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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KON/바비아이] escape. [01]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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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환형는 착하다. 그 사람은 나의 마음속으로 따뜻하게 느끼게 해준다.

그가 풍기는 냄새, 지어내는 웃음, 그런것들은 내가 지금까지 느껴온것들과는 비교도 안되게 너무나도 평온하게 느껴진다.

너무나도 ‘그 사람’과는 다르다.


--

김한빈은 사랑에 빠져있다.



11:00.

‘그'가 평소에 일을 끝마치고 가게에 들리는 시간이다. 한빈은 시간을 체크하자마자 맞이하고 있던 손님을 계산해드리고 부리나케 화장실로 달려가 얼굴에 뭐 묻은것은 없는지, 옷은 단정해 보이는지, 뭐 눈에 띄는것은 없는지 적어도 3번은 체크하고 나왔다. 

형이 오는 때니까. 

그가 화장실에서 물을 밟고 나오는 사람에 그의 컨버스는 바닥을 밟을 때마다 삐긱- 하는 이상한 소리가 났지만 한빈은 딱히 아랑곳하지않고 바닥 카펫이 한번 쓱- 문지르고는 그의 갈길을 갔다. 


김한빈은 현재 사랑에 빠져있다.



11:30. 그가 안온다는 생각밖에 안드는 김한빈은 카운터에 앉아 비맞은 고양이마냥 시무룩하게 있었다.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거나, 유튜브로 추천 동영상을 보거나, 짜증나는 소리를 아직도 내는 컨버스를 바닥에 문질러보아도 그는 아직 오지 않았다.

가게 매니저가 오늘은 퇴근해도 된다며 가라고 했지만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는 모양인지 그냥 문을 바라보고 핸드폰 바라보기를 계속했다. 

하지만 곧, 딸랑- 하는 소리와 함께 유리문이 열리며 한빈이 하루종일 기다리던 사람이 왔다.


“아하하, 안녕하세요. 가게 끝나기전에 와서 다행이네요. 한빈아 안녕.”


11:43. 

김진환이 왔다. 한빈이 며칠전에도 봤지만 정말 몇년은 되서 본 것 같은 그 사람. 

진환이 형은 김한빈이 현재 일하고 있는 책방의 단골손님이다. 언제나 문학을 빌려가는듯 하지만 가끔식은 초등학생들이 볼만한 만화책을 챙겨가기도하는 김한빈보다 약간 작은 키의 귀여운 사내였다. 그 인형같은 느낌의, 하지만 뭔가 가끔씩 걱정된다는 말을 던지며 형같은 느낌을 주는 김진환은 그냥 메마른것 같은 김한빈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역할을 했다. 

사이는 그냥 아는 형동생밖에 못 되주었지만, 한빈에게는 진환과 가끔가다 계산전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 너무나도 좋았다. 사실 한빈도 그냥 가끔가다 지나치는정도밖에 안되는 사람을 이렇게 좋아할줄은 몰랐지만 이렇게 된걸 지금와서 되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또 진환이 문학소설을 빌려가고 남은 책방에는 한빈과 매니저, 그리고 책들 위에 쌓인 먼지밖에 안 남았다. 또 언제볼수 있을까- 생각하며 한빈은 가게를 마무리하고 떠나기위해 낡은 종이냄새가 나는 손으로 책을 정리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봄이 다가와 약간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날이었지만 역시 아직 추워 한빈은 자켓으로 둘러싼 마른 몸을 이끌고 차가워 빨개진 볼을 목도리에 파묻었다.

그냥 집에 가는것 뿐인데도 그냥 움직이기가 싫었다. 차라리 밖에 있지. 그래서인지, 아까 책방을 떠났을떄보다 그의 걸음은 느려져있었고 보폭도 짧았다.

그의 이어폰에서는 그가 평소에 즐겨듣는 힙합이 아닌, 그가 잘 안 듣는 재즈곡이 나오고 있었지만, 손이 시리다는 이유로 그의 손은 노래를 바꾸지 않고 그저 가만히 그의 주머니 안에서 꼼지락 거렸다.

자켓에서 왼팔을 약간 빼 손목시계를 체크하니 벌써 시계는 자정을 넘어가고 있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지금 당장 뭘 어떻게 해야되는지 모른체 앞으로만 걸었다.


한빈이 집에 도착했을때에는 벌써 누군가가 안에 있었다. 

언제나처럼.

문을 열쇠로 열기도 전에 그의 발 끄트머리에는 희미한 빛이 비춰지고 있었다.

옅은 남자의 향수냄새, 그리고 그 향을 바로 뒤따라오는 담배냄새. 그 미묘한 냄새의 조화를 가진 사람은 ‘그 사람’, 진환형과는 다른 그 사람, 김지원밖에 없었다. 

현관을 열고 들어가보니 역시나 그가 매일 신고 다니는 검은 조던 신발이 그의 운동화 옆에 아무렇게나 벗어져있었다.



“늦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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