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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보야

[ㅇ]

- 나 노동요 추천좀

[도라지타령]

- 존나 넌 그냥 쌉쳤으면 좋겠다



“야, 성이름. 일 안 하냐?”

“오냐….”



내 엉덩이를 발끝으로 툭 치며 말하는 김남준을 한번 흘겨보고는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바닥에 내려놓기가 무섭게 진동이 울리며 카카오톡 알림창이 떴다.



ㄱ울여보♥

[아니면 늴리리야]



정말 지랄이 풍년이세요. 나는 그냥 무시하기로 마음먹었으나 내 핸드폰을 들여다본 김남준이 다시 내 엉덩이를 발로 찼다.

이 새끼 이거 성희롱으로 확 신고해버릴까 보다. 눈을 부라리고 김남준을 올려다보았다.



“왜.”

“너 오빠 몰래 남자 만들었냐?”

“지랄이세요. 네 여친이시거든요.”

“아하, 이유 누나?”



순식간에 내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설마 네가 말하는 이유 누나 풀네임이 아이유는 아니겠지.

김남준은 내 표정을 봤는지 못 봤는지 이유 누나가 아니면 하니 누나인가? 수정 누나인가? 하면서 입으로 방귀를 뀌어대고 있었다.

나는 몸을 일으켜 김남준 주위에서 무언가를 주워드는 시늉을 했다. 손바닥을 펴들고 김남준에게 내밀자 이게 또 무슨 지랄인가, 하는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자, 네가 떨어트린 네 양심. 조금 더러워졌어도 괜찮지? 원래 더러웠으니까.”

“시발. 이거나 들어.”

“악!”



김남준이 들고 있던 상자가 내 품으로 내던져졌다. 크지 않은 상자였지만 안에 책이라도 들었는지 욕 나오게 무거웠다.

어깨 빠질 것 같아…. 내 불만스러운 표정을 본 김남준은 껄껄대며 웃었다. 허리를 뒤로 젖히고 쳐웃는 꼴이 짜증 나서 김남준 발 등 위에 상자를 확 내려놓으려던 찰나에 김남준이 귀신같이 정색하며 바로 섰다.



“어허. 허리 펴라.”

“시발….”

“그거 현관문 앞에 가져다 놔라. 조~심히. 안 깨지게.”

“넌 책이 깨지는 것도 보셨어요?”



내 투덜거림을 깔끔하게 무시한 김남준은 방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낑낑대며 현관문 앞에 가득 쌓인 상자들 옆에 내가 들고 있던 상자를 내려놓았다. 허리가 뻐근해져서 뒤로 쭉 젖히고 스트레칭을 하다가 김남준이랑 눈이 마주쳤다.



“우와악! 시발 깜짝아!”

“끄어어어…….”

“진짜 존나 못났다.”



허리를 뒤로 젖힌 채로 김남준에게 엿을 날렸다. 거꾸로 본 김남준은 진짜 존나 못났다.



“꿈에 나올까 봐 무서우니까 빨리 원위치해라.”

“꺄아, 남쥰이 내 꿍꺼? 내 꿍꺼?”

“시팔…….”



김남준이 이유 누나 드립을 쳤을 때의 내 표정이 저랬을까? 민망해진 나는 얌전히 바로 서서 상자를 나르기 시작했다.

몇 분을 말없이 일만 했을까. 엄마랑 아빠는 언제 오는 거지? 간만에 김남준이랑 어색해 뒤질 것 같다.

 


김남준이랑은 어렸을 때부터 친했다. 말하자면… 찌찌친구? 불알은 내가 없으니까. 내가 이런 말을 하면 김남준은 존나 혐오스럽단 표정을 짓곤 했다.

아무튼 김남준의 어머니와 우리 엄마가 친해서, 그것도 아주 많이 친해서 거의 같이 살다시피 해왔다. 가족 같은 친구라고 말하면 딱 맞다.

여행 갈 때도, 외식할 때도 부르고, 오늘같이 이사 갈 때도 불러서 부려 먹고. 김남준은 토요일 아침부터 불려 와서 남의 집 이사를 돕고 있으면서도 불만이 없었다.

짜식… 은근히 착하단말이야.



“짜장면 시키셨어요?”



열린 현관문으로 동그란 헬멧을 쓴 배달원이 고개를 빼꼼 들이미는 것이 보였다. 나는 식탁 위에 올려놓은 만 원짜리 지폐들을 들고 나갔다.

안방에서 청소하던 김남준이 나와 내가 계산을 하는 동안 배달부가 내려놓은 그릇들을 거실 한가운데로 옮겨놓았다.

배달부가 나가고 김남준 앞에 마주앉자 예쁘게 반으로 갈린 젓가락을 내민다.



“오올,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어. 젓가락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가르지.”

“젓가락도 못 가르는 너보단 낫다.”

“먹기만 잘 먹으면 됐지.”

“너는 젓가락 없으면 손으로 퍼먹을 년이잖아.”



나는 지난날 한 마리의 돼지를 떠올리는 듯한 김남준의 눈빛을 애써 무시하며 수줍게 웃었다.



“남준아, 아무리 그래도 내가 어떻게 짬뽕을 손으로 먹겠니.”

“짜장면이면 손으로 먹겠지.”

“쌉치고 먹자.”



찔리니까. 비닐 랩을 뜯어내자 매콤한 짬뽕 냄새가 내 코를 자극한다. 으음, 스멜.

기분이 좋아지려는 찰나 난 김남준의 발칙한 행동을 보고 빡이 칠 뻔했다.



“스탑. 너 지금 뭐하는 거니?”

“보면 모르냐. 소스 붓잖아.”



당연하다는 듯한 말투에 울컥한다. 얘가 지금 미쳤나 봐.



“넌 나랑 몇 년을 같이 밥 먹어놓고 지금 부먹하겠다는 말이 나오니, 새끼야?”

“아, 찍어 먹기 귀찮다고.”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 소스를 찍으면 손목이 부러지냐? 아, 붓지 말라고!”



소스를 부으면 눅눅해져서 바삭한 튀김의 맛이 사라진다는 말을 너한테만 몇 번 하는 줄 아니?

귓구멍에 콘크리트를 들이부은 김남준은 내 말을 죄다 씹어드시고 결국 탕수육에 소스를 부어버렸다.

나는 끓어오르는 빡침을 내리누르며 짬뽕 면을 꼭꼭 씹었다. 오징어도 하나 건져서 입에 넣었다.

이건 김남준이다. 오징어같은 김남준이다. 김남준을 노려보며 잘근잘근 씹었다.



“야, 삐쳤냐?”

“허이고, 부먹새끼랑은 말 안 합니다.”

“존나 찌질한 새끼. 탕수육 하나 가지고.”

“일없습니다, 시발아.”



젓가락을 입에 물고 쌍엿을 날렸다. 김남준이 나를 별 유치한 년 다 보겠다는 듯이 보았지만 나는 굴하지 않았다.

소스가 진득이 묻어 눅눅해진 탕수육을 씹었다. 아… 다시 빡칠라 그래…. 다신 김남준이랑 탕수육 먹나 봐라.




* * *



짐을 다 옮기고 청소까지 끝냈을 땐 해가 질락 말락 하고 있었다. 일 때문에 느지막이 집에 온 엄마와 아빠는 남준이에게 미안해서 어쩌냐며 저녁으로 고기를 구워먹자고 했다. 김남준 새끼는 거절하는 법을 몰랐다.

집 근처 고깃집으로 자리를 옮긴 우리는 남준이의 부모님도 불렀다. 고기가 구워지는 동안 나는 벽에 기대서 핸드폰을 했다.



[고기먹음?]

- ㅇ 부럽?

[나 점심에 삼겹살 먹음]

- ㅅㅣ발 걍 부럽다해라

[ㅋㅋㅋㅋㅋㅋ남준이 뭐함?]


"아오. 뻐킹 커플."

"욕쟁이 할머님. 무슨 일이세요."

"네 여친님이 너는 안녕하시냐고 물어보신다."

"완전 안녕하시다고 보고 싶다고 전해."



하하, 지랄이세요.



- 니 남준이 지금 갈비로 밥 싸먹음

- 존나 고기를 김처럼 먹는 새끼는

- 이 새끼가 처음임

[울 남준이는 복스럽게 먹는게 매력이지]



울여보♥ 라고 저장된 탄소를 미친년으로 바꿔서 저장한 후 핸드폰을 뒤집어놓았다. 내가 읽고 씹자 탄소는 김남준에게 전화를 걸었나 보다.

진동이 울리는 핸드폰을 집어든 김남준이 웃으며 화장실에 다녀온다며 자리를 뜬 것을 보니.

내가 어이털린다는 표정으로 김남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아줌마가 무슨 낌새를 눈치챘는지 나에게 물어온다.



"남준이 여친 생겼니?"



어휴 백만 년 전부터 있었죠. 아줌마의 질문에 말도 마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누구냐고 물어오신다. 비밀이었는데. 이빨을 좀 털어볼까.

김남준이 탄소랑 내가 친하다는 것을 안 뒤로 나를 찔러서 소개를 주선하도록 닦달한 것부터 탄소랑 놀이동산 가려고 친구랑 논다고 구라치고 나갔던 것, 탄소 생일선물 사려고 야자 째고 알바 뛰었던 것까지 다 털고 나자 김남준이 입이 귀에 걸린 채로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분위기 왜 이래?"

"난 잠깐 바람 좀 쐬러 나가야겠다~"



야자 째고 알바 뛴 건 묻어둘 걸 그랬나. 나는 무시무시한 아줌마의 표정을 힐끔 보고 김남준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깃집 밖에 놓인 벤치에 앉아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내쉬었다. 후끈했던 안과는 달리 시원한 공기가 기분 좋았다. 이제 내일이면 이 동네도 안녕이다.

몇 년을 살았던 동네와 헤어지는 것은 시원섭섭했다. 꽤 먼 거리로 이사 가는 터라 학교도 같이 옮기기로 했다.

이사 갈 아파트와 가까운 곳에 고등학교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다행이라, 다행인가. 중학생 때 만나서 같은 고등학교로 진학했던 탄소, 그 외에도 여러 친구들.

그리고 김남준. 이제 자주 보지도 못하겠지. 중학생도 아닌 고등학생이고 바쁘니까 아예 못 볼지도 모른다. 괜히 울적해져서 시린 코끝을 문질렀다.



"와악!"

"우으아악!!!!! 씨빨!!!!!!!!!!!"



갑자기 누군가 내 어깨를 덥석 잡아서 깜짝 놀랐다. 돌아보니 남준이였다.



"아, 목소리 존나 커. 귀 아프다."

"그, 그러니까 누가 노, 놀래키랬냐!"

"성이름 너 이 새끼 엄마한테 알바까지 털었냐?"



표정을 보아하니 꽤 혼난 모양이었다. 뭐라고 변명을 해야 하지?


‘아코, 환타에 취했었나 봐~.’


김남준이 미쳤다고 잘도 봐주겠다. 아, 그러게 내가 왜 알바까지 털었을까. 커플이 꼴 뵈기 싫어서?



"코는 왜 그렇게 빨가냐. 술 마셨냐?"

"지랄이세요."

"울었냐?"

"진짜 지랄이세요."



김남준이 내 옆에 앉았다. 진지한 표정을 보아하니 내가 울었다고 확신하는 모양이었다. 자식이…, 개똥폼 잡기는….



"안 울었다니까."

"이제 곧 울 거잖아."

"……."



아, 시발. 어떻게 알았지? 나도 몰랐는데.

남준이의 말을 듣자마자 시야가 일렁이면서 흐려졌다. 나 이사 간다고 우는 찌질한 시절은 졸업한 줄 알았는데.

남준이가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었다. 커다란 손이 내 어깨를 따스하게 감싸오자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야… 나… 찌질이 아니다…."

"오냐. 너 찌질인거 다 알아."

"아니라고오…."



남준이의 품에 안기다시피 기대서 소리죽여 울고 있으니 내가 이 새끼에게 참 많이 의지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얘 없으면 내가 어떻게 살지?



"이사 간다고 영영 못 보는 것도 아니잖아."


너 내 생각 읽었냐?


"너 생각하는 거야 뻔하지."


엄마야, 진짠가 봐.


"이사 가면 친구들 못 보니까, 멀어서 자주 만나지도 못하니까, 그게 서럽지?"


놀란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남준이가 웃으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뭘 그렇게 쳐다보냐. 니가 생각하는 거 뻔하다고 했잖아."

"너… 초능력자냐…?"

"니가 단순한 거라고는 생각 안 해봤지?"



팔꿈치로 김남준의 옆구리를 툭 쳤다.


"닥쳐라. 신고해버린다."

"뭐로. 명예훼손?"

"아니. 기밀 누설죄."



동시에 빵 터져서 끅끅대며 웃었다. 남준이가 내 머리를 마구 헤집었다.



"가서도 이만큼만 해. 그러면 애들이 친하게 지내줄 거야."

"그럴까?"

"어. 우와, 이 병신은 뭐지? 존나 만만하니까 좀 가지고 놀아볼까? 하면서."

"존나 퍽이나 위로가 되네요, 시발놈아."



에라이, 쌍화차야. 감동적이다 했다. 김남준의 뒤통수를 후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깃집 안으로 들어가려니 뒤에서 남준이가 큰 소리로 말한다.



"너 낯도 안 가리는 새끼가 뭐가 그렇게 무섭다고 쫄아있어. 매일 카톡할 테니까 걱정 마라."

"너 차단이야, 븅신아."

"개년."


그렇게 말하면서도 웃는다. 김남준의 너털웃음이 들린다. 나도 따라 웃었다. 안에 들어와서 자리에 앉아서 핸드폰을 들었다.

카카오톡을 켜니 즐겨찾기에는 가족들을 제외하곤 딱 한 명이다.


ㄱ내새끼♥


프로필 사진에서는 김남준과 내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

가볍게 생각 없이 쓸 예정입니다 흫히ㅣ힣히ㅣ히

남주는 김태형이에여 안나왔지만 곧 나오겠지 히히

욕이 디게 많이 나올 거예요 여주가 욕쟁이임 그리고 좀 또라이에여

서브는 아마 전정구기...?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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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좋네요 ㅠㅠㅠㅠ다음편에는 태형이가 나오겠죠ㅠㅠㅠ벌써 설렌다ㅠㅠㅠ
8년 전
독자2
오오 설레는 남준이...! 여주가 이사를 가서 슬픈 상황인거겠죠? 그래도 남준이랑은 자주 만났으면 좋겠어요 그나저나 남준이가 커플이라니 ㅂㄷㅂㄷ...
8년 전
독자3
헐 설레잉ㅠㅠㅠㅜㅠㅜㅠㅜㅠㅜ
8년 전
독자4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작가님사랑ㅎ애ㅕㅕㅠㅠㅠㅠㅠㅠ이게무슨 대작인가ㅠㅠㅠㅠㅠ신알신신청하고가요우ㅠㅠ
8년 전
비회원174.16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처음에 치환안하고 읽는데 성이름이라고 해서 웃겨죽는줄알앗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바로치환햇어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정국이와 태형이가 주연이라니 타댱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암호닉신청이ㅛ (인사이드아웃)입니다 ㅎㅎㅎㅎㅎ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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