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인트가 20으로 올려 업글되었더라구요ㅠㅠ
잘못설정한 제 탓..다시 10으로 수정해써여~
미리 읽으신 독자님들..죗옹합니다!
곧 19편으로 뵈요 ㅎㅎ(알람죄성해여/핳)
드디어 정국이 번외네요!
원래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입니다..핳<3
(번외를보고)좋아하네요..우리 정꾸기ㅠㅠ 눈화가 매니매니 새랭해!
열심히 써볼게!!
보통의 연애
열여덟번째 페이지
♬
/ 전정국 번외(과거) pt.1
난 항상 남들의 평범한 삶 한단계 위에 서 있었다. 어릴적 부유했던 집안덕분인지 내가 갖고싶은 것 먹고싶은 것 한없이 풍족한 삶을 누리며 살아왔다. 그렇다고해서 여느 재벌집 아들처럼 기세등등하거나 성격이 재수없다거나.. 그런건 다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일반화된 모습이였다. 부족한것 없이 자라와서인지 소유욕 또한 없었다. 항상 내가 무언가 부족할때쯤 부모님은 날 위해 말 없이 모든 걸 다 채워주셨고,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했을때 친구들이 딱지를 사기 위해 일주일 용돈을 모은다는 것을 이해 할 수 조차 없었다. 어릴때부터 받아왔던 부잣집 아들래미라는 사실이 어쩌면 날 망가트렸을지도 모른다. 친구라는 녀석들의 어머니들은 나와 친해져보라며 어린아이들에게 강요를 했고, 어린나이였던 나는 그것을 일찍 알아버렸다. 그 후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이 탐탁치 않았다.
시간은 흘러 내가 중학생이 되었을때 였다. 여기서 우리 가족소개를 짧게 하자면, 우리 가족은 다들 예술쪽으로 연관되어 있다. 방탄예대의 이사장인 우리 할아버지, 화양고 교장이신 우리 아버지, 화양미술학원 원장 우리 어머니.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나는 같은 핏줄임에도 불구하고 미술쪽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거다. 어렸을적 부터 장난감대신 스케치북, 크레파스, 물감, 붓이 함께였다. 하지만 그런 물건들과 친해지기는 커녕 우리집 벽 곳곳을 차지하고 있는 그림들을 보면 소름이 끼칠정도였다.
부모님의 지나친 강요는 없었다. 그저 빠르고 쉽게 성공할 수 있는 길이니 부모님의 뜻을 따르라는 할아버지의 작은 듯 큰 압박정도? 하라고 하니 하기 싫은 딱 어린아이 마인드였다. 초등학교때 받아왔던 부담스러운 관심덕에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을증으로 고생하던 날 본 어머니는 일반 중학교 입학에 동의해주셨다. 의외였다. 입학 첫날부터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기사님이 동반된 고급스러운 세단 승용차를 태워 보내려는 어머니의 뜻이 있었지만 난 반대하며 난생 처음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를 타니 속이 울렁거리며 굉장히 갑갑했다. 일반중학교에 입학한게 어쩌면 잘못된 일이구나 생각하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난 그저 평범한 또래 아이들처럼 보였을거다. 창피한 일이지만 남모르게 공부도 좀 했다. 요즘 아이들은 뭘 좋아하는지 초등학교때 부터 봐 온 아이들의 모습을 생각하며 부족한 척, 갖고싶은 척, 모자란 척을 했다. 그럴수록 아이들은 나에게 친근감을 느껴 교우관계는 딱히 신경쓸 일이 없었다. 문제는 담임선생님이였다. 가족관계를 본 담임은 날 방과 후 따로 불러내더니 너희 할아버님이 이런 분이시구나..아버지도.. 어머니도.. 라며 날 좀 특별하게 보기 시작했다. 그런 시선이 싫었다. 그때부터 많이 삐뚤어졌던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어른들은 똑같았고, 아이들을 망치는건 다 어른들이였다. 날 향해 넌 우리반의 자랑이야 정국아. 라고 말하는 담임에게 제발 평범하고 보통 아이들처럼 대해주세요. 라고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담임이 한 말은 꽤나 충격적이였다.
' 정국아. 너희 집안이 평범하지 않은데, 널 어떻게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대하니? '
그때부터 담임은 날 향해 남모를 압박을 해오곤 했다. 반장은 무조건 정국이가 해야해. 반대표도 정국이. 정국이 부터, 정국이가 먼저.. 초등학교에 끝날 줄 알았던 부담감은 여전했다. 난 담임과의 말과 다르게 반대로 나갔다. 시험도 망쳐보고, 좀 논다는 반친구들과 어울려 사춘기를 보냈다. 어린 나이에 몰래 술도 먹어보고 담배도 펴 보았다. 물론 이 모든 일을 우리 부모님은 알고 계셨다. 이런 나쁜 행동에도 담임은 나에게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오히려 화살이 내 친구놈들에게 돌아갔다.
' 쌤! 왜 전정국도 같이 했는데 우리한테만 뭐라 그래요! '
' 정국이가 너희랑 같니? '
내겐 더 힘든 삶이 계속되었다. 어린나이 세상의 찌든때에 물들었고, 눈에 보이는 건 검은마음을 가진 어른들뿐이였다. 멍청한 친구놈들은 그저 담임이 날 이뻐한다고만 생각했다. 방황에 지쳐있을때 쯤 주위의 시선 탓에 바깥에서 만남을 자주 갖지 않았던 어머니가 학원으로 날 부르셨다. 어머니의 미술학원은 그 동네에서 꽤나 유명했다. 미술쪽으로 알아준다는 화양고 근처의 미술학원이였다. 어머니가 미술학원을 한지 꽤 오래 되었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와 본 곳이다. 어렸을적 부터 풍족한 삶을 유지했지만 그만큼 나에게 관심과 사랑을 쏟지 않으셨던 부모님이셨다. 각자의 일에 열정이 넘치시는 분들이라 집안일은 가정부에게 맡기고 외출을 자주 하셨다. 난 그저 어머니가 짜 놓은 시간표대로 움직이는 사람, 아니 인형같은 존재였다. 학교에서 내가 무슨 일을 하든 티를내지 않으면 잘 모르셨다. 이렇게 사고를 치고 다녀도 어머니께서 학교에 한 번 온 후면 모든 일은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갔다.
어머니의 미술학원이였지만 낯설었다. 늦은 시간이라 층별로 불은 거의 꺼진상태였고, 세네개 정도의 불만 켜져있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해 올라타 원장실로 향하였다. 원장실로 향하는 내내 난 가족을 만나러 가는건데 기분이 마냥 좋지는 않았다. 생각보다 미술학원의 스케일은 컸다. 내가 다니는 중학교를 아주 조금 압축시켜 놓은 곳 같았다. 문 위에 걸린 푯말을 하나하나 스치며 원장실을 찾고 있었다.
' 똑바로 안할래? 너 이래서 대학 갈 수 있겠어? '
' ..죄송합니다.. '
' 울면다니? 똑같잖아. 눈이 있음 봐. 뭐가 잘한건지 '
어두컴컴한 학원 복도에는 두개의 교실에서 빛이 나고 있었다. 남일에 신경을 쓰는 편은 아니지만 중딩이라 그런가 그냥 뭐든 궁금할 시기였다. 가장 가까운 불이켜진 교실의 창문을 훔쳐보았다. 선생님같아 보이는 늙은 여자와 화양고 교복을 입은 여자가 스케치북 앞에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었다. 누가봐도 선생이 학생을 혼내고 있는 상황이였다. 선생은 연필로 학생이 그린 그림처럼 보이는 스케치북에 낙서를 하듯 엑스자를 그리며 그림을 망치고 있었다. 학생은 그저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고개를 숙이고 회색치마를 눈물로 적시고 있었다. 속으로 생각했다. 그깟 미술이 뭐라고 저렇게까지 하고 싶을까..
일단 대충 교실의 상황이 파악 되었으니 학원에 온 목적인 어머니를 만나러 가야 했다. 교실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원장실은 위치해있었다. 문 앞에서 노크를 해야 할지 말지 고민했다. 내가 생각해도 참 이상한 상황이였다. 나, 엄마보러 온 거 아닌가? 원장실 문을 노크대신 조심스레 열었다. 마주한 어머니의 얼굴은 오랫만에 봐서 어색할 정도 였다.
' 앉아. '
' ... '
' 정국아. 힘든일 있니? '
어머니의 앉아라는 말과 함께 힘든일이 있냐고 물어봤다. 낯설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항상 집에서 마주했던 어머니의 말은 '갔다올게' 뿐이였다. 나에게 처음 묻는 듯한 관심 아닌 관심은 기분을 묘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순간 날라오는 두꺼운 책에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 니가 얼마나 날 힘들게 하려고 이래? 너 때문에, 너 하나 때문에.. '
' ...ㅇ..어머..니.. '
' 뭐가 부족해? 돈이? 그깟 관심. 우리가 짊어져야 하는 거 당연하다고 몇번이고 말했잖아 '
' ... '
' 힘들다고, 스트레스 받는다고 아무 말 없이 너 원하는대로 하게 냅뒀어. 어디까지 가만히 보고만 있어야 하니? 언제까지 엄마 힘들게 할래! '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관심은 틀렸다. 아니 달랐다. 난 그저 평범한 가족들처럼 아침 안부인사를 하고, 하교를 했을때 따뜻한 밥과 함께 가족끼리 모여 식사를 하고, 오늘 하루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고 답하는.. 그런 사소한 걸 원했다면 내 어머니는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이였다. 내가 하고싶은대로.. 하는대로.. 그저 방관할 뿐이였다. 참다 못해 터진 내 눈물이 대답을 대신해주고 있었다. 초등학교때 받은 우울증으로 관심보다는 그저 방관의 자세로 날 바라만 보았던 어머니, 학교에서 비행청소년짓을 하고 다녀도 아무 말 없이 뒤에서 몰래 담임과의 면담으로 해결을 해주었던 어머니.. 난 이런걸 바라는게 아니였다.
뒤에서 부르는 어머니의 부름을 무시하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다시는 이 미술학원에 오기 싫었다. 무작정 복도를 지나 보이는 문을 향해 달렸다. 비상구인 것 같았다. 수 많은 계단을 아무 생각없이 뛰어 내려갔다. 지쳤다. 몸도 마음도, 발걸음이 조금씩 느려지기 시작했다. 난 아직 많이 어리다. 아직 중학생이다. 어떠한 일에 결정조차 내리기 힘든 어린 아이일 뿐이다. 난 학교나 어른들의 관심보다는 부모님의 관심이 더 필요할 나이다. 눈물이 앞을가리고 어두운 탓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저 앞에 계단이 있기에 한단계씩 내려가고 있다.
' 저기 '
' ... '
아무도 없을거라 생각했던 계단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순간 귀신인가 착각까지도 했다. 뒤를 돌아보니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무언가 줍는 여자가 있었다. 화양고 교복을 입고 있었고 생각을 더듬어보니 아까 교실에서 혼나고 있던 학생이였다.
' 핸드폰.. 떨어트렸는데.. '
' ... '
' 어? 미안해요!그게..아..어.. '
터덜터덜 계단을 내려가고 복잡한 머리때문에 핸드폰이 떨어진줄 모르고 있었다. 나에게 핸드폰을 건내주며 순간 눈이 마주쳤는데, 우는 내 모습을 보곤 당황했는지 미안하다고 말하는 학생..아니 화양고 누나였다. 뭐가 미안하다는 건지 어두운 비상구 계단속에서도 당황한 얼굴이 다 보였다. 순간 눈물로 범벅이된 내 얼굴이 창피해졌다. 그나마 다행인게 비상구 계단 창문을 통해 비친 빛이 화양고 누나를 향해 비춰주고 있었다. 한손으로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안절부절하던 모습에 나도모르게 웃음이 날 뻔한걸 꾹 참았다. 고개를 숙이고 가방끈을 만지작 거리는 모습에 눈치채지 못하게 눈물을 슥-닦아내었다.
' 고마워요 '
참 오랫만이였다. 누군가에게 고맙다고 말을 한건, 그냥 핸드폰을 받고 다시 계단을 내려 갈 성격이였지만 그냥 이 누나의 반응을 계속 지켜보고 싶었다. 고맙다는 말에 살며시 얼굴을 들고 살짝 웃는 모습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핸드폰을 주고 받을때 스친 손가락이 뜨끈뜨끈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이번에 당황한 쪽은 나였다. 처음이였다. 이런 감정은.. 또 다른 인사 없이 전보다 빠르게 계단을 내려왔다. 계단을 내려오는 내내 화양고 누나의 미소짓는 얼굴이 계속 생각났다.
***
중학교 2학년이 되었다. 그동안의 부모님과 사이는 더 나아지지도 더 못나지지도 않았다. 1년 전 어머니와 그 일이 있고 난 후 친구놈들과의 연을 쉽게 끊을 수 없었지만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즉, 조심스럽게 나쁜짓을 해오긴 해왔다. 알고보니 친구녀석들도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가족얘기를 하지 않는 나를 보고, 날 챙기는 담임을 보고, 부모님이 없어 날 불쌍하게 여긴다고 생각을 하는 멍청한 녀석들이였다. 어쩌면 다행이였다. 차라리 부모님이 없는게 나에게 해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딱히 미래에 대해 생각한 적은 없었다. 할아버지는 이따금 우리집에 들릴때마다 내방에 들러 미래에 대해 묻곤 하셨다. 그때마다 나의 대답은 '모르겠어요' 였다. 진짜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잘하는것 관심있는것이 없었다. 할아버지는 몇번이고 어머니 미술학원에 다니길 권유했지만, 말로는 '생각해볼게요' 라고 말하고 진짜 생각만 했다. 머리속으로 1초. 생각에 대한 내 대답은 죽어도 싫다. 였다.
어느 날 학교를 일찍 마치고 집으로 들어왔을땐 이 시간때엔 항상 어머니가 있었는데, 오늘은 일찍 나가셨는지 안계셨다. 매일 있었던 일이니 방에 들어가 가방을 벗고 편한 옷차림으로 주방에 들어갔다. 날 보더니 주방이모는 깜짝 놀라며 왜 여기있냐고 물었다. 대뜸 나에게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는 이모에게 무슨 말씀이냐고 물었다.
어머니는 방금 전 전화를 받고 황급히 나가셨다고 한다. 병원에서 온 전화라고 했다. 병원? 아무런 의심조차 하지 않았고 할 수가 없었다. 멀뚱히 서서 이모를 쳐다보니 '사장님.. 병원 입원하셨어..' 라는 말을 하셨다. 이게 무슨말인가 싶어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사장님이면 우리 아버지인데, 아버지가 왜 병원에 있는건지.. 때마침 거실에 울리는 전화벨소리에 나도 모르게 황급히 달려가 전화를 받았다.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 도련님? 지금 데리러 갈테니 준비하고 나와있으세요. '
'여보세요?' 하고 전화를 받으니 기사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학교를 마치고 온 후 지금까지의 상황을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하라는 대로 편한 옷차림에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기사님의 도착했다는 말에 차를 타고 어디로 이동중이였다. 도착한 곳은 병원이였다. 아까 주방이모가 했던 말이 겹치며 해서는 안될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해서는 안될 생각이 현실이 되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병실에 누워있는 아버지의 모습은 참으로 오랫만에 보는 모습이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팔을 잡고 울고 계셨다. 그 옆에 할아버지는 투박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 내리시며 눈물을 훔치셨고, 곧이어 큰 행사때나 볼법한 친척들이 한두명씩 도착해 내 어깨를 감싸거나 토닥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한순간 병실 전체가 울음바다가 되었다. 처음있는 일이였다. 어머니, 할아버지의 우는 모습도.. 이렇게 많은 친척들이 날 위로하며 우는 모습도.. 눈을 감고 편하게 누워 잠이 든 아버지의 모습도..
***
시간이 지나 괜찮아 질 줄 알았던 어머니 또한 몸상태가 많이 안좋아 지셨다. 갑작스런 아버지의 사망으로 화양고는 작은아버지가 대신 운영하시기로 하셨고, 할아버지는 전보다 자주 우리집에 찾아와 어머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가셨다. 이상하게도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하나도 안슬프다면 거짓말이였다. 꾹꾹 참고 믿기 힘들었던 사실이 아버지의 화장날에 터져버렸다. 그 이후론 아무렇지 않게 학교도 잘 다니고 내가 독하다고 느낄정도로 잘 생활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 후, 어머니는 나에게 색다른 모습을 많이 보여주셨다. 학원보다는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셨다. 학교를 끝내고 과외를 받고 우연히 내려온 1층 거실엔 어머니 혼자 술을 드시고 계셨다. 그냥 지나칠까 하다 술병의 줄어든 술을 보고 말리기로 생각했다.
' 어머니.. '
' 정국아, 수업은 잘 했어? 이제 자야지.. '
' 어머니, 안자고 뭐하세요. '
' 창피하네, 아들한테 이런 모습도 보이고.. '
' ... '
' 정국아. 엄마 많이 힘들다. 니 아버지.. 없으니 너무 힘들어.. '
어머니는 날 안고 한참을 우셨다. 나도 덩달아 같이 울뻔했다. 어머니의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을 더 독하게 먹었다. 어머니는 나에게 그 날 많은 말을 하셨다. 아무래도 우리 주위에는 적들이 많았다. 아주 가까운곳에서 부터 먼 곳 까지.. 내가 초등학교때 받았던 관심은 아무것도 아니였다. 할아버지의 첫째 아들이었던 아버지는 그 동안 많은 친척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계셨다. 남모르게 익명으로 학교의 문제에 신고를 한 적도, 덩달아 어머니의 학원까지 여러가지 비리들을 일부러 만들어 곤란에 빠트렸던 적도 있다고 했다. 그 중 작은아버지의 힘이 가장 컸다고 했다. 평소 가족간에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우리 아버지네 가족을 가장 아낀다고 하셨다. 어렸을적 부터 할아버지 말만 듣고 자라온 바른 아버지와 미술쪽으로 능력이 있는 어머니까지.. 게다가 외동 아들인 나까지, 할아버지가 나에게 미술에 대해 강요아닌 강요를 했던 것도 우리를 생각해서 였다고 한다. 우리가 똘똘뭉쳐 할아버지와 손잡고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었을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작은 아버지가 치고 올라와 혼자인 어머니를 더 힘들게 했다고 한다. 어린나이.. 나라도 어머니와 손잡고 더 독해져야 했다. 세상은 공평하다. 지금껏 누리고 살아온 나에게 신은 공평하게도 무거운 짐을 올려 주셨다.
***
어머니와 손을 잡고 다시 일어서 보기로 약속을 했지만 딱히 달라질 건 없었다. 과외에 좀 더 집중 할 뿐.. 항상 해오던 생활의 반복이였다. 어머니는 많이 바뀌셨다. 전보다 나에게 관심이 많아 지셨다. 여전히 집에는 잘 들어오지 않으셨지만.. 핸드폰으로 연락을 자주하게 되었다. 밥은 먹었는지, 지금 집에 도착했는지.. 사소한 것 하나하나 관심을 가져주시는 어머니에 어색함과 낯선 감정을 느꼈지만 나쁘진 않았다.
갑자기 아들이 너무 보고싶다는 문자에 울컥 눈물이 날 뻔 했다. 과외를 끝마치고 저녁을 먹기 전 도착한 어머니의 문자에 주방이모에게 반찬을 싸달라고 말해 어머니의 학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오랫만에 먹는 어머니와의 저녁식사였다. 한 두번 와 본 곳이라 이제 낯설지는 않았다. 학원에 도착해 원장실로 향하는 길에 익숙한 목소리가 내 귓가에 울려 퍼졌다.
' 야 김아미 이 오빠 진짜 잘생기지 않았냐.. '
' .. 모르겠는데 '
' 암튼, 눈만 높아가지고 '
" 내가 눈이 뭐가 높아. 나한텐 별루야 '
' 그럼 너 이상형 뭔데 '
" 생각해본 적 없는데? "
' 야 이상형 하나쯤 만들어야지 나중에 남자만나기 쉽대 '
' 이상형..음..미술하는 남자? '
' 아 소름돋아. 넌 이게 뭐가 좋다고 이상형까지 해 '
' 그럼 넌 미술 왜 하고 있는데! '
' 아 몰라, 암튼 이상해 김아미~ '
처음 어머니 학원에 왔을때 보았던, 울고 있는 창피한 모습을 들켰던 화양고 누나였다. 살짝 열린 창문 틈새로 조잘거리는 소리와 함께 밝은 형광등 밑 누나의 얼굴이 확실히 보였다. 여전히 예뻣다. 그 날 이후 저 누나를 한두번 생각한게 아니다. 수업중에도.. 밥을 먹고 있을때도.. 그냥 멍때리고 있을때 화양고 교복을 단정하게 차려 입고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미소짓는 누나의 모습이 몇 번이고 떠오르고 심지어 꿈에도 나왔다. 친구녀석에서 살며시 얘기를 하니 이게 바로 사랑이라고 말했다. 오글거리고 소름끼쳐 녀석의 마빡을 한 대 날리고 나서 또 한 번 생각을 해 보았다. 괜히 누나 생각을 하면 심장이 뜨거워지고 콩닥콩닥 거리는게 사랑이 맞는 것 같아 친구녀석에게 미안했다.
이름은 김아미라고 한다. 핸드폰으로 친구와 남자사진을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난 어머니를 보러 온건데, 정신은 이 곳에 팔려 있었다. 그냥 발걸음이 멈추고 시선도 멈췄다. 옆에서 신이나 떠드는 친구와는 다르게 아미누나의 반응은 시큰둥 했다. 순간 들리는 이상형이란 소리에 내 귀가 쫑긋 기울여 진다. 말도 안되는 이상형이 나오지 않기를 속으로 내심 바라는 내 모습에 놀랐다. 하지만 여전히 귀는 아미누나의 목소리에 향하고 있었다. '미술하는 남자' 가 이상형이라고 말했다. 아미누나의 말에 나에게도 기회가 생길 거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 어머니, 저 학원 다닐게요. '
' 응? 학원? 무슨 학원? '
' 미술학원이요 '
어머니와 손을 잡고 다시 일어 날 수 있는 기회, 아미누나.. 내 첫사랑의 이상형이 될 수 있는 기회는 바로 미술뿐이였다.
보통의 말
여러분! 월요일 아침이세요!
일..어..나긴 너무 이른시간이죠?
2편과 11편이 조회수 1000이 넘어서 또 깜짝 선물을 미리 들고 왔쥬..(아니쥬)
눈뜨시자마자 등교길, 출근길에 읽으셨으면 하는 바램이..*0*
월요일도 활기차게 우리 함께 보내요!!
저녁에 또 볼 수 있음 보고ㅠㅠ
다들 너무너무 사랑하는 거 알죠?
정국이 번외는 길게 갈 거 같아요..내가 스포를 너무 자주했나..
댓글 읽으면서 많이 뜨끔했는데요..(소근소근)
내 글 읽는 독자님들 코난이세요??????
암튼 그냥 사랑한다구요..!
우리 앞으로도 함께 오래 달릴꺼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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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합니다/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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