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부 센빠이 민윤기
w. 뷔타오백
매니저 일 3주 만에 드디어 일이 터졌다.
"농구부 들어갔다는 년 나와."
이미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크게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 암암리에 민윤기 팬클럽이 존재한다는 소문 또한 알고 있었음에도, 거기에 굴하지 않았던 게 화근이었던 것 같다. 2학년인지, 3학년인지. 어쨌든 선배일 것 같다는 느낌이 물씬 풍겼고, 얼굴은 화장으로 뒤덮여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보자마자 무릎 꿇을 뻔했다. 난 찌질이니까.
"예..., 전데요."
"시발, 뭘 구경해. 다 눈 안 깔아?"
하, 존나 지릴 것 같다.
너무 무서워. 그냥 무섭고, 누가 이 상황 좀... 제발여...
"미친년아, 일단 넌 뒤뜰로 따라 나와라."
난 고분고분하게 고개를 숙이며 그들을 따라나섰다. 왜 오늘따라 복도에 선생님 한 명 지나가지 않는지. 평소에는 잘만 복도를 배회하던 학주또한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앞에 선 여자들은 총 여섯 명. 이 사람들이 소문의 민윤기 빠순이들인가. 그리고 난 이제 밟히겠지. 다굴은 처음 당해보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안 아프게 다굴 당하는 법' 검색이라도 해볼걸.. 젠장.
원망스럽게도, 내 몸뚱어리는 뒤뜰에 도착하고야 말았다. 그 가운데 일찐 포스를 풀풀 내뿜는 한 명이 짜증 난다는 듯이 머리를 짚고선 한숨을 쉬었다.
"야."
"네, 네?"
"이 용감한 년을 어떻게 해야 하나. 재밌게 놀아줄까?"
아니요. 절대 아니요.
저 혼자서 잘 놀구요. 혼자 노는 걸 매우 좋아해서 친구가 없어요. 그러니까 제발 자비 좀..
이 말만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다만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 뿐.
"아. 참고로 우리, 사람은 안 때려."
아니. 그건 거짓말이야. 새빨간 거짓말이야.
이미 눈빛으로 살인을 할 것만 같았다.
"이 미친년을 왜 안 때려? 그건 네 생각이지."
"아, 장난하냐. 그냥 얘 빨리 보내. 귀찮게 진짜."
극과 극의 반응에 눈을 한 군데로 두지 못하고 이리저리 굴렸다. 마음속으로 짧은 숏커트의 머리를 한 여자의 말처럼 그냥 날 보내주길 빌고 또 빌었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계속해서 내게 무서운 말을 내뱉었던 여자는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말했다.
"일단 가 봐."
공손하게 꾸벅 인사를 한번 하고 나서, 뒤도 안 보고 반을 향해 달렸다. 그곳에서 빠져나오면서 언뜻 한마디를 들었다.
'지가 스스로-'
그 뒷말은 듣지 못했지만, 아까 날 그냥 보내자던 여자의 목소리인 것 같았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넘겼다.
*
"야! 김태혀엉!"
"왜!"
"농구부는 회식 안 한 대?"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부장한테 물어봐."
"어휴. 아는 게 뭐냐. 물어본 내가 잘못이다."
"...그건 몰라도 이거 하나는 알 것 같은데."
또 무슨 지랄을 하려고, 라며 소리치려다가 갑작스레 내 목덜미를 잡아오는 김태형의 손에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그러고선 귀에 자신의 얼굴을 가져다 대곤 작게 속삭였다.
"지금 너 존나게 쳐다보는 사람 있는데. 누구냐."
말을 마친 김태형은 손을 떼고서 고개를 휙 돌리다가, 내 뒤편으로 시선을 멈추었다. 어깨를 으쓱해보이는 그를 보다 정신을 차리고 뒤를 돌아보니, 그때 그 무리 중 한 명을 발견할 수 있었다.
"주제에 스토킹 당하네. 조심해라."
내 머리를 두어 번 툭툭 손바닥으로 치고서는, 뒤돌아 가버리는 김태형이다. 워, 존나 멋있는 척. 손발이 오글거렸지만 조금, 진짜 쬐끔 설렜다. 김태형 주제에 날 설레게 하다니. 좀 발전했네 새끼.
아.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 뒤를 보니 그 여자는 이미 도망가고 없었다. 이상한 기분이 물씬 들었지만, 내 머릿속은 회식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기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걱정을 많이 할수록 머리만 아파지니, 그냥 생각 없이 사는 게 제일 편하다 생각한다.
오늘은 민윤기가 어떤 모습으로 간지를 내뿜을까. 라는 생각이 좀 더 값어치 있을 것 같다.
군주님 이즈 뭔들.
저번에 ○○고와의 농구 경기에서 진 뒤로 농구부의 사기는 잔뜩 올라가 있었다. 농구로는 지지 않기로 유명한 우리 학교였지만 작년 ○○고 신입생들의 등장으로 그 기세가 꺾여 버리고 말았다. 때문에 우리 학교에서, 특히나 민윤기 앞에서 그때 일은 필히 금기어였다.
"선배. 이 날 일정 어떻게 되는 거예요?"
"아마 학교 끝나는 대로 경기하지 않을까."
"여기서요? 아니면 그쪽 학교에서요?"
"우리가 가야 돼. 저번에 졌으니까."
눈으로는 웃고 있지만 '졌으니까'의 부분에서 이를 악물고 말하는 민윤기였다.
농구에 대해서는 저렇게나 승부욕 강한 사람이 평소에는 무기력하다니.. 민윤기의 반전 매력에 또 한번 발리려던 찰나였다.
"저희 회식은 언제 해요?"
나이스 김태형. 사실 매니저라는 게.. 꼽사리 낀 기분이기도 하고 그래서 회식에 관한 얘기는 묻기 조심스러웠는데. 저렇게 말해주다니 이럴 때 보면 김태형 참 눈치가 빨라.
"어, 그거 오늘."
으에에?
이 반응은 나뿐만이 아니라 농구부원들 전부의 반응이었다. 다들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니 민윤기가 혼자서 정한 게 틀림없다.
하. 마이웨이를 걷는 모습조차 멋지다.
"우리 맨날 가던 데 갈 거니까 다들 조심하고."
회식이란 말에 심장이 바운스바운스했다. 맨날 가던 데 라니. 과연 어디일까. 무난하게 고기 뷔페? 아니면 닭갈비? 후, 같은 테이블에 앉아 민윤기와 밥을 먹을 수 있다니 생각만 해도 기대되어서 심장이 떨린다. 지금부터 내 목표는 군주님의 옆 또는 앞에 앉는 것이다. 그나저나 뒤에 붙은 '조심하고.'의 의미가 무엇일까. 아. 많이 먹으면 배탈 나니까 조심해라. 이런 말인가. 민윤기의 다정함과 세심함에 또 한번 발린다. 정말이지 이쯤 되면 내 전생은 생선가시쯤 되려나.
*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광경이 현실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아아. 나는 결국 타락의 길로 접어들고 마는 것인가. 탁자에 놓인 녹색의 병이 시야에 아른거렸다. 정신 차려. 난 대한민국 청소년이야. 절대 비행을 저질러서는 안돼.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
십 분 만에 나의 다짐은 저기 어딘가로 멀리 사라져버렸다. 내가 마셔야지만 회식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거라는 선배들의 짓궂은 장난에 결국 내 앞에 놓인 컵을 한 번에 들이켰다. 윽. 무슨 맛이 이래. 초등학생 때 과학시간이면 꼭 사용되었던 알코올 램프를 마시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속이 배배 꼬인 것 마냥 이상했다. 그러고 나서는 내가 어떤 말, 행동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게임을 하며 놀았던 것 같다.
"자, 어김없이 돌아오는 시간이져. 농구부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야자타임 아니겠습니까아~"
대체 언제부터 농구부=야자 타임 이라는 공식이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민윤기가 그렇다면 그런 거 겠지. 동그랗게 둘러앉아 사이사이에 보이는 1학년들은 매우 신난 듯 상기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윤기야아!"
미친. 저 김태형 또라이 새끼. 첫판부터 민윤기를 건드린다. 헤실헤실 웃고 있는 걸로 봐서는 저 새끼 저거 취했다.
"어우, 우리 윤기 이렇게 눈도 작은데 인기는 왜 그렇게 많을까?"
김태형이 한 손으로 민윤기의 양 볼을 붙잡고 말하자마자 모두들 박장대소했다. 저건 간 큰 정도가 아니라 그냥 미친 거다. 민윤기는 어이없다는 듯이 실소를 터뜨렸고, 헤헤 거리며 웃던 김태형은 그 말을 끝으로 쿵, 하고 고꾸라졌다. 시작부터 너무 강했던 탓에 서로 눈치만 보다가 결국 야자타임이 종료되었다.
양옆의 선배 둘은 '아이쿠! 잔이 비어버렸네.'라며 쉴 새 없이 내 잔을 채웠고, 난 미련하게도 받는 족족 입으로 가져갔다. 자꾸만 가슴께가 뜨거워지고, 코 끝이 찡했다. 정신을 차리려고 숨을 들이쉴 수록 고개는 더욱 가눌 수 없었다. 알코올 냄새로 가득 채워진 공간 속에서 벗어나려고 하던 찰나,
"어디 가."
누군가 내 손목을 붙잡아왔다. 눈앞이 빙빙 도는 탓에 누군지 구별하기 어려웠다. 한시라도 빨리 바깥공기를 마시고 싶었던 탓에, 붙잡힌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생각보다 악력이 셌다.
"나갈 거야. 놔."
내 말은 들었는지, 그는 무심하게 내 손목을 그대로 끌어당겨 옆에 앉혔다. 아씨. 나가고 싶다고오. 좌우로 흔들리는 상체를 가누려고 힘을 쓰다가, 나도 모르게 쓰러졌던 것 같다.
*
눈을 떠보니 난 누군가의 등에 업혀있었고, 주변에 보이는 풍경은 우리 집으로 가는 길목이었다. 내려서 걸어가야 하는데. 제정신이 아닌 터라 자꾸만 눈이 감겨왔다. 우리 집 가는 길은 김태형밖에 모르니까, 아. 이건 태형이구나. 하고 마음을 놓았던 것 같다.
"김태형이야?"
내 물음에 김태형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존나 무거우니까 말 시키지 말라는 건가. 그래, 알았어. 말 안 걸게. 김태형이겠거니, 하고 안심하며 눈을 감았다.
근데 아까 얘, 취해서 쓰러졌던 것 같은데.
아닌가.
모르겠다.
##안냐세여
이거 원래 어제 올리려고 했는데 제가 쓰차를 당하는 바람에...(뜻밖의 고기party랄까...☆)죄송해여 흑흑
글잡 처음이라ㅠㅠㅠ암호닉어케 하는지도 모르는 나레기...8ㅅ8
신청해주시는 분들 계셔서 일단 받을게여...!
암호닉 정리(?)하고 싶었는데 지금 모바일로 후딱 올리는 거라.... 다음편은 넡ㅌ북으로 올릴테니 그때 정리해드릴게여 흫ㅎ
말이 너무 길었네여 재밌게 봐주세여♡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