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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샤이니 온앤오프
말챠린 전체글ll조회 381l 1


가장 보통의 존재(조각)


 뭐해. 모든 감정을 최대로 배제한 지독히도 단조로운 문자였다. 마음속에서 나를 이미 있으나마나한 무의미한 존재로 멋대로 전락시켜버린 네가 나에게 이별을 고했을 때의 그 순간처럼 등줄기가 서늘해질 정도의 무시무시한 단조로움. 더 이상 그 두 글자에 감정을 담아보려 애써도 할 수가 없는 것. 너의 차가웠던 마지막은 나로 하여금 아주 작은 감정마저 감춰버리도록 만들어버렸다. 무거운 손가락을 몇 번이고 전송버튼에 가져다대기를 망설이며 문자를 받고 무표정해질 너를 상상했다. 머릿속에 떠오른 그 표정은 끔찍할 정도로 권태롭다. 하지만 그것은 아마 상상에 그치는 것. 전송버튼을 누르고 떨리는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이미 너는 번호를 바꿨을 터이니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루트들 또한 나의 상상에 불과 하는 것이었다. 답장이 오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쓸모없는 기대감을 품고 한참을 그렇게 앉아있었다. 그냥, 이제는 나또한 아무렇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너도 이미 나의 안에서 가장 보통의 존재가 되었을 것이라고. 한심한 자만이었나. 내가 너를 쉬이 잊을 수 있을리 없었다. 무미건조한 일상 속에서 다 색이 바래버린 나의 안에 유일하게 빛을 발하며 웃고 있는 것이 너였다. 아무리 다 끄집어내려 애써도 더 깊숙한 곳으로 숨어버리는 것이 너였다. 너무 깊숙이까지 들어가 버려서 이제 사라졌을 것이라 착각했을 뿐이었나. 여전히 너는 가장 우선시 되어야하는 존재였고 가장 아름다운 존재였으며 가장 우월한 존재였다. 나의 온 살점을 도려내도 심장이 멈춰도 그 안에 살아 숨 쉴 것이 너였다. 생각보다 오래가는 이 통증은 이미 내 안에 뿌리내린 너처럼 여전히 나를 갉아먹을 뿐이다. 시간이 약이라는 거짓말을 믿으며 그저 한 달가량을 시간에게 좀 먹혀 들어갔다. 시간은 아무 것도 낫게 해주지 않았고 네가 없다는 허무함만을 내 몸에 아로새겨갔다. 함께 있을 땐 이렇게 시간이 길지 않았는데 별똥별만큼이나 짧았던 그 시간이 지금은 무슨 영문인지 너무도 길어져 실타래처럼 내 방 한 구석에 쌓여만 갔다. 1년,2년 그것도 아니라면 10년? 그 긴 시간을 난 더 괴로워해야 하는 걸까. 너의 빈 허공을 끌어안으며 홀로 더 슬퍼해야 하는 걸까.


오래된 포장마차의 한 귀퉁이 자리에서 우리는 초라하게나마 서로에게 변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너는 너무도 밝게 웃어줘서, 너무도 따뜻한 눈빛이어서 나는 그 말을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믿을 수가 있었다. 변하지 않을게.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시선을 맞추고 그렇게 맹세했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그 약속을 어겨버린 너는 가해자인 주제에 너무도 멀쩡히 지내고 있다. 조금 더 죄책감에 시달렸으면 했다. 그 죄책감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나에게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도 안 해본 것은 아니었다. 미련과 기대가 뒤엉켜 나에게 몰아쳤고 나는 다만 그것에 잠식될 뿐이었다. 그것 또한 자만이었다. 나는 나의 미련과 기대에 잠겨서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너에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었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을까. 6년이라는 긴 시간을 통째로 지워버릴 만큼 너는 매정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내가 잘못알고 있었던 것이라면 내가 너무 초라해지지 않는가. 6년을 속은 것이 아니라고 단시간에 바뀌어버린 나쁜새끼라고 생각해보려 해도 사랑한다고 말할 때의 그 얼굴과 이제 그만하자며 나를 밀어낼 때의 얼굴의 괴리가 나를 그렇게 맘 편히 생각할 수 없도록 만든다. 어쩌면, 정말로 어쩌면 너는 처음부터 그랬을지도 모른다. 나를 사랑한 것도 나에게 지어주었던 웃음도 나를 위해 투자했던 시간도 모두 진실이 아니었을지도. 서운하지는 않다. 속았다는 느낌에 괘씸해지지도 않는다. 그냥 내 자신이 불쌍해질 뿐이었다. 너를 탓할 수도 없을 만큼 난 너를 사랑했다. 정말 내 모든 것을 줘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이별을 말하던 그 입이 미워질 수 없을 정도로. 지금도 너를 사랑하고 있다고 인정하기엔 내가 너무 비참해지는 기분에 속으로는 몇 번이고 부정했다. 네가 끔찍이도 미워. 다시는 얼굴조차 마주치고 싶지 않아. 네 얼굴을 보면 토악질이 날 것 같아. 이렇게 내 마음을 부정하며 있지도 않은 미운감정에 휩싸여보려 하지만 사실은 널 너무 사랑해. 제발 다시 한 번만 더 마주치고 싶어. 내 눈을 도려내도 가장 선명한 것이 너야. 하지만 이미 나의 존재를 다 씻어낸 너에게 있어서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넌 다시는 나를 만나고 싶지 않아하겠지. 매몰차게 버린 쓰레기를 다시 붙잡아 끄집어낼 이유가 없지. 쓰레기 버려지듯 나뒹굴어진 나는 젖은 솜 마냥 무거운 몸을 침대에 눕혔다. 정말 얼마나, 얼마나 더.


전화를 걸어볼까 하다가 포기했다. 어차피 없는 번호일 테다. 그것도 아니라면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가 받을 터였다. 용기가 나질 않아 그저 손 안에 가둬버린 휴대폰은 울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허무맹랑한 기대감 따위 버려. 내 안에서 누군가가 그렇게 소리치지만 그 절규는 너를 생각하는 내 마음을 도저히 이겨낼 수가 없다. 외침은 사그라들고 고요 속에서 나는 휴대폰의 홀드버튼을 눌렀다. 없애지 못해 아직도 웃고 있는 화면 속 네가 내게 사랑한다고 말해오는 것 같다. 미련, 미련, 미련 이 역겨운 미련! 분해서 차오른 눈물이 맺혀와 눈앞이 흐려진다. 얼룩진 것처럼 흐려지는 네 얼굴이 다시는 잡을 수 없고 만날 수 없는 우리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만 같아서 괴롭다. 너와 나의 관계는 이미 불치병 같은 것이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고치려 노력해 봐도 헛수고인 다 풀려버린 이 관계의 끈을 난 놓지 못한 채 주인을 잃어버린 반대편을 다시 너에게 쥐어주려 머릿속으로만 애쓰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도 내 자신이 너무 애처로웠다. 사실 애처롭다면 애처롭고 한심하다면 한심했다.


널 좋아해. 그러니 제발 나를 그저 그런 '보통의' 것으로 취급하지 말아줘..



+

제가 몹시도 좋아하는 언니는 이발관의 가장 보통의 존재를 들으면서 썼어여! 마지막 문단과 마지막에서 두번째 문단사이에 더 내용이 있어야하지만 떠오르지 않아서..조각으로 급마무리...

조각글에 이름도 나오지 않아서 어떤 커플링으로 읽어도 상관없겠지만 (실제로 원래는 노멀조각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정국수를 좋아하기때문에..S2 윤기정국을 염두에 두고 올립니다ㅎㅎㅎㅎ.. 전화를 걸려는 쪽이 윤기 이별을 말한 쪽이 정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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