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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사막

w.그라탕

 

 

09.

뭐지? 탄생의 순간, 아이는 그렇게 느꼈다. 뭐지?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고 저절로 눈이 감겨버리고 콧노래가 나올듯한 따뜻한 곳에 있다가, 한순간에 어디론가로 빠져나왔다.

비린내 나는 액체를 덮어쓰고선, 미끄러져 나왔다. 순식간에 주위가 얼어붙었다. 몸이 움츠러 들었다. 추워! 뼛속까지 얼것같은 차디찬 느낌에 소리를 질렀다.

누가 날 좀 어떻게 해줘요! 하지만 입에서 나오는건 괴상한 울음소리. 대체 이게 무슨소리야? 내가 내는 소리가 맞나? 주위가 자신을 압박해왔다.

너무나도 차가운것들이 자신의 피부를 찔러대는 듯 했다. 뿌리치고 싶었고 다시 그 공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목소리에서 나오는건 이상한 돼지멱따는 울음소리.

사방에서 무언가 지나갔다. 이상한 소리도 들리고, 누군가의 울음소리도 들렸다. 엄마? 자연스럽게 떠올려졌다. 엄마! 또다시 외침은 목구멍에서 막혀버렸다.

그때 거대한 무엇인가가 몸을 감쌌다. 까슬까슬한 느낌이 싫었지만 점점 따뜻해지는 느낌에 악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오래전부터 있었던 공간과는 달랐다.

그곳에선 숨도 쉬기 편안했고 누군가가 항상 자신을 향해 아름다운 노래도 불러주었다. 거기는 따뜻했고 항상 편하게 잠을 잘수있었다.

그런데 이 곳은 달랐다. 춥고, 몸이 따가웠다. 눈도 따갑고 이상한 소리들이 들리고, 이상한 바람이 불어왔다. 난 여기가 싫다. 몸을 감싸는 이상한 느낌에 뿌리치고 싶었지만

몸이 너무 무거웠다. 움직일수도 없었고 사방이 보이지 않았다. 빨간색들의 점이 날라다녔다. 답답해! 축축한 것들이 몸을 덮어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것 같다.

연신 움직이려 했지만, 되지 않는다. 갑자기 몸이 가벼워졌다. 하늘로 올라가는 느낌이다. 누군가가 나를 들어올리고 있다. 갑자기 겁이 난다.

다시 내려가게 되면 어떡해? 하지만 곧, 누군가의 품에 안겨지게 되었다. 느낄수 있다. 이제 눈이 떠졌고 사방을 볼수 있게 됬다. 누군가가 나를 내려다 보고 있다.

누구지? 하지만 그리운 냄새가 나지 않는다. 이상한 냄새가 난다. 불친절하고, 난폭한 냄새. 이상한 냄새. 더이상 맡고싶지 않아서 고개를 돌렸다.

 

 

또 다른 장소로 왔다. 낯선 장소. 느낄수 있다. 눈을 떠 주위를 살폈다. 곧 이상한 소리를 내며 장소가 '출발'했다. 출발이라는 단어가 저절로 머리속에서 싹을 텄다.

어떻게 알았지, 라는 생각도 하지 않고 계속 주위를 둘러봤다. 저건 창문. 저건 하늘. 저건 모자. 저건 의자. 그리고... 지금 의자 밑을 기어다니는 개미.

개미-. 입을 빠끔빠끔 열어 말하고 싶지만, 아무말도 나오지 않았다.


한번더.


개미!


또 나오지 않는다. 답답하다. 또 몸이 아프다. 아니, '간질간질'하다. 손가락끝에서부터 천천히 간질거림이 온몸을 퍼져나간다. 순간적으로 손톱이 자라나는게 보였다.

짧고 통통한 손가락을 펼쳐 구경했다. 손톱이 조금씩 조금씩 자란다. 신기하다. 왜 이러지? 그런데 곧 손톱이 멈췄다. 재미가 없어졌다. 다시 개미로 눈을 돌렸다.

점점 개미가 흐릿해져간다. 세상이 점점 작게 보인다. 잠이온다. '잠이 와'. 입에서 흘러나오는 액체를 누군가가 닦아준다.

 

그리고 잠에 빠져들었다.

 

 


-


엄청난 파열음과 함께 비명소리가 내 귀를 후벼팠다. 정신이 없다. 누군가가 끊임없이 비명을 지르고 있어서 머리가 아파 죽겠는데 몸도 아팠다.

거대한 지렁이들이 온몸을 쏜살같이 지나가는 것 같앴다. 지금 내 몸에 지렁이들이 있는것 같다. 살이 떨려왔다. 일어서려 했다. 상체를 겨우겨우 올려 엎드렸다.

내 눈 앞에 보이는 손가락들이 점점 길어졌다. 손은 점점 커지고 팔도 점점 길어진다. 무섭다. 무서워 죽겠다. 순식간에 팔이 길어졌다. 머리가 아픈데, 무언가가 솟아나왔다.

가시같은것들이 머리를 찌르는것 같다. 어깨뼈가 너무 아프다. 뚝, 뚝, 살이 찢어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허리도 아프다. 다리도 점점 길어졌다.

중심을 잡지 못해 쓰러졌다.

밑에 천이 깔려서 손을 헛디뎠다. 쿵 소리를 내며 바닥에 턱을 찧었다. '여자'의 비명소리가 거세졌다. 저건 '여자'다. 늙은 '여자'

제발 좀 닥쳐봐! 드디어 입에서 소리가 나왔다. 어눌했지만 목구멍이 탁트이는 느낌에 순간적으로 희열을 느꼈다. 하지만 곧 고통으로 가득찬 신음소리가 입안에 매꿔졌다.

으으윽! 짐승같은 소리가 몸 속 깊이 흘러나온다.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꽤나 멀리에 있었지만 나는 들을수 있었다. 점점 가까워진다.

드디어 내 뒤에 당도했다. 경악에 찬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가 나를 들어올렸다. 뿌치리고 싶지만 아직 나는 이 사람의 반도 안되었다. 그의 얼굴이 보였다.

수염이 그득그득한 얼굴. 눈에는 오만함과 욕망이 들끓어있었다. '남자'가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가 짧게 속삭였다.

 

'괴물'


당신도 마찬가지야. 내가 되받아치자 그의 얼굴이 경악에 물들었다. 금새 기분이 좋아졌다.

 


-

잠깐 기절한 사이에 몸이 더 자랐다. 이제 똑바로 앉을수 있고, 걸어다닐수 있다. 키도 커지고 손, 다리가 다 길어졌다. 몸이 길어질때 너무나도 아팠다. 살이 찢어질거같았다.

혹시 찢어진데가 없나 여기저기 꼼꼼히 살폈다. 머리카락도 많이 자랐다. 이젠 귀를 덮는 수준이였다. 머리카락은 보들보들 해서 좋다. 계속해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언젠가부터 자꾸 그 남자가 나를 살피기 시작했다. 이 빌어먹을 유리창에 가둬서 나를 살핀다. 나는 원숭이가 아니다.

"나는 원숭이가 아냐!!!!"

내가 소리치자 그 남자는 턱을 괴고서 한참이나 바라보고 또 무언가를 써내려갔다. 저게 거슬린다. 저 펜과 종이. 당장이라도 펜을 들어 남자의 이마에 쑤시고 싶다.

구멍이 뚫리고 피가 나오겠지? 그 생각을 하며 혼자 키득거렸다. 또 아픔이 찾아온다. 내가 또 자라는 뜻이다. 모두들 이런 과정을 겪겟지?

조금씩 길어지는 팔과 다리를 구경하다 풀썩 누웠다. 이럴때는 가만히 누워있는게 나았다. 머리카락이 좀더 길어졌다. 이마에 닿는 느낌이다. 천천히 손을 들어 쓸었다.

다른 한 손으로 배를 만졌다.

배가 고프다.

배고파, 라고 말하자 몇분 후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음식이 들어왔다. 이건 분명히 '닭'요리다.

배우지 않아도 알수있다. 가끔 저 미친 남자가 책같은것들을 던져주는데 한번만에 다 읽어냈다. 너무 쉽거든. 닭을 입에 넣고 우걱우걱 씹었다.

또 그 새끼가 쳐다본다. 다먹은 닭뼈를 유리에 던졌다. 남자가 슬며시 뒷걸음질친다. 일단 나가자 마자 저 새끼부터 어떻게 해버리고 싶다.

어떻게? 아직 생각이 나진 않는다.

 

 

몸이 너무 커져버렸다. 이제 저 남자와 비슷해진거 같다. 팔뚝과 허벅지가 엄청나게 굵어졌다. 어깨도 넓어졌고 솟아오르는 힘을 느꼈다.

남자가 넣어준 쇠파이프를 들었다. 몇번 유리벽을 쾅쾅 치다가 짜증이 나서 쇠파이프를 두동강 냈다. 그리고 이빨로 씹었다. 와득와득 거친 느낌이 입안에 맴돈다.

퉤 뱉자 형체를 알수 없는 것들이 바닥에 굴러다닌다. 심심해 죽겠다. 이미 남자가 넣어준 책들은 다 읽었다. 재미 없다.

 


방금 또 다른 책을 넣어줬다. 무엇일까. 펼쳐보니 이상한 여자들이 옷을 홀딱 벗은채 야한 포즈를 잡고 있었다. 내 몸에 달리지 않은 풍만한 것이 가슴에 달려있다.

이게 '젖가슴'이다. 하얗게 솟아오른 것 위에 분홍빛의 돌기가 돋은 것을 보자 발끝부터 이상한 느낌이 올라왔다. 수많은 탄산들이 내 몸에서 솟아오르는것이 느껴졌다.

몸이 근질근질거렸고 다리도 간지러웠다. 알수없는, 하지만 야릇야릇하고 좋은 느낌에 다음장을 넘겼다. 자신의 다리를 쫙 벌린채 여자는 자신의 아래를 나에게 보여주고 있다.

흥분된다. 숨소리가 거칠어졌고 여기저기가 간지럽다. '박고싶다' 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자리잡았다. 당장 이 여자를 눕혀서 거칠게 해버리고 싶었다.

천천히 손이 나의 중심을 잡았다. 굵직한 것에서 뜨거운것이 느껴졌다. 천천히 잡고 흔들었다. 이상한 쾌락이 몸을 지배했다. 시선은 여전히 여자에게 고정했다.

먹고싶다! 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며 손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아,아. 짐승같은 소리가 몸 전체에서 흘러나왔다. 이마며 가슴이며 땀이 송글송글 돋아났다.

점점 빠르게 흔들었다. 페니스 끝에서 이상한 액체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었다. 순간 머리에서 '쿠퍼액'이라는 단어가 떠올려졌다. 그렇구나, 그렇구나. 중얼거리며

쾌락을 음미했다. 몸이 나른해지고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이 느낌, 나쁘지 않았다. 최고였다. 점점 어딘가를 향해 달려갔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내 몸이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는것이 느껴졌다. 하아, 하아. 끝이다. 끝! 다시한번 여자를 눈에 담았다. 여자가 나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젖가슴을 흔들었다.

참을수 없다!

"핫!"

절정을 맛봄과 동시에 페니스에서 무언가 뿜어져 나왔다. 하얀 정액이 손 여기저기에 묻어있었다. 하지만 페니스는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더 빳빳하게 세워져 있다.

정액이 묻은 손으로 다시 한번 비벼댔다. 찐득찐득한 소리가 공간을 매웠다. 끈적끈적한 정액을 페니스에 묻히며 열심히 주물렀다. 다시 또 발끝에서 천천히 무언가 올라왔다.

으윽. 고개를 젖히고 쾌락을 반겼다. 온몸으로 열심히, 그렇게 하루종일 몇십번이나 그짓을 해댔다.

 

 

-

"할수있겠나, 짐승?"

저 새끼는 나를 자꾸 짐승이라도 부른다. 어이가 없네. 그를 죽일듯이 노려봤다. 반드시 나가면 저 놈의 목구멍과 주둥이에 나의 팔을 쳐넣을거다.

내 주위에 돼지가 꿀꿀 거리며 돌아다닌다. 암퇘지인듯 했다. 주사를 놨는지 흥분한 상태로 암퇘지가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그때보니깐 몇십번이나 자위를 하던데. 짐승의 꼴이더군. 니가 원하는 상대를 넣어줬어, 해보지 그래?"

"이 미친 개같은 새끼가!!!!"

누굴 정말 짐승으로 알아? 나보고 지금 저 돼지한테 좆을 박아서 흔들어 재끼란 말이야?! 유리벽을 두주먹으로 쾅 쳤다. 금이 갔다. 쩌정 쩌정 소리를 내며 갈라지는 유리벽을 보고

개새끼의 얼굴이 구겨졌다. 나는 보란듯이 암퇘지를 들어올렸다. 두개의 앞발을 들어 힘을주고서, 찢어버렸다. 반으로 갈라진 돼지는 사방으로 창자며 피며 오물을 흩뿌렸다.

그것들이 나를 적셨지만 상관없었다. 볼을 타고 내려오는 무언가를 핥아먹었다.

피비린내. 좆같은 개새끼에게 조롱이 담긴 웃음을 보여주고선 양손에 있던 돼지사체를 벽에 집어던졌다.

그때 남자새끼가 순간 뒤로 넘어졌다. 다리에 힘이 풀렸나? 나의 조롱섞인 말에 그가 얼굴을 심하게 구겼다.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말끝마다 짐승새끼, 괴물새끼, 돌연변이 새끼 등등 나를 다양한 이름으로 불렀다.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참는다. 나는 바닥을 흥건하게 적신 돼지피 위로 쓰러지듯 누웠다.

차가운 느낌이 몸을 감쌌다. 피비린내 냄새에 마음이 저절로 가라앉았다. 편안해지는 느낌. 그래, 이게 바로 내가 자궁에 있었을때의 느낌이야.

손에 흠뻑 묻은 피를 천천히 핥아먹었다.

 

-

좆같은 새끼의 머리가 내 손에 들려있다. 한순간이다. 유리벽을 뚫고 나와 그 놈의 목을 두 손으로 잡아 쇠사슬끊어버리 듯이 끊어버렸다. 괴상한 소리를 내며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내 생에 처음 보는 아름다운 광경이다. 분수처럼 나온 피는 천장을 적시고, 피의 비를 내렸다. 그 놈의 머리를 들어올려 창밖으로 던져버렸다.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밖에서 비명소리가 울렸다. 죽일 년들이 꽤나 많은것 같았다. 점점 즐거워진다. 역시 바깥은 자유롭고 즐거웠다. 밖의 사람들을 위해 놈의 몸도 창밖으로 던져버리고

쏜살같이 방문밖으로 나왔다. 복도로 지나가는 남자 둘의 가슴에 손을 꽂아버렸다. 퍽 소리를 내며 내 손이 그들의 몸을 통과했다. 정말 재밌다!

하루종일 건물을 돌아다녔다. 죽이는 방법은 여러가지였다. 놈들을 위해서 나의 피날레쇼를 보여주었다. 두손으로 머리를 짓눌러 터뜨리기도 했고, 목을 포도따듯이 따버렸고,

다리를 들어올려 사정없이 찢어놓았다. 한 삼십여명을 죽인듯 했다. 아니 정확히 38명. 내 머리는 똑똑하다. 기억력도 충분했고, 그런데 짐승의 오감이라는게 있었다.

그것이 저절로 느껴졌다. 누군가가 이 건물에 숨어있다는 것을. 겁에 질린 새끼 산양의 냄새를 풍기며 누군가가 숨어있다.

한참을 돌아다니다나, 빙고! 가녀린 계집년이 건방지게 부엌 싱크대 밑의 선반에 숨어있었다. 내가 그년을 꺼내자 찢어질듯한 비명소리를 내질렀다. 난 그소리가 좋지만 싫다.

그 년의 얼굴을 보니 꽤나 이쁘고 내가 잡지에서 봤던 여자와 꽤 비슷했다. 거칠게 그녀의 옷을 뜯어냈다. 가슴모양도 잡지에서 봤던 여자와 똑같았다.

거침없이 그것을 빨아들이고 만져댔다. 눈앞에 실제의 여자가 있다! 여자의 몸에서 풍기는 냄새에 저절로 나의 것이 솟아올랐다.

여자는 처음엔 비명을 꽥꽥 지르다, 나중엔 교태섞인 신음소리를 연신 흘러댔다. 내가 전에 들었던 발정난 암퇘지의 소리와 비슷하다.

여자의 치마를 걷어올렸다. 침을 손가락에 뱉어서 여자의 구멍에 집어넣었다.

하지말라며 내 손을 잡는데, 솔직히 말해 정말 역겨웠다. 어디서 감히 나를 속여?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지만 입은 쾌락으로 범벅해 웃고있었다. 쌍년.

거침없이 손을 움직이다 터질것같은 나의 것을 밀어넣었다. 여자는 감격에 젖은 비명소리를 내지르며 나의 목을 감싸안았다. 혼자서 손으로 하는것보다 좋았다.

따뜻하고 야릇한 느낌이다. 다시 자궁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 거침없이 밀어넣었다. 수십번의 피스톤질. 하지만 좀체 내것은 가라앉지를 않았다.

여자는 이미 몇번이나 가버렸다. 그녀는 이제 나의 어깨를 밀어냈고 싫다며 거칠게 저항했다. 정말 이기적인 년이군. 단번에 그녀의 목을 내리쳤다.

몸과 절단된 그녀의 머리가 퉁 퉁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그때 아직도 나의 몸과 연결된 그녀의 것이 확 조여들었다. 환상적인 쾌락에 더욱 짙게 몸을 흔들었다.

몇십분 후, 나는 사정했다. 나의 첫경험이다. 내것을 빼내자 여자의 몸이 바닥에 무너져 내렸다. 이제는 고깃덩이지. 낄낄거리며 부엌을 빠져나왔다.

 

 

-

솔직히 말해서 나는 잘못이 없다. 나는 잘못이 없단말이다. 그런데 자꾸 내 몸은 또 자란다. 내몸은 남들과 달랐다. 알수있었다.

그것이 너무 무서워서 빌어먹을 놈이 나를 관찰하며 무언가를 적어대던 종이를 찾아냈다.

몇십장이 내 손에 들렸다. 그것을 몇장 읽었다. 나에 대한 정보다.
다 읽고 느껴지는 절망감.

 


나는 누구지?


나는 뭐지?

 

"빌어먹을!!!!!!!"

대답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죽일듯이 종이를 노려봤다. 그 빌어먹을 새끼가 쓴 글이 와닿았다. 하지만 부정했다.

'김명수. 유전자 조합의 실패로 인한 과도한 성장속도. 40여일만에 늙어서 자연사 할것으로 추정. 신체능력, 두뇌능력은 뛰어나나 난폭한 성향이 드러남.

 세포의 조합도 실패. 돌연변이. 쓰레기. 잘못된 결과의 실험체. 실험을 해보고 안락사결정.'

아니야. 아니야. 나는 돌연변이가 아니다. 쓰레기가 아니다. 나도.....나도......

몇분동안 나도 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근데 빌어먹게도 그 뒤에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나도 사람이다? 나도 인간이다? 대체 뭐지?

빌어먹을 '컴퓨터'시스템과 인간의 유전적 정보가 결합된 '생명체'에서 태어난 나는 뭐냔 말이다. 결국 나는 컴퓨터, 인간, 생명체의 등신같은 조합사이에서 태어난거다.

결론은 내가 뭐냔 말이다. 내가 뭐지? 인간? '컴퓨터'? 아니면 각종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잡종에서 태어난 거지같은 것? 그것도 아니면 나는 괴물인가?

확인해봐야지. 사방에 널려퍼진 유리조각을 들어올려 손목을 그었다. 빨간색의 피가 허벅지에 뚝뚝 떨어졌다. 하하, 만족하려고 하는데.....

손목의 상처가 저절로 봉합되었다. 무슨 일 있었냐는 듯, 내 빌어먹을 살덩이가 나를 놀렸다. 백번을 그어봐라, 계속해서!

진짜 백번을 그어버렸다. 바닥에 피투성이지만 보란듯이 다시 또다시 상처가 아물었다. 아 씨발! 괴성을 지르며 피투성인 유리조각을 던졌다.

"미쳐버리겠네!"

이일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어머니, 아버지? 그러고보니 나에게 어미가 있나? 아비가 있나? 뭐지?

저 종이에 적혀있는대로 나는 '김명수'라는 존재인가? 대체 '김명수'가뭔데? 왜 그런 이름이 붙어있는거지? 겨우 저딴 단어 하나로 내 존재의 증명이 성립되는건가?

 

그러고 보니 난 대체 누구한테서 태어난거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잔인하게도 내 손에 들려있는 종이에 적혀있엇다. '생명체!' 생명체가 나를 낳았다. 병신같은 것이 나를 낳았다. 읽다 만 종이를 내팽겨쳤다.

다 꺼져버려! 좃같다! 내 존재는 '전쟁'을 위한 것일뿐이다. '전쟁'에 최적합한 인간을 만들어내는데, 결국 나는 실패작이다.

'전쟁'에 쓰인다는 것도 짜증나죽겠는데, 나는 실패해버렸다. 결국 이도저도 아닌것이다.  마치 누군가가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 계란이며 토마토며 바나나며

초콜릿이며 다 넣어서 요리한후, 먹을수 없게 되자 버리는 상태에 온것이다. 그 돼지꿀꿀이같은 음식이 바로 나다. 곧 쓰레기통에 버러져 하수구와 친구를 하게될

존재가 나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게다가 유전자가 서로 엉키고 엉켜 정확히 이제 이십몇일 후에 나는 죽는다. 빌어먹게도 성장속도가 너무도 빨랐다. 지금도 자라고 있다.

그래서 멍청난 뇌가 따라주지 않는건가? 뇌와 몸의 성장속도가 충돌한다. 그래서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다. 머리에 총알을 박아넣고 싶을정도로.

이모든게 다 병신같은 인간때문이다. 약해빠지지만 않았어도 나를 만들어내지 않았겠지. 하지만 인간에게 탓을 전적으로 밀지는 않을거야.

'컴퓨터', 기계 다 죽어야 한다. 전쟁이 일어나지만 않았어도 내가 태어나지 않았겠지.

하지만 가장, 지금 세상에서 제일 죽여버리고 싶은건 '생명체'.

애꿎은 놈 괴롭혀서 뭐하나 생각도 들지만 결론은 내가 저거에서 태어났다. 저놈인지 년인지 괴물같은 것에서 태어난거다. 결국 나는 괴물에서 태어난 괴물.

애초에 이 세가지의 것들이 없었다면 세상을 평화로웠을것이고 나는 태어나지도 않을것이다. 그렇다면 얼마나 좋았을텐데!

지금도 손톱이 미친듯이 자란다. 그것을 보다, 몇개를 꺾어버렸다.

 

그리고 일어섰다.

이렇게 있을수만은 없다. 뒤지고 싶지 않았다. 이십몇일 후에 늙어서 죽다니. 얼마나 비참한 삶인가!

방문을 여기저기 열며 겨우 옷을 찾아냈다. 티한장과 바지를 걸치고 뛰쳐나왔다. 손에 있던 종이는 아무렇게나 접어 바지 뒤에 찔러넣었다.

한참을 달리고 또 달리고서야 깨달았다.

 

내가 지금 전쟁 한가운데에 있구나.

 

수많은 기계들이 인간들에게 총을 쏴대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폭탄이 터지고 잿가루들이 날라다녔다.

그것들을 힐끗 보고 뒤를 돌아 도망가려던 찰나,

"악!"

허리에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다. 허리에 불이 난것같았다. 더듬더듬 손을 들어올려 허리를 만지니깐, 작은 구멍이 느껴졌다. 거친 살결이 느껴졌고 그 사이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총알이다! 총알에 맞은것이다.

"아, 시발 진짜!"

되는일이 하나도 없네! 손가락을 구멍에 찔러넣었다. 아팠지만 참아냈다. 총알을 꺼내기 위해 손가락을 넣었지만 계속해서 찔러 넣을 뿐이다.

총알은 어딘가에 깊게 걸려 나오지도 않았다.

피로 범벅된 손가락을 빼냈다. 새끼손가락을 넣기위해 다시 구멍을 찼았다.

 

안돼.


이럴수가. 구멍이 점점 줄어든다. 안돼!!!! 피부가 자기들끼리 서로를 땡겼다. 그바람에 척추에 박힌 총알이 점점 깊숙히 들어왔다. 아악! 몸을 두동강내는 고통이 전신을

번개처럼 뚫고 지나갔다. 총알이 정확히 척추사이에 꽂혀버렸다.

이제 구멍이 사라졌지만 척추에서 느껴진 고통이 척주를 타고 뇌로 흘러 들어왔다. 정말 아팠다. 눈에서 저절로 눈물이 나올정도로,  혀를 깨물어

입안에 피가 고일정도로 너무 아팠다.

그때 수많은 기계들이 나의 옆으로 쏜살같이 지나갔고 엄청난 총소리와 대포소리, 비명소리를 들으며 나는 점점 어둠속으로 끌려들어갔다.

안돼. 안돼. 어둠이 보였지만 거부했다. 안돼, 안돼. 이대로 죽는건가? 이제겨우 태어난지 6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게 뭐지? 산거 같지도 않다.

몸이 부르르 떨렸다.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정말 안돼. 이대로 죽기 싫어. 그런데 계속 눈이 감겼다. 눈을 부릅 뜨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

점점 어둠에 잠식되어 갔다.

 

아.

 

정말.

 

나는 누구지?

 

그게 제일 미스테리다. 나는 누구지, 나는 뭐지, 대체 내 몸은 뭐로 이루어진거지? 나는 무엇을 위해 태어난것이며 대체 무슨 죄를 저질렀기에 이렇게 죽어버리는거지?

풀어야 할게 많고, 없애야 할것도 많았다. '박사'라는 새끼를 죽인것만으로 내 삶을 끝나게 할순없다!

더 살고싶었다. 정말 비굴하게 빌수도 있다. 살수만 있다면!

대체 왜 나는 이런 존재가 되었을까. 이도 저도 아니고, 곧 죽어버리는, 실패한 실험결과물.

 

그게 바로 나다.

그래, 답은 나왔다. 실패한 실험결과물.

그게 바로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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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헤헤- ㅜ 잉 왜 웃죠 제가?

어쨋든 엘의 과거도 나오네요 하하 어째서 제가 쓴 이 소설에선 행복한 멤버가 없네요 랄라

ㅜ 계속해서 지켜봐주세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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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밤야입니다ㅎㅎ
명수과거로군요.. 워매....너도참.... 힘든삶이군하ㅠㅠㅠㅠㅠ 열이만나서 행복해져야지ㅠㅠㅠㅠ
그대 그대는대박이에요 어찌이런글을..!!! 대박입니다ㅎㅎㅎㅎㅎ

11년 전
독자3
그대 엿이에요!!ㅠㅠㅠㅠㅠㅠ명수가 참....힘든과거를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떡해요ㅠㅠㅠㅠㅠㅠㅜ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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