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창에는 소주라며 한 병, 두 병 마시기 시작하니 취기가 올라 괜히 앞에 있는 한상혁까지도 빙빙 돌고 있는 느낌이었다. 귀여운 내 동생 얼굴이 엉망진창이야. 어떡해.
"우이효기, 얼굴이 조각이네.. 조각이야, 산산조각이야. 누나가 미안해.. 엄마는 왜 조각이 아니라 산산조각을 낳아가지고.."
내가 지금 뭐라는지도 모르겠고 우이 효기의 표정이 왜 점점 산산조각에 가까워지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그만 가자며 일어나는데 왠지 가기가 싫어서 엎드려 찡찡댔더니 산산조각으로 잘 자란 효기가 나를 들쳐매고 가게를 나섰다.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지는 기분에 눈을 감았는데 그 뒤로 기억이 새하얗게 사라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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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야 일어나봐 좀."
분명 나에겐 사랑스러운 동생 한 명뿐인데 어째서 야라는 소리가 들리는 건지 1도 몰으갰습니다. 어제 어떻게 집에 온 건지 기억도 안 날 정도면 정말 취하긴 했었나 보다. 눈은 강력 본드로 붙여놓은 건지 떠지지도 않아서 그냥 대충 있을 거 같은 곳에 발길질을 했다. 사라져라! 상혁몬!
"아오, 진짜 미쳤어? 빨리 일어나. 너 손님 왔어. 알아서 해라."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무슨 소린가 싶어 부스스한 몰꼴을 대충 정리하고 거실에 나가려다가 이번엔 사오정에 이어 저팔계가 된 건가 싶어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실내에서 선글라스를 껴서 잘 못 본건가. 나는 정신을 차리고 다급하게 방으로 들어와 방문을 잠갔다. 뭐지. 정장 차림이 아니었지만 저건 분명히 정 팀장님이었다. 토르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똑똑똑-
"김별빛 씨, 일어났으면 나오지 안 나오고 뭐 합니까? 밖에 나가서 근처 카페에서 기다릴 테니 준비하고 나와요. 투자 시작하셔야죠."
투자라는 말에 그제야 약속했던 게 생각났다. 내가 대답해놓고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오! 띨박아! 깨진다고 아이템이 나올 것도 아닌데 머리만 하염없이 쥐어박고 있었다. 그러다가도 정신이 들어 얼른 씻어야겠단 생각에 대충 속옷을 집어 들고 방 밖으로 나가 빠르게 화장실로 향했다. 씻고 나와서 머리를 말리고 화장을 하는데도 사실 멍한 상태였다. 내가 아직도 꿈을 꾸는 건지 이게 현실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 와중에 무슨 옷을 입을까 고민이 되는 내가 이상해서 그냥 편하게 티셔츠에 스키니진을 입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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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발걸음을 옮겨 집 앞에 위치한 카페로 가자 창가에 위치해 있는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 팀장님의 모습이 보여 발걸음을 더욱 재촉해 카페로 들어섰다. 날씨가 더운 탓에 등에서 땀이 주르륵 흐를 것만 같았다. 오랜만에 화장도 꽤 공들여서 했는데 하는 생각에 기분이 우울해졌지만 이내 팀장님 앞으로 가 앉자 잡지를 보고 있던 고개를 들더니 나를 보곤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왔어요? 생각보다 빨리 왔네요. 여자들 준비 오래 걸린 데서 각오 단단히 했는데."
그에 나는 다시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진짜 오늘은 왜 토르가 오질 않는지. 아마 어벤져스가 일이 생겨 출동했나보다. 평소완 다른 캐주얼한 옷차림에 환하게 웃어주는 팀장님을 보고 있자니 어제의 취기가 다시 올라오듯이 어질어질하고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인지 대답도 멍청하게 해버렸다. 아무리 내가 멍청이가 맞다지만 정말 멍청했다.
"아..ㅇ..네? 저는 별로 안 걸립니다."
이게 무슨 여기가 군대도 아니고 왜 저런 식으로 대답을 한 건지. 표정도 멍해선 어떻게 보일지 굳이 거울을 보지 않아도 물 보듯이 훤히 보였다. 창피함이 몰려왔다. 웃음을 참는 건지 웃는 건지 고개를 숙여 정수리만 보이며 어깨를 조금씩 들썩이는 팀장님의 행동에 민망함이 점점 더 커져 다급하게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주문 좀 하고 오겠다며 자리를 피하려는데 고개를 숙이고 있던 팀장님이 빠르게 내 손목을 잡아 앉히고선 본인이 일어났다.
"카라멜 마끼아또 맞죠? 기다려요. 내가 다녀올 테니까."
내 커피 취향은 어떻게 알고 계시는 거지 싶었지만 워낙 단 걸 좋아하는 티를 내고 다녔던 나라 그러려니 싶었다. 그렇게 어색함에 숨이 막힐 것만 같아서 팀장님의 뒷모습을 한 번 보고 손가락 장난만 치고 있었는데 앞에 놓여진 팀장님의 커피가 눈에 띄었다. 아메리카노 좋아하신다더니 왜 다른 커피 드시지? 의아한 생각이 들기도 전에 트레이를 들고 자리로 돌아온 팀장님에 어색하게 웃으며 감사 인사를 하며 커피를 받아 들었다. 회사에서도 딱히 이렇게 마주보고 대화를나눌 기회가 없었는데 갑작스레 이런 식으로 그것도 카페에서 단 둘이 있으려니 참을 수 없는 어색함만 맴돌고 침묵만 유지되고 있었다. 먼저 그 침묵을 깬건 의외로 팀장님이었다.
"별빛 씨는 보고 싶은 영화 있습니까? 저는 요즘 뭐가 재밌는지 잘 몰라서요. 아, 일어나자마자 바로 나왔으니까 밥부터 먹어야 하나. 배고파요?"
"아뇨, 아뇨. 배는 아직..괜찮아요. 영화는 저도 잘 모르는데.."
내 말에 미간을 찌푸리고 눈썹을 치켜 올리며 고민하는듯하던 팀장님은 이내 일어나더니 나에게도 일어나라 손짓하더니 일단 나가자고 말하였고 그에 나는 허겁지겁 일어나며 나갈 준비를 하는데 팀장님이 그런 나를 보고선 커피도 챙겨야죠라고 말하더니 양손에 자신과 내 커피를 들고선 내가 가방을 다 챙길때까지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이제 됐다고 말하자 평소와는 다르게 앞서 걸어가지 않고 내 옆에 서서 걸어갔다. 그 모습에 나는 왠지 모를 간지러움이 가슴 한 켠에서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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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게 발걸음을 옮기던 팀장님을 따라 도착한 곳은 영화관이었다. 최신 영화를 잘 모른다던 팀장님은 영화관에서 나오는 예고편들을 한참 동안이나 유심히 보더니만 내 손목을 잡고 매표소 앞으로 이끌었다. 팀장님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은데 나는 혼자서 손목이 달아오르는 듯이 뜨거워 혼쭐이 날 뻔했다. 팀장님은 그렇게 유심히 보던 예고편으로도 모르겠던 건지 직원에게 요즘 가장 잘 나가는 영화표로 두 장을 달라며 시간을 확인하곤 곧바로 티켓을 끊었다. 그런 모습을 보던 나는 아마 밥도 팀장님이 사실게 훤히 보여 팝콘이라도 사야겠다 싶어서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디 갑니까?"
"아, 팝콘 사려고요. 팀장님 단 거 싫어하세요?"
"아뇨, 저 단 거 좋아합니다."
단 걸 좋아한다니. 아메리카노를 좋아한다던 팀장님의 말이 계속 맴돌았다. 설마 일부러 내가 쓴 걸 못 먹어서 바꿔주신 건가. 괜스레 별거 아닌 일에도 자꾸 의미 부여를 하게 되는 나 자신이 이상하고 우스워서 고개를 휘휘 저었다.
"주문 안 합니까?"
주말이라 길게 늘어서 있던 줄이 어느새 줄어 팀장님과 내 앞에는 아무도 없었고 그런 팀장님의 말에 다시 한 번 놀라며 급하게 카라멜팝콘과 콜라 두 잔을 주문했다. 빠르게 움직이는 알바생들 덕분에 금방 팝콘과 콜라가 나오고 계산을 하려 가방을 뒤지는데 팀장님이 한 발 먼저 카드를 내밀며 계산해 나는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어..! 팝콘은 제가 사려 했는데.."
"괜찮습니다. 별빛 씨는 이미 저한테 시간 투자하고 있잖습니까. 그러니까 제가 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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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니까 최대한 개그감은 빼려고 했어요. 달달해야죠 데이트는.
다음 편도 아마 팀장님과 데이트 내용일거고 학연이는 그 다음 편에나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손목이 아파서 역시나 분량이 영 안 나오네요.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쉽게 낫질 않네요.
다들 건강 관리 잘하세요. 건강이 최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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