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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거울 전체글ll조회 1363l
우여곡절 끝에 담임이 준비한 단합이 모두 끝나고 드디어 집에 가게 되었다. 중간에 덥다고 수돗가에서 물 놀이를 하는 탓에 모두 옷이 흠뻑 젖어있었다. 
이꼴로 버스타고 집에는 못가겠다 라는 생각에 걸어서 집에가기로 했다. 집가는 방향이 전정국과 같은 방향만 아니면 좋았겠지만.

"지민아"

"응"

"배고프지"

"응"

"우리집갈래?"

"아니"

"왜!"

"...그냥"

평소의 전정국이라면 아무생각없이 가서 먹고 나왔겠지만 오늘의 전정국은 너무 위험했다. 아니 전정국은 평소와 다름없이 제 정신이 아니었다.
위험한건 나였다. 

전정국이 한 말에 얼굴이 빨개지다니,작년부터 지금까지 정말 맹세코 전정국의 저 또라이짓에 단 한번도 동요한적이 없었다. 그래 물론 항상 빡치긴 했었지,



"어 비온다"

갑자기 쨍쨍하던 하늘이 먹구름이끼고 조금 습해지나 싶더니 비가 한 방울씩 톡톡 떨어지고 있었다. 마침 우리가 서있는 곳에선 3분만 뛰어가면 전정국의 집이었다.
우리 집 까지는 앞으로 15분이나 더 남아있었기에 별 수 없이 전정국의 집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뭐 달라질건 없으니까.그냥 가서 라면이나 먹고 와야지.







"으, 추워"

전정국 집으로 가는 그 짧은 순간에 비는 무척이나 많이 내렸다. 덕분에 조금씩 말라가던 머리와 옷들은 다시 흠뻑 젖고 말았다.

"여기 옷, 거실 화장실 들어가서 먼저 씻어 "

"응"

화장실로 들어가 우선 무거운 옷들을 벗었다. 비에 젖은 얼굴이 찝찝해 세수먼저 하고 옆에 걸린 샤워기를 틀었다.

"앗 뜨거!!!!!"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은 무척, 존나 뜨거웠다. 이 미친놈은 이 늦봄에 무슨 보일러를 이렇게 틀어. 손으로 온도를 대충 맞춘뒤 샤워를 시작했다.
샤워기에서 나오는 뜨끈한 물에 내 기분도 덩달아 녹는 기분이었다. 

옆 욕조에 놓여있던 샴푸를 손에 한번 펌핑을 하는 순간 평소에 전정국에게서 나던 달달한 향이 났다.
갑자기 샴푸를 쓰기 껄끄러워 졌다. 그래도 지금 머리를 감지 않으면 대머리가 될 것 같은 느낌에 샴푸를 머리에 문댔다. 으..이상해.




샤워를 마치고 나서 생각해보니 내겐 속옷도 없었다. 존나 어떡하지 전정국한테 빌려야하나...

"...전정국.."

"어 왜?"

"저기.."

아 씨 존나 쪽팔리다. 그냥 빌려입지 말까. 근데 그러자니 내가 너무 불편했다. 심지어 전정국이 준 바지는 무릎위로 올라오는 반 바지라 속옷없이는 안입느니만 못했다.

"왜 뭔데?"

"나 속옷좀 빌려주라..."

"어, 우리집에 새 속옷 없는데"

"그냥 아무거나라도 빌려주면 안될까..."

"...."

"..아니 싫음말구..."


"아냐 아냐, 기다려봐 기다려"

전정국은 잠깐 벙쪄있더니 미친 사람처럼 방으로 뛰어들어가 속옷을 하나 가져왔다.

"뭐야 없다며"

"..이거 깨끗해"

"고마워"

전정국이 준 속옷을 얼른 챙겨입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목에 수건을 걸고 냉장고에서 먹을게 있나 없나 찾아보는 전정국에게 드라이기가 어디있냐고 물어봤다.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지가 굳이 말려주겠다고 나를 끌고 지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앉혔다. 드라이기를 들고 내 머리를 이리저리 만지작 거리던 전정국이 갑자기 내 머리를 얼굴을 묻고 냄새를 맡았다.

"너한테 좋은냄새나"

"니 냄새나는데"

"나한테 이런 냄새나?"

"응, 샴푸에서 완전 너 냄새났어"

"신난다"

"...변태"

"데리고 살고 싶다"

"미친놈"

그렇게 한참을 내머리를 만지작 거리던 전정국이 다 말랐다며 손으로 빗질까지 해줬다. 머리를 남한테 맡겨본적이 없는터라 전정국 손길이 어색하고 묘했다. 
다 됐다며 정리하고 나오라는 말을 남기고 전정국은 방을 나갔다. 혼자 방에 남아 정리를하다 책상에 있는 공책이 눈에 띄었다.

'보지마삼'

존나 보고싶게 생긴 공책이다. 열어서 구경할까 말까 고민했지만 열어서 내용을 확인하는쪽에 마음이 기울었다. 

아니 뭐 보지말라면서 이렇게 떡 하니 책상위에 두고 다녀. 공책의 겉표지를 넘기자 마자 일기라고 하기엔 짧은 글들이 마구 적혀있었다.

'2월9일, 지민이랑 같은반이다. 지민이 표정은 똥을 씹었지만 상관없다. 이제 지민이 더 자주 볼 수있다.'

'2월17일, 지민이랑 놀러가고싶은데 자꾸 카톡 씹는다 집에 찾아가야지'

'2월17일, 지민이 집에 갔더니 장모님이 지민이가 아프다고 하셨다. 내일 죽 싸들고 찾아가야지'

아 맞아 봄 방학때 놀지도 못하고 집에서 지독한 독감을 앓았지, 
그때 전정국이 일주일 내내 우리집에 죽을 싸들고 나를 간호한답시고 옆에서 내 손을 쭈물거리며 엄청 떠들었었다.
내가 독감이 다 나았을 무렵 전정국이 나한테 독감을 옮아 일주일동안 또 꼬박 아팠지만.

'3월2일, 드디어 지민이랑 같은반이다. 존나 신난다. 지민이 옆에 앉은 정호석 대가리를 존나 후려치고 싶었지만 지민이가 정호석 덕분에 웃어서 참았다. 꼭 짝꿍해야지'

'3월9일, 지민이랑 짝꿍 못했다. 울고싶다'

'3월 19일, 오늘 체육때 축구했는데 개 씨발 육성재가 지민이한테 태클 걸었다. 조져버려야지'

아 그래 이맘때쯤에 누가 육성재 필통에 잉크펜을 다 터뜨려놔서 육성재 가방, 필통이 잉크 범벅이 됐었지. 너였냐 전정국

공책엔 온통 내 얘기였다. 전정국 정말 이새끼는 정상이 아니다. 그리고 이 공책이 귀여워 보이는 나도 정상은 아니다.








전정국 방을 이렇게 자세하게 구경해본적은 처음이었다.

생각보다 깔끔하게 정리된 책상과는 다르게 먼지가 가득 쌓여있다. 
그래 책상에서 공부를 안하니까 정리가 잘됐는데 먼지가 쌓였지,책장이 저번에 왔을때랑 소름끼치도록 똑같다.

얘네 집에 언제 또 왔었지, 생각해보니까 처음 온 날이 내 생일이었다. 
전정국이 억지로 끌고와서 손수 끓인 미역국을 배터지게 먹고 집에 갈때도 한솥 끓여서 싸줬다.
진짜 제 정신은 아닌 놈이라고 그때 확신했다. 
그 미역국 맛있었는데,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그 미역국엔 b1a4 산들에 가 잔뜩 들어갔다고 한다.



전정국이 끓인 라면을 잔뜩먹고 배도부르고 몸도 뽀송하겠다 슬슬 집에 가려고 일어났다. 
아직까지 쏟아지듯 내리는 비에 집까지 가는길에 또 몽땅 젖겠구나, 씻었는데 집가서 또 씻어야하나..

귀찮은 몸을 일으켜 신발장까지 걸어가자 전정국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따라왔다.

"집에 가게?"

"응, 나 우산 좀 빌려줘"

"우리집에 우산 없어"

그게 뭔 육성재가 칠성재 되는 소리야

"거짓말"

"진짜야"

"야 어떻게 집에 우산이 한개도 없을수가 있...네"

신발장 옆에 놓인 우산꽂이를 바라보니 진짜 텅 비어있다. 혹시나 싶어 신발장 안까지 샅샅이 뒤져봤는데 진짜없다.

"그냥 오늘 자고가"

"아냐 민폐야"

"지금 나가면 또 쫄딱 젖을걸"

"..."

"내가 이미 아줌마한테 연락드렸어"

"어???"

"너 자고 간다니까 알았다고 하셨어"

야 아무리 그래도 너 가족분들도 오실텐데"

"오늘 집에 아무도 없어, 나랑 놀자 지민아"

울상을 지으며  후드 자락을 잡아당기는 전정국 탓에 어쩔수없이, 진짜 어쩔수없이 전정국네서 자기로했다.


"근데 너 내옷 입으니까 진짜 작다"

"야 자꾸 키 큰척 할래?"

"너보다 큰건 맞잖아"

"...안놀래"

"아, 아냐 아냐 귀여워서 그래"

"계집애 취급하지마"

"계집애 같이 굴지 마"

"하아.."

"우리 공주, 뭐 먹고싶은거 있어? 오빠가 다 해줄게"

"아, 나 집갈래"

"미안 안그럴게 진짜"

한참을 문앞에서 실랑이 벌이다 겨우겨우 거실로 들어와 티비를 켰다. 

들어 오는길에 아마도 전정국이 숨겼을 소파 밑 많은 우산들을 보고도 모른척 한 이유는 나도 모르니까 비밀로 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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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민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싫지않구나...히히ㅣㅎㅎ
b1a4 산들에 ㅋㅋㅋㅋㅋㅋ작가님 센스굿ㅋㅋㅋㅋ

8년 전
전신거울
감쟈합니다(부끄...)
8년 전
독자2
어어어어ㅠㅠㅠㅠㅠ 언제올라오나 기다렸는데!! 드디어 지민이의 마음도 조금씩 바뀌는건가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전신거울
세상에..이 글을 기다리셨다니..(감동)
8년 전
독자3
읔...기여워ㅠㅠㅠㅋㅋㅋㅋㅋㅋ잘보고가여ㅠㅠㅠ
8년 전
전신거울
감사합니다!
8년 전
독자4
아..진짜..너무막귀엽고 작가님센스쩔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귀여운글이에요ㅠㅠㅠ
8년 전
전신거울
감사합니다ㅠㅠ
8년 전
독자5
하 진짜 카와이 우리 국민이들 그래서 언제 사귄대요? ㅠㅠ
8년 전
전신거울
곧...?ㅎㅎ
8년 전
독자6
아ㅎㅎ 너무 귀여워요ㅜㅜㅋㅋㅋㅋㅋ 지민이ㅋㅋㅋㅋ 알면서도 모르는척 하는게 진짜 귀여워요ㅋㅋㅋ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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