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백도] 사랑에 대하여 w.시럽추가 01. 애매모호한 관계 "미치겠단 말이야." "그러니까, 대체 뭐가." "....." "짜증나게 하지 말고 말 해. 뭐가." 이 감정을 뭐라고 설명해야 잘 설명했다고 소문이 날까. 그냥, 답답하고. 섭섭하고. 서운해. 미워. 아니, 안 미워. 미워할 수가 없어서 더 짜증나. 알아? "아 뭔데!" "시발, 니가 이래서 안 되는 거야." 경수는 애꿎은 카페라떼만 계속 저어댔다. 괜히 카페라떼 시켰어. 이름만 예뻐, 존나 안 달아. 혼잣말을 하고선 잔뜩 퀭해진 얼굴을 하고 열심히 저어대던 빨대도 내팽개치는 경수. "아니, 경수야." 한풀 꺾인 말투로 나름 다정하게 대하는 찬열을 아량을 베푼다는 듯 쳐다보니, "시ㅂ... 아니 경수야. 아까부터 계속 죄 없는 커피만 괴롭히고 시발 나도 괴롭히고 할 말이 뭐냐고. 나 왜 나온 거냐고." "아 시발 짜증나, 나도!" 괜히 짜증만 더 내는 경수였다. 변백현한테 페메 씹혀서 짜증났다고 어떻게 말 하니 친구야. . . . . '좋아함' 과 '사랑함' 의 경계는 참으로 애매모호 했다. '친함' 과 '썸' 의 경계도 참으로 애매모호 했다. 이만큼 가까워진 것 같아서 안심하면, 또 저만큼 멀어지고. 항상 어떻게 예쁜 말을 할까, 지금은 뭐 하고 있을까 생각하면서도 막상 그걸 티 내면 안 되는 관계. 무엇보다 지금 경수는 백현의 이모티콘 하나에도 촉각이 곤두선 상태였다. 'ㅋ' 의 갯수, '-했어' 와 '-했엉' 그리고 '-해쪙' 까지. 하나하나 파악하고 대답을 이렇게 해야지! 굳은 다짐을 해야만 답장이 가능한 그런 관계. 물론 이들은 좀 극단적 '썸' 아니 '친함', 아니 '애매모호한 관계' 를 유지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지금 경수가 왜 빡쳤냐고? Q. 도경수씨, 왜 빡치셨나요? A. 변백현씨가 제 페메를 씹었어요. Q. 아, 저런. 안 됐군요. 그럼 왜 이러고 계신 거죠? A. 네? Q. 왜 이러고 계신 거죠? A. 질문의 의미가 상당히 궁금하네요. Q. 왜 답장 안 하냐고 물어볼 수 있는 거 아닌가요? A. 아 그건.... 그건...... 시발..... 그건......... 그건...... 바로 '애매모호한 관계' 이기 때문입니다. 네. 경수는 현재 열아홉이었다. 백현은 그보다 다섯 살 많은 스물 넷. 현재 직업? Q. 현재 직업은 어떻게 되세요? 경수A : 입시생이요. 백현A : 군댑니다. 의경. 군바리와 곰신의 사랑의 화살은, 현 시대의 산물. 페이스뷱이었다. 그로 인해 이 사단이 난 거고. 의경의 일주일은 간단했다. 그냥 일주일 존나게 근무 하다가 일주일에 한번씩 외출나가면 돼요. 근무 할 때 그 외출만 기다리면 돼요. 그 외출 때는 카톡, 그리고 다시 부대로 컴백하면 페메. SNS의 다양성으로 인해 곰신들과 군바리 사이에는 현대적인 소통이 가능해졌다. 그런데 묻고 싶어요. 왜 한달 반 동안 잘 연락하다가 하루 동안 페이스북조차 들어오지 않더니 들어와놓고 페메를 읽지 않죠? 답장 없는 백현을 기다리며 하루에도 몇번씩 페이스북 메세지창을 들어갔다 나갔다 하길 수십번. 접속시간 24시간을 찍을 것 같던 그 시간이, 9분 전으로 바뀌었을 때의 심정이란. 온 생각이 다 들었던 경수였다. 그래, 못 봤을 수도 있지. 아닌가? 내가 귀찮아졌나? 마지막으로 보낸 "방학했어요" 한 마디가 처량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잠 안 오는 마음을 달래 애써 잠이 들고, 다음 날 집안의 자연스런 소리에 눈을 뜨고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켜 혹시 메세지가 왔을까 확인하고, 메세지창을 들어가보니 뜨는 두시간 전. 경수가 눈을 떴을 때는 아홉시, 두시간 전이면 일곱시. "뭐야." 애써 담담한 척 핸드폰을 내려놓고 다시 잠들고 싶었으나 마음이 복잡해졌다. 내가 싫어진 걸까, 귀찮은 걸까. 그 와중에도 경수는 왜 내 페메 씹어요?! 라고 당당하게 다시 메세지를 보낼 수 없는 입장이었다. 나는, 그냥 그 사람에게 그런 존재였을수도 있는 거니까. 그 사람이 했던 모든 말과 행동들, 내가 헷갈리고 멍청하게 착각해서 나 혼자 그 지랄 했던 걸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나는.. 아무런 권한이 없으니까. 연락을 왜 안 하냐고 따지기도, 보고 싶다고 말을 꺼내기도, 걱정 된다는 말을 하기도, 페이스북은 들어오면서 내 메세지는 왜 읽지 않느냐는 말을 하기도. 참 '애매모호한 관계' 니까. "찬열아...." "시발!!!!! 뭐!!!!!!!!!!!!!!!" 경수는 또 다시 빨대를 들어 애꿎은 카페라떼만 저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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