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참 잉여처럼 보냈어요..
(빵빠레) 20회 자축하며 함께 달려요..(죗옹)
보통의 연애
스무번째 페이지
♬
/ 전정국 번외(과거) pt.3
아미누나 성격이 원래 이런지 알고는 있었다. 내가 다가가려고 하면 당황하며 어색한 표정을 짓는 아미누나에게 실망하기는 커녕 그 모습 또한 너무 귀여워보였다. 아미누나를 만나면 모든게 다 해결될 것만 같았던 대학생활에 걸림돌 하나가 생겼다. 누나와 유일하게 친해보이는 김태형때문이다. 대학교를 처음 온 그 날부터 김태형과 아미누나는 항상 붙어다녔다. 김태형의 장난으로 오해가 생겼던 나는 그날 돌직구로 김태형과 아미누나 사이를 의심했다. 다행히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는 아미누나의 말에 안심을 할 수 있었지만, 아미누나를 바라보는 김태형의 눈빛에서 나와 같은 감정을 느꼈다. 정말 신경쓰이는 놈이다.
***
신입생환영회가 있던 날 딱히 끌리지 않았지만 아미누나때문에 왔다. 다행히 별 볼일 없던 남자선배들과 미리 착석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때 멀리서 아미누나와 수정이누나가 들어왔다. 매일보는 아미누나지만, 어쩜 사람이.. 항상 이쁘다.
나와 인사를 하는 아미누나를 본 호석이형이 둘이 아는사이냐며 장난스럽게 놀리듯 물어봤다. 누나의 당황한 표정을 보니 더 괴롭히고 장난치고 싶어 호석이형에게 아미누나에 대해 알려달라고 말했다. 그냥 해 본 말이였다. 저 형보단 내가 아미누나에 대해 더 잘 알 듯 싶다. 아니 더 잘 알고 있다.
당돌한 나의 모습에 호석이형은 조금 당황하는 듯 하더니 유머스럽게 아미누나와 나를 엮어 간다. 내가 바랬던거다. 항상 아미누나 옆엔 내가 있어야 한다. 아미누나를 조상님이라고 놀리는 호석이형의 말에 아미누나 이쁘다고 착하다고 말하니 아니나다를까 걸림돌하나가 제대로 굴러와 박혔다.
" 예쁘고 착하긴 하지 우리 아미가 "
아미누나와 나 사이에 걸림돌 김태형이 대신 대답했다. 지금까지 지켜봤던 김태형의 태도는 백프로였다. 아미누나에게 관심이 있다. 아니, 관심을 더 넘어서 좋아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마음에 안드는 점은 아미누나도 그런 김태형에게 딱히 싫은티를 내지 않는다는거.. 스킨십이나 말투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붉어진 얼굴을 하는 아미누나가 밉다.
***
주위 형들은 하나 둘 알딸딸하게 취하기 시작했다. 어렸을 적 비행하며 먹은 술 탓인지 쉽사리 취하지 않았다. 술을 먹는 내내 내 시선은 아미누나에게 꽂혀 있었다. 주량이 그닥 세지 않는 아미누나는 절제를 하며 먹었고, 가끔 따가운 내 시선에 고개 한 번 돌려줄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
" 누나 저 죽을 거 같아여..윽.. "
취한 형들을 한명씩 눈에 담더니 드디어 나와도 눈이 마주쳤다. 몇 년이 지나도 보기만해도 사랑스러운 아미누나를 어찌 안좋아하고 베길 수 있을 까 생각했다. 괜히 취한척, 힘든척 투정을 부렸다. 날 한번 더 봐달라는 행동이였다.
" 야 그때 그거 기억나냐. 민윤기랑 아미랑 썸탄거. "
" 말 똑바로 해 무슨 썸이야 "
" 썸 아니였어? 난 썸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아미가 니네 집에서..켁! "
이때 내 귀를 의심하는 이야기가 호석이형 입에서 나왔다. 김태형말고도 또 다른 걸림돌이 있나.. 때마침, 호석이형의 입에서 뒷 이야기가 나올때 조금은 괴팍할 정도로 호석이형 입에 뻥튀기 한움큼을 쑤셔넣는 김태형이였다. 맘에 들지 않았다. 안그래도 윤기형과 아미누나의 이야기가 거슬렸는데 날 더 곤두세운건 김태형의 행동이였다. 뭔가를 알고 숨기려는듯한 행동이 마음에 안든다.
김태형과 박지민은 잠깐 자리를 비우고 형들도 화장실에 갔는지 테이블엔 아미누나와 나 뿐이였다. 괜시리 둘만 있는 상황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 와..누나 형들 술 왜 이렇게 잘 마셔요..나 이번엔 진짜 죽을 거 같애.. "
" ..좀 빼면서 마시지 주는대로 다 먹고 있더라 너. "
" 형들이이 주는건데 어떻게.. 근데 누나 나 계속 보고 있었어요? "
".. 아니 뭐, 계속 짠하길래 언제까지 살아남나 궁금해서 "
" 근데요 아미누나. 아까 호석형이 얘기한 거.. 윤기형이랑 사겼어요? "
분명 내 시선은 항상 아미누나를 쳐다보았는데, 아미누나는 언제 날 본건지 내 행동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기분이 좋아졌다. 방금전까지만해도 기분이 무척 더러웠는데 아미누나의 한마디에 금새 기분이 풀렸다. 하지만 풀리지 않는 궁금한 것이 있다. 김태형도 아닌 윤기형과의 관계. 결국 끝은 당연히 나겠지만 상처를 받더라도 궁금한 건 물어봐야 했다.
" 응? 누나. 진짜에요? "
" 뭔 얘길 그렇게 다정하게 하고 있어? 질투나게 우리 아미랑 새내기 "
내 궁금증이 더해졌을때 타이밍 참 구리게도 김태형이 등장해 나와 아미누나의 오붓한 시간을 망쳐놓았다. 딱히 오붓하다 할껀 없었지만 그냥 저 자식이 들어온 순간부터 망했다. 자꾸 누나 이름앞에 '우리'를 붙이는 것 부터 나보다 아미누나를 더 잘아는 척 하는 것 부터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다.
어차피 김태형이나 나나 입장은 비슷할거 같다고 생각했다. 물론 아미누나를 좋아하는 입장은 비슷하지만 아미누나와 가능성이 더 높은 건 당연 나 였다. 김태형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좀 괴렵혀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김태형도 아까부터 보아하니 윤기형과 아미누나의 일에 신경을 쓰는 것 같은데, 한 번 골탕먹어봐라 하는 마음이였다.
" 형님.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 뭐 새내기 뭐든 물어봐. "
" 아미누나랑 윤기형이요. 둘이 진짜 사.. "
" 정국아 어린게 너무 많은 걸 알려하면 다쳐. 술이나 먹자. 가만보니 술 잘먹는 거 같은데 너 죽고 나 죽어보자 한 번 "
김태형은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내 입에서 윤기형과 아미누나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발끈하며 상황의 마무리하려 했다. 김태형 넌 아직이다. 나보다 아미누나와 가깝다고 생각하겠지만 난 아미누나를 더 오래 알았고, 잘 알고 있다. 그렇게 지난 과거에 발끈하며 어린애 같은 모습이 유치하다. 그렇게 눈에 다 보이는 뻔한 행동으로 아미누나에게 다가갈 생각이라면 빨리 포기하는게 좋을거다. 난 김태형보다 계획적이고 더 깊은 마음으로 아미누나에게 다가갈 것 이다.
***
다들 해산하는가 싶었더니 2차를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솔직히 아미누나 아니였음 바로 집에 갔다. 김태형은 취한 수정이누나를 데려다주고 온다고 했고, 나에게 너무 좋은 기회였다. 그때 형들에게 인사를 하는 아미누나였다. 피곤하다며 남자들끼리 놀으란 아미누나의 말에 나도 재빠르게 '저도요!' 라고 대답했다. 형들의 떨떠름한 표정을 잊을 수 없다. 형들은 여자 혼자 집에 보낼 수 없다며 핑계아닌 핑계를 대고 있었고, 그 말에 잽싸게 아미누나를 데려다 주겠다고 말했다. 쉽게 보내 줄 형들이 아니였다. 날 어떻게 믿고 둘이 보내냐는 말에 아미누나의 말이 우리 사이의 가능성을 더 깊게 만들었다.
" 그래요. 오빠, 정국이랑 같이 갈게요. 어차피 나 취하지도 않았는데.. "
형들의 다음부터 내빼면 죽는다는 말은 신경쓰지도 않았다. 그저 지금 같이 걸어가고 있는 아미누나와 나의 시간만 생각했다. 술에 취한것도 아닌데 발바닥이 땅바닥에서 떨어져 몸이 둥둥 뜨는 설레는 기분이였다.
" 버스 안 타? "
" 네? "
" 버스정류장 가는 거 아니였어? "
" 아닌데, 저희 집 여기서 가까워요. "
갑자기 버스 안타냐는 아미누나의 말에 솔직히 조금 당황했다. 내가 생각했던 시나리오 보다 좀 더 앞당겨지게 되었다. 원래 집은 버스타고 조금 더 가야하는 거리에 있다. 하지만, 난 그동안의 대가를 받기 위해 아미누나네 집 앞으로 이사를 했다. 몇일전에.. 짐을 대충 옮기고, 학교에 가기위해 나오는 아미누나와 우연히 마주치는 시나리오를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좀 더 빨리 우리가 인연 혹은 우연이라는 것을 어필하게 되었다. 걱정이네, 아직 텅텅빈 새 집인데..
누나는 내가 짜 놓은 시나리오에 맞게 그저 나와 인연이라고 운명이라고 생각해주기만 하면 된다. 누나의 음식취향부터 노래취향까지.. 나의 모든걸 누나에게 맞추고 맞춰가고 있다. 그때마다 누나는 '정국아, 넌 나랑 참 비슷한 것 같아' 라는 말과 함께 내 시나리오에 점점 들어맞아 가고 있었다. 그때 생각에 잠겼는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머리를 귀 두로 넘기며 웃는 누나의 모습에 심장이 쿵-하고 떨어졌다. 누나를 처음 만난 날이 떠올라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 누나 왜 웃어요 "
" 어? 아..생각 좀 하다가 "
" 내 생각이요? "
" ..응 "
가뜩이나 터져버릴 것 같은 심장은 더 세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농담스럽게 던진 말에 긍정적인 답문을 받다니.. 내 생각에 그렇게 예쁘게 웃은 모습을 보니 용기가 생겨 누나의 마음을 알고 싶어 졌다. 살짝 몸을 틀어 누나를 바라보는데 뒷쪽에 익숙한 사람이 서서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걸림돌 김태형이였다. 내가 쳐다본걸 눈치 못챈건지 선뜻 다가오지 못하고 바라보고 서 있다. 확실한 도장을 찍고 싶었다. 난 김태형 너보다 오랜시간을 기다려왔고, 이제야 결실을 맺어야 할때야.. 김태형 넌 한참이나 늦었어 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 가만 보면 누나도 나를 싫어하는 거 같진 않단 말이야 "
" 누가 싫다고 했나.. "
" 그럼 좋아해요? "
" 누가 좋아한다고 했나. "
" 네. "
" 뭐? 누가? "
" 내가요. 누나를 "
우릴 지켜보고 있는 김태형의 모습에 솔직히 조급함을 느낀건 사실이다. 하지만 내 고백은 빠르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동안 혼자 기다린 시간이 있었으니.. 어느정도 마음이 있길 기대한 누나의 답변대신 누나는 재빠르게 등을 돌려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창피하다거나 화가나지 않았다. 그저 내가 기다린 오랜시간이 볼품없어 보였다. 누나에게 확답을 못들었으니 걸림돌이라고 제거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냥 무시해야지 했던 내 발걸음은 몰래 우리를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김태형에게 다가갔다.
" 형.. "
" ... "
" 나 아미누나 좋아해요.
형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
내가 다가가자 김태형은 조금 당황한 눈치였다. 이런 점부터 김태형과 나는 틀리다. 난 눈치가 빠르고 계획적이다. 딱히 김태형의 반응을보자고 시작한 말은 아니였다. 그냥 알아듣고 꺼져주길 바랄뿐이였다.
" 그러니까 이제와서 비겁하게 아미누나 옆에서 헷갈리게 그러지 말라구요. "
눈치가 빠른 나는 어느정도 상황을 다 알고 있었다. 김태형이 아미누나를 좋아하는 것과 아미누나도 그런 김태형이 싫지 않다는 것.. 이런저런 형들과 수정이누나의 이야기를 주워들으며 조합한 결과, 김태형이 군대가기 전 분명이 둘 사이에 무슨일이 있었던건 확실했다. 군대를 제대한 김태형이 아미누나에게 치근덕대는 행동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착하고 여린 아미누나는 그런 김태형을 떨쳐내지 못할 뿐, 이제는 그런 아미누나를 감싸고 내가 다가가면 되는 간단한 일이였다. 김태형이 나의 말을 잘 알아들었으면 하는 바램이였다. 나와 아미누나 사이의 악역은 김태형이였다.
***
아무런 가구도 없는 집 맨바닥에서 자는 일은 처음이였다.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내일 아침 일찍 아미누나를 기다리며 함께 등교하는 일을 상상하니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오랫만에 과하게 먹은 술탓이였는지 맨바닥 때문이였는지 조금 쌀쌀해진 날씨 탓인지, 몸이 으슬으슬 떨리고 열이나는 것 같았다. 생각보다는 늦게 눈을 뜬 바람에 헐레벌떡 준비를 하고 곧장 학교로 향했다. 아미누나 집 앞에서 기다릴까 싶었지만 우연치곤 너무 뻔한 스토리였다. 학교에 도착해 아미누나 강의실 앞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저절로 고개가 떨구어 지고 몸에 힘이 풀리려 할때 멀리서 아미누나가 걸어왔다. 언제 그랬냐는듯 내 몸에 힘이 다시 들어가고 반갑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나의 인사에 아미누나의 표정은 얼떨떨해 보였다. 맞다, 어제 나 아미누나하테 고백했지.. 항상 속으로 아미누나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좋아한다고 입밖으로 말한건 나에게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세게 관심을 표현해도 되겠지라는 기대감뿐이였다. 가까이 다가온 아미누나를 향해 투정을 부렸다. 다시 한 번 날 봐달라는 행동이였다.
" 누나 나 아파요 "
아픈건 진짜였다. 고개를 아미누나 어깨에 툭- 떨구니 아미누나 특유의 은은한 향기가 내 신경을 자극해 미칠 것 같았다. 나의 몸살엔 별다른 약이 필요하지 않았다. 나의 아프다는 말에 누나는 살짝 신경질을내며 두꺼운 전공책으로 내 배를 쳤다. 술병이 났으면 자체공강을 하란 누나의 말에 '오늘 누나 공강 아니잖아요' 라며 말을 했다. 그게 나와 무슨상관이냐며 되묻는 누나의 말에 누나에게 장난을 더 치고 싶었다. 아니, 좀 더 함께 있고 싶었다.
" 누나는 진짜 모르는 척 하는거에요, 아님 진짜 모르는거에요? "
" ..뭘 "
" 어제 말했잖아요. 누나 좋아한다고 "
누나는 마음이 약하다. 겉으로는 철벽을 친다고 하지만 형들이나 혹은 동기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애초부터 누나의 친하지 않은 사람들은 부탁할리 없지만 형들이 가끔 아미야 뭐 좀 해줘. 라고 하면 표정은 달갑지 않았지만 결국 다 들어준다. 난 그만큼 누나를 잘 안다. 그러므로, 누나는 내 행동에 매정하게 돌아설 사람이 아니다. 나의 좋아한다는 말에 흠칫 놀라더니 다시 한 번 정공책으로 이번엔 내 머리를 내려칠려 했다. 어느정도 이럴거라곤 생각하고 있었다. 누나보다 한발 빠르게 정공책을 낚아챘다.
" 그러니까 나 자꾸 때리지마요. 나.. 진짜 아파.. "
내 인생은 처음부터 끝까지 연기다. 아픈척하며 불쌍한척 하며 누나를 쳐다보고 말하니 벌써부터 내가 예상한대로 누나의 표정은 당황으로 가득차있었다. 속으로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 할 누나였다. 이제 장난은 그만해야겠다 싶어. 무거운 전공책을 누나의 손에 쥐어주며 안그래도 누나 얼굴보고 자체공강하려 했다며 인사를 하고 등을 돌려 학교를 벗어 났다. 세상은 참 웃기다. 사람들은 보여지는 것만 믿는다. 그게 다가 아닌데.. 진짜 속마음을 모르고, 보여지는것에 열광하고 슬퍼하기도 한다. 난 그런점을 이용해 누나에게 날 스며들게 하고 있었다.
***
여전히 몸에는 열이 나고 있다. 하지만 몸 하나 못가눌정도의 아픔은 아니였다. 학교에서 아미누나 옆에 붙어 오랜시간 함께 할 수 있었지만, 그건 너무 뻔하고 평범하다. 오늘의 내 시나리오는 기대해볼만 하다. 집에 도착하니 어느정도 가구들은 정리가 되어 있었고, 짐들은 아직 풀지 못한채 집안 곳곳에 놓여져 있었다. 이걸 언제 정리하나.. 생각하다 조금 시간을 가지고 쇼파에 기대 누워 있다 누나에게 연락을 했다.
- 누나!
- 강의 잘 듣고 있죠?
- 저 집 가는중인데
- 집 도착.
- 괜히 집 왔나 봐.. 더 아파
- 누나 뭐해요
- 누나
- 미안해요 누나
- 난 누나가 어느정도 알고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했죠?
- 강의 시간이라 못보는 거죠? 씹는거 아니지?
- 누나
_ 내가 다 잘못했어요 답장 좀 해줘 아니 읽기라도 해줘요
아까 아픈척을 그렇게 해놨으니, 이정도면 완벽했다. 여기서 불쌍한척, 피해자코스프레인척 몇마디 날려주면 누나는 내 걱정을 엄청할 것 이다. 안달나야 하는 사람은 나이지만, 누나가 안달난다면 그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을 것 같다. 답장은 빨리 오지 않았다. 분명, 많은 생각을 하고 있을 아미누나라고 생각했다. 지금 날 생각 하느라 답장이 늦는다면 이해해 줄 수 있다.
정국아 -
- 우리 누나 혼자듣는 강의라고 또 집중하셨나보네
미안 지금봤어 -
- 괜찮아요 학교 일찍 갔는데 안피곤해요?
너나 신경써 아프다며 -
- 에이..뻥이죠
죽을래? -
- 근데 진짜 아픈거 같기도 하고
밥먹고 약먹고 자 -
- 밥이 없어요ㅠㅠ 약도..
시켜먹어 -
- 몸에 힘이 없는데ㅠㅠㅠㅠ
뻥이라며 -
- 나 관종인가 봐요. 아까 분명 괜찮았는데 누나 연락 오니까 아파.. 누나 보고 싶어요
누나의 답장을 기다리며 짐을 풀기 시작했다. 누나의 답장 하나하나 소중하지만, 나의 답장엔 별 의미가 없다. 오늘의 시나리오를 완성시키기 위한 인트로일 뿐이다. 누나에게 답장을 하며 짐을 풀기 시작했다. 나에게 있는 짐이라곤 갈아입을 옷들과 신발이 그저 다 였다. 나머지는 이삿짐 센터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들이 어느정도 정리를 해주고 가신 것 같다. 구석에 쳐박혀 있는 적당한 크기의 상자를 풀어 보았다. 나에겐 이 집에서 이것만 있으면 됐다. 미술학원 다닐때 누나와의 추억이.. 아니, 누나에 대한 나의 추억이 담긴 물품들이다. 처음 누나를 봤을때 떨어트렸던 누나의 손 온기가 담긴 핸드폰부터 작품전시회때 누나에게 붙여주다 남은 스티커, 누나가 거의 다 쓴 4B연필, 누나의 주머니에서 떨어진 명찰, 밑그림을 그리다 마음에 안들었는지 찢은 완성되지 못한 그림 수십장, 누나의 작품이 실린 책자, 학원등록할때 붙인 증명사진까지.. 이런 나의 노력들이 헛되지 않고 있음에 나도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누나와 연락을하며 자꾸 아프면 자라는 말에 이쯤해주자 싶어 잔다는 말과 함께 손에서 핸드폰을 놓았다. 책자로 자연스럽게 손이 갔다. 누나의 작품을 몇년전과 같이 손으로 쓰다듬으며 누나를 생각했다. 언제봐도 참 기분좋은 그림과 누나의 얼굴이다. 누나의 작품과 증명사진이 담긴 여러장을 찢어 내 방 서랍 위에 올려 두었다. 나중에 앨범에 넣어놔야지. 침대를 기준으로 한바퀴 삥- 돌며 지켜본 벽면에는 책자 속 누나의 실제 작품들이 걸려져 있다. 언제봐도 누나를 닮아 참 예쁜 그림들이다. 꼭 누나와 함께 있는 기분이 들어 심장이 두근거렸다.
***
시간을 확인하니 누나의 강의시간이 끝나가고 있었다. 이쯤이면 괜찮겠다 싶어 누나에게 전화를 했다. 큰 심호흡과 함께 달칵- 하며 전화받는 소리에 거친 숨소리를 내며 내 시나리오는 클라이막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 여보세요? "
' ..하...ㄴ..누..누나.. '
" 전정국? "
' ..나..열이..너무..ㅁ..많이..하..ㅅ..숨ㅇ....하아 '
" 여보세요? 야! 정국아? 전정국! "
누나의 반응은 내가 생각했던 그대로다. 이제 그대로 나쁜길 새지말고, 나한테 오면 돼요, 아미누나. 자꾸만 입술을 비집고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어 입을 꾹 틀어 막았다. 그때,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김태형이였다. 빨리 끊으라며 재촉하는 목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나의 귓가에 꽂혔다. 내가 잘 짜놓은 시나리오를 김태형이 망치게 생겼다. 그깟 비겁한 자식 하나때문에 이렇게 쉽게 망칠수는 없었다. 애가타는 누나의 모습을 생각하며 나는 재빠르게 전화기의 종료버튼을 눌렀다.
불안해할틈도 없이 짐을 마주 정리하고 있을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동시에 핸드폰 벨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렸다. 자꾸 웃음이 나와 마음을 가다듬었다. 이젠 내가 찾아가지 않아도 아미누나가 온다. 나의 한마디에 아미누나가 직접 내 앞까지 찾아왔다. 거울을 보고 머리를 헝크러트리곤 힘겨운 척 문을 열었다.
" .. 누나 "
정신은 멀쩡했지만 열때문인지 몸에서 땀이나 티셔츠를 축축히 젖어 있엇다. 짐정리를 하며 움직이고, 한끼도 못먹은 탓인지 지금 상황에 딱 맞는 나의 몰골을 상상하니 또 한번 웃음이 터지려는 걸 참고 쓰러지듯 아미누나에게 안겼다. 여전히 은은하게 퍼져오는 향기에 진짜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 정국아 괜찮아? 정신 좀 차려봐 "
" 하..누나..이거 꿈 아니죠.. "
" ... "
" 꿈..인가..왜 정신을 못차리겠지.. "
누나를 더 꽉 끌어안고 거친 숨소리를 정돈했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내 시나리오는 여기까지 였다. 누나가 제 발로 걸어와 나에게 오는 것, 다음은 생각하지 못했다. 너무 아픈 척을 했나.. 그냥 쇼파에 기대 있다가 뭐라도 챙겨야 할 듯 싶어 냉장고를 열으니 가지런히 정돈된 음료수들이 보였다. 이거라도 갖다 줘야지.. 괜히 한 공간에 있음에 더 설레였다. 내가 계획했던 일인데 예상치 못한 두근거림에 머리가 지끈 아파왔다. 누나에게 음료수를 건내곤 땀 때문에 젖은 옷이 찝찝해 씻어야 겠다 싶어 방으로 들어가 옷을 꺼내어 욕실로 향할때 한번 더 벽에 걸려있는 누나의 그림들을 보았다. 거실엔 진짜 아미누나가 있다. 꼭, 그림 속에서 나온 상상속의 인물 같았다.
혹시나 문틈 사이로 내 방이 보일까 문을 꼭 닫고 욕실에 들어가 이상 야릇한 생각에 빠졌다. 중, 고등학교 시절 누나를 떠올리며 했던 생각에 빠져 씻는 시간이 길어졌다. 정신을 차리고 얼른 몸을 닦고 밖으로 나오니 쇼파에 내려와 앉아 무엇을 보고 있는 아미누나의 모습이 보였다. 다 씻었냐는 누나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심장이 다른 의미로 요동치고 있었다. 씻고 나와 개운한 상태인데 머리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이 등줄기를 타고 내려와 소름이 끼치며 움찔했다.
" 뭐 보고 있었어요?
뭐 보고 있었냐니까요. "
나에 대해 들킨 것 같은 기분에 평소와 다르게 냉소적인 말투로 물어봤다. 누나가 보고 있었던건 다름아닌 미술학원책자였다. 누나는 당연 자신의 그림을 찾아 봤을테고, 당연 누나의 그림 페이지는 나로인해 찢겨 있을 것이다. 혹시라도 무언의 오해를 할까 누나의 표정을 살폈다. 다행히 누나는 눈치를 채지 못한건지 '나..뭐잘못한거야?' 라고 묻는다. 그렇다. 내 시나리오의 여자주인공은 여리고, 착하다. 가끔 눈치가 없기도 하지만.. 내 시나리오는 나로 인해 계획된 것 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걸 몰라야 완벽하다. 특히 여자주인공은 시나리오가 짜여진게 아닌 우연.. 운명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게 내 시나리오의 결말이다.
보통의 말
나름..오랫만이쥬?
후속 활동 시작하면서 왜 내가 바쁘죠?
요즘 독방에서 노는 재미에 푹- 빠져서ㅠㅠ
다들 잘 지내고 있었죠?
보구미햇서여ㅠㅠㅠ<3
정국이 번외는 2편정도 더 나올 거 같고,
차츰차츰 마무리 해가며
프리뷰 올렸던 글로 다시 찾아올 거 같아요!
먼 훗날 얘기 너무 일찍하나요?ㅎㅎ
벌써..내일 월요일이라는데..6월도 거의 끝이 나고..
그냥, 다들 힘내라구요!!!!!!!!!!!!
항상 부족한 제 글에대해 칭찬해주시는
독자님들 덕분에 글쓰는 용기가 납니다!!!
너무 사랑해요ㅠㅠ정말.진짜.진심으로.
우리 앞으로도 함께 오래오래 달려요~<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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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ㄱ..감ㅅ..사해여!!!사릉샤릉
+ 암호닉 적어주시면 언제든 줍줍!!
[사랑합니다/암호닉]
소금/현지/알비노포비/쿠야/쿠키/낭자/윤아얌/설레임/목단/
고구마/계피/초딩입맛/예워아이니/알라/누나/꾸꾸/민트/
홍이/후니/꾹꾹이/슙슙/가가멜/누텔라/무민이/
뿌뿌/소녀/도토리/민빠답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