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 - Ooh-la-la
진짜 너무 놀라서 트레이에 올려져 있는 녹차라떼를 낚아채듯이 들고 가방을 가지고 그 카페를 나왔어. 혼자 몰래 훔쳐볼 때는 당장이라도 가서 말을 걸 수 있을 정도로 용기가 넘쳤는데 생각하지도 못한 곳에서 그렇게 아이컨택을 하니까 아무 생각도 안 나고 그냥 부끄러운 거야. 나도 여자였나 봐. 손에서 계속 진동이 울리길래 친구한테 전화가 온 줄 알고 보니까 이거 뭐니, 망할. 진동벨을 그대로 들고 나와버렸어.
'저기요'하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까 그 남신이 내 쪽으로 오고 있는 거야. 그 저기요가 나를 부른 거겠지? 이 진동벨 때문에 오나 봐.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난 그대로 달리기 시작했어. 뒤에선 계속 '저기요!'라는 소리가 들렸어. 한참을 달려서 그 카페랑 멀어진 후에 정신을 차리니까 내가 무슨 짓을 했나 싶은 거야. 그냥 가서 돌려주면 됐는데 왜 도망쳤을까. 어느순간부터 진동이 멈춘 진동벨을 보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는 가방에 넣고 친구를 만났어.
친구랑 점심을 먹으면서 우리가 같이 남신을 만났던 날부터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 날과 오늘 있었던 일까지 모두 말해줬어. 조용히 먹으면서 듣기만 하던 친구가 내 말이 끝나자 딱 한마디 했어.
"운명이네"
"그치? 드디어 나한테도 운명의 짝이 나타난 거야"
"그럼 뭐 해, 이제 쪽팔려서 얼굴도 못 볼 텐데"
"...내가 미쳤지. 이 진동벨 어떡해?"
"다시 가져다줘야지. 그거 꽤 비싸"
"얼마나?"
"세트가 80만원 넘으니까 그거 하나면 십만 원 정도 될걸?"
카페 알바를 하는 친구의 말에 좌절, 그 자체였어. 그냥 모른 척하기에는 꽤 몸값이 있는 물건이잖아. 무려 치킨 5마리의 몸값이야. 고이고이 제자리에 모셔드려야겠어. 근데 어떻게 다시 그 카페로 가냐고! 택배로 보낼까 했는데 문제는 프랜차이즈도 아니고 처음 가보는 카페라 이름도 몰라. 내가 그 카페를 다시 갈 수 있는 날은 금토일 밖에 없었어. 오늘은 안돼 너무 쪽팔리니까. 그렇다고 꿀 주말에 게다가 이 더운 날에 진동벨 하나 때문에 집 밖으로 나가는 건 싫고, 다음 주 주말에 약속이 잡히면 그때 얼굴에 철판을 깔고 돌려줘야겠어. 한참 수다를 떨고 영화를 보러 갔어. 근데 인사이드 아웃 애들 영화 아니야? 나 왜 자꾸 눈물이 나려그러냐. 그렇게 영화까지 다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생각했어. 설마 그 남신이 내 얼굴 기억하고 있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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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동안 진동벨 걱정하느라고 맘 편히 못 보냈어. 는 무슨 진동벨은 그날 이후로 내 기억에서 잊혀졌어. 주말에 밀린 드라마를 다 보고 먹고 자고 하다 보니까 금세 평일이 됐고 난 다시 열심히 알바를 하는 중이야 이번 주만 버티면 벌써 한 달이나 채운다. 기적이야.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가니까 일은 나름 익숙해져서 괜찮더라고. 근데 오늘은 진상 손님이 꽤 많았어. 분명 사이다 달라고 해서 다시 한 번 주문확인 할 때까지도 내가 '사이다 한 잔 맞으세요?' 까지 물어봤는데 맞다고 했으면서 에이드 시켰다고 하는 건 뭐야. 그래 거기까진 괜찮았어. 바꿔줬으면 곱게 먹고 가면 되지 테이블이랑 의자에 음료 쏟아놓고 그냥 가는 건 무슨 못 배워먹은 행동이야 도대체. 또 샐러드 바에 떨어진 메뉴 다시 채워놨더니 옆에 음식 떴던 스푼으로는 왜 건드는 건데. 이건 화이트소스고 그건 토마토소스잖아요 손님.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이네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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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지옥 같은 수요일이 지나고 일주일 중 알바 마지막 날인 목요일이 됐어. 오늘은 더더더 출근하기 싫다. 근데 이상하게 카페에서 그 남신을 본 날 이후로는 우연히도 마주치지 못했어. 내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막차 타는 걸 알고 피하는 걸까. 그래 이건 말이 안 되지? 그 남신은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어떤 버스를 언제 타는지 어떻게 알아. 이런 잡생각을 하면서 하루를 보냈어. 퇴근시간이 다 되어갈 때쯤 점장님이 날 부르는 거야. 청소하던걸 멈추고 점장님한테 갔는데 표정을 굳히면서 하는 말이 고객의 소리에 내 욕이 쓰여있더래. 손님한테 어떻게 했길래 그러냐고 혼내키시더라. 내 생각엔 아마도 에이드 그 여자인 거 같아. 진짜 어제부터 기분 나쁜 일만 왕창이네. 난 그냥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친절하게 하겠습니다' 만 되풀이하다가 퇴근했어. 옷 갈아입을 때 핸드폰을 보니까 원래 퇴근 시간 보다 5분이나 늦은 거야. 알바하는 날에는 항상 막차 타고 집 가는데 그거 놓칠 거 같아서 옷만 갈아입고 머리망도 못 빼고 가방을 챙겨서 정류장으로 달렸어. 다행히 버스는 아직 안 왔더라고. 숨을 고르고 실핀을 하나씩 빼고 머리망도 빼고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대충 슥슥 빗고 있었어. 근데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내 머리를 만지는 느낌이 나는 거야. 놀라서 확 돌아보니까
"여기 실핀 안 빠졌는데"
나 살아있어. 응, 나도 그 자리에서 사망하는 줄 알았다고. 당황했지만 아닌 척 시크하게 '감사합니다' 하고 실핀을 건네받았어. 속으로 심호흡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몰라. 근데 진동벨 가져온 이후로 처음 보는 거잖아 갑자기 창피해지기 시작하면서 제발 기억하지 마라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어.
"진동벨 언제 돌려주실 거예요?"
그 남신의 말은 내 기대를 단칼에 끊어 버렸어. 모르는 척할까 죄송하다고 할까 엄청 고민하다가 모르는척하기에는 너무나도 돌직구여서 죄송하다고 하기로 결정했어.
"죄송해요.. 저도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왜 그랬는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모르겠다니까 좀 당황스럽네요"
"지금은 없고 내일 카페로 가져다 드릴게요!"
"지금 줘도 안 받을 거예요. 내일 저녁 6시 전에 꼭 와요"
"왜 꼭 6시 전에..?"
"그 이후로는 사장님 계셔서요. 뭐 책임을 묻던가 그럴 수도 있는 분이라서"
"아 네.."
어색한 대화를 마치고 버스를 탔는데 막차는 역시나 자리가 없었고 서서 가는데 아까 정류장에서 좀 붙어있어서 그런지 자연스럽에 옆에 같이 서서 가게 된 거야. 근데 아무런 대화도 없었어. 그 남신은 나한테 말 걸 생각도 없었겠지만 난 이 모든 상황이 꿈같고 부끄러워서 아무 말도 못하겠더라고. 그래서 그냥 노래도 안 듣고 창밖만 멀뚱멀뚱 보면서 가다가 지갑 속에 내 번호 적어놨던 쪽지가 생각난 거야. 손잡이를 잡지 않은 손을 가방 속에 넣고 뒤적거리면서 지갑 안에서 쪽지를 꺼내 손으로 꼭 쥐고 있었어. 근데 막상 주려고 하니까 너무 떨리는 거야. 그렇게 건네주지 못하고 들고만 있는데 어느새 집 근처까지 다 온 거야. 오늘은 못 주겠다 싶어서 포기하고 뒷문으로 향하는데 그 남신이 나를 보고
"잘가고, 내일 봐요"
이러는 거야 세상에마상에. 그거 듣고 무슨 용기가 났는지 '이거 가지세요!'하고 던지듯이 쪽지를 주고 왔어. 좀 여성스럽게 주면 얼마나 좋아. 다 망했어. 연락 안 올거야 아마. 아까 지갑 보니까 영수증이고 쿠폰이고 엄청나던데 집 가서 정리나 해야겠다. 집 와서 씻고 캔맥주 하나 들고 티비앞에 주저앉아서 지갑을 열고 바닥으로 다 털어버렸어. 필요 없는 영수증이랑 안 쓰는 쿠폰이랑 십 원,오십 원짜리들 정리하고 있는데 저 앞에 새하얀 게 뭔가 낯설지가 않아. 뭘까. 뭔가 굉장한 오로라를 풍기고 있어. 두려움 반 궁금함 반으로 열어보니까 내 번호가 적힌 쪽지였어.
나 그럼 그 남자한테 뭘 준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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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빛나입니다!
어제 첫글을 올렸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없더라구요..ㅎㅎㅎ
점점 더 나아가는 모습 보여드릴테니 지켜봐주세요!
그리고 댓글을 달아주셨으면 합니다..제 첫 글이라 어떤지 피드백이 필요한 시기인거 같아서요!
재미있어도 없어도 댓글부탁드려요♡