을 가졌던 애들은 많았지만 퀸만큼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애는 없었다. 퀸의 들러리를 제외한 다른 여자애들은 대부분, 퀸이 어떻게 그 부족한 머리로 슬리데린에 배정받은 것인지 의문을 가지곤 했는데, 최근 정국에게 다가가는 퀸의 모습을 보며 단번에 이해했다. 퀸은 꽤나 영악하고, 교활한 방법들을 사용했다.


"그거 봤어? 오늘 퀴디치 경기에서 블러저가 퀸을 향해 날아오는데 전정국이 완전 멋있게 날아와서 쳐내준 거!"

"퀸 말로는, 걔가 퀸한테 윙크했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던데? 경기 후엔 또 어떻고."

"돌계단에 숨어서 둘이 몰래……."


퀸이 정국에게 티 나는 관심을 보인 건, 그 사건 이후부터였다. 얼마 전 있었던 퀴디치 경기에서 정국이 퀸을 향해 날아오는 블러저를 쳐냈고, 퀸을 구한 셈 되어버린 것이다. 뭐, 정말로 퀸을 구한 건 맞지만 그건 경기의 일환이기도 하다. 관객석을 향해 돌진하는 블러저를 쳐내는 건, 퀴디치 선수로서 당연한 일이잖아. 그 뒤로 퀸은 정국이 자신에게 윙크를 했다느니 돌계단에서 키스를 나눴다느니 등의 얄팍한 소문을 내 정국과 자기 자신을 호그와트 공식 커플인 것처럼 꾸몄다.

'그리핀도르 왕자님'과 '슬리데린 퀸'. 충분히 혈기왕성한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조합이니까. 남자애들은 대놓고 정국에게 퀸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보진 않았지만, 그날 이후로 퀸을 어떻게 해보려고 했던 수많은 남자애들이 다 떨어져나갔다. '슬리데린 퀸'은 정국의 것. 수컷들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정해진 룰이었다. 반면, 여자애들은 퀸에게 달라붙어 매일 정국의 이야기를 해달라며 졸랐다. 그럴 때면 퀸은 우아한 미소를 띠며 정국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정국이 오늘은 자신에게 어떻게 웃어주었는지, 제가 건넨 인사에 어떤 표정으로 대답했는지 등을 자랑스레 늘어놓았다. 그걸 들은 여자애들은 부러움 가득한 목소리로 퀸을 띄워주기 바빴다. 팬클럽 애들도 퀸에게만큼은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그게 퀸을 정국의 상대로 인정해서 그런 것인지, 그녀의 재력과 가문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여자애들 사이에 둘러싸여있는 정국을 흘끗 바라보고는 조엘과 함께 곧장 도서관으로 향했다.


'퀸이 퀴디치 연습을 보러 가든지 말든지, 나와는 상관 없어. 왜 저렇게 멍청하게 웃고 있는 거야? 설마 쟤도 퀸을…….'

"과제하러 가는 길인가봐?"


생각에 잠겨 걷고 있던 중, 익숙한 하이톤의 목소리가 발길을 멈추게 했다. 발끝부터 천천히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평소보다 백 배는 더 신경을 쓴 듯한 옷차림의 퀸이 보였다. 뾰족한 구두에 짧은 치마, 딱 붙는 니트까지. 완벽한 데이트룩이었다.


"무도회 가니?"

"시끄러워, 조엘. 너희는 오늘 퀴디치 연습 구경 안 가나보지?"

"우리가 거길 왜 가, 우린 도서관에 갈 거야."

"정국이랑 친한 줄 알았는데……. 너흰 제일 친한 '친구'잖아."


퀸은 굳이 '친구'라는 단어에 악센트를 주며 웃었다. 틀린 말이 아닌데도 괜히 열이 솟구쳐오르는 기분이었다. 조엘은 그냥 가자는 듯 내 팔을 잡아당겼다.


"이제야 네 분수를 알았니? 호울러 몇 번 받아보니, 더 이상의 괴롭힘이 두렵지?"

"그쯤 해, 퀸."

"조엘, 넌 끼어들지 마. 이건 나와 얘 사이의 일이야."

"…… 잘 들어, 퀸. 너한테 이런 말 들을 이유도 없어. 네 말 대로 전정국이랑 나, 그냥 친구니까."

"그거 꽤 듣기 좋은 말이네. 앞으로도 지금처럼 그렇게 해. 네 위치에서, 너에게 맞는 만큼만 가져."

"퀸!"

"됐어, 조엘. 가자."


이번엔 내가 조엘의 팔을 잡아당겨 자리를 피했다. 잘 가, 정국이한텐 안부 전해줄게! 쿵쿵거리며 도서관으로 향하는 우리 둘의 뒤로 퀸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전정국/오세훈/박서준/정해인] 내가 사랑했던 호그와트 남자들에게 - 그리핀도르 / 전정국 03 | 인스티즈


"조엘, 그 소문들 사실일까?"

"뭐, 퀸과 전정국 사이에 있는 소문들?"

"응. 둘이 키스…… 했다는 거 말야."


조엘은 게슴츠레 눈을 뜨고는 수상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분명 뭐가 있어."

"있긴 뭐가 있어!"


조엘은 찰싹 내 팔을 때리며 조용히 속삭였다. 네가 걔한테 진짜 1%의 관심도 없었으면, 그런 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구. 속삭이는 조엘의 말을 듣고 나니 더 혼란스러운 기분이었다. 조엘의 말 대로라면, 내가? 전정국을?


"안 되겠다. 어차피 공부도 안 될 것 같으니까, 따라와."


조엘은 내 손을 이끌고 기숙사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침대 위에 날 내팽개치듯 앉히고 말했다.


"자, 넌 네 감정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어. 눈을 감고 내가 말하는 대로 상상해봐."

"……."

"전정국이 네 손을 잡는다. 어때?"

"…… 어렸을 때도 손은 늘 잡았는걸."

"아니, 어렸을 때 모습은 지워버려. 지금의 전정국으로 상상해봐."


그러고 보니 최근엔 정국과 손을 잡은 기억이 없다. 어렸을 땐 자주 잡곤 했는데……. 아니, 그게 아니라. 지금의 모습으로 떠올려보라고 했지. 내가 전정국과 손을 잡는다면…….


"…… 잘 모르겠어."

"그럼 좀 더 강도를 높여서 해보자. 전정국이랑 네가 키스를……."

"저기."


눈을 감고 조엘의 말에 집중하던 때에 누군가 기숙사 안쪽을 빼꼼 바라보며 흐름을 끊었다. 그나저나, 키스? 때마침 방해꾼이 들어와줘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자 한 여자애가 우리를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나오라고 손짓했다.


"전정국이 불러. 휴게실에서 기다리겠대."


갔다 와. 조엘이 윙크하며 입모양으로 말했다. 생각해봐, 네 감정!

나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이끌고 휴게실로 향했다. 하필이면 지금……. 방금 막 그런 상상을 하려던 찰나에 정국의 얼굴을 보려니 더욱 그랬다. 그냥 이대로 다시 돌아갈까, 과제 하다가 잠들었다고 하는 거야. 머뭇거리던 발걸음을 돌려 다시금 방 안으로 향하려던 순간.


"또 도망가려고?"


혼란의 원인이 발목을 붙잡았다.





>> To HOGWARTS BOYS I've Loved Before <<

드디어 본격적인 악녀의 등장입니다. ㅎㅎ

지난 편 댓글로 여주 기숙사가 어딘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셨는데

여주의 기숙사는 그리핀도르입니다!

진즉에 해놓은 설정이라 너무 당연스럽게 여기고 있었다보니

작중에 명확히 드러내질 않았네요. ^^;

댓글 달아주신 분들,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추천과 스크랩도 너무 감사드려요.

힘내서 글을 쓸 수 있게 해주시는 분들이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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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72.238
아니 작가양반 거 완급조절이 너무 심한거 아니오!!!!!!!

작가님 여기서끊으시면 저 감질맛나서 오늘 잠 어케자죠??
서둘러 다음화를 들고오지 않으시면 제가 화를내겠어요!!
사실화는아니고... 그냥 얼른 다음화가져와주세요 너무읽고싶어요...
맘같아선 옆에 앉혀두고 글만쓰게하고싶네요ㅠㅠ

4년 전
독자1
작가 당신. .내가 호그와트하면 무족권 들어오는걸 어떻게 알구 이렇게 아름다운 글을 쓰다니. .앞으로 저희 자주봐요. .신알신 조용히 어깨춤을 추며 누르고 갑니다. .
4년 전
독자2
넘르.....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ㅠ미쳐따미쳐따ㅠㅠㅠ
4년 전
독자3
어서 오세요......... 자까님의 해바라기가 되겠어효...
4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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