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금
'누나~'
'왜애'
'나 누나랑 결혼 할거다?'
'그래 그래'
'왜 그렇게 영혼이 없어어어'
'영혼 여기 잘있어 걱정하지마'
'나 누나랑 결혼할거야'
'알겠으니까 빨리 단어 시험이나 봐. healthy'
'건강한'
'fiance'
'약혼자'
'star candy'
'별사탕'
'promise'
'약속'
'다 맞았네? 잘했어. 이래야 우리 블레어 답지'
일주일에 3번
2시간씩 내가 한국말을 알려주고 있는 이 아이는
내가 묵고있는 하숙집의 장남
블레어
어린 나이에 호주로 유학 와
문화교류원에서
한국어 강사로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나로썬
자신의 아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달라는
윌리엄스 부인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왠걸, 이 녀석은
중상위 수준으로
한국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그 탓에 한국어 과외는
이 아이와
영화 보고 수다나 떠는 시간이 되버렸다
'블레어, 오늘은 제대로 된 수업하자.
너 발음도 좋고 다 좋은데 문법이 문제야.'
'아 뭐 어때'
'뭐 어때라니. 공부 열심히 안하면 결혼 안 해줄거야'
'정사앙!'
'정상이라니이! 누나라고 해야지 누나'
'정상'
'누나.'
'알겠어 누나. 하지만 문법은 재미 없는걸'
'재미없어도 하다보면 재밌어 질거야'
'치이'
풀이 죽은 그 아이의 모습이 귀여워
괜히 볼을 꼬집어 주었더니
'아아ㅏ 누나 아파아!'
'쉿. 엄마가 들으시면 놀라시겠다'
'치'
'그럼 딱 오늘까지만 영화보는 걸로 하자'
'알겠어'
그리곤 갑자기 벌떡 일어나
책장을 뒤지더니
그 아이가 가져온 건
평소에 보던 액션영화가 아닌
달달한 로맨스 영화
'오늘은 왜 이런거 골랐어?'
'기냥 보고싶어서'
'기냥 아니고 그냥.'
'아아 오늘까지만 봐주라아'
'알겠어'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익숙한 시작음이 들리곤
늘 그렇듯
공원에서 우연히 만나는 두 남녀
그 둘은 사랑에 빠지고
부모님의 반대, 고난과 역경
그럼에도 피어나는 사랑
결국은 부모님의 허락,
해피엔딩
'나도 연애 해야돼는데'
'누나아!'
'아이 깜짝이야 왜'
'나랑 결혼 한다며!!'
'너 아직 초등학생이야. 블레어'
'그래봤자 6살 차이인걸'
'난 18살이고 넌 12살이야'
'왜 70살이랑 76살은 괜찮잖아!'
'그건 나이 만큼 살아온 노하우가 있으니까'
'나도! 나도 노하우가 있어'
'노하우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어. 경제력도 있어야지'
'어른이 되면 받아줄거야?'
'당연하지'
그 아이는 잠시 고민하더니
'누나 손 줘봐'
'손?'
그가 내민 것은 새하얀 별사탕들.
'이게 뭐야?'
'증거. 약속의 증거'
'약속의 증거?'
'누나 자꾸 딴말해서 안되겠어.
영화 보면 반지 주고 프로포즈하잖아.
지금 나는 이거 주고 프로포즈 하는거야'
'아가야. 어른 되면. 어른이 되면..'
'누나도 어른 아니잖아.'
오랜만에 보는 그 아이의
진지한 모습에
잠시 핏, 웃곤
'알겠어. 그럼 나중에, 너랑 나랑 둘다 어른 되면
그때 우리 결혼하자 알았지?'
'진짜지?'
'그럼그럼'
약속한 수업시간이 끝나고,
'그럼 나 갈게'
'누나 잘가'
방으로 돌아와 주머니를 뒤지자
나온건 그 아이가 준 하얀 별사탕
어쩌지, 정말 결혼해야하나
*****
'two more beer please!'
(맥주 두병 더 주세요!')
'hey, stop. stop. it's too late. you must go home. dear.'
(야, 그만해 너 집에 가야지이')
'arrr! whhy!! vacation!! huh?'
(아 왜!! 방학이잖아!!어?')
'oh.. nono. hey dude. i'll send her home.'
(아, 안돼안돼. 여여 친구들. 나 얘 집에 대려다줄게)
'albeeee!!! whhhy!! i can!! i'm not drunk!'
(알베에에에에!! 왜애! 나 더 마실 수 있어! 나 안취했어!)
'don't be silly. where is her home? anybody know?'
(바보같은 소리하지 마. 얘 집어디야? 아는 사람?)
'I think she lives in a boarding house... williamshouse?'
(얘 하숙집에 살걸? 윌리엄스하우스인가?)
'williamshouse? okay. see you'
(윌리엄스하우스? 알겠어 나중에 봐)
술에 취해 대학친구에게 업혀오는 길
윌리엄스 부인은 놀라며
그를 방안으로 안내했고
그는 나를 침대에 눕히곤
윌리엄스 부인에게 내가 깨어나면 연락달라는 말을 남기곤
집으로 돌아갔다
새벽 두시,
엄청난 두통에 잠에서 깨어
물을 마시러 부엌으로 내려가자
거실에 앉아 영화보고 있는 블레어
'블레어, 아직 안 자?'
'누나, 그 남자 누구야?'
'누구? 알베?'
'어. 누나 업고 온 그 사람'
'대학동기. 아 나 무거웠을텐데'
'누나 그 사람 좋아해?'
'뭐래'
'그 사람은 누나 좋아하는 것 같던데'
'뭐라는거야'
'누나는 아니지? 나랑 약혼했는데?'
'그럼. 너랑 약혼했는걸'
'휴, 다행이다. 누나 잘자'
'그래 너도 영화 그만보고 얼른 자'
'그럴게'
그리곤 방으로 돌아왔고
그다음은 기억이 안난다
아마 그냥 쓰러져서 잠들었겠지
****
그리고 몇 개월 후
4년간의 유학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공항
울고있는 블레어가 안쓰러워
'울지마'
라며 꼭 안아주었더니
'must come back. you must. you're my fiance. huh?'
(돌아와야돼. 무조건. 나랑 약혼했잖아 어?)
'of course. don't worry. i'll. i'll mail everday.'
(당연하지. 걱정하지마. 돌아올게. 메일도 매일할게)
'i'll miss you. really a lot.'
(보고싶을거야 정말 많이)
'me too. I'll miss you too'
(나도. 나도 블레어 보고싶을거야)
뒤에서 스튜어디어스가
'time up. you must go'
(시간 없어요. 가셔야되요)
'bye blair. good bye. farewell'
(안녕 블레어. 잘있어. 잘지내)
'have a good one. sweetie'
(잘가. 자기)
그 아이와의 긴 이별을 끝내고
겨우 올라탄 비행기
이상하게 멈추지 않는 눈물
아, 이러면 안돼는데
*****
그 긴 후유증은 한국에 돌아와서도
끝나지 못했다
먹지 않고 챙겨놓은 별사탕을 볼때면
그 아이 생각에 눈물지었고
그 아이와 본 영화 제목을 들을때면
괜히 우울해져버렸다
처음엔 메일을 하루에 한통씩 매일 보냈다
빠릿빠릿 하게 오던 메일은
5년동안 이어지다
그 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선 끊어졌고
국제전화로 겨우 연락이 닿았지만
윌리엄스 부인은 그 애가 유학갔다고만 이야기 해주었고
그 연락처마저도
윌리엄스 하우스가 울롱공으로 이사를 가면서
바뀌어버려
더이상 그 애의 소식을 들을수가 없었다
우리의 약속도
곰팡이 핀 새하얀 별사탕처럼
사라지고 있었다
****
그 애가 20살이 되고
난 26살이 된 어느 봄 날.
난 한 대학교 어학원에 취업해
한국어 강사로 일하고 있었고
이따금씩 보이는 호주 출신
학생들에 블레어 얘기를 해주곤 했다
그날은 그 학생들이
그 이야기를 듣곤
블레어를 알고있다
이야기 했고
난 웃으며
'거짓말은 나빠요'
'거짓말 아닙니다!! 우리 친구예요!'
'그런걸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하죠?'
'치, 딱 기다려요'
그들 덕에 오랫동안 켜지 않았던
메일에 접속해보았다
그에게 메일을 썼다
'star candy, our promise'
(별사탕, 우리의 약속)
그리곤 얼마지나지 않아 메일이 왔다
'turn around'
(뒤돌아봐)
난 뒤를 돌았고
그곳엔 호주 학생들과
천진난만하게 웃고있는
너
'hi fi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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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안올릴려 했는데 시간이 좀 남아서어ㅓ엉
괜찮았나 모르겠다아
읽어줘서 고마워여<3
별사탕<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