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리"
"..안 먹어."
"오늘 돈까슨데? 너 좋아하는거."
"안 먹을래-.."
"진짜 안 먹어?"
"..."
"또 배고프다고 찡찡댈거면 그냥 먹으러 ㄱ.."
"아,안 먹는다고!!"
참고 참다가 결국 김지원한테 버럭 소리를 질렀어. 아, 망했다. 김지원 성격에 한 소리 하면 했지 그냥 넘어가진 않을거 같아서 책상에 엎드린 그대로 눈만 꾹 감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김지원이 성큼성큼 걸어오는 발소리에 아, 진짜 망했다. 아니 김지원한테 왜 화를 내. 심장이 쿵쿵 뛰었어. 김지원 힘 엄청 센데, 맞는거 아니야? 으, 아프겠다. 수만 가지 생각을 하면서도 고집스럽게 엎드려 있었어. 옆에 딱 멈춰서는 발 소리에 눈만 굴리고 곧 이어 들려올 잔소리에 눈을 질끈 감았어. 어..? 한 소리 할 줄 알았던 김지원이 아무 말 없이 내 머리를 쓰다듬는거야. 아,눈물 날거같아. 눈을 빠르게 깜빡이며 눈물을 참다 김지원이 나가서야 조금씩 쉬었던 숨을 한 번에 내뱉었어. 진짜 더 미안하게..
21년 소꿉친구랑 연애하는 썰 2
(부제: 널 좋아하게 된 이유)
고3때였어. 한창 엄마 아빠가 사이가 안 좋으셨을 때였기도 하고 친한 친구들이랑도 사소한 오해 때문에 살짝 사이가 틀어졌었던 때여서 이런 저런 일들에 신경쓰다보니 성적은 뚝뚝 떨어졌어. 그냥 다, 전부 다 스트레스였어. 터놓고 편하게 얘기할 친구들이랑은 어색하지, 김지원은 대학교를 수시로 덜컥 붙었거든. 말하다보면 나만 열등감느끼고 괜히 화낼까봐 김지원한테 못 말하겠지. 집 가면 그냥 분위기가 싸해. 내 고민이고 뭐고 엄마,아빠가 얘기라도 잘 했으면 좋겠고. 기댈 사람이 없는거야, 그냥 아무도 없었어 주위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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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이 또 떨어졌네."
"..."
"선생님은 유리가 스스로 잘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는데, 아니니?"
"죄송합니다.."
"이런 식으로 가면 xx대가 뭐야, oo대도 못가,유리야."
"..."
"더 이상 말 안해도 선생님이 무슨 말 하는지 잘 알거야."
"..네."
"조금만 노력하자,응?"
"..네,알겠습니다."
다 맞는 말이었어. 선생님이 하신 말 중에 틀린 말 하나 없었고 다 맞는 말이었는데 그냥 너무 서러운거야. 선생님은 내가 왜 성적이 떨어졌는지 하나도 모르면서. 내가 지금 얼마나 힘든지 하나도 모르면서. 진짜 울고싶었는데 울어도 달래줄 사람도 없고 내가 뭘 잘했다고 울어. 선생님이 하시는 말 듣고만 있다가 고개 꾸벅이고 나왔어. 수업 끝나자마자 상담한거라 교무실 나오니까 한참 청소시간이더라. 한숨 쉬면서 교실로 들어가는데 퍽-
"앞은 똑바로 보고 다녀."
나랑 지금 사이 안 좋은 애들. 좀 안 좋은 일로 틀어졌는데 서로 오해가 좀 있어서 사이가 안 좋아. 피해가면 되지 좋다고 어깨치고 좋다고 웃고. 평소같았으면 붙잡고 따지면서 오늘이라도 오해 풀고 하는건데 오늘은 그냥 다 관두고 싶은거야. 공부고 뭐고 다, 전부 다. 진짜 못 참겠더라.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내가 뭘 그렇게 잘 못해서 나만 이렇게 힘든건데. 억울하고 서럽고 뒤를 딱 돌았어.
"야,성유리, 끝나고 떡볶이집 가자, 오빠가 쏠ㄱ..너 왜그래."
김지원이었어. 김지원 보자마자 진짜 너무너무 서럽고 억울하고 울거같은거야. 그래도 애들 있는데서는 울기싫어서 입술 꾹 깨물고 김지원 손가락 잡고 학교뒤에 사람 없는 곳으로 갔어. 사람 없는 곳 오자마자 힘이 탁 풀리더라. 그대로 뒤돌아서 그냥 앞뒤잴것도 없이 김지원한테 안겼어. 안겨서 펑펑 울었어. 김지원 앞에서 이렇게 울어본게 아마 처음일걸. 태어나서부터 봐왔는데 아마 내가 이렇게 운 건 초등학교때? 일거야. 내가 무작정 파고들어서 우니까 당황했는지 어쩔줄 몰라하다가 서툴게 토닥여주는데 왜 그 서툴게 토닥이는 손에 안심이 되는지. 진짜 원없이 울었어. 지,원아. 내가 막 헐떡이면서 부르니까 진짜 안절부절 못하면서 눈물 닦아주더라.
"다 울었어? 그만 울어."
"지원,아."
"어, 나 여기있어."
"안,아줘."
내 말에 그냥 꽉 안아주는데 너무 넓은거야, 김지원 품이. 원래 얘가 이렇게 컸나 싶을 정도로. 아마도 내가 김지원을 좋아하기 시작한건 이때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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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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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김지원"
"어?"
"그 때 기억나?"
"언제."
"나 그 때 고3 때 엄청 울었을 때."
"..어. 내가 그 날 얼마나 놀랐는 줄 알아? 너 그렇게 혼자 끙끙 앓다가 터질건 알고 있었는데 그렇게 터질줄은 몰랐지.
평소에 잘 울지도 않던 애가. 넌 몰라, 나 그날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어."
"근데 그 때 왜 아무것도 안 물어봤어?"
"다 알고있었어,멍청아."
"어?"
"다 알고 있었다고. 언제 말해줄까 기다렸는데 끝까지 안 하더라."
김지원 말에 그냥 헤헤웃으니까 김지원이 참나 하면서 웃더니 내 볼을 감싸서 꾹 눌렀어. 아,므야- 나-
"싫은데- 못생겨가지고."
"노라거-"
"앞으로 또 그렇게 울기만 해봐."
"아,나- 노라거- 아!! 아프다ㄱ..!"
쪽.
"울 때마다 뽀뽀해야지."
"아,죽을래-!"
"안 죽을건데, 성유리랑 평생 살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