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 톱스타는 날 좋아해
W.1억
다행이도 내가 앉은 테이블엔 부담스러운 사람은 없었다. 예를 들면 감독이라던가, 감독이라던가.., 감독이라던가....
내 옆자리는 주지훈이고, 내 대각선에 앉은 여신님은............
"안녕하세요. 선배님.. 데뷔 하기 전부터 너무 팬이에요..!"
"아, 정말요? 고마워요. 여을씨 촬영 겹치는 게 없어서 얼굴도 못 보고 너무 너무 아쉬웠는데. 이렇게 봐서 너무 좋네요..
연기가 거의 처음이라던데.. 영화 보니까 연기 너무 잘하던데요?"
"정말요...? 너무 과찬이십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저도! 촬영 겹치는 게 없어서 너무 너무..아쉬웠어요... 너무 뵙고 싶었는데.. 진짜..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너무 예쁘시구..."
"여을씨가 더 예뻐요 ㅎㅎ~ 화면에 여을씨 나올 때마다 제 친구들이 다들 누구냐고 헉 했다니까요."
"ㅠㅠㅠㅠ선배님..... 정말 영광입니다.. 이렇게 한 작품에 같이 출연하는 것 자체가 정말.. 미녀는 괴로워도 잘 봤구요오..원티드도! 싸인, 캐치미, 더킹! ps파트너두요..그리고 명불허전도..! 나쁜 녀석들도요!..."
"완전 많이 보셨는데요? 완전 찐팬이신가보다 ㅎㅎㅎㅎ 농담이구요!.. 너무 고마워요.."
실제로 가까이서 보니까 일단 너무 예뻤고, 내가 초등학생 때 나왔던 미녀는 괴로워 때가 생각나서 소름이 돋았다.
"…내 건 뭐 안 봤어?"
"당연히 봤죠...! 저 초등학생 때! 궁 완전 인기 많았었구요..! 공작이랑 신과함께랑 킹덤!!"
"아니 저 친구 거는 그렇게 많이 보고 나는 고작 네개?"
"지훈아 원래 내가 여자들한테 인기가 많아."
"나도 없지는 않아."
"아, 근데 여을씨는 지훈이랑만 씬 찍었겠네요?"
나는 '네!'하고 고개를 미친듯이 끄덕였다. 아, 맞다 두분이 동갑이셨지.. 얘기하는 둘을 번갈아 보다가 두분이서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친해보여서 둘이 혹시 막 그렇고 그런 사이인가 싶어서 두근 거리기도 하고.....
"어? 그럼 여을씨 승호랑 나이대가 비슷하겠네요??"
"아, 네! 유승호 선배님보다 2살 어립니다!!..."
"아아, 그래요? 승호야! 이리와봐~!"
여신님이 부르자 뒷테이블에 있던 유승호가 '네 누나!'하고 우리 테이블에 왔고, 나는 화들짝 놀라서 '안녕하세요!'하고 긴장한 듯 소리쳤다.
"아, 네. 안녕하세요. 신인이라고 하시던데 연기 되게 잘 하시던데요!"
"아,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팬입니다!!"
"아, 정말요?ㅎㅎ 어유... 저를 왜.. 허허허."
다행이었다. 너무 착하신 것 같아서. 나는 불행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란 생각이 들어서 행복해졌다.
어느새 유승호까지 우리 테이블에 앉아서 막 얘기를 하는데.
내가 모르는 얘기를 하다가도 내가 소외감을 느낄까 싶어서 바로 설명을 해주는 게 참 좋았다. 내가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너무 잘 해주셔서.
"어, 근데... 선배님은 왜 안 드세요?"
내 옆에 앉은 주지훈은 술을 마시지 않았고, 나는 왜 마시지 않냐 묻는다.
그럼 주지훈은 내게 말한다.
"속이 좀 안 좋아서. "
"속이 왜 안 좋으세요! 약 사올까요!....."
"어, 아냐. 가끔 그래 가끔. 그래도 너 우리 테이블에 있으니 다행이지.. 류승룡 선배님 테이블 갔어봐. 지금 반쯤 죽었을 거야."
"난 모르겠지만 소문이 엄청나더라구. 아, 여을씨 근데 너무 귀여운 것 같아. 강아지 같지 않아?"
"네. 표정이 ㅋㅋㅋ."
"아쉽다. 정말.. 같이 촬영 했으면 엄청 좋았을 것 같은데. 다음 작품 같이 했음 좋겠네 ㅎㅎ."
너무 너무 잘해주셔서 숨을 못 쉬겠는 거다 ㅠㅠㅠㅠ 난 정말 아직 까지도 여신님이 신기해서 계속 힐끔 보는데 여신님이
내게 번호를 알려달라며 핸드폰을 들이미는 순간 나는 K.O다...... 여신님한테 번호를 따였다.........................
"제.. 번호를.. 감히.. 제가... 번호를.. 드려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제가..진짜.. 하...감사합니다...."
"……."
"허... 진짜 너무 좋아하네."
중간에 단체 사진 한 번 찍고, 스태프분들 그리고 스타일리스트 등등 분들과 셀카를 몇분 찍어드렸다.
찍어주면서도 너무 안 믿겼다. 내가 왜 사람들과 사진을 찍어주지 ㅠㅠㅠ? 나같이 인기 없는 사람이?????.......
회식이 끝나고 모두가 취해있었다.
"너 여을씨 잘 데려다줘라? 진짜 무슨 일 나기만 해."
"알겠어, 알겠어."
주변에서는 '지훈씨가 여을이 데려다주는 거야^^?'라 물어봤고, 주지훈은 그렇다며 차에 시동을 건다.
나는 왜 저런 말들이 가식적이게 느껴지는 걸까. 확실히 영화로 인해서 내 인지도가 조금은 많아졌다고 해도.. 촬영 할 땐 눈치를 그렇게 주더니......
삐빅- 소리와 함께 차 문이 열렸고, 나는 어색하게 주지훈 옆에 선다.
"타."
"조수석에요..!?"
"그럼 뭐 운전할래?"
"아, 아니요!...."
"ㅋㅋㅋㅋㅋㅋ 바보."
조수석에 타고 나선 더 어색했다. 나는 술을 마셨는데도 이렇게 어색하고 그런데 주지훈은 얼마나 더 심할까.
"……."
담배를 다 핀 주지훈은 아직 가지 않은 스태프들과 인사를 나누고선 운전석에 탔다. 담배 냄새가 훅- 풍기면서도 주지훈에게서 나는 특유의 그 사람 냄새가 섞여 났다.
주지훈을 힐끔 보고선 뻘쭘해서 허공을 보면, 주지훈이 운전대를 잡아 차를 움직이며 말한다.
"안전벨트 매야지."
"아, 네! 죄송합니다."
"죄송할 건 없는데. 김연지씨."
"엇......허허..."
"ㅋㅋㅋㅋ 집 어디야?"
"청담동이요...! 8번 출구에서 그냥 내려주시면..돼요!..감사합니다.."
"감사하셔야죠. 데려다주는데 그럼."
"넵...."
대선배님의 차를 탔다.. 그것도 내가 초등학생 때 엄청 유명했던 드라마에 나온 남자 주인공......
현재도 엄청 인기 많은...................그리고.... 아, 그래 맞아.. 예전에 누구랑 사귀었었지....누구였지.....
"추워? 열선 틀어줄까."
"아, 아니요! 안 추워요..!"
"그래?"
그래? 하며 무심하게 백미러를 보는 주지훈은 잘생겼다. 화면보다 더 잘생겼다. 역시 잘생긴 사람은 잘생겼다고 하던데 진짜인 걸까.
너무 너무 어색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엄청난 후배인 내가 말을 걸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서 막 생각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안 떠오르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엔 맘을 놓고...
"김아중 선배님이랑 되게 잘 어울리시는..."
"뭐???"
"…잘 어울리셔서요! 혹시 막..."
"아니, 내가 김아중이랑 사귀는 것 같아?"
"…너무 잘 어울리셔서.."
"말도 안 되는..참."
"…아니시라면 죄송합니다."
"근데 그건 좀 어이없더라."
"네?"
"여을씨 왜 승호랑 아중이한테는 팬이라고 하면서 나한텐 그런 소리 안 해?"
"아, 그건...!"
"조금 섭섭한데."
"…아, 그건요... 제가 진짜 선배님 팬인데요. 그.. 때는 너무 정신이 없었고, 인사 할 틈도 없이 바로 촬영 들어가야 돼서... 어쩔 수 없이... 그게.."
"농담이야. 의심 되게 왜 이렇게 횡설수설 하지?"
"…그게요 ㅠㅠㅠ.. 진짜 선배님 팬인데요.. 정말... 이신.. 이신 잊을 수 없습니다. 정말요! 남들이 다 꽃보다 남자가 더 명작이라고 할 때! 저는 궁을 외쳤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귀여워."
"네?!"
"믿어줄게. 알았어 ㅋㅋㅋㅋ."
"…헙,넵..."
"어때 이번 영화."
"…내용도 좋구요, 역시 선배님들 덕분인지... 흥행을 해서.."
"아니, 찍으면서 어땠냐고."
"선배님이 너무 잘해주셔서.. 너무 환경에 적응을 못 해서 힘들었는데. 선배님 덕분에! 잘 참고! 잘 할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어찌 어찌 해서.. 좋은 기회로 영화를 찍게 됐는데! 하필 또 그 영화에 선배님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나 너무 안 어려워 해도 되는데."
"네?"
"그냥 대충 네가 어땠는지. 그게 궁금했어."
"…아."
"여기서 세워주면 돼?"
"…네!"
감사합니다- 하고 차에서 내렸는데, 주지훈이 창문을 열고 내게 잘가라며 손을 흔들어 주었고.. 나는 괜히 심장이 떨려와서 멀어지는 차를 바라보며 심장부근에 손을 올렸다.
- 여을아 잤니?
"어, 넵...!"
- 좋은 소식 들고 왔는데. 이거 들으려면 잠이 좀 깨려나~
대표님의 목소리에 나는 일단 암막커텐을 발로 쭉- 밀었다. 아으 눈부셔.
"어떤 건데요...!?"
- 너.
"네..!"
- 진짜 네가 우리 가족이라서 너무 뿌듯하다 정말.
"네...?"
- 모레 있는 골든디스크어워즈시상식 특별mc 좀 해달래. 꼭 좀 해달라고 그랬댄다.
"네!?!?!?? 그... 막 아이돌 분들 나와서 막... 그러는 거요!?"
- 그래. 주지훈씨랑 같이.
"네에!?!?!??!?!"
- 뭘 그렇게 놀래?
-
-
-
-
음흥흥흥흥
나 이런 분위기도 사랑해.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